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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셰익스피어는 웹에서 탄생한다 - 인터넷 글쓰기 시대에 꼭 필요한 지침서
최병광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21세기 셰익스피어는 웹에서 탄생한다>
이메일부터 블로그,
미니홈피, 트위터까지
인터넷 글쓰기 시대에
꼭 필요한 지침서

뒤늦게 책읽기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1인이다. 인터넷이 이렇게까지 활성화되기 전, 처음에는 소설을 참 열심히 봤다. 확실히 소설을 많이 읽으면 표현력이 좋아지고 이럴 때! 저럴 때! 내 감정 상태를 적절하고도 기가 막히게 드러낼 수 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일반인들은 마음속에 자기감정이 있긴 있지만 글이라는 형태로 표출해내지도, 아니 자신이 표출할 줄 모르는 벙어리신세인지 모르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들... 내 감정을 꼭 문학적인 어휘로 그럴 듯하게 잘 표현해야지만 생존(生存)하는 것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지 자신의 감정이라는 꽃망울을 나름 화려하고도 속 시원하게 터트려보는 희열을 맛본 사람은 소설이라는 깊은 우물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이... 보는 사람이나 느끼는 사람이나 즐겁기만 하다. 내가 막 소설에서 자기계발서로 책읽기가 진전될 즈음, 우리나라에서 꽤 사방팔방 전방위로 활동하고 계신 어휘의 달인(샤샤샥- 포장)을 한 분 만났다. 그때 나는 작게나마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글 잘 쓰는 사람이 왠지 부럽고 잘나 보였다. 실제로 이성한테 반한 것 같은 눈빛을 보내기도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기도 하지.
글이라는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쓰는 글이 곧 나다. 인터넷 글쓰기는 나를 가장 잘 알리는 방법"(12쪽)일 수 있다. 내 생각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튼 이 책에서 거듭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돈도 나오지 않는 블로그, 미니홈피, 트위터...따위, 킁~" 콧방귀를 날리는 사람은 보지 말라는 거다. 사람들은 다른 이에게 관심이 많다는 거다. 그리고 웹(Web-영어로 '거미줄')은 무한 에너지의 원천이고 나를 크게 살려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는 거다.
글쓰기, 그중에서도 인터넷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최카피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최병광 님이 이 책을 엮으셨다. 인터넷이라는 도구의 특성상 딱딱하고 장황하고 재미없는 글은 외면당하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짧고 강렬하면서 기억에 오래 남을 문구를 오랫동안 구상하고 떠올렸을 카피라이터가 인터넷 글쓰기에 대해 알려준다는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특성, 처음 글쓰기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 기호학이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약간 이론적인 이야기들, 여행, 일기쓰기, 사전활용, 패러디, 역설, 리듬, 댓글 쓰기... 그밖에도 다양한 책 추천과 즐겨찾기를 잘 활용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청소까지 하면 좋다는 친절한 조언까지 아끼지 않는다.
웹이라는 공간에서 살아남으려면 개성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책은 대체로 물 흐르듯이 무척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고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쑤!", 너무 악플·비판은 지양하자고 말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 정치가 박근혜의 미니홈피 어때? 너무 심한 욕설은 하지 말자구... 이런 식이다. 정치 쪽에는 무뎌서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했던 마력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는데 이 책에서 "매우 전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가 새로 만들어낸 예측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모두 구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한다."(121쪽)라고. 글쓰기 모델 그리드에서 정보적 모델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정보적 모델이 꼭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남의 정보를 잘 버무리는 것도 능력이고 내 홈피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약간 심심한 맛이 나는 책이었지만-저자의 트레이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힘 좋고 오래갑니다'라는 광고 카피에서 유행 안 타도록 "힘"보다 "오래"쪽에 크게 중점을 둔 듯-덕분에 내 블로그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직은 나만의 개성을 담은 블로그 관리법을 잘 모르겠다. 앞서 내가 말한 어휘의 달인이라는 분도 인터넷 글쓰기에 대한 책까지 쓰신 분인데 인터넷에서 개인공간꾸미기는 매번 실패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건 바로 "오지랖" 때문이다.
군더더기를 팍! 팍! 제거하고 특정 타겟을 겨냥한 자신만의 웹 공간을 꾸려보자. 당장! (나는 좀 주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