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공동체학교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살아있는 교육 17
윤구병.김미선 지음 / 보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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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공동체학교-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대안 학교 이야기다. 이 책 앞표지에 "대안 학교 나왔다고 하면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이 많아요."라고 쓰여 있는 것이 보인다. 글쎄,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안 학교를 심심풀이 땅콩식으로 관심에도 없지만 어쩌다 채널망에 포착되어 텔레비전에서 룰루랄라 하는 것을 보았거나 그냥 어떤(?) 학교겠거니... 우리 딸이나 조카, 친구가 다니는 학교와 같은 그런 비슷한 학교쯤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랬으니까. 


1부_ 다소 생소할지 모르는 독자를 위해 간략한 대안 학교 이야기와 지난 1996년, 대학 교수직을 버리고 '삶터와 일터, 배움터가 하나인 변산공동체학교'를 꾸린 이래 윤구병 샘(선생님)의 교육담을 들려준다. 윤구병 샘의 교육담은 사람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궁금증-왜 그 좋은 직업을 버리고 공동첸지 학굔지 공동체학굔지를 꾸렸는지에 대한 대답도 될 것이라고 본다.


"대안학교는 말 그대로 지금 제도 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하고 있는 교육입니다. 대안 교육이 왜 필요한지 알려면 지금 하고 있는 제도 교육이 무엇이 문제인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22쪽 


무엇이든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문제를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근대식 서구 교육 제도만 알고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은 문제 인식 자체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1부 윤구병 샘의 교육담은 더욱 가치가 있으며 내용을 곱씹으며 꿀떡꿀떡 삼키고 소화해야 할 소중한 가르침이다. 
 

2부_변산공동체학교와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이 들려주는 꾸미지 않은 현실적인 이야기다. 변산공동체학교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둠 일기와 변산공동체학교가 걸어온 간략한 역사(1998~2008)도 함께 소개해 준다.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변산공동체 학교를 취재하여 기록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충격을 받으셨다는 김미선 샘을 필두로 연상, 정민, 정운, 푸짐, 꽃님, 정하, 호연 학생의 솔직담백한 이야기와 푸짐, 꽃님, 아루, 보리 아이 넷을 모두 변산공동체학교에 보낸 학부모 박형진님의 교육관을 들어볼 수 있고, 한소영 샘과 김희정 샘의 변산공동체학교 이야기, 윤구병 샘(또?)과의 대화글이 이어진다. 수다로 푸는 변산공동체학교는 참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뭔가에 구속받지 않고 제 날개를 마음껏 휘저어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이 아이들이 조금은 풍족하게 보인다. 차후 그들의 진로 걱정은 접어두는 게 좋겠다. 제도권 교육을 받고 방황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할 것은 분명하니까.


변산공동체학교는 앞서도 말했듯이 '삶터와 일터, 배움터가 하나인' 공동체이면서 배우며 나눔을 추구하는 공간이다.  좀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손(농사)과 머리(공부)를 놀려 삶터를 꾸리는 공간이라고 해야겠다. 혹 잘 모르는 분들이 이런 오해를 할지도 모르겠다. 대안학교가 모두 변산공동체학교와 같은 줄... 변산공동체학교는 대안 학교인 것 맞지만 대안 학교가 모두 변산공동체학교와 같지는 않다. 그래서 책 앞표지에 "대안 학교 나왔다고 하면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이 많아요." 이 말은 틀린 말이다. 몇 년 전, 우연히 유럽식 대안 교육을 모델로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제도 교육에 대한 대안을 꿈꾸고 계신 분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다. 배우면서 좋은 점이 더 많았지만 무척 혼란스웠고 배신감마저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건 아마도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대안 교육은 문제 학교라는 인식이 많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어서인 것 같다. 비교적 이론 바탕이 탄탄한 유럽식 대안 교육을 모델로 꾸려나가는 공동체도 내부적 혼란을 감추지 못하고 외부 교사를 채용하기를 몹시 두려워하는 마당에 우리나라식(?)으로 올곧게 땅 일구고 집도 짓고 천연염색이며 풍물 따위를 가르치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앞으로 이 변산공동체학교가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우아한 백조의 수면 아래 숨가쁜 발짓을 떠올리며 백조와 같이 아름답게 자랄 아이들을 꿈꾸며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대안을 모색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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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대의 과학수사 X파일
이종호 지음 / 글로연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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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대의 과학수사 X파일>은 책 제목만 보고도 뭔가 호기심이 잔뜩 생기는 책이다. 추리물을 잘 보지 않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지만 외화물인 'CSI 과학 수사대'나 우리나라에서 2007년 말에 방영을 마친 '별순검' 등은 최근 각종 과학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미궁에 빠진 사건을 기발하게 해결해 내는 것으로 많은 시청자의 눈길·손길을 사로잡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과학이 덜 발달했을 당시에는 차라리 초능력이나 괴력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과학의 힘으로 세상사의 모든 비밀을 풀어내는데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이 책도 그런 관심을 반영하였다. 유교 국가였던 지라 많은 면에서 다소 폐쇄적이어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조선의 여러 과학적 수사 면모와 사건해결 일지 등을 소개하는 것이다.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흔히 과학수사의 원조라고 손꼽는 아서 코난 도일(1859-1930)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유럽보다 조선에서 과학수사가 대단히 빠른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자랑한다.

2장은 조선의 수사 기관과 수사관에 대해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여형사(다모)와 여의사 양성 제도에 대한 것은 흥미로우면서도 당시로써는 상당히 획기적인 제도였음을 알 수 있다.

3장은 수사에 관해 조선왕조의 왕은 어떠했는지와 그 시대의 사회성격, 사법 및 수사기관을 소개한다.

4장은 조선의 과학수사 교과서를 소개하며 이의 변천과정도 함께 다룬다. 수사집은 수사에 대한 기본 상식을 담고 있는 것으로 조선이 과학수사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서 무척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장은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부분으로 조선시대에 일어났던 각종 사건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지금보다 끔찍한 사건이 자주 많이 일어났던 것 같고-이 점이 과학 수사물의 매력?, 이 책의 주제와는 다르지만 조선이란 나라가 지녔던 독특한 덕목도 엿볼 수 있었다.

6장은 조선 시대의 법전을 소개한다.

7장은 조선 시대의 형벌 제도를 소개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곤장은 고려 시대부터 보편적으로 시행된 태형임을 알 수 있었다. 죄수를 형틀에 묶고 둔부를 노출시키고 수를 세 가며 때리는 장면을 사진으로 제공해 주니 직접 그런 일을 당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기 그지없지만 조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밖에도 재미있고 생생한 사진을 많이 보여준다.  



 

 

 

 

 


 
사실 이 책의 겉모습만 보고 보일 법한 호기심 내지는 기대와는 다르게 직접 읽어본 내용은 옛 보고서나 법전, 왕의 교서 등을 인용한 부분이 많아서 용어와 내용 이해가 다소 어려웠으며 각종 수사집, 법전, 형벌 종류 등을 일일이 나열한 점이 딱딱한 이론서를 접하는 듯한 지루함마저 들었다. 어쩌면 이 재미있는 내용을 약간 소설식으로 풀어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도 든다.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우리나라에 많이 배운 사람은 차고 넘치지만 과학 분야의 것들을 인문학적으로 쉽고 재미있게 원문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여 풀어내는 작업은 그리 녹록지 않음을 짐작만 해본다. 독후감을 마치며 이 책의 단점만 지적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공학 박사로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문화유산을 과학으로 푸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저자 이종호님께 글로나마 제 작은 힘을 보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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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 - 소설에서 찾은 연애, 질투, 간통의 생물학
데이비드 바래시.나넬 바래시 지음, 박종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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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설, 넓게는 문학 작품을 읽고 감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지금과 다른 환경, 복장, 성격, 취미를 가진 인간들이 수백 년 전에 지지고 볶는 이야기에도 "전혀 터무니없는 이야기야!"라며 퉁겨버리지 않고 심지어 애착을 가지기까지 하는 이유는? 그 이유를 이 책에서는 문학 작품의 특징에서 찾고 있다.


"문학이란 생명에 대한 기록이다." -28쪽

여기서는 문학이 따로 먼저 있고 그의 영향을 받은 인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존재인 인간의 본성이 문학 작품 속에 반영되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에서는 각종 문학 작품 속에 나타난 인간 본성을 파헤쳐보고 구체적으로 진화심리학을 통한 인과 관계 및 해석을 다룬다. 진화심리학은 아직 서양에서조차 심리학의 역사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님을 감안하면 우리에게 약간 생소할 수 있는 분야이다. 이 책 '1장-소설에 나타난 인간 본성_생물학과 문학의 만남'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가 이해한 것을 적어보자면 인간이 진화 즉, 점점 발달해 가는 동안 어떠한 체계적인 마음의 작용과 의식 상태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알아보는 과학적인 학문 작업의 하나이다. 이렇게 어떤 틀을 정해 놓고 문학 작품에 다가서려고 하니 다소 거부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또한, 인간 본성을 파헤쳐본다? 누군가 나에게 "네 본래 모습을 보여주란 말이야!"라고 소리치기라도 하면 화들짝 놀라는 것처럼 썩 달갑게 느껴지지 않기도 하다. 그럼에도,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에서 방탕! 방탕! 그 이상의 보바리 부인이나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서 질투에 눈이 멀어 자기 아내를 죽인 오셀로를 만나면 끔찍하지만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맞장구를 친다. 재미도 있다.

부부 간의 정절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무수히 많다. 가령 존 밀턴은『실낙원』에서 '부부애'를 이렇게 예찬한 바 있다.


......신비한 법칙이여,

인류 자손의 참된 근원이여, ......

그대로 인하여 음욕은 인간에게서 쫓겨나

짐승들 사이에서 방황하게 되었고, ......

만약 여러분이 이러한 밀턴의 의견에 동의한다면 여러분은 아마 대동강 물을 판다고 해도 곧이들을 사람일 것이다. -172쪽 


하하! 이 책을 읽다가 혼자 고상한 척하면 뒤통수 맞을 수 있다. 조심하시라. 살짝 거부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인간도 다른 짐승들과 마찬가지라 한다. 그러니 오늘 당장 주변을 서성거리는 하이에나의 눈빛이 조용히 불타오르고 있지는 않은지 찬찬히 둘러볼 일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문학 작품과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주로 인간의 본성인 추악하고 뻔뻔하고 이기적이며 냉정한 면들을 다루었는데 '9장 삼총사와 생쥐와 인간-호혜주의와 우정'에서 인간 본성이 그러하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헌신적으로 도와주며 이 잔인하고도 거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1장에서 밝히듯이 부제를 <생명(life)이 문학에 대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말해도 좋을 이 책은 문학을 이해하는 진화심리학적 관점이 신선한 책이다. 얼핏 인간의 본성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장편의 글로 확인하면서 새삼 나와 똑같은 다른 사람의 본성도 존중해 주어야겠다는 겸허한 자각도 하게 된 책이다. 알고 보면 뻔하지만 내 것만 챙기며 살기 바쁜 세상이다. 이렇게 인간 본성에 직면하여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일이 인류의 전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흠.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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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의 길 1 - 중국.인도편, 세계 7대 신흥강국의 위기 극복과 부흥 전략
장샤오진 외 지음, 양성희.황선영 옮김, 오화석.유광종 감수 / 크레듀(credu)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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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계 7대 신흥강국 즉, BRICs 4개국(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과 선진 7개국(G7 :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중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핵심 3개국(프랑스, 독일, 일본)의 위기 극복과 부흥 전략을 다룬 그 첫 번째 책으로 중국·인도 편이다. 이 중 중국 편은 중국 중앙방송국(CCTV)이 지난 3년에 걸쳐 제작한 역사 다큐멘터리 『대국굴기(大國崛起)』의 완결편이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이 다큐를 작년 초 EBS에서 방영하였다고 해서 책의 내용과 비교해서 한 번 보려고 했지만 '※ 해당 프로그램은 인터넷 VOD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라는 차가운 메시지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대국굴기 DVD세트는 단 돈 몇 만원도 아니고 무려 몇 십만원이었다. 중국 중앙방송국의 힘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우선 '대국굴기'라는 말부터 알아봐야겠다. 이 책에서도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대국과 굴기에 대해서 십 여장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다. '대국'은 단순하게 큰 나라를 말하고, '굴기'는 일어선다는 말이라고 한다면 합쳐서 대국굴기는 큰 나라가 일어선다는 말이며 여기서 큰 나라는 당연하다는 듯이 중국을 일컫는다. 이런 전제 하에 중국이 예전에 어째서 유럽한테 대국의 자리를 빼앗겼으며, 원래는 어떤 나라이고 어떤 나라가 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물론 대국의 정의, 역사, 내·외부조건 등은 보다 복잡하다. 중국 편에 이어 인도의 부흥 가능성도 고대 인도의 역사에서부터 모색해 보고 있다.


핑계 같지만 학창 시절, 세계사 공부가 부족해서 이 책에서 다루는 방대한 영역의 역사 접근 방법을 제대로 다 소화한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나와 같은 사람이 이해하기 상당히 어려운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이 책의 저자가 중국인이고 다소 거북스러울 수도 있는 '대국굴기·부흥(쇠하였던 것이 다시 일어남)' 전략을 다루었기 때문에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독서하는 자세는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중국의 비전까지 우리가 적극 동조할지 말지는 이 책을 읽는 독자 각자의 몫이다..


한 가지, 좀 아니꼽기는 하지만 어차피 어떤 나라든 대국이 되어야 한다면 대국 조건 중에는 자뻑도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우리나라야 언제 한 번 어깨 쭉 펴고 떵떵거리며 산 적이 없으니 부흥이 아닌 다시는 주권을 빼앗기지 않고 살기 위한 처절한 전략을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대국굴기 DVD세트가 비싸다고 투덜거렸는데 중국 중앙방송국이 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제작했다던 다큐를 우리도 한 번 제작해 보고 그 속에서 과연 우리다운 것이 무엇일지 꼼꼼하게 고심해 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으면 한다.


"돈은 지금 중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돈 때문에 야기되는 문제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상황에 가장 적합한 의식 형태는 무엇일까? 과연 중국다운 것일까?"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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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책 - 착하다_우리가 살아 있기 때문에 마땅히 지불해야 할 대가로서의 삶의 태도
원재훈 지음 / 바다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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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늦은 나이에 더러운 사회물을 상당히 마신 것 같다. '마신 것 같다'며 뒤끝을 흐린 이유는 각종 매체에서 널리 알리지 못해 안달하는 끔찍하고 무서운 사건들까지 내가 겪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내게 접근해 온 사회물을 흐리기로 작정한 듯한 교활한 여우와 늙고 눈먼 늑대는 내가 착함을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눈을 반짝이며 먹이획득의 승부욕을 만끽했다. 특히 교활한 여우는 세상에 그런 능청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기같이 포동포동한 볼을 가만히 실룩거리며 나를 포함한 여럿을 상냥한 말로 구슬렸다. 그러고 보면 흔히 사람들은 착할 것 같은 사람을 대하면 아직 뭘 모른다는 눈빛으로 측은해 하며 더 살아보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한다. 아마 모르긴 해도 그들이 주문하는 것은 더러운 일을 더 겪어보고 단단해지라는 말인 것도 같다. 그렇다면, 착하다는 것은 물렁하다는 의미도 될까?


착하다
  ·① (마음씨나 행동이) 바르고 어질다. 선(善)하다.   ② 마음씨가 몹시 곱다.  - 사전에서
  ·우리가 살아 있기 때문에 마땅히 지불해야 할 대가로서의 삶의 태도  - 이 책 앞표지에서

여는 글에서 저자는 일반적으로 '나쁘다'고 일컫게 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49퍼센트쯤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대신 착한 사람들이 51퍼센트쯤 차지하고 있어 그런대로 이 세상이 유지되고 돌아가는 것이라며. 저자 역시 친구를 통해서든 직접 경험을 통해서든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마음이 자주 흔들린다고 했다. 그럼에도, 어릴 적 어머니가 자주 말씀하셨던 "세상에 착한 끝은 있다"라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단다. 나 역시 교활한 여우와 늙고 눈먼 늑대를 만나 많이 속상했지만 내심으로라도 착한 끝을 믿지 않았다면 이런 책은 손도 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착한 책이다. 1988년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한 작가 원재훈님이 이런저런 착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준다. 왠지 평화로운 마을에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양지바른 곳에서 읽어줘야 할 것만 같다.  

"여권 발급이 제법 까다로운 미국도 1918년까지는 여권 없이 외국인의 출입을 허가했다고 한다. 여권이 필요 없는 나라들이 점점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건 세상이 그만큼 평화로워졌다는 믿음일 테니까." -87쪽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하기보다는, 창문을 열어놓은 채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들을 조용히 기다리는 쪽을 택하고 싶다." -43쪽


굳이 빨리 읽을 필요도 없고 자기계발서를 대할 때처럼 놀라운 비법을 기대하지 않아도 좋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착하다는 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만가만 행복한 순간을 음미할 줄 아는 것. 작고 소소한 것에도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마음속에 착한 씨앗이 심어져 있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밝고 믿을 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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