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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 - 소설에서 찾은 연애, 질투, 간통의 생물학
데이비드 바래시.나넬 바래시 지음, 박종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소설, 넓게는 문학 작품을 읽고 감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지금과 다른 환경, 복장, 성격, 취미를 가진 인간들이 수백 년 전에 지지고 볶는 이야기에도 "전혀 터무니없는 이야기야!"라며 퉁겨버리지 않고 심지어 애착을 가지기까지 하는 이유는? 그 이유를 이 책에서는 문학 작품의 특징에서 찾고 있다.
"문학이란 생명에 대한 기록이다." -28쪽
여기서는 문학이 따로 먼저 있고 그의 영향을 받은 인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존재인 인간의 본성이 문학 작품 속에 반영되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에서는 각종 문학 작품 속에 나타난 인간 본성을 파헤쳐보고 구체적으로 진화심리학을 통한 인과 관계 및 해석을 다룬다. 진화심리학은 아직 서양에서조차 심리학의 역사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님을 감안하면 우리에게 약간 생소할 수 있는 분야이다. 이 책 '1장-소설에 나타난 인간 본성_생물학과 문학의 만남'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가 이해한 것을 적어보자면 인간이 진화 즉, 점점 발달해 가는 동안 어떠한 체계적인 마음의 작용과 의식 상태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알아보는
과학적인 학문 작업의 하나이다. 이렇게 어떤 틀을 정해 놓고 문학 작품에 다가서려고 하니 다소 거부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또한, 인간 본성을 파헤쳐본다? 누군가 나에게 "네 본래 모습을 보여주란 말이야!"라고 소리치기라도 하면 화들짝 놀라는 것처럼 썩 달갑게 느껴지지 않기도 하다. 그럼에도,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에서 방탕! 방탕! 그 이상의 보바리 부인이나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서 질투에 눈이 멀어 자기 아내를 죽인 오셀로를 만나면 끔찍하지만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맞장구를 친다. 재미도 있다.
부부 간의 정절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무수히 많다. 가령 존 밀턴은『실낙원』에서 '부부애'를 이렇게 예찬한 바 있다.
......신비한 법칙이여,
인류 자손의 참된 근원이여, ......
그대로 인하여 음욕은 인간에게서 쫓겨나
짐승들 사이에서 방황하게 되었고, ......
만약 여러분이 이러한 밀턴의 의견에 동의한다면 여러분은 아마 대동강 물을 판다고 해도 곧이들을 사람일 것이다. -172쪽
하하! 이 책을 읽다가 혼자 고상한 척하면 뒤통수 맞을 수 있다. 조심하시라. 살짝 거부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인간도 다른 짐승들과 마찬가지라 한다. 그러니 오늘 당장 주변을 서성거리는 하이에나의 눈빛이 조용히 불타오르고 있지는 않은지 찬찬히 둘러볼 일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문학 작품과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주로 인간의 본성인 추악하고 뻔뻔하고 이기적이며 냉정한 면들을 다루었는데 '9장 삼총사와 생쥐와 인간-호혜주의와 우정'에서 인간 본성이 그러하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헌신적으로 도와주며 이 잔인하고도 거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1장에서 밝히듯이 부제를 <생명(life)이 문학에 대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말해도 좋을 이 책은 문학을 이해하는 진화심리학적 관점이 신선한 책이다. 얼핏 인간의 본성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장편의 글로 확인하면서 새삼 나와 똑같은 다른 사람의 본성도 존중해 주어야겠다는 겸허한 자각도 하게 된 책이다. 알고 보면 뻔하지만 내 것만 챙기며 살기 바쁜 세상이다. 이렇게 인간 본성에 직면하여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일이 인류의 전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흠. 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