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 한비자 - 천하는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류예 지음, 차혜정 옮김 / 미래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한비자 [韓非子]
① 중국 전국 시대[戰國時代 :‘전국 칠웅(제, 초, 진, 연, 위, 한, 조)’이라는 일곱 개의 제후국이 패권을 다투었던 동란기] 말기 한나라[韓 : 전국 칠웅 가운데 하나로 가장 약소하였다고 함]의 한 귀족세가에서 태어나 법치주의[法治主義 : 사람이나 폭력이 아닌 법이 지배하는 국가원리, 헌법원리]를 주창한 한비(韓非:BC 280?∼BC 233)와 그 일파의 논저(論著).
② ‘한비(韓非)’를 높여 이르는 말.
◁ 중국역사박물관 한비자 초상.

<헬로우, 한비자(천하는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한비자에게 배우는 처세의 기술


○ 책의 구성

· 머리말

· 한비자의 일생

·『한비자』 원저에서 뽑은 한 구절 총 40장마다

           깔끔한 정리와 해설 - '역사에서 배우기' - 정리 - 『한비자』에서 한 문장 


↑각 장의 구성 중 '원전에서 뽑은 한 구절' 그리고 '정리-『한비자』에서 한 문장'

 

부질없는 질문이 되겠는데 "인간의 본성은 이타적일까? 이기적일까?"

중국 전국 시대 말기, 노예 제도가 붕괴되고 봉건세력이 막 고개를 들 무렵 한비자가 지켜본 사람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재료가 되는 총 55편 20책 약 10만 구절로 구성된『한비자』의 주된 저자 한비의 기본 명제는 "인간 본성은 이기적이다"라는 것이고 이런 인간을 다루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 규칙 따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워낙 먼 옛날의 일이고 이미 법치국가의 틀이 어느 정도 잡힌 나라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는 감히 실상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바이지만 전국 시대 말기에 사람들이 자신의 욕심이나 이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얼마나 추잡하게 남을 모함하고 뭉개고 죽였을까? 짐작해 볼 수는 있다. 그렇다고 이런 짐작을 누구나 당연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치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끔찍한 전쟁이 진행 중일 텐데 실제 전쟁(사회생활)을 모르고 사는 우리나라 사람 다수는 낙관적이고 이런 영향으로 "우리 주변에는 선한 사람이 참 많아. 인간은 타고나길 선하게 태어났어. 하지만 커 가면서 점점 나쁜 물이 들어서..."라고 말할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우리 부모님들은 '착하게 살아라, 성실하게 살아라, 남 해코지하지 말아라'라는 말들을 입이 닿도록 가르쳐 주셨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우리가 믿고 싶어도 안 되는 게 있다. 문득 생각나는 말이 하나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 나쁜 것이 좋은 것을 오히려 몰아낸다는 뜻이던가. 그런 식이다. 잘못하면 제대로 된 사람이 모함당하고 뭉개지고 깨지다가 같이 망가지는 수가 있더라는 것이다.

(실제 고전의 지혜를 제대로 터득하지 못하면 같이 망가지는 수가 허다하다. 나 역시.)
 

현시대를 전쟁이 난무하던 시대와 같이 놓고 볼 수는 없지만 점점 각박해지고 조금만 더 이대로 가다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것! 내 이익만을 악착같이 챙기며 싸우게 될 '제2의 전국 시대 말기'가 될 판이다. 그럴 때 우리는 모두가 한목소리로 "인간 본성은 이기적이야"라고 외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단지 한비자가 설정한 명제를 염두에 두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을 오히려 제대로 된 사람이 제대로 된 방어와 수비를 펼쳐서 악한 사람을 덜 악한 사람으로 진정·순화시킬 목적으로 읽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특별히 조직의 리더에게 귀띔해 주는 다양한 노하우는 참으로 적절하고 유용할 듯싶다. 이기적인 인간들의 집합을 잘 리드하기 위해서 어떤 상벌제도나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지, 어떠한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지,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지와 인재 관리에 대한 비법 등을 간략하지만 뼈가 있는 말로 전달해 준다. 

 
좋다고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려 가다가는 자주 정정당당하지 않은 경쟁과 부딪치게 될 터인데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바쁘신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서양의 마키아벨리와 함께 동양의 한비자를 꼭 한 번 만나서 적절한 시장경제의 룰을 만들어 가야 할 것 같다. 
 무겁고 부담되는 원전 『한비자』를 만나기 전에 가볍게 이 책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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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 소중한 것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하연수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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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랜만에 만났다. 하루키!

그렇다고 젊은 날 하루키의 작품들에 그렇게 열광했던 나는 아니다. 별다른 주관 없이(세상이 어떤 곳인지 몰라 관망하면서 내 소중한 주관을 싹도 틔워보지 못하고 가슴 깊이 감추어 두었던 듯)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 부모님 기대에 부응하여 너무 튀면 안 되니까 적당히... 책 재미를 느낀 것도 비교적 늦은 나이여서 하루키를 만났을 때는 한참 하루키 책광고가 판치던 시대가 아니었나 추측해 본다. 왜냐하면, 말했다시피 나는 책을 발굴해서 읽을 정도의 독자가 아니었으니까. 생각해 보면 하루키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참 음산하고 우울했다. 그러니까 당시 우리나라의 팔팔한 젊은이들은 유행 소설에 푹 빠져서 각자의 굴을 파고 자기 고독을 야금야금 맛보았다고 하면? 한참 즐겨놓고 이제 와서 '병 주고 약도 안 주는 꼴'이 돼 버리는 걸까.


잔말이 많다. 이제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승리보다 소중한 것>, 책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폴짝 뛴다. 뭐 하고 지냈느냐는 내 물음에 친구는 약 3주 정도 시드니에 올림픽을 관람하러 갔었다고 한다. 올림픽은 정말 지루했단다. 매일 아침 조깅을 하고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 기자 관람석에 앉아서 노트북을 앞에 두고 철인 3종 경기, 포환던지기, 야구, 하키, 축구 등을 보다가 지겨워지면 나와서 맥주나 핫도그를 먹고 잘 때쯤 맥주 바에 들러...
 

이쯤 해서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듣기도 전에 스리슬쩍 자리를 뜰 것이다. 총 337쪽에 달하는 이 책의 겉핥기 내용이 바로 위와 같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책을 앞쪽 조금 읽다가 자리를 뜨고 싶었다. 특히 스포츠를 썩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더더욱.-이 시대에 솔직한 젊은이들이 많다지만 실상은 솔직하되, 감출 건 확실히 감추고 포장을 해야 하는데 나는 그게 안 된다. 참말 문제다, 문제.. 그렇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독후감을 근사하게 쓰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 책 집필태도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 한참 즐겨놓고 이제 와서 '병 주고 약도 안 주는 꼴'이 될까 살짝 조심스럽다.


하루키 씨는 편안하다. 마치 우리나라의 유명 원로배우가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어떤 이야기를 했는데 서민들은 깜짝 놀라고 '나랑 정말 다른 세계 사람이구나'라며 반감 내지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버리는 상황과 흡사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예전 그의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복잡하고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뭔가 시대의 허무를 흡수한 듯한 이야기는 여기서 하지 않는다. 조금 가볍고 경쾌한 편이다. 일본 소설의 특징인  짧고 토막진 문장 안에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개성-나쁘게 말하면 편견, 그저 그렇게 얘기하면 그만의 관점이 묻어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작가의 연세가 51세니까 그 나이 분들만이 느낄 수 있는 자유를 몸소 알려주시는 것 같기도 하다. 거침이 없으시다. 영국, 호주, 북한, 심지어 자신의 나라 일본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이야기하신다. 덕분에 일본인들이 호주에 가는 이유가 코알라를 안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인데 그것을 금지하자 관광객이 줄었다는 이야기와 작가가 풀어내는 거침없는 호주의 역사 부분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코알라는 신경이 예민한 동물이어서 쉽게 트라우마를 겪는다. 많은 사람이 몰려와서 껴안고 쓰다듬고 떠들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사회 복귀'가 힘들어진다. (...) 이 법률이 통과되기 전에는 코알라 한 마리가 한 시간에 200명이나 되는 사람에게 안겼다고 한다. 이건 정말 심한 듯. 나라도 미쳐 버렸을 것 같다." (143쪽)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게 하기 어려운 올림픽을 직접 관람하면서 느낀 하루키의 기록은 영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일 일정 시간 이상씩(때론 온종일) 텔레비전이라는 신과 마주 보고 산다. 네모난 사무실, 네모난 방, 네모난 텔레비전... 지구는 둥글고 우주까지는 방사형으로 쭉 쭉 뻗어가는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작고 네모지다. 올림픽이란 무엇인가, 교과서적인 얘기는 넘어가서  그러면 우리는 왜 무엇을 위해 경기를 치르는가(경쟁하는가)? 텔레비전은 답해주지 못한다.  


"시드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본문에 자세히 썼으니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한 가지 말해 둘 게 있다. 도쿄로 돌아와 올림픽 녹화 중계를 보니 전혀 다르게 보였다는 것이다. 똑같은 게임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게임처럼 보인 것이다. 나는 TV 보는 일을 즉시 중단했다. 계속 보고 있다가는 너무 혼란스러워질 것 같아서." (저자 후기 중에서)


진짜 생방송! 텔레비전 화면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인간적인 감동을 주는 진정한 스포츠의 순간을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고속 타수로 만나보자. 비록 요즘 아마추어 젊은이들의 글처럼 유쾌 발랄한 재미난 여행기도 아니고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해설서도 아니며 복잡한 의미를 나름대로 담아보고자 노력한 소설도 아니지만 <승리보다 소중한 것>에는 '넘치는 이야기'가 있다. 철두철미하게 계획하고 승리에 대한 불타는 욕심으로 초긴장한 선수가 대개 실전에서 실패한다는 것을 알고 예전보다 조금은 가벼워진 듯 보이는 하루키의 이번 작품은 현실의 짐을 잔뜩 짊어진 독자와 한결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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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일하는 습관 - 복잡한 업무방식을 바꾸는 10일 혁명
테오 테오볼드.캐리 쿠퍼 지음, 김부영 옮김 / 원앤원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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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대로 일하는 습관>은 우리가 주변 정리정돈을 잘 함으로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업무지침서이다. 뜻밖에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자기 성찰의 장(場)이기도 하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땐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책 겉모습과 두께(총 240쪽), 목차 구성도 


   Part 1 제대로 일하기 위한 10일간의 디톡스 프로그램

   Part 2 제대로 일하기 위해 꼭 실천해야 할 원칙 9가지


로 책 제목을 보고 누구나 예상할 만한 업무 효율성, 깔끔하게 정돈된 환경, 마음 정리 등 거기다 완전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되는 정시 퇴근 가능성까지 제시하면서 그러면 퇴근 후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일과 생활 사이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이때 마음속에서는 참견쟁이가 '그걸 누가 모르냐'라고 종알거리기 시작한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이런 느낌이 10일간의 실천은 실제 하지도 않으면서 읽기만 하는 Part1의 끝을 볼 때까지 이어졌다.

우선 디톡스(detox)라는 유행어를 알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디톡스는 원래 '몸 안의 독소를 없애는 일'이라는 뜻인데 이 책에서는 각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일련의 학습 과정을 나타낸다고 한다. 단어 뜻이야 어찌 됐든 삶을 톡!톡! 먼지떨이로 정리하듯 털어버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묻어난다.

앞서 참견쟁이의 출현이 좀체 사라지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Part1에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우리를 둘러싼-정확하게는 그냥 나 자체라고 해야 할 복잡한 유기체의 단순화를 위해 정리해야 할 대상이 참 많구나'하는 점이다. 일상의 관습, 책상, 주변 시선, 모든 파일, 업무 리스트, 커뮤니케이션, 장기 업무, 인간관계를 디톡스하는 프로그램이 '오늘의 변화-행동-반성-일지-내일의 준비'의 절차에 따라 이어진다.

무엇보다 순차적으로 책을 읽던 나에게 깜짝 반전을 선사한 부분은 바로 Part2였다. 참견쟁이를 다스릴 수 있는 특효약이자 비유하자면 어릴 적 배가 아프다고 할 때 배를 슬슬 쓸어주시던 할머니의 손길과 같은 부분이다. 몇 가지 정신이 번쩍 들게 했던 부분은,


"무언인가를 끊으려고 시도해본 적이 있다면, 천천히 줄이면서 끊는 방법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이것은 수천 번 찔러 죽이는 것에 상응하는 오랜 고통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147쪽)

누군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김영하 씨의 소설제목이며 전수일 감독의 영화로도 알려져 있다)'고 했던가. 정말 우리는 자신을 파괴하는 타고난 성격을 물려받았는지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소름이 끼친다.

"누군가는 우리가 고의적으로 인생을 실패로 몰아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성공이 자신의 권리가 아니라고 교육받았기 때문에 스스로 성공을 누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은 인생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178쪽)

마치 일이 다소 엉망이어야 업무 시간이 그럭저럭 연장되고 고용주의 눈을 속일 수 있다는 속셈은 오히려 점점 더 나를 산란하게 만들어서 혼돈의 도가니 속으로...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는 끔찍한 결말과 연관지어진다. 이런 죽어가는 나를 소생시키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나를 탐구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늘려가며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디톡스의 장애요인을 열거하라고 하면 다소 부정적인 우리는 얼마든지 기꺼이 이야기하려고 할 것이다. 잡무, 항상 조직에 불만을 품고 사는 '썩은 사과', 동료들의 질투, 야근 습관,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 조직문화 등. 그럼에도,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와 균형 잡힌 삶을 유도하는 이 책! 마음에 꼭 든다.


"디톡스는 상호이해가 없으면 절대 효과를 볼 수 없다. 디톡스 프로그램의 핵심은 단순히 연단 위에 올라가 정시에 퇴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 고용주 등 모두에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맹세함으로써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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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위대한 여정 - 질주해온 CEO 이재희의 혁신 스토리
이재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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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모르는 폭포와 같은 사람, 이재희 사장의 경영 이야기

다국적 기업의 전문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세계 서비스 평가 1위에 올려놓기까지

우리는 극적인 변화의 시대이자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일부 정년이 보장된 직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안전함, 편안함, 안주, 고정, 정체라는 상황은 성공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절대 위대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위대해지기는커녕 고인 물(썩은 물)이 되기 십상이다. 이 책의 제목에 영향을 미친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첫 장을 조금 언급해 보면 위대한 여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이 책을 읽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1장 좋은 것(good)은 위대한 것(great)의 적 

   위대한 삶을 사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대개의 경우 좋은 삶을 사는 것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회사들은 위대해지지 않는다. 바로 대부분의 회사들이 제법 좋기 때문이다-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주된 문제점이다. - 짐 콜린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 17쪽

그렇다. 위대한 것은 '그저 좋기만 한' 것이 아니다. 조금 똘똘한 사람이라면 벌써 좋은 것을 넘어 위대한 여정을 걷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핵심 포인트를 낚아챘을 것이다. 바로 '도약'이다. 이 책 첫 장이 '도전'이다. 도전 없이 도약할 수 없음은 뻔한 이치다. 발을 구르지 않고 높이 또는 멀리 뛸 수 없음도 명약관화하다. 나머지 장 - '꿈', '사람'도 저자 이재희 사장이 60여 년 인생에서 배운 소중한 키워드이겠지만 도전 정신은 이 책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가난도 병도 아니다. 그것은 생에 대한 권태다. 현실에 만족하지도 않으면서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며 하루하루를 때우는 이들. 그들은 아마 몇 차례의 실패와 좌절을 거치며 '학습된 무기력'에 빠졌으리라. (...)

"도전이라는 단어를 잊어버린 인간은 역사의 수레바퀴로부터 철저히 내팽개쳐진다." (27쪽)

물론 저자도 두려움과 불안을 모르고 실패를 겪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런 몹쓸 것들을 어떻게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는지는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 보자. 몇 가지 재미있는 일화는 역시 남다른 길을 걸어가신 분들은 괴짜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초등학교 때 아이큐가 99점이었던 저자는 한동안 아이큐가 100점 만점인 줄 알고 있다가 149점짜리 반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공부에 정진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긴 나는 지금도 아이큐가 몇 점이 만점인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당시 아이큐가 높네, 낮네 했던 게 조금 우습게 느껴진다. 또 하나는 그간 여러 사람을 만나고 채용하고 해고하면서 터득한 사람 보는 안목을 활용하여 1년에 한 번 정도 사장실을 점방으로 개방한 사례이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사람 볼 줄 아는 안목을 지니고 계신 것 같다(이재희 사장님 죄송합니다. 남자분들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60, 70 그 이상이 되어도 지긋하다는 말씀을 듣기 좋아라 하지 않으시대요. 맞는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비록 개개인의 점을 봐줄 수는 없지만 사기가 떨어진 젊은이들의 싸늘한 난로에 열정의 불씨 한 줌 건네줄 것이며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나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가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빨리 조정해라. 무언가 마음속에 걸리는 부분이 있을 때 계속 잘못된 길을 가지 말고 빨리 정리해라"라는 조언을 해준다. (69쪽)
 

내가 죽을 때쯤 손자가 "할아버지,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거예요? 어떻게 사는 게 행동한 거예요" 하고 물으면 나는 "너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는 게 잘 사는 거다"라고 주저 없이 말해줄 생각이다. 도둑질하거나 남을 해치는 것만 아니라면 그게 다른 사람에게 소중해 보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에 전력투구하라고 말이다. 내 눈에 예뻐 보이는 조약돌을 주우며 사는 게 인생 아닌가. (113쪽)    
그밖에도 최근까지 이재희 사장의 도전은 우리가 흔히 무사안일[無事安逸, 즐거움과 편안함에 머물러서 더 뜻있는 일을 망각]의 대명사로 알고 있는 공기업에까지 뻗쳤다. 공기업 마인드를 새롭게 대체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고 뒤늦게 시민단체 인사들과 인연을 맺어 다양성의 물결에 합류하신 모습이 우선 보기에 좋다. 그래서 거의 마지막에 공기업의 민영화 시기에 대한 저자의 짧은 의견은 자연스레 눈여겨보게 되었다. 이 시대에 이렇게 진솔하고 역동적인 자서전을 집필해 주신 이재희 사장님의 앞길에 더 큰 도약이 있으시기를, 더 큰 꿈과 미래를 그려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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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훔친 남자
후안 호세 미야스 지음, 고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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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남자를 보라. 텅 빈 공간에 현실 같은 인공세트장을 짓는 남자, 옆집 사내를 질투하고 열망하는 남자, 존재하는 동시에 부재하는 남자, 그림자를 훔친 남자, 그의 이름은 훌리오. 적당히 소심하고 조금 우스꽝스러우며 미치도록 가련한! 우리는 모두 이 남자를 닮았다. 정이현(소설가) -책 뒤표지에

 

표지에 그림자를 훔쳐 달아나는 남자의 본래 모습이 거꾸로 보인다. 그림자를 훔쳤을 때는 괜찮아 보이는데 그림자를 훔치지 않았을 때는 여자가 울고 있고 남자 역시 울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휑한 눈만 또렷하게 보인다. 눈만 보고도 이 남자의 표정을 알 수 있다고 한다면, 이 남자! 무표정의 소유자이다. 왠지 공허한 이 느낌은 <그림자를 훔친 남자> 처음 한두 장을 넘기기 전부터 나타난다.

라우라와 훌리오 부부에게는 아직 아이가 없다. 전화벨이 울리고 아내 라우라가 마누엘의 사고 소식을 듣고 정신을 못 차린다. 마누엘의 사고 소식은 이들 부부에게 엄청난 공허 그 자체.

"문제는 그 인물이 빠져버리면 그들 부부는 이제 불완전한 존재가 된다는 사실이었다." (9쪽)

"방금 사고를 당한 마누엘이 이들 부부네 옆집으로 이사를 온 것은 이 년 전이었다. 비록 세 사람이 동갑이긴 하지만 부부는 자신들이 그의 후견인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해왔다. 세 사람이 처음 알게 된 것은 훌리오가 자기 집 벽이 축축해진 것을 발견하고 옆집 문을 노크한 날이었다." (9-10쪽)


벌써부터 조금 짐작되는 점도 있지만 - 아내가 다른 남자의 죽음에 그토록 충격을 받는다는 건? 남편 훌리오가 그림자를 훔치지 않고 배기겠는가! 물론 누가 먼저 원인을 제공했는지에 대한 해석은 순환논법에 버금가는 것이고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 확실히 초반부터 독자를 강렬하게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리가 자주 접하지 못한 스페인어권 작가의 미묘한 문학 세계라 할 수 있고, 좀 더 우리와 관련지어 생각해 보면 산업시대 이후에 이어진 가족 해체와 그로 인한 소외, 공허, 허무와 같은 소모적인 감정의 만연이다. 워낙 악성 종양처럼 널리 퍼져 있긴 하지만 이것을 느끼는 정도의 차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IMF 초창기 시절, 우리집 막내가 식구들에게 준 스트레스는 참으로 막강했다. 서비스직 특성상 아침엔 조금 늦게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고객 응대에 바쁜 아이였는데 집에만 오면 사람 말을 못 들은 척하고 무관심을 가장한 거드름을 그렇게 피워댔다. 그걸 알면 다행인데 잘 모르는지 한 번은 자기보다 약간 직급이 높은 직원이 자신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호소하더라면서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이런 식이다. 대충 들어보니까 식구들이 겪는 것과 비슷했다. 딱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 "네가 조금 관심 가지고 대응해 주고 그래"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었다.


이러한 '딱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무관심과 거드름, 소외, 공허, 허무를 직접 겪어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에 더 쉽게 빠져들 수 있고 공포 소설이 아님에도 기괴한 느낌까지 들 수 있다. 


영화 세트 제작자인 훌리오와 물리치료사인 라우라 부부의 엄청난 공허와 쓰여진 작품은 없지만 아무튼 작가였던 이웃집 남자. 그리고 나머지...  

   주택 개조 사업을 하는 훌리오의 아버지와 훌리오의 새엄마 루이사,

   루이사의 딸이자 훌리오와는 배다른 동생 아만다, 아만다는 아이와 혼자 살고 있다.

   훌리오와 라우라 부부가 살고 있는 안뜰이 있는 공간, 옆집과 붙어 있는 창문이 없는 욕실...등은 적어도 내가 보기엔 이들 부부의 삶을 부연해 주고 음산함을 더하는 보조 역할과 같았다. 어떻게 보면 억지 설정 같기도 한 부분이 참 많다. 진짜와 가짜, 성격이 전혀 다른 두 남자,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남과 여, 잎담배를 피워대는 어른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 거울 속으로, 이도 저도 아닌 코마 상태[[coma, 뇌사 상태], 인터넷 메일로 주고받는 사랑의 언어 등 어쩐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평론가들이 이러쿵저러쿵 할 만한 이야기는 엄청 많을 것 같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대칭 구조, 이분법, 진짜와 가짜 같은 사람을 가지고 놀며 속이는 듯한 느낌, 일부 서양 사람들이 지니는 거북한 느낌이 들 정도의 개방적인 태도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정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 소설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공허함에 시달리는 현대인들, 한 가지에 진득하니 만족하지 못하고 정반대의 다른 것을 욕망하는 시선, 진짜와 가짜를 의심하게 만드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삶, 어른들의 잘못인 입양 · 이혼 · 외도 때문에 정체성의 미로를 헤매는 아이들, 자유를 추구한다면서 무분별하게 훌러덩 난처한 모습들, 진정한 줏대가 뭔지도 모르고 물렁한(우유부단한) 이 시대의 남과 여... '흔들리는 자신을 무엇으로 진정시킬 것인가' 이 소설은 묻고 있다.


훌리오와 라우라는 함께 산다.

너와 나는 함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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