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10년 후를 결정하는 강점 혁명 에듀세이 1
제니퍼 폭스 지음, 박미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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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부모와 학교도 변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가족과 학교가 그들의 강점에 보이는 무조건적인 믿음입니다." - 들어가는 말 가운데

책장을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25년간 교사이자 학교행정가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저자 제니퍼 폭스Jenifer fox의 열정이 느껴진다. 교육서를 많이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열정이 묻어나는 교육자의 글일수록 옳은 이야기에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고 강한 확신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드는 불안감이 따로 있음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이론에 대한 불신과도 비슷한데 우리는 알면서도 못하고 사실 안다고 하면서도 모르니까 못하는 거겠지만... 아무튼 이래저래 핑계가 많다. 하지만 확실한 건 들어가는 말 가운데 저자의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까지는 그럭저럭 시대 흐름을 좇아서,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사회에 나오면 그럭저럭 먹고살 수는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 미래를 이어갈 세대는 그래 가지고는 로봇 뒷수발도 못하게 생겼다. 찰리 채플린이 감독하고 직접 출연한 영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1936)'를 보면, 미국이 경제공황에 시달릴 때부터 인간이 로봇(기계) 뒷수발을 하게 될 줄 예견하고 있다. 영화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세대는 1980~90년대 동안 실생활에서 잘 써먹지도 못할 어려운 수학이나 물리를 왜 배워야 하는지 물으면 안 되는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어머니들은 자기 아이가 어떤 강점이나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면서 지레짐작으로 자신의 잣대로 아이를 판단했다.


나와 강점 영역이 다르고 무늬가 있는 옷을 좋아하셨던 우리 어머니가 혼낼 때 자주 하셨던 말씀 중에 "엄마가 다 알아!(거짓말하지 말라는 의미)" 하셨던 엄한 목소리는 지금도 나를 겁나게 하는지... 이 책을 보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그 영향으로 지금도 나는 무늬 있는 옷을 싫어하고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을 꺼려한다.


"아이의 행동과 관련된 심각한 상황에서, 아이와 자리에 앉아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는 모든 사실과 동기를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굴지 말라.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설명할 기회를 주라. 단, 아이가 당신에게 거짓말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실 아이들은 흔히 처벌을 받을 것 같으면 두려워서 거짓말을 한다. 절대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윽박지르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 오히려 거짓말을 더 잘한다." (206쪽)

잘못된 근거로 주눅이 들거나 엄마의 좋고 싫음에 묻혀 아이 강점의 싹이 피어나지도 못하게 되는 것을 섬세하게 살피려는 의도 같다. 이 외에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아이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와 교육 노하우를 풍성하게 들려준다. 그래서 교사보다 부모가 보면 좋을 책이다. 적어도 이 책을 보게 될 분들이라면 지금까지 거의 아무도 걷지 않았던 아이의 강점 살려주기 혁명을 실천할 용기를 지닌 분이었으면 좋겠고, 아이 위에 군림하는 어른이 아닌 상호작용하며 같이 배워나가는 희망찬 발걸음을 당장에라도 뗄 용의가 있는 분이었으면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아직은 이 책 제목을 '아이의 10년 후를 결정하는 강점 혁명'이 아니라 '부모(선생)의 10년 후를 결정하는 강점 혁명'으로 무의식중에 받아들이는 부모나 교사가 많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강점은 자신 아닌 것과 비교해서 뛰어난 점이 아님을 알 수 있었고 타고난 것이라고 해서 전혀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도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강점 혁명은 사고의 커다란 전환을 요구하는 작업이며, 어른이고 아이고 간에 평생에 걸쳐 이루어야 할 숙제이다. 


우리 누구나 강점을 발견하여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의 구성은...

   제1부 약점을 강조하기   …우리가 약점이라고 알고 있고 지적하는 것들!-왜 그러면 안 되는지.

   제2부 강점 일깨우기       …세 가지 강점 유형[학습강점, 관계강점, 활동강점] 및 다양한 강점 발견과 계발 전략

   제3부 미래를 창조하고 강점을 펼쳐라 : 워크북 …위 세 가지 강점 유형에 따른 강점 발견과 계발 실천과제 직접 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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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 생각하는 인간에서 놀이하는 인간으로 창조와 상상력의 원천으로서의 놀이 탐구
스티븐 나흐마노비치 지음, 이상원 옮김 / 에코의서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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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지겹고 따분하고 재미없는건 내안의 놀이본능,창조의 샘을 발견하지 못해서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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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 내 안의 강점발견법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지음 / 고즈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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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글쎄 말이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한참 자신감이 충만할 때는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습게도 이때의 자신감이란 별 근거도 없는 자신감이었지만 그래도 든든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할 수 있는 항목의 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혼돈에 휩싸이고 코너에 몰리는 형국인데 그나마 안주할 수 있는 곳만 있다면 그대로 눌러앉아 혼돈을 무마해 버리고 싶은 게 나를 포함한 다수가 저지르는 인생 봉합술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시기를 잘 만나서 안주할 곳도 마땅치 않고 봉합술이 언젠가는 다시 흉하게 벌어지리라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가는 시기에 우연찮게도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라는 내 안의 강점을 발견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손에 넣었다.  
 
특히 나의 경우는 IMF나 급변하는 시대의 영향보다 오랜 세월 함께 했던 이란성 쌍둥이 동생이 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서 맛본 해방감과 불쾌한 감정과 연관이 있다. 이 두 감정은 그동안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나 아닌 것에 얽매여 살았는지에 대한 강한 충격과 깨달음이다. 이렇게 글로는 강한 충격과 깨달음이라고 썼지만 사람이라는 게 몇십 년을 비록 내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지만 그러한 모습으로 살아왔던 삶을 쉽게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조금씩 자기계발서의 도움을 얻어 가까스로 "이대로 살지는 않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천편일률의 콘크리트 집을 버리고 내 손으로 지은 흙집에 대한 동경이자 나로 되돌아가 그 위에 진정한 나를 축조하려는 창조적 퇴행이다. 다시는 다른 사람처럼 살지 않을 것이며 오직 '나처럼 사는 유일한 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출발하려는 이를 돕기 위한 책이다." - 변화경영연구소 소장 구본형, 머리말 '나를 찾아 다 쓰고 가라'  가운데


가출하는 청소년처럼 비장하게 외치기 전에도 객관적이라고 알고 있는 도구들을 이용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신빙성이 없다는 혈액형점이나 별자리, 사주팔자에서부터 MBTI, 에니어그램 근처를 기웃거려보긴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사람을 그룹별로 나누어서 비교적 객관적인 언어로 말해 주기 때문에 나에게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그렇구나... 나 이래...' 정도로 그치고 말았다. 앞서 방법들이 과학적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각기 다른 저자(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들)의 6가지 강점발견법은 대단히 경험적이다. 독특하지만 평범하기도 한 다양한 저자가 그들만의 강점발견 경험을 소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점발견 경험을 연구원들의 토론과 시험을 거쳐서 나름 객관성을 갖추어 놓았다. 
 

   첫 번째 강점 발견법_산맥타기(생애 분석을 통한 강점 발견법) …문요한
   두 번째 강점 발견법_DNA 코드 발견(가족이라는 거울에 비춰 나를 들여다보기) …박승오
   세 번째 강점 발견법_욕망 요리법(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욕망'을 분석한다) …김귀자
   네 번째 강점 발견법_몰입 경험 분석(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일에 내가 있다) …한명석
   다섯 번째 강점 발견법_피드백 분석(탁월한 성과에 숨어 있는 당신의 보물을 찾는다) …오병곤
   여섯 번째 강점 발견법_내면 탐험(객관적인 나와 주관적인 나의 만남!) …홍승완

 
또한, 앞서 방법들이 분류 당하는 데 그치는 것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6가지 강점발견법은 내가 내 손으로 나의 언어로 강점을 그려보도록 이끌어 주므로 말 그대로 내 안의 강점 스스로 '발견(사전-미처 찾아내지 못하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아니한 사물이나 현상, 사실 따위를 찾아냄.)'법이다. 그래서 이 책은 그냥 한 번 읽고 책장에 고이 보관할 만한 책이 아니다. 앞으로 내 안의 강점을 발견해 나갈 일이 산더미같이 쌓였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에서 벗어난 짐승처럼 힘이 생겼다. 그렇다! 편하게 얘기하면 지금은 좀 짐승스럽다. 그동안 어째서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나 아닌 것에 그토록 얽매여 살았는지 화가 나기 때문이다. 힘들겠지만 이제는 내 안의 욕망과 강점에 초점을 맞추어 끌려가는 나가 아닌 '나처럼 사는 유일한 나'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6가지 강점 발견법 모두가 골고루 쓰임에 좋았지만 굳이 나에게 좋았던 방법을 꼽으라면 첫 번째에서 세 번째 강점 발견법이다. 잘 모르겠지만 서장에서 말하기를 저자의 연령대가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다고 했는데 내가 마음에 든 3가지 강점 발견법, 그러니까 이 책 전반부는 연령대가 좀 있으신 분들의 글인 것 같다. 순서를 조금 섞었어도 좋았지 싶다.

 

강 점 ----------------------------------------------------
- 타고난 성격적 뼈대가 되는 기질적 특성을 잘 계발하면 비로소 강점이 된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기질적 특성은 강점의 원석原石이다.)
- 남보다 잘하는 능력이라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자원 중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자원을 말하는 것이다. 
 
 도움이 되는 책
- 보리스 시륄니크, 『불행의 놀라운 치유력』
- 마틴 셀리그만, 『긍정 심리학』
- 캐롤 드웩, 『성공의 심리학』
- 폴 D. 티저,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
- 마커스 버킹엄 외,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
- 하워드 가드너, 『다중지능』
- 리처드 N. 볼스, 『나를 명품으로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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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과학사 일주 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세계 문화 역사 10
박영수 지음, 이리 그림 / 도서출판영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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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문명은 규격을 낳고, 규격은 사람의 생각을 고정시키는 모양입니다." (119쪽)

정말 그런가 보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발명을 실감할 수 있었던 건 <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과학사 일주>에서 마지막 101일째 만난 컴퓨터 정도이고 나머지는 이 책이 아니면 평상시에 당연하게 생각하고 별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들이다. 아마도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최신세대 중에는 인터넷에 자유자재로 접속할 수 있는 지금의 컴퓨터 환경도 그냥 '펑!'하고 생겨난 줄 알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이제까지 이룩한 과학사가 현대인의 필요를 그럭저럭 충족시켜 주고 있다는 말도 되고 규격화된 기계문명이 호기심을 잠재워버렸다는 말도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를 모시고 열심히 아이디어를 짜내고 발명 특허 기술을 실용화하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발명의 세계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살고 있을 우리 다수에게 과학사의 큰 흐름을 보여주고 현대인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발명품과 관련하여 다양한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켜 준다.

구성은 5개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지막 테마를 제외하고 테마마다 이틀에 한 가지 발명품, 그러니까 10가지 발명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제1장 도구 -불/석기/칼/숟가락/가위/망치/바늘/총기/타자기/로봇
   제2장 재료 -금/은/구리/유리/고무/강철/석탄/석유/플라스틱/합성섬유
   제3장 보존 -그릇/저장식품/집/건전지/옷/신발/가방/자물쇠/깡통/박물관
   제4장 교통 -바퀴/마차/자전거/기차/배/자동차/비행기/지하철/잠수함/우주선
   제5장 정보 -나침반/지도/전화/신문/포스터/책/달력/시계/온도계/텔레비전/컴퓨터
 

각 발명품을 만나면서 놀라운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나의 발명품이 다른 발명품을 부르고, 또 다시...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필요의 행렬이 줄줄이 이어지는가 하면 우연이라는 사고가 필요의 아이디어를 슬쩍 건드려 주는가 하면 필요에 의한 발명품이 양날의 칼처럼 사람을 해치는 도구가 되기도 함을 알 수 있었다(예-식생활의 동반자인 칼이 처형도구나 수술용 도구로 사용됨,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굽 높고 뾰족한 신발이 건강상 좋지 않음에도 여성이 자기만족을 위해 널리 신게 된 일). 또한, 자연에서 힌트를 얻은 발명품들은 과학적 호기심뿐만이 아니라 자연에서도 멀어진 우리를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다(예-철새의 움직임에서 파악한 비행 원리, 두더지를 관찰하여 땅속에 길을 내게 된 지하철, 수압과 추진력의 조화를 꾀하고자 고래 모양을 택한 잠수함). 

'기계 인간'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인간의 창조력이 많이 시들해진 요즘인데 이 책을 통해서 인간 욕망을 확인해 보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발명품에 더해 새로운 발명에 눈을 돌려보는 계기를 마련해 보자. 지하철이 처음 운행되었을 때 '호기심과 편리'가 '오염과 불쾌'를 억눌렀다는 실화는 인간 호기심의 역사를 다시 보게 하고 앞으로 쓰여질 과학사에도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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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 생각하는 인간에서 놀이하는 인간으로 창조와 상상력의 원천으로서의 놀이 탐구
스티븐 나흐마노비치 지음, 이상원 옮김 / 에코의서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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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생각하는 인간에서 놀이하는 인간으로
  창조와 상상력의 원천으로서의 놀이 탐구


사람 뒷모습이었기 망정이지 책표지부터 예사롭지 않다. 작년에 본 영화 <향수>의 하이라이트 장면 만큼은 아니지만 따분한 독자의 눈을 잠시 낚아챈다거나 한층 확대시켜 줄 만한 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나 역시 걸려들었다. 얼마간 표지도 못 넘기고 거기(어디? 뭘 묻나..거 참)를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자유로울까. 그들...'
미야베 미유키라는 일본 작가는 지구 어디든 뛰어들고야 마는 못말리는 청춘들에게 '언제나 마음에 반바지를 입고 잠자리채를 들고 뛰어다니는 맑고 어린 영혼의 소유자들'이라고 말했다는데 나는 그럼 마음에 반바지도 못 입고 책장을 넘겨야겠네. 벌거숭이 시절을 생각해 본다.   

'그때는 지금처럼 지식이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지도, 멋진 집과 화려한 옷이 있지도 않았을 테니까 자기 자신을 지식·집·옷 따위로 칭칭 둘러싸고 방어하지 않아도 되었을 거야. 만약 지금 우리에게 능력껏 가장 좋은 '쯩'을 획득하지 않아도 되고 값비싼 주택을 구입하려고 뼈빠지게 일하지 않아도 되고 화려한 치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어떨까?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게 될까?'
 
그렇지 않아도 100만원을 훌쩍 호가하던 핸드폰이 몇 달 지나지 않아 냉장고나 탱크라고 불리며 웃음거리가 됐던 일이나 평생 직업의 발판을 마련해 주리라 철석같이 믿었던 전공'쯩'이 배신을 때린 일은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전처럼 맹목적으로 누군가 다녀갔던 길을 따라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걸 예시한다. 여기에 더해 연예인이 아닌데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길 요구받는다. 그러면? 그동안 능력껏 얻어냈던 것들에 집착하지 말고 잃어버린 줄로만 알고 있는 창조적 놀이 본능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한 번 그래보자고 온몸으로 설득하는 책이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이다.

이 책의 부제에서 눈에 띄는 문구인 '생각하는 인간에서 놀이하는 인간으로'는 1930년대에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 Man the Player]'으로 지칭한 요한 호이징하의 저서 『호모 루덴스』의 한 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놀이를 인정함으로써, 우리는 "정신"을 인정하게 된다. 왜냐하면 어떤 종류의 놀이도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 . . 동물은 논다. 그러므로 틀림없이 동물은 기계적인 물체 이상이다. 인간은 놀며, 논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므로 분명 인간은 이성적 존재 이상이다. 왜냐하면 놀이란 비이성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요한 호이징하, 『호모 루덴스』, 13쪽 

말하자면,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기 이전에 놀이 본능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를 발휘하여 문명 · 문화를 꽃피웠다고 하는 사실을 전한다. 바이올린 연주자인 저자 스티븐 나흐마노비치Stephen Nachmanovitch도 이 책을 통해 독자가 놀이 본능을 기억해 내고, 거기에 흠뻑 취할 수 있도록 '놀이'라는 이름의 창조적 샘물을 펑펑 퍼올려 준다. 그러다 자칫 빠질 수 있는 놀이 장애물은 훌쩍 건너 뛰어서 - 20세기 초, 미국 작곡가 아론 코플랜드가 불평하는 대신 '속물들과 대항해 싸우는 즐거움'을 만끽했다고 한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 자신의 별에 가 닿으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골인할 지점은 바로 그곳이 아닌가 싶다. 


"성숙한 예술가는 마치 나선을 돌듯 어린아이의 놀이 상태로 계속 되돌아온다. 하지만 그 길로 돌아오기까지 고난과 시험을 거쳐야 한다."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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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아무리 사회를 뜯어고친다 해도, 창조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아무리 많은 자원을 뜯어고친다 해도, 마음과 영혼을 깊이 탐구하는 교육이 시행된다 해도 결국 밑바탕은 바뀌지 않는다는 데 있다. 
  주변 상황이 어떻든 상관없이 '성장'이라는 과정은 일어난다. 첫 번째로, 두 번째로, 세 번째로 배신당하는 느낌을 학습하고 나면 우리는 순수함을 잃고 노련한 경험자로 변모한다. 순수함이나 자유로운 상상력 놀이가 현실과 부딪히는 순간이 온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가능하지 않은지 알게 되는 순간이다.

 지금까지 내용을 나쁜 학교나 미디어, 기타 사회적 요소에 대한 단순한 비판으로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더욱 총체적으로 사회의 여러 면을 뜯어고쳐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뜯어고쳤다고 해서 예술이 쉬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어린 시절의 종말은 피할 수 없고 또 자유로운 상상력 놀이가 낳은 환상은 계속 현실과 충돌할 테니 말이다.
  환상이 현실과 충동하여 깨지는 것은 배움의 핵심이고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아픔을 남긴다. 어린 시절의 종말이 가져오는 아픔이 좋은 교육이나 물질적 혜택, 훌륭한 교사 등 다른 면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런 좋은 자원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아픔과 충격이 똑같이 컸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장애는 외부가 아닌 우리 안에, 삶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이 장 처음에 소개했던 아이의 나무 그림을 어른이 그린다면 예술이 아닐 것이다. 아이의 그림과 피카소 그림의 차이는 세련된 기법이 아닌, 어른인 피카소가 고난을 통해 자신을 초월했다는 사실에 있다.   

피카소가 그린 어린이(이 책에 나오는 것 아님)▷

 
   

(159-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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