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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 사랑할 시간입니다 -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인연, 할머니와 손주
미리엄 스토퍼드 지음, 양혜경, 장병혜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인생의 오후, 사랑할 시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인연, 할머니와 손주

똑딱똑딱... 인생의 오후역에 도착하셨습니까?
하루를 오전 · 오후로 나누어 볼 때, 낮 12시를 넘기면 오후가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을 길게 잡고 100년으로 볼 때, 50세를 넘기면 인생의 오후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모든 부모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자식의 자식, 즉 손자손녀를 맞이할 즈음이다. 사람에 따라서 한 십 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할 리 없고, 배움이 금방 몸에 배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남녀를 불문하고 손자손녀를 맞을 준비는 미리 해두어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현재 손자손녀를 본 할머니 · 할아버지를 위한 지침서다. 예비 할머니 · 할아버지가 봐도 좋지만, 아마도 약이 올라서 몇 장 읽지 않고 덮어버리지 않을까 싶다. 부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인연, 할머니와 손주'에서 알 수 있듯이, 할아버지보다 할머니에게 유용한 책이라고 말해 두고 싶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어린 아이의 양육은 아무래도 여자인 할머니에게 더 친숙하고, 투박한 할아버지의 손보다는 할머니가 더 잘 어루만질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나는 이렇게 보는데 의학박사이자 육아전문가인 저자는 '할머니가 손자손녀에게 더 우호적인 이유'를 여자의 본능에서 찾고 있다. 말하자면, 수컷은 생겨먹길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는 데 목적이 있고 그 이후는 거의 나몰라라 식인데 암컷은 좋은 유전자를 받아서 새끼를 낳고 기르는 데 집중한다지 않나.)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할아버지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는다.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오히려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여지를 귀띔한다(45-46쪽, '도대체 할아버지는 어디에 필요한가' 참고).

프롤로그에 들어가기 전, 옮긴이 장병혜 님의 글 일부 -"지금 젊은 부모들은 부모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울 기회조차 없었다."(6쪽)-와 이 책 전반에 흐르는 중심내용 - "부모자식의 관계는 대결구조가 아닌 부모가 먼저 자식에게 베푸는 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163쪽) -을 접하면서 궁금해지는 것은, 소위 386세대라 불리는 1960년대생 이전 부모들은 부모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단편적으로 내 부모(와 그 주변)를 기준으로 보자면, 그들은 지금 젊은 부모들보다 한참 난감한 상황이다. "자신을 위해 시간을 써본 경험이 없으니 갑자기 넘쳐나는 시간을 감당 못하는 것"(40쪽)은 물론 며느리나 사위, 자식의 영역을 침범해 놓고도 잘못을 모르고 계속 침범의 침범을 거듭하는가 하면 감정 조절을 못 해서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한다. 끝끝내 말이 안 통하면, "난 네 부모 아니니."라고 결말 지어버린다. 내가 이런 안 좋은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는 이유는, 책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받아들이는 이가 없거나 극히 소수라면 그저 "책"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일러주는 지침들은 굉장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이고 깔끔하다. 문제는 지금까지 당당하게 우위에 서 있던 부모가 손자손녀가 나타나는 순간 납작 엎드려서 완벽하고 이성적인 존재로 돌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이 든 부모님들께는 참 죄송한 이야기지만, 이 책 내용 반만이라도 실천하는 부모가 있다면 알아서 모시고 싶다. 혹여, 눈치 없는 며느리가 이런 책을 시어머니께 선물해 드렸다가는 (후드드드) 호랭이 시어머니 잔뜩 열 오를 수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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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례 1 - 남편 월급도 적은데 교통비도 만만치 않고 시부모님을 저희 집으로 오시게 할 수 없을까요?
-> 사실대로 말씀 드리세요.
시부모님이 자식에 대한 배려가 없으시네요. (...)
상담사례 2 - 시어머니와 아이 육아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습니다.
-> 시어머니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시어머니는 좀 더 정확한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를 키울 권리는 엄마인 당신에게 있습니다. (...)
상담사례 3 - 시어머니가 딸아이를 독차지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지금 당장 문제의 싹을 자르세요.
(...) 시어머니와의 유대도 중요하지만, 초보 엄마인 당신을 계속해서 괴롭히거나 압박한다면 곤란합니다. 시어머니는 당신의 짐을 덜어준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삶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손녀를 독차지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 시어머니는 여전히 손녀와 놀 수 있지만 부모의 위치를 침범하지 않음으로써 자녀 훈육의 문제에 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또 한가지,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남편이 당신 편이길 바랍니다. 만일 남편이 비겁하다면 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십시오. (...) : 차암 어렵다,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