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상처가 나에게 말한다 - 나하고 얘기 좀 할래?
울리케 담 지음, 문은숙 옮김 / 펼침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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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고 얘기 좀 할래? - 어린 시절 상처가 나에게 말한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어린 시절 상처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혹 누군가는 "어? 나는 상처 받지 않은 것 같은데?"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은 둘 중 하나다. 진짜 좋은 부모를 만났거나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자신이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무의식이라고 말해도 좋을, 저 깊은 내면의 컴컴한 우물 속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내면의 아이'가 아무에게나 문을 두드리는 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평생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를 모른 채 주변에 폐만 끼치다가 죽는 사람도 있는 것 같으니까. 아무튼 이 책은 책 제목만 봐서는 어린 시절  상처와 만나고 대화를 하며 결국 치유에 이르는 과정을 알려줄 것만 같다.


서문 기억들...   : 저자의 엄마의 엄마, 즉 할머니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자신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다.

   "우리 할머니는 거친 촌부로, 엄마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을 모두 방해하며 엄마의 삶을 지옥으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서문을 여는 글)

1. 어린시절   기쁨과 상처의 시간들   : 솔직히 이 부분은 나한테는 별로였다. 내가 미처 몰랐던 어린 시절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 보거나, 뭔가 그에 대한 아련함을 상기시켜줄 줄 알았는데 벌써부터(?) 어린 시절 상처가 누구에게나 상처로 남는 것은 아니라는 둥 같은 사건을 두고도 형제·자매가 다른 말을 한다는 둥 기억이라는 게 썩 믿을 만한 것은 아니라는 둥.

2. 내면의 아이   우리 안에는 어린아이가 계속 살고 있다  :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로 시작하는 '가시나무'라는 노래가 있다. 내 안에는 정말 무수히 다양하고 많은 내가 존재하는 것 같다. 그 중 하나의 목소리가 '내면의 아이'다.

  이쯤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뭐 정신분열자인가? 내 안에 수많은 인격체가 있다고? 정말 미쳤군!"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자기 안에 완전히 상반된 경향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51쪽)

3. 내면의 비판가    비난하기 좋아하는 부모의 잔재 : 요즘은 안 그런 부모도 많은 줄 알고 있지만, 우리 부모는 딱 이런 부모였다. 자주 하셨던 말씀 중의 하나는 "우리 애들은 왜 그럴까?"였다. 글쎄, 나도 궁금했다. "우리 부모는 왜 그런지." 이 내면의 비판가는 사실 썩 좋은 녀석은 아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하는 희소식이 이 책에 담겨 있다.

4. 행복한 어린 시절 되찾기   자기 자신만이 변화시킬 수 있다 : 이 부분은 이 책 가운데 가장 쉽고 잘 읽히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치유의 과정이 되겠는데 내 생각에는 극심한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면 큰 도움을 받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 곳곳에는 치유의 단서가 될 만한 좋은 내용이 참 많다. 좀 어렵기도 하고 상담을 원하는 개인보다 상담가에게 더욱 적합한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정말 궁금하고 궁금한 것은 내 어머니, 아버지, 쌍둥이 동생의 억압된 내면의 아이다. 아직도 어머니는 그렇게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나에게 겹쳐 보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기 전까지 각자 할머니(쌍둥이 언니인 나), 외할머니(쌍둥이 동생) 댁에서 자랐는데 나는 할머니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자랐다. 할머니가 나를 끔찍하게 여길수록 동생은 나를 미워했다. 웃긴 건 동생이 미술치료라는 걸 배우게 되면서 가족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나는 온통 가시 돋힌 사람이 된 것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나는 당장 벗어던지고 싶었다. 이런 걸 봤을 때, 나도 그렇고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심리치료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기합리화의 덧칠일뿐.


어린 시절 상처를 직면하고, 이를 어루만져줄 줄 아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진짜 상처로 얼룩진 사람은 물론 상처를 치유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사람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연고 하나만 바르면 쓱싹 나을 수 있는 상처라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이 책에서 다루는 어린 시절 상처란 꼭 '나이가 어린' 시절의 상처를 말함은 아닌 것 같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곪은 상처 하나, 둘. 부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외면하지 않을 용기를 지녔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의 아이와 대면하길 두려워한다. 내면의 아이와 대면했을 때 치밀고 올라올 고통이나 두려움, 분노를 꺼려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면의 아이를 다룰 의식된 자아가 충분히 강해야만 한다."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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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과 체찰 - 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의 마음공부법
신창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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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과 체찰>
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의 마음공부법


"<함양과 체찰>은 <자성록>을 비롯한 퇴계 이황 선생의 주요 작품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몇 가지 사상을 뽑아서 공부론이라는 큰 틀을 중심으로 엮었습니다." (9쪽, '들어가며' 가운데)


함양? 체찰? 마음공부? 모두 무슨 말(뜻)인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막상 딱딱하고(양장본) 예스러운 책을 손에 쥐었을 땐 더욱 암담한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 마치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학창 시절 이후, 나(퇴계 이황)를 만나본 적이 없겠지...각오하거라. 에헴."


올해는 퇴계 이황(1501~1570)  탄생 51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시절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이 찾는 것은 오랜 세월의 지혜가 담긴 고전이듯이 요즘 같은 때에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켜줄 조선 최고의 지성 퇴계 이황 선생을 이렇게 책으로나마 찾아 뵙는 것은 무척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동양의 사상과 공부工夫에 관한 여러 책을 내고 엮으신 신창호 교수님의 또 다른 책이다. 책 자체가 썩 쉽지 않을 것을 예상하셨는지 들어가는 글에서는 왜 이런 책을 내게 되었는지, 함양과 체찰은 무엇이고,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대해 친절하게 일러주고 있다.


우선, '자성록自省錄'은 퇴계 이황 선생이 자신의 동료나 후학들과 주고받은 편지글을 모은 서간집이다. 그래서 그의 체계적인 이론이나 사상을 엿본다기보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개 일기라고 하면 좋겠다. 이 책에서 '자성록'을 추린 부분은 뒷부분 1/3 정도 분량이다. 제1부에서는 퇴계 이황 선생의 생애와 오늘날 세계에 미친 그의 사상을 간략하게 만나볼 수 있다. 약 50쪽 분량에 담아낸 그의 생애는 한마디로 이 책의 주제인 "마음공부"를 향한 열정과 집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함양涵養 과 체찰體察이란 말도 그냥 듣고 보기엔 무척 어려워 보이지만 이 둘이 합쳐진 것이 "마음공부"이고[함양+체찰=마음공부], 이것이 유교 가르침의 으뜸이라는 것이다.


涵<-마음 안에 뭔가를 담아내어, 養<-기르고, 이것을 體<-몸으로 직접, 察<-살피는 것.


참 힘든 여정이었다. 내가 책을 읽지만 책도 나를 얼추 따라와준다는 느낌의 여느 책과 달리 이 책은 내가 책의 글자를 밀어내면서 읽어내기 바빴다는 점이 무척 찔린다. 학창 시절 배움이 허접해서 리理가 뭔지 기氣가 뭔지부터 그를 둘러싼 역사적 배경과 인물들을 잘 몰랐기에 책의 의도대로 마음공부를 여유롭게 하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편지글마다 퇴계 이황 선생이 "내 생각은 이러한데 이에 대해 그대는 어떠한가"하는 투로 글을 끝맺을 때면 어찌나 어리둥절한지. 또한, 공부라는 것이 현재 우리가 생각하고 있거나, 알아서 실천하고 있다고 여기는(자격증 따서 이 "쯩"가지고 취업하여 열심히 일한다 따위.) 그 공부가 아니라는 점이 이 책을 더디 읽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다행스럽게 이전에 신창호 교수님의 저서 한 권을 보았기에 그때 봤던 책에서 공부工夫를 찾아봤다.

      
"공부에 대한 인식이 지식 습득 중심으로 흘러간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서구 근대 교육의 영향은 막대하다. 교육의 과학화를 부르짖으며 등장한 세련된 서구의 교육 이론들은 학교 지식을 통해 인간을 규격화하고, 그것이 인간됨의 정도正道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28쪽 - 『공부, 그 삶의 여정』)


"공부는 삶의 여정에서 사람다움으로 귀환하려는 몸부림이다." (269쪽-『공부, 그 삶의 여정』)


솔직히 요즘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마음이 흐트러져 있고 산만하다. 옛날식이었으면 올바른 제자들을 길러내야 할 교수들이 비정규직, 시간제 등의 생활고로 자기 밥그릇 챙기기 급급한 현실이다. 나를 비롯하여 빨리 "쯩" 따서 더 나은 일을 하기 원하는 다수도 마찬가지다. 굳이 동양과 서양의 교육을 따로 분리해서 볼 것은 아니지만 서양 근대 교육의 폐해(<-암기식 교육으로 무조건 많이 알면 최고!)를 안다면 우리의 깊은 곳에 면면히 흐르고 있을 동양의 지혜를 이러한 책을 통해서 끌어올려 보고, 각자 성찰해 보는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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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그리다 - 그림 속으로 들어온 가족의 얼굴들
박영택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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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그리다>

그림 속으로 들어온 가족의 얼굴들


   "연초에 경기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에서 <가족 : 오래된 미래>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내게 '미술이 바라본 가족'을 테마로 발표해 줄 수 있느냐고 물어 왔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 근현대 미술 속에서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떠올려 보고 찾아보았다. 세미나 발표 원고는 원고지 100여 장 분량이었는데, 마침 이 원고를 접한 바다출판사에서 책으로 엮어 보자는 제의를 했고, 나 또한 별다른 저항 없이 그에 응했다." ('지은이의 말' 가운데)

책이라는 것이 경험재의 성격(경험하거나 구입하기 전에는 평가가 어렵다)을 띠고 있는 것이어서 모니터 앞에서 아무리 눈과 손을 꼼지락거려도 직접 마지막 장을 덮는 경험을 해 보지 않으면 이 책이 어떤 책일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없다. 나 역시 며칠 전, '키스를 부르는 그림'이라는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이 책을 보기로 선택하면서 막연하게 가족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미술 작품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비극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라서 기대와 환상을 일정 부분 접고 있던 터였다. 그렇다고 해도 프롤로그에 들어가기 전 '지은이의 말'은 조금 충격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솔직하신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ㅎㅎ 스스로를 엄청나게 비非가족, 심지어 반反가족적인 사람이라고 하면서 가족에 대한 이런 책을 낸 것이 낯간지럽고 쑥스럽다고 밝히고 있다.

나의 소감을 미리 밝혀두자면, 연도별 체계 같은 것이 그다지 일목요연하지 않아서 약간 두서없다는 느낌은 들지만 각각의 미술 작품에 대한 소개는 무척 충실한 것 같다. 그래서 무슨 공부를 해보겠다고 뛰어드는 준전문가분들이 아니라면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또 그렇지도 않은 것이 문장 해석이 참 어렵다. 처음에는 대충 넘어가다가 약간의 오기가 생겨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두 번, 세 번 읽어봐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척박한 사회에서 '유일한 위안으로서의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역사적 국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재구성된다. "전쟁의 경험에 의해 구성되는 가족 이데올로기는 한편으로는 무사회적 고립자들이 꿈꿀 수 있는 최고의 관계를 상상하는 준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155쪽) 그림 앞에서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약간의 그림 공부와 함께 그저 내 느낌에 충실하면 되는 거니까.



지금까지 너무도 당연해서 돌아볼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우리 사회에서의 가족의 모습과 의미'를 거시적으로, 미시적으로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 책에 의해서도 그렇고 우리 가족을 봐도 그렇고 가족이라는 건 사람들이 보통 드러내놓고 이야기 하는 그런 화목함의 상징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못내 가슴이 아프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정성스럽게 가꾸어야 하는 장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장터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면서 때론 다투기도 하지만 삶의 척박함을 이기고 함께 살아가야 함을 알기 때문에 서로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더 긴 것을 보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린 가족이 얄미워지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이러쿵저러쿵해도 이 시대의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가족 안에서 화목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뿐이다.


역사는 상처를 주는 것이다.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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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뤄주는, 마녀들의 행복 식탁 마음을 여는 책 2
Scott Cunningham, 김지예 / 좋은글방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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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원을 이뤄주는, 마녀들의 행복 식탁>

까맣고 뾰족하게 솟은 모자를 쓰고, 찢어진 눈에, 코는 잡아먹을 듯이 길쭉한 마녀가 솥단지에 뭔가를 끓이고 있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고약한 마녀가 누군가를 잡아먹거나 헤치려고 이상한 주문을 외우면서 작은 병에 담길 만한 농축액 만들기에 여념이 없을 것만 같다. 만약 상대를 이미 잡아왔다면 국물이 넉넉하면서 펄펄 끓을 때 솥단지에 퐁당 빠뜨릴지도 모른다. ㅋㅋ 이런 상상은 비단 나만 하는 것이 아닐 게다. 어린 시절 즐겨 봤던 만화에서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장면으로 자주 등장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접하는 순간 위와 같은 상상은 스르르 접고 마법의 세계에 빠질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 사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책을 다 보기 전까지는 '마법? 흠... 꽤 흥미롭겠는데? 재미나게 보고 나도 한번 장난삼아 마법이나 부려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가벼운 마음이야 지금도 변함없지만 흥미와 장난은 이 책과 그리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저자 스콧 커닝햄Scott Cunningham(1956-1993)은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만난 여자친구를 통해 오컬트occult와 위카wicca, 그리고 코번coven을 처음 접하면서 신비주의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고 하며, "그의 저서는 위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단다. (이 책 앞날개에)

오컬트나, 위카, 코번이 뭔지 몰라도 대략 사람이나 자연에 내재한 에너지를 긍정하고 그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마녀들의 행복 식탁'에 기꺼이 동참해도 좋다. 가끔 보면 내면으로 향하는 것을 무척 어색해 하고 그쪽으로는 거의 느끼지 못하는 부류가 있다. 또,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척하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부정적인 부류가 있다. 그런 사람은 아무리 마법을 떠먹여준들 전혀 효과를 볼 수 없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게다가 이 책에서 일러주는 푸드매직(우리 자신의 에너지와 음식 안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결합시키는 자연스러운 행위-9쪽)은 개별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도구로서 음식을 다루고, 다른 이보다 나를 중심으로 한 긍정 에너지의 변화를 꾀한다.


이 책에서 거듭 강조하는 것은 마법적 시각화다. 즉, '긍정적으로 심상화하기'라는 것인데 이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와는 다른 것이라고 한다. 불안이나 겁먹고 있는 문제를 안고서 음식을 먹는 사람이 있다면 푸드매직과는 영 딴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도 다른 책을 더 읽어보기를 권한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부정적인 에너지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는 '영적 갑옷'과 이를 강화시킬 수 있는 음식 소개에 대한 부분이다. "부정적인 세상(<-대체로 '사실'임)이 왜 그럴까?" 궁금해서 열변을 토하는 건 차라리 낫다. 위에 잠깐 언급했듯이 겉으로는 달관한 척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 보면 정말 쓰레기 축에도 못 끼는 불쌍한 짐승이 참 많다. 그런저런 것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필수조건이 아닌가 싶다.

기적을 믿는 사람도 있는데 허황된 기적이나 두 손 놓고 뭔가 크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적보다 소박한 밥상을 차리는 가운데 소원을 빌면서 나의 의식적이고 물질적·정신적인 노력이 들어간 푸드매직을 직접 시도해 보자. 경험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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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 사랑할 시간입니다 -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인연, 할머니와 손주
미리엄 스토퍼드 지음, 양혜경, 장병혜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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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 사랑할 시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인연, 할머니와 손주


 

똑딱똑딱... 인생의 오후역에 도착하셨습니까?
하루를 오전 · 오후로 나누어 볼 때, 낮 12시를 넘기면 오후가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을 길게 잡고 100년으로 볼 때, 50세를 넘기면 인생의 오후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모든 부모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자식의 자식, 즉 손자손녀를 맞이할 즈음이다. 사람에 따라서 한 십 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할 리 없고, 배움이 금방 몸에 배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남녀를 불문하고 손자손녀를 맞을 준비는 미리 해두어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현재 손자손녀를 본 할머니 · 할아버지를 위한 지침서다. 예비 할머니 · 할아버지가 봐도 좋지만, 아마도 약이 올라서 몇 장 읽지 않고 덮어버리지 않을까 싶다. 부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인연, 할머니와 손주'에서 알 수 있듯이, 할아버지보다 할머니에게 유용한 책이라고 말해 두고 싶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어린 아이의 양육은 아무래도 여자인 할머니에게 더 친숙하고, 투박한 할아버지의 손보다는 할머니가 더 잘 어루만질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나는 이렇게 보는데 의학박사이자 육아전문가인 저자는 '할머니가 손자손녀에게 더 우호적인 이유'를 여자의 본능에서 찾고 있다. 말하자면, 수컷은 생겨먹길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는 데 목적이 있고 그 이후는 거의 나몰라라 식인데 암컷은 좋은 유전자를 받아서 새끼를 낳고 기르는 데 집중한다지 않나.)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할아버지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는다.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오히려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여지를 귀띔한다(45-46쪽, '도대체 할아버지는 어디에 필요한가' 참고). 

프롤로그에 들어가기 전, 옮긴이 장병혜 님의 글 일부 -"지금 젊은 부모들은 부모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울 기회조차 없었다."(6쪽)-와 이 책 전반에 흐르는 중심내용 - "부모자식의 관계는 대결구조가 아닌 부모가 먼저 자식에게 베푸는 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163쪽) -을 접하면서 궁금해지는 것은, 소위 386세대라 불리는 1960년대생 이전 부모들은 부모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단편적으로 내 부모(와 그 주변)를 기준으로 보자면, 그들은 지금 젊은 부모들보다 한참 난감한 상황이다. "자신을 위해 시간을 써본 경험이 없으니 갑자기 넘쳐나는 시간을 감당 못하는 것"(40쪽)은 물론 며느리나 사위, 자식의 영역을 침범해 놓고도 잘못을 모르고 계속 침범의 침범을 거듭하는가 하면 감정 조절을 못 해서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한다. 끝끝내 말이 안 통하면, "난 네 부모 아니니."라고 결말 지어버린다. 내가 이런 안 좋은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는 이유는, 책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받아들이는 이가 없거나 극히 소수라면 그저 "책"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일러주는 지침들은 굉장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이고 깔끔하다. 문제는 지금까지 당당하게 우위에 서 있던 부모가 손자손녀가 나타나는 순간 납작 엎드려서 완벽하고 이성적인 존재로 돌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이 든 부모님들께는 참 죄송한 이야기지만, 이 책 내용 반만이라도 실천하는 부모가 있다면 알아서 모시고 싶다. 혹여, 눈치 없는 며느리가 이런 책을 시어머니께 선물해 드렸다가는 (후드드드) 호랭이 시어머니 잔뜩 열 오를 수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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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례 1 - 남편 월급도 적은데 교통비도 만만치 않고 시부모님을 저희 집으로 오시게 할 수 없을까요?
-> 사실대로 말씀 드리세요.
시부모님이 자식에 대한 배려가 없으시네요. (...)

상담사례 2 - 시어머니와 아이 육아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습니다.
-> 시어머니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시어머니는 좀 더 정확한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를 키울 권리는 엄마인 당신에게 있습니다. (...)    

상담사례 3 - 시어머니가 딸아이를 독차지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지금 당장 문제의 싹을 자르세요.
(...) 시어머니와의 유대도 중요하지만, 초보 엄마인 당신을 계속해서 괴롭히거나 압박한다면 곤란합니다. 시어머니는 당신의 짐을 덜어준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삶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손녀를 독차지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 시어머니는 여전히 손녀와 놀 수 있지만 부모의 위치를 침범하지 않음으로써 자녀 훈육의 문제에 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또 한가지,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남편이 당신 편이길 바랍니다. 만일 남편이 비겁하다면 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십시오. (...)   : 차암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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