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과 체찰 - 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의 마음공부법
신창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함양과 체찰>
조선의 지성 퇴계 이황의 마음공부법


"<함양과 체찰>은 <자성록>을 비롯한 퇴계 이황 선생의 주요 작품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몇 가지 사상을 뽑아서 공부론이라는 큰 틀을 중심으로 엮었습니다." (9쪽, '들어가며' 가운데)


함양? 체찰? 마음공부? 모두 무슨 말(뜻)인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막상 딱딱하고(양장본) 예스러운 책을 손에 쥐었을 땐 더욱 암담한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 마치 책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학창 시절 이후, 나(퇴계 이황)를 만나본 적이 없겠지...각오하거라. 에헴."


올해는 퇴계 이황(1501~1570)  탄생 51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시절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이 찾는 것은 오랜 세월의 지혜가 담긴 고전이듯이 요즘 같은 때에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켜줄 조선 최고의 지성 퇴계 이황 선생을 이렇게 책으로나마 찾아 뵙는 것은 무척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동양의 사상과 공부工夫에 관한 여러 책을 내고 엮으신 신창호 교수님의 또 다른 책이다. 책 자체가 썩 쉽지 않을 것을 예상하셨는지 들어가는 글에서는 왜 이런 책을 내게 되었는지, 함양과 체찰은 무엇이고,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대해 친절하게 일러주고 있다.


우선, '자성록自省錄'은 퇴계 이황 선생이 자신의 동료나 후학들과 주고받은 편지글을 모은 서간집이다. 그래서 그의 체계적인 이론이나 사상을 엿본다기보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개 일기라고 하면 좋겠다. 이 책에서 '자성록'을 추린 부분은 뒷부분 1/3 정도 분량이다. 제1부에서는 퇴계 이황 선생의 생애와 오늘날 세계에 미친 그의 사상을 간략하게 만나볼 수 있다. 약 50쪽 분량에 담아낸 그의 생애는 한마디로 이 책의 주제인 "마음공부"를 향한 열정과 집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함양涵養 과 체찰體察이란 말도 그냥 듣고 보기엔 무척 어려워 보이지만 이 둘이 합쳐진 것이 "마음공부"이고[함양+체찰=마음공부], 이것이 유교 가르침의 으뜸이라는 것이다.


涵<-마음 안에 뭔가를 담아내어, 養<-기르고, 이것을 體<-몸으로 직접, 察<-살피는 것.


참 힘든 여정이었다. 내가 책을 읽지만 책도 나를 얼추 따라와준다는 느낌의 여느 책과 달리 이 책은 내가 책의 글자를 밀어내면서 읽어내기 바빴다는 점이 무척 찔린다. 학창 시절 배움이 허접해서 리理가 뭔지 기氣가 뭔지부터 그를 둘러싼 역사적 배경과 인물들을 잘 몰랐기에 책의 의도대로 마음공부를 여유롭게 하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편지글마다 퇴계 이황 선생이 "내 생각은 이러한데 이에 대해 그대는 어떠한가"하는 투로 글을 끝맺을 때면 어찌나 어리둥절한지. 또한, 공부라는 것이 현재 우리가 생각하고 있거나, 알아서 실천하고 있다고 여기는(자격증 따서 이 "쯩"가지고 취업하여 열심히 일한다 따위.) 그 공부가 아니라는 점이 이 책을 더디 읽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다행스럽게 이전에 신창호 교수님의 저서 한 권을 보았기에 그때 봤던 책에서 공부工夫를 찾아봤다.

      
"공부에 대한 인식이 지식 습득 중심으로 흘러간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서구 근대 교육의 영향은 막대하다. 교육의 과학화를 부르짖으며 등장한 세련된 서구의 교육 이론들은 학교 지식을 통해 인간을 규격화하고, 그것이 인간됨의 정도正道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28쪽 - 『공부, 그 삶의 여정』)


"공부는 삶의 여정에서 사람다움으로 귀환하려는 몸부림이다." (269쪽-『공부, 그 삶의 여정』)


솔직히 요즘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마음이 흐트러져 있고 산만하다. 옛날식이었으면 올바른 제자들을 길러내야 할 교수들이 비정규직, 시간제 등의 생활고로 자기 밥그릇 챙기기 급급한 현실이다. 나를 비롯하여 빨리 "쯩" 따서 더 나은 일을 하기 원하는 다수도 마찬가지다. 굳이 동양과 서양의 교육을 따로 분리해서 볼 것은 아니지만 서양 근대 교육의 폐해(<-암기식 교육으로 무조건 많이 알면 최고!)를 안다면 우리의 깊은 곳에 면면히 흐르고 있을 동양의 지혜를 이러한 책을 통해서 끌어올려 보고, 각자 성찰해 보는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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