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상처가 나에게 말한다 - 나하고 얘기 좀 할래?
울리케 담 지음, 문은숙 옮김 / 펼침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나하고 얘기 좀 할래? - 어린 시절 상처가 나에게 말한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어린 시절 상처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혹 누군가는 "어? 나는 상처 받지 않은 것 같은데?"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은 둘 중 하나다. 진짜 좋은 부모를 만났거나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자신이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무의식이라고 말해도 좋을, 저 깊은 내면의 컴컴한 우물 속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내면의 아이'가 아무에게나 문을 두드리는 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평생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를 모른 채 주변에 폐만 끼치다가 죽는 사람도 있는 것 같으니까. 아무튼 이 책은 책 제목만 봐서는 어린 시절  상처와 만나고 대화를 하며 결국 치유에 이르는 과정을 알려줄 것만 같다.


서문 기억들...   : 저자의 엄마의 엄마, 즉 할머니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자신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다.

   "우리 할머니는 거친 촌부로, 엄마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을 모두 방해하며 엄마의 삶을 지옥으로 만든 장본인이었다." (서문을 여는 글)

1. 어린시절   기쁨과 상처의 시간들   : 솔직히 이 부분은 나한테는 별로였다. 내가 미처 몰랐던 어린 시절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 보거나, 뭔가 그에 대한 아련함을 상기시켜줄 줄 알았는데 벌써부터(?) 어린 시절 상처가 누구에게나 상처로 남는 것은 아니라는 둥 같은 사건을 두고도 형제·자매가 다른 말을 한다는 둥 기억이라는 게 썩 믿을 만한 것은 아니라는 둥.

2. 내면의 아이   우리 안에는 어린아이가 계속 살고 있다  :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로 시작하는 '가시나무'라는 노래가 있다. 내 안에는 정말 무수히 다양하고 많은 내가 존재하는 것 같다. 그 중 하나의 목소리가 '내면의 아이'다.

  이쯤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뭐 정신분열자인가? 내 안에 수많은 인격체가 있다고? 정말 미쳤군!"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자기 안에 완전히 상반된 경향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51쪽)

3. 내면의 비판가    비난하기 좋아하는 부모의 잔재 : 요즘은 안 그런 부모도 많은 줄 알고 있지만, 우리 부모는 딱 이런 부모였다. 자주 하셨던 말씀 중의 하나는 "우리 애들은 왜 그럴까?"였다. 글쎄, 나도 궁금했다. "우리 부모는 왜 그런지." 이 내면의 비판가는 사실 썩 좋은 녀석은 아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하는 희소식이 이 책에 담겨 있다.

4. 행복한 어린 시절 되찾기   자기 자신만이 변화시킬 수 있다 : 이 부분은 이 책 가운데 가장 쉽고 잘 읽히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치유의 과정이 되겠는데 내 생각에는 극심한 상처를 받은 사람이라면 큰 도움을 받지는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 곳곳에는 치유의 단서가 될 만한 좋은 내용이 참 많다. 좀 어렵기도 하고 상담을 원하는 개인보다 상담가에게 더욱 적합한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정말 궁금하고 궁금한 것은 내 어머니, 아버지, 쌍둥이 동생의 억압된 내면의 아이다. 아직도 어머니는 그렇게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나에게 겹쳐 보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기 전까지 각자 할머니(쌍둥이 언니인 나), 외할머니(쌍둥이 동생) 댁에서 자랐는데 나는 할머니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자랐다. 할머니가 나를 끔찍하게 여길수록 동생은 나를 미워했다. 웃긴 건 동생이 미술치료라는 걸 배우게 되면서 가족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나는 온통 가시 돋힌 사람이 된 것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 나는 당장 벗어던지고 싶었다. 이런 걸 봤을 때, 나도 그렇고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심리치료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기합리화의 덧칠일뿐.


어린 시절 상처를 직면하고, 이를 어루만져줄 줄 아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진짜 상처로 얼룩진 사람은 물론 상처를 치유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사람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연고 하나만 바르면 쓱싹 나을 수 있는 상처라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이 책에서 다루는 어린 시절 상처란 꼭 '나이가 어린' 시절의 상처를 말함은 아닌 것 같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곪은 상처 하나, 둘. 부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외면하지 않을 용기를 지녔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의 아이와 대면하길 두려워한다. 내면의 아이와 대면했을 때 치밀고 올라올 고통이나 두려움, 분노를 꺼려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면의 아이를 다룰 의식된 자아가 충분히 강해야만 한다."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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