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이 다시 쓴 무지개 원리 : 실천편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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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이 다시 쓴 무지개 원리 실천편>

밀리언셀러 『무지개 원리』의 기적

일곱 명사들의 실전 멘토링   - 이 책 띠지에

 
아.....이처럼 독후감 쓰기 어려운 책을 만나기는 처음이다. 처음!!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다른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으니 일단 미루지 말고 후딱 써버리자. 그런데 살짝 미안해지면서 이 책이 참 밉기도 하네. 난감하기로 치자면, 『꿈꾸는 다락방』을 넘어섰으니 - '오마이갓!갓!'. 별로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속은 기분이 들어서 일찌감치 동생에게 주었던 『꿈꾸는 다락방』. 워낙 초베스트셀러이고 좋았던 사람도 많다고 하니까 동생한테도 물어봤다. "어때?" 동생이 참 좋댄다. 결혼하면서 책짐을 싸가는데 안 가져간 책도 많았는데 『꿈꾸는 다락방』은 잘 챙겨갔다. 아무튼, 사람에 따라 책을 보는 기준이 다르고 시기에 따라 또 다르니까 일단 이 책에 대해서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잘 살펴보자. 토닥토닥 다독여보자. 다른 긴 말보다 목차를 보자.


서문 ....4쪽

아이리스 김태희 인터뷰 기사    ....8쪽

무지개원리 1 긍정적으로 생각하라_김중겹  | 현대건설 대표이사

무지개원리 2 지혜의 씨앗을 뿌려라_김 인 | 삼성 SDS 대표이사

무지개원리 3 꿈을 품으라_차예린 | 2009 미스코리아 선

무지개원리 4 성취를 믿으라_정우택 | 제32대 충청북도지사

무지개원리 5 말을 다스리라_최유라 | 방송인 · MBC 라디오 '지금은 라디오 시대' DJ

무지개원리 6 습관을 길들이라_조성연 | 하늘스포츠의학크리닉 원장 ·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 주치의

무지개원리 7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_이규석 | 대구카네기연구소 소장

독자체험수기  ....169쪽

(전체 203쪽)



서문 두 쪽 짧게. 띠지 뒤쪽에 '아이리스 김태희가 마인드 컨트롤한 책 '이라고 쓰여 있기에 좀 엉뚱하다 싶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여기 소개된 인터뷰 기사는 '인터뷰' 기사가 아니고 미모를 자랑하는 김태희 사진과 "아이리스 연기력 논란에 상처// 매일 밤 이 책을 2쪽씩 읽었죠"라는 두 줄 글이 잠깐 스쳐지나가듯이 소개된 것이다. 이런 걸 광고 효과라고 해야 할지. 그런데 어떡하지. 나는 텔레비전을 보지도 않고 어지간한 광고 효과에는 현혹되는 사람이 아니라... 좋다. 다음으로 무지개원리 1~7까지를 보자. 자기 경영을 잘하신 분들, 그 중에서도 기존에 굉장한 돌풍을 몰고 왔다고 한 밀리언셀러 『무지개 원리』를 보고 변화를 시도하고 변화를 경험한 분들의 책 소감이자 그들의 경험담이 펼쳐진다. 이걸 '멘토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너무 띄엄띄엄, 엉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쉽기만 하다. 할 말도 없는데 '나의 생각'이라고 이름 붙여서 한 장씩 뭉텅뭉텅 엄청 많이 안겨주는 허망함도 그렇고. 정성스럽게 표로 그려진 실천도우미는 왜 『무지개 원리』를 읽지 않은 사람은 못 쓰게 만들어 놓은 건지(『무지개 원리』참조라니. OTL;;) 마지막 부분 30여 쪽이 독자 체험수기라는 것도. OTL;; 하루에 다른 사람 리뷰 한 편 읽기도 벅찬데, 반성문을 읽는 것 같은 일곱 편의 독자 체험수기는 정말 고통스러워... ㅜ.ㅜ 결국, 차동엽 신부님은 모습을 비추지 않으심. ㅜ.ㅜ 흑.


그래도 가장 좋았던 부분은, 내가 말을 번드르르하게 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방송인 최유라 님이 말하기의 어려움을 토로해 주신 부분이다.


이 책은 기독교인이 보면 좋겠고, 꼭 『무지개 원리』를 본 독자들이 보아야 할 책이다. 나는 어린이에게 이만큼 적절하게 동기부여를 해줄 만한 책이 없겠다 싶을 정도로 『얘들아 무지개 잡으러 가자 (주니어 버전 무지개 원리)』를 썩 좋게 보았는데, 이 책은 정말 나에게 "꿈 깨!!"라고 하는 듯 정신을 빠딱 차리게 만들어주네.  
 

표지가 굉장히 정열적이고 멋지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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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사생활 -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몸 활용 가이드
제니퍼 애커먼 지음, 이수연 옮김 / 북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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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몸 활용 가이드

<내 몸의 사생활>

A day in the life of your body

 
비가 올 것 같으면 며칠 전부터 몸이 쑤시고, 어쩌다 한 번 등산을 했다 하면 근육이 놀라서 며칠을 앓다가 진정이 되는 일은 나이를 어느 만큼 먹게 되면서부터 일어난다. 또한,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작고 사소한 노화 현상들 - 흰머리, 주름, 기미, 다크서클 따위는  '내 몸'이 자기한테 관심 좀 가져달라고 보내는 일종의 신호가 아닌가 싶은데 둔한 우리는 호된 신고식을 치르기 전까지 '내 몸'이자 '우리의 몸'을 너무 모르고 산다. 간혹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 같긴 하다. 호된 신고식을 치렀는데 몸이 곧 괜찮아지니까 다시 술에 쩔어 산다든지 막가파로...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산의 높이와 별의 경로에는 경이로워하지만, 우리 몸속의 기적에는 놀라워하기는커녕 간과한다. 건강한 육체는 종종 너무나 순조롭게 움직여서 그 존재를 거의 잊을 정도다. 대개 이상이 생기거나 혼란 상태에 빠질 때에만 몸에 관심을 갖는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면서 말이다. (이 책 '머리말' 가운데)


이 책의 저자는 악성 독감이라는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난 뒤, 갑자기 자신의 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을 느꼈다고 한다. 평범한 우리와 다른 점은, 간절한 욕망이 그때뿐인 다소 시들한 욕망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의과대학 진학까지 고려해 보게 되고 자신의 몸이 의대공부과정을 견뎌낼 만큼 튼튼한 체질이 아님을 자각하고 이후 10여 년을 몸과 관련한 각종 뉴스와 신문, 과학자들의 실험실, 강의 등 몸 주변이라면 가리지 않고 어슬렁거린 듯싶다. 단지 동양의 한의학과 같은 동양식 사고방식에는 아직 접근하지 못한 듯 약간 진화한(?) 서양식 사고방식에 입각한 과학적 접근이 이 책의 주를 이룬다.
 

     "제가 볼 때 서양 사람들은 훨씬 더 단순하고 기계적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큰 그림보다는 부분적인 사물 그 자체, 혹은 사람 자체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물의 행위를 지배하는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리처드 니스벳, 『생각의 지도』, 13쪽)


그래서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해본다면, 지난 10여 년간 소개된 몸과 관련한 과학 소식지라고 말하고 싶다. 앞부분을 조금 읽고 대충 짐작은 했지만 '이것이 정답이오!' 하는 것은 거의 없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이런 결과가 새로 나왔더라! 놀랍지 않는가!' 하는 식이다. 하지만, 나와 같은 무식이는 놀라지도 못하는 게 '이거 이러다 또 다른 반전 과학 소식이 들려오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답도 안 알려주면서 뭘 믿고 선택할 수도 없게 과학 용어와 실험(결과)이 너무 많고 어려워서 어버벅거리기만 했다. 수면 과정이라든지 우리 몸의 호르몬 작용, 생리학 쪽에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진 사람이 본다면 무척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깔끔하고 산뜻한 책표지와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었고 하루 24시간 동안 내 몸에서 일어나는 각종 신비로운 것들에 대한 과학 수다 - 아침, 한낮, 오후, 저녁, 밤 동안 내 몸에서 무슨 일이? - 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을 보고 다는 아니더라도 한 가지 정도는 기억해 두었다가 친구들과 재미나게 이야기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있지, 하품이 전염된다더라. 전염 잘되는 사람이 자아인식/감정이입이 잘 되는 사람이래. 우리의 우정을 한번 시험해 볼까? 


     성격과 우정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척도가 여기 있다. 하품을 한 다음 누가 따라서 하품을 하는지 살펴보라.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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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천 가족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4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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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유정천 가족>

 

인간너구리텐구가 꿋꿋하고 낭만적으로 살아가는 상상 속 교토 이야기

폭발하는 유머, 거침없는 능청, 밀도 높은 감동을 선사하는 모리미 판타지 최고의 수작 - 이 책 표지에
 


 일러두기

1 유정천有頂天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구천 가운데 맨 위에 있는 하늘, 유(Bhava=존재)의 꼭대기agra에 있는 하늘이란 뜻이다. 풀어 설명하면 형체가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일본에서는 '우초텐'이라고 읽어 위와 같은 불교적인 뜻 이외에 파생된 의미로 '유정천'에 오른 것처럼 무엇인가에 열중하여 자기 스스로를 잊은 상태,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감동과 폭소, 주체할 수 없는 바보의 피...

'음...심심한데 한 번 읽어볼까? 얼마나 웃기다는 거야.' 하는 마음이었다.

헌데 한 장도 채 넘기지도 않아, '어...분위기가 이상해...? 계속 봐야 하는 거야.(움찔)'

3차원, 아니 4차원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너구리는 텐구를, 텐구는 인간을, 인간은 너구리를, 다시 너구리는 텐구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잡아먹고 먹히는 관계다. 그러긴 하지만 서로 잘났다고 우기는 판국이고, 내가 보기에 다들 꼬리 아홉은 달린 여우들만 같다. 그런데 여우는커녕 바보들이란다. 바보 천치! (너구리의 스승인 텐구天狗를 너구리가 감히? 꼭 알고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스승을 뭉개고 자빠뜨려놓고 불쌍해하면서 꼭 알고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일으켜 세워주고자 나름 노력?한다는 설정임.)


인간은 도시에 살고, 너구리는 땅바닥을 기고, 텐구는 하늘을 날아다닌다. (10쪽)

 
주인공은 명성이 뜨르르한 시모가모 가문의 바보 사형제 가운데 셋째인 야사부로다. 야사부로인 '나'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잘난 집안의 바보 사형제는 각기 자신들만의 바보 특기가 있다. 우리가 보통 예상하는 바이기도 한 큰형은 고지식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무너지는 유형, 둘째는 구박을 많이 받아서 그런가? 은둔형 히키코모리다. 그럭저럭 주인공으로 적합한 셋째는 재미만 좇아다니는 어쩔 수 없는 너구리다. 막내는 마냥 철없다고 해야 할까. 그럼 이런 바보 사형제를 둔 어머니는 속이 미어터질 것만 같은데 "전혀 아니올시다"다.

우리 어머니는 자기 자식들이 너구리들 사이에서 이름난 못난이들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자식들이 한 녀석도 빠짐없이 세상을 떠난 남편의 후계자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너구리라고 굳게 믿었다. 이미 부조리의 영역에 당당하게 들어선, 근거를 따지지 않는 신념이야말로 어머니를 어머니답게 나아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었다.

아버지도 위대했지만 우리 어머니 또한 위대했다. (56쪽)


앞서 명성이 뜨르르했다고 했지만 시모가모 가문을 이끈 야사부로의 아버지는 사실 인간 송년회 모임인 금요구락부에서 너구리 요리로 바쳐져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다. 어떻게 그렇게 죽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는 내용이 이 책의 줄거리 가운데 하나다. 유사 이래 이처럼 편안할 수 없는 너구리들의 삶에서 단 하나 불안한 것은 인간의 먹잇감이 될지도 모른다는 건데 웃긴 건 언젠가 잡아먹힐 줄 알면서 잡아먹히고 싶기도 하다는 희열을 이 바보 야사부로가 배시시 드러낸다. 역시 감히 스승이 까무러치고 자빠지는 매력녀 인간 벤텐을 사모하는 까닭이다. 아무래도 한수 위인 인간은 너구리보다 사랑이 가득한 존재이기에 뭐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려는 식탐을 부리는 존재다. 아, 이 슬프고도 아니러니한 아작나는 사랑이여.


이 책 전면에 흐르는 "왕년의 명성을 이어서 가문을 일으켜 세울지 말지 한 시모가모 가문과 에비스가와 가문의 싸움, 인간과 너구리와 텐구의 삼파전" 이면에는 가족 간의 끈끈한 정과 형제간의 우애가 함께한다. 뭔가 대단히 너구리스러운 해석같기도 한데 아무튼 그렇다고 치자. 『유정천 가족』은 달리 말하면 바보스러움, 멍충함의 너구리 승리다. 인간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나는 좀 둔해서 야사부로와 이를 둘러싼 이들이 '지금 대체 뭐 하는 건가?'싶고 판타지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 책 별 셋이야!!' 하고는 며칠을 덮어두었다가 다시 서평을 쓰려고 휘휘- 들춰보니까, 으흐흐. 눈물 나도다. 모리미 토미히코 당신! '촘' 마음에 들어.


.........................................................
"너도 언젠가는 내 뒤를 잇게 될 거야."

예전에 기온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아버지가 큰형에게 말했다고 한다.

"너구리 세계에는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 너구리도 있고 너는 또 고지식한 편이니 다툴 일도 많을 거다. 하지만 한 마리의 적을 만들 때는 친구 한 마리를 만들어야 해. 다섯 마리의 적을 만들 때는 친구를 다섯 마리 만들어야 하지. 그렇게 적을 만들어 언젠가는 너구리 세계의 반을 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네 곁을 보렴. 네겐 동생이 셋이 있다. 이건 아주 마음 든든한 거야. 그게 네 비장의 카드가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거다. 내가 늘 아쉽게 생각하는 건 그 비장의 카드를 나는 갖지 못했다는 거야. 난 동생을 믿지 않고 동생도 나를 믿지 않았지. 우리 형제가 서로 다투는 사이가 된 것은 그 때문이야. 피를 나눈 형제가 적이 되었을 때, 그때는 최대의 적이 된다. 그러니 너희들은 늘 서로 믿어야 해. 형제간의 우애! 잊어서는 안 된다. 형제간의 우애! 어쨌든 너희들에겐 모두 같은 '바보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

거기까지 이야기하고 아버지는 껄껄 웃었다.

"뭐 별로 자랑할 만한 피는 아니지만." (4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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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나를 위로한다 - 혼자면 둘이, 둘이면 혼자가 되고픈 당신에게
마리엘라 자르토리우스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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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독이 나를 위로한다>

혼자이면 둘이, 둘이면 혼자가 되고픈 당신에게


일단 책 표지가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고, 고독이 뭔지는 모르지만 친해서 그리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호감이 갔다. 하지만, 표지에 작은 제목으로 쓰여 있는 '혼자이면 둘이, 둘이면 혼자가 되고픈 당신에게' - 이 문구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작가의 성별을 밝히기 전에 만약 누군가 나에게 이 책 겉모습만 보여주면서 "이 책 작가 남자일 것 같아, 여자일 것 같아?"라고 물어보면, 아까 저 마음에 들지 않는 문구가 힌트가 되어 아리송하지만 "여자일 거야!"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개인적인 요구가 되겠는데 우리 모두(특히 여성분들) 지나친 변덕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내식대로 앞에 이 문구를 이렇게 바꿔볼 것이다.
 
'어쨌든 혼자가 되고픈 당신에게'라고.

이 책을 쓴 마리엘라 자르토리우스(혼잣말 - 아, 뭐가 이리 길지. 이래서야 누가 이름을 기억해 줄리 없잖아. '확신에 찬 고독의 찬양자' 인정.)는 "나이가 들면서 여행의 목적지가 '나의 내면'으로 바뀌어 마흔 살에(헉!)...심리학과 동양철학을 공부"(앞날개에)하게 됐다고 한다. 끄덕... 최근에 심리·상담 쪽 강의를 들으며 아이들 상담 공부를 하고 있는 아는 분 얘기를 전해 듣고 과제를 도와주면서 심리학이 참 매력있는 학문이라는 것, 일차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양철학이야 내가 동양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철학의 '동'자도 모른다 해도 뭔가의 깊이와 여유가 느껴진다. 내가 왜 평소 하지 않는 저자의 전공이나 더듬으며 주절주절 하는고 하니, 책을 다 읽어본 결과, 심리학과 동학철학 "삘"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심리학과 동양철학을 잘 아는가 하면 아니다. 그래도 그렇다는 것이다.


처음 프롤로그에서 혼자 사는 사람은 한없이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경향이 있다면서 작가인 내가 당신은 끼어들 틈도 없이 폭포수처럼 재잘재잘거리기 전에 일단 한 가지 묻겠다며, 굉장히 저돌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왜 이 책을 샀는가? (산 게 아니라면, 빌렸든 훔쳤든 어쨌든) 왜 읽고 있는가?" (11쪽)

그러면서 고독을 즐기게 되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앞으로 이런 성숙한 경험을 해 보고 싶으신 분들을 환영한다, 그저 내 고독의 경험을 뻗치는 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라며.


전체적으로, '고독'을 주제로 하여 마치 유영하듯이(<-작가는 이러고만 싶었던 듯.) 꿈꾸듯이 달콤한 맛을 선사하긴 하는데, 참으로 안타깝게도 다듬어지지 않는 모습이, 글이 통통 튀고 돌출되어서 진정한 고독의 맛을 헤치고 있다. 예전에 모 사이트에서 어떤 분이 노처녀·노총각이라고 불리는 분들은 성격이 모나고 까칠한 것 같다고 하니까 어떤 분이 덧글 달기를, "아니, 생각해보슈. 결혼 안 한 사람 가운데 까칠한 사람이 많은 것 같수 아니면 결혼해서 까칠한 사람이 많은 것 같수?"라고 묻는 것이다. 우린 뭔가 착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아, 여기서 더 길어지면 나도 주책이니 마무리를 해야겠다.


왜 그랬는지 중간중간 미술작품이 끼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던 것 같은데 그런 건 하나도 없고, 대신 우리가 익히 들어본 작가들의 시가 글의 여백을 가득 채우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진짜 고독은 좋은 것이다.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 진짜 고독과 가짜 고독도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다. 그 미묘한 조절, 미묘한 흐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

나는 나만의 리듬이 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앞질러 가도록 (대체로) 모든 것에 길을 내어준다.

(5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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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힘, 듣기의 힘
다치바나 다카시.가와이 하야오.다니카와 순타로 지음, 이언숙 옮김 / 열대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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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읽기의 힘, 듣기의 힘>

 

180여 쪽 분량의 얇은 책 한 권. 새삼스럽게(?) 읽기의 힘과 듣기의 힘에 대해서 일본의 지성 3인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또 함께 모여서 대담을 나눈 것을 책 한 권으로 엮었다. 굳이 새삼스럽다고 한 이유는 신체에 장애가 있어서 눈과 귀가 멀(먹)지 않은 이상 읽기와 듣기는 어찌 보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떻게 듣고, 어떻게 읽어내느냐에 따라 '힘'을 지니므로 책을 읽는 법이랄지 경청하는 법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이 읽기와 듣기보다 말하기(화술)와 쓰기(논술)에 더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읽기와 듣기 없이 말하기와 쓰기가 가능할까?


이 책에서 대화를 나누는 세 지성인 가운데 한 분, 엄청난 독서광으로 잘 알려진 다치바나 다카시는 "대체로 100대 1정도의 IO비가 아니면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51쪽)"다고 말한다. 'IO비'란 '정보를 투입하는 과정(Input)'과 '밖으로 꺼내는 과정(Output)'의 비율을 말한다. 다치바나 다카시와 같은 분은 정보를 최대한 많이 받아들여서 이를 잘 버무리고 걸러내고 응축시켜서 꽤 쓸모 있는 저서를 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풋(Input : 읽기와 듣기)을 엄청나게 많이 하고 이를 즐기신다고 하는데  꼭 이 방법만이 인풋의 정답은 아닌 것이 세 지성인 가운데 또 한 분, 일본을 대표하는 임상심리학자이신 가와이 하야오라는 분은 다치바나 다카시와 거의 정반대되는 인풋을 이야기하신다. 카운슬러로서 상담하러 온 사람의 말을 이렇게 읽고 듣는다고 하신다.


   카운슬러는, 상담하러 온 사람이 하는 말을 온 신경을 곤두세워 듣는다거나 들은 내용을 필사적으로 머릿속으로 생각해 보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듣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상담을 위해 찾아온 사람이 "너무 힘들어 죽어야겠어요."라고 말했을 때 "네? 죽는다고요? 이를 어쩌지요?" 라는 반응을 보인다면 이는 보통 사람들이 이야기를 듣는 방법이다. (30쪽)


보통은 다치바나 다카시와 같은 분이 엄청나게 대단해 보이고 그게 정답같이 느껴져서인지 몰라도 이분의 자세를 접하고 참 의아했지만, 책을 읽어내면서 '아하! 이런 읽기와 듣기도 있구나!'라는 것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싸움을 해도 말리는 사람이 있어야 재미나듯이(?) 나에게는 좀 깨는 느낌을 전달해 주었던 일본 현대시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시인이자 원로예술가이신 다니카와 순타로의 이야기가 남았다. 이분은 스스로 인풋이 0일지도 모른다고 하시며 정말 부족한 독서량을 서슴없이 밝히신다. 


   책을 많이 읽고 그것을 바탕으로 시를 쓴다는 것은 제게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책을 많이 읽고 좋은 시를 쓰는 분도 있습니다만, 책을 통해 시가 탄생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시인에게는 경멸의 말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책만 파고드는 시인은 교양삼아 시를 쓰는 사람이라고 낮춰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100쪽)


카운슬러의 읽기와 듣기 못지않게 시인의 읽기와 듣기의 세계도 아리송하면서도 참 신기하다.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읽기와 듣기의 더욱 광범위한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냥 들었다는 것(단순히 외부의 물리적인 신호가 전기신호로 바뀌었다는 것)과 들어서 알게 되었다는 것(전기신호가 뇌에 통합 전달 처리된 것)이 다르고, 글자를 읽는 것과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은 또 다른 것이지 않나. 마지막으로 이 책이 현대를 살아가는 예비 지성인들에게 유용한 이유는 정보 과부하 시대에 이 흘러넘치는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여서 인간이 정보의 양이나 힘에 압도당하지 않고 명료한 정신으로 바로 설 수 있는지 힌트를 제공해 준다는 점일 것이다. 아웃풋이자 결과물을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성과위주의 사회에서 아웃풋의 양과 질을 결정할 수도 있는 인풋에 대해서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래서 좀 더 양질의 아웃풋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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