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독이 나를 위로한다 - 혼자면 둘이, 둘이면 혼자가 되고픈 당신에게
마리엘라 자르토리우스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고독이 나를 위로한다>
혼자이면 둘이, 둘이면 혼자가 되고픈 당신에게

일단 책 표지가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고, 고독이 뭔지는 모르지만 친해서 그리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호감이 갔다. 하지만, 표지에 작은 제목으로 쓰여 있는 '혼자이면 둘이, 둘이면 혼자가 되고픈 당신에게' - 이 문구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작가의 성별을 밝히기 전에 만약 누군가 나에게 이 책 겉모습만 보여주면서 "이 책 작가 남자일 것 같아, 여자일 것 같아?"라고 물어보면, 아까 저 마음에 들지 않는 문구가 힌트가 되어 아리송하지만 "여자일 거야!"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개인적인 요구가 되겠는데 우리 모두(특히 여성분들) 지나친 변덕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내식대로 앞에 이 문구를 이렇게 바꿔볼 것이다.
'어쨌든 혼자가 되고픈 당신에게'라고.
이 책을 쓴 마리엘라 자르토리우스(혼잣말 - 아, 뭐가 이리 길지. 이래서야 누가 이름을 기억해 줄리 없잖아. '확신에 찬 고독의 찬양자' 인정.)는 "나이가 들면서 여행의 목적지가 '나의 내면'으로 바뀌어 마흔 살에(헉!)...심리학과 동양철학을 공부"(앞날개에)하게 됐다고 한다. 끄덕... 최근에 심리·상담 쪽 강의를 들으며 아이들 상담 공부를 하고 있는 아는 분 얘기를 전해 듣고 과제를 도와주면서 심리학이 참 매력있는 학문이라는 것, 일차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양철학이야 내가 동양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동양철학의 '동'자도 모른다 해도 뭔가의 깊이와 여유가 느껴진다. 내가 왜 평소 하지 않는 저자의 전공이나 더듬으며 주절주절 하는고 하니, 책을 다 읽어본 결과, 심리학과 동학철학 "삘"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심리학과 동양철학을 잘 아는가 하면 아니다. 그래도 그렇다는 것이다.
처음 프롤로그에서 혼자 사는 사람은 한없이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경향이 있다면서 작가인 내가 당신은 끼어들 틈도 없이 폭포수처럼 재잘재잘거리기 전에 일단 한 가지 묻겠다며, 굉장히 저돌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왜 이 책을 샀는가? (산 게 아니라면, 빌렸든 훔쳤든 어쨌든) 왜 읽고 있는가?" (11쪽)
그러면서 고독을 즐기게 되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앞으로 이런 성숙한 경험을 해 보고 싶으신 분들을 환영한다, 그저 내 고독의 경험을 뻗치는 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라며.
전체적으로, '고독'을 주제로 하여 마치 유영하듯이(<-작가는 이러고만 싶었던 듯.) 꿈꾸듯이 달콤한 맛을 선사하긴 하는데, 참으로 안타깝게도 다듬어지지 않는 모습이, 글이 통통 튀고 돌출되어서 진정한 고독의 맛을 헤치고 있다. 예전에 모 사이트에서 어떤 분이 노처녀·노총각이라고 불리는 분들은 성격이 모나고 까칠한 것 같다고 하니까 어떤 분이 덧글 달기를, "아니, 생각해보슈. 결혼 안 한 사람 가운데 까칠한 사람이 많은 것 같수 아니면 결혼해서 까칠한 사람이 많은 것 같수?"라고 묻는 것이다. 우린 뭔가 착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아, 여기서 더 길어지면 나도 주책이니 마무리를 해야겠다.
왜 그랬는지 중간중간 미술작품이 끼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던 것 같은데 그런 건 하나도 없고, 대신 우리가 익히 들어본 작가들의 시가 글의 여백을 가득 채우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진짜 고독은 좋은 것이다.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 진짜 고독과 가짜 고독도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다. 그 미묘한 조절, 미묘한 흐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
나는 나만의 리듬이 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앞질러 가도록 (대체로) 모든 것에 길을 내어준다.
(5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