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탄생 - 마음은 언제 탄생하여 어떻게 발달해 왔는가?
요시다 슈지 지음, 심윤섭 옮김 / 시니어커뮤니케이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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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언제 탄생하여, 어떻게 발달해 왔는가?

<마음의 탄생>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 : 프랑스의 후기 인상파 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는가?

1897-1898년, 보스턴 미술관

 

오우! 이 책의 첫 장 '마음이 탄생하기까지'는  폴 고갱의 미술 작품으로 연다. 고갱은 19세기 끝무렵까지 살았던 사람으로 예술가들의 성향이 대개 그렇듯 물질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감에 따라 그에 대해 환멸을 느끼며 원시를 갈망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거의 죽기 전에 유작과도 같은 위의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우리는 저 그림을 보며, 아니 그림볼 줄을 모른다면 작품의 제목이 일러주는 "우리는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는 누구일까?" 또 "어디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참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붙들고 한가하게 노닐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인지라 이렇게 작정하고 책으로 만나니 무척 반갑다. (다시 한 번) 그렇다고 해도 마음이 어떻고, 우리가 어디서 왔네 마네, 어디로 가네 마네 그런 것들에 대해서 뭔가 정답을 알려주겠지, 하는 큰 기대를 한 건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나는 이미 뭔가에 지쳐서 대충 현실 생활에 안주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나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럴 것 같고 이 책의 저자인 정신과 전문의였던 요시다 슈지라는 분도 임상경험 30여 년의 세월동안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속에서 솟구쳐오르는 의문들...  그것을 찾아서 현역에서 물러난 10년 가까운 세월을 이 책을 내는데 애쓰신다.

다시 폴 고갱의 그림으로 돌아와서,

   "고갱은 고호와 함께 공동생활에 실패하고 나서 두 번이나 타히티에 갔었지만 타히티도 그가 꿈꾸던 낙원은 아니었다." (10쪽)

그가 꿈꾸던 낙원을 찾지는 못했지만 예술이라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 책의 저자가 가진 의문, 또한 우리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의문을 잘 그려주었다. 이제 이 책의 저자는 문자화라는 디지털 방식으로 마음의 정의와 기원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

손에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 마음을 찾아서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을 간략하게 정리할 수는 없다. 책 뒤표지에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심리학, 정신의학, 뇌과학, 고고학, 영장류학, 인류학 등 인간의 마음을 연구한 모든 학문의 영역을 넘나들며 밝혀낸 새로운 정신이론학"이라고 쓰여 있는데, 나는 열거한 것들을 하나도 모르니 다른 건 모르겠고 온갖 것들을 총 망라한 것은 맞는 것 같고 그에 비해 저자의 내공이 잘 발효되어서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여 있다는 것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참 놀라운 책이라는 것이다. 마치 불온서적을 보는 듯...;; 책을 다 볼 때까지 두근거렸다.

저자 후기에서 저자의 말로는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하면서 인간학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열심히 보긴 했으나, 그것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고,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에 대한 도전집이다.  

다윈의 진화론...NO!

프로이드의 정신의학...NO!

서구의 발달사관...NO!

각종 이분법적 사고...NO!

국가가 주도하는 학교교육...NO!

이 책에서 언급한 대로 생각을 뿌리째 뒤엎는 작업이 나로서는 꽤 유쾌한 일이었다. 수백만 년 전, 우리 인류를 되돌아보고 멸종의 역사이자 기적의 역사의 한복판에서 살아남은 "인간"을 만났으며, 수렵채집의 시대를 거쳐서 농업시대 나아가 산업시대와 정보화시대의 디지털화되고 삭막해지는 인간까지 예상해 볼 수 있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의 출현은 마음의 출현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리고 이 마음은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핵을 구성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전능인자가 올바르게 발휘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여기 한 대의 마차가 있다. 이 마차의 이름은 '마음'이다. 마차의 마부는 '전능인자'이다. 그 마부 양 옆에는 '의식'과 '자명성'이 앉아서 '전능인자'의 마차 모는 솜씨를 지켜보고 있다. 맨 앞을 달리는 말이 '언어적 정신'이다. 그리고 '일체감적 정신, 자력적 정신, 타력적 정신'이라는 말이 나란히 그 뒤를 따른다. (이 책 뒷부분 '이글의 요약' 가운데)

인간이 나아갈 바를 찾고, 인간다움(=사람다움)을 지향하고자 하는 사람, 지배당하는 내가 뭔지 모르게 못마땅한 사람, 인간의 마음에 관여하는 교육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 시대의 지성인이라면 이 책 한 번 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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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바꾼 발명품 1001 죽기 전에 꼭 1001가지 시리즈
잭 첼로너 지음, 이민희 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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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바꾼 발명품 1001>

잭 첼로너 책임 편집 | 트레버 베이리스 서문 편집 | 이사빈 · 이제학 · 이민희 옮김



이 책은 그동안 마로니에북스에서 야심차게 출간한 1001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세상을 바꾼 발명품 모음집이다. 나는 1001 시리즈보다 죽기 전에 시리즈라고 부르는 게 더 마음에 들지만, 이렇든 저렇든 마음대로. 우선 알아두어야 할 것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1001 시리즈는 천 쪽에 가까운 거대한 두께로 이걸 책이라고 해야 할지 꽉 막힌 벽돌이라고 해야 할지... 어린 시절, 집집마다 한 권씩은 장만해 두었을 백과사전류처럼 어쩌면 장식용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해보면서 먼저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

Contents

서문 | 트레버 베이리스(대영제국 제4급 훈작사, 발명가)

소개 | 잭 첼로너(책임편집, 런던 임페리얼 대학에서 물리학 전공)

발명품 인덱스 ....가나다순

고대 세계   ...약 250만 년 전 최초의 석기를 발명한 순간부터

로마 시대에서 산업혁명까지 ...중국의 4대 발명품 & 14C-17C 르네상스 & 산업↗

산업 시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비약적 발전을 이루던 18세기 말부터

제국 시대 ...19세기 중반, 지속적인 진보와 함께 유럽 식민지 번성 

현대 사회의 탄생 ...19세기 말, 거대한 전기 제품 시스템 구축

전쟁과 평화 ...양차 세계대전 와중 과학과 기술에 대한 낙관론은 최고조

세계화 시대 ...1950년대 초(전후시대)부터

인터넷 시대 ...구 소련의 핵 위협에 대한 공포를 계기로 미국방성이 조직한 ARPA(1963)이 시초

용어설명

발명가 인덱스

필자 소개

사진 출처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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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간이 일궈낸 발명품의 목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전체가 하나의 강물로 역사를 이루고 있다. 각 목록은 일목요연이나 정리라는 말이 얼핏 풍기는 느낌처럼 그렇게 딱딱하고 핵심을 압축요약하고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50여 명이 넘는 필자가 자신만의 개성대로 "내가 아는 이 발명품은 이러저러하오."라면서 바통을 이어가며 이야기를 줄줄 풀어내니 어떤 이야기는 에피소드처럼 재미있고, 어떤 이야기는 수준에 안 맞아서 어렵다는 느낌도 들고, 또 어떤 이야기는 진짜 사전에나 어울릴 만한 압축요약식 글이어서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 만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발명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이 책을 주욱 보면서 전반적으로 느끼는 것은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으며, 반대로 세상에 새롭지 않은 것 또한 없다는 것이다. 오늘도 내가 지극히 당연하게 쓰고 있는 것들이 글쎄...!! 예전에 예전에 어떤 발명가가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줄줄이 소시지처럼 엮인 여러 명의 발명가가 그랬다고 한다면? 거기다 어떤 심약한 발명가는 소송을 하다 하다 지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든지, 또는 실험을 하다가 실패해서 망신살이 뻗쳐서 죽는다든지... 이에 대해 어떤 해석을 하든지 간에, 인간 노동력을 무시할 것만 같고 자연을 훼손하기만 할 것 같은 무자비한 발명의 역사가 사실은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에 조금은 안도하며 "역시 인간의 삶이야."라며 읊조려보게 된다.

 

소개글에서 잭 첼로너는 이 책에서 기술적 발명만을 다룬다고 했다. 그런데 옥의 티인가? 싶을 정도로 생뚱맞게 요리책에나 나와야 할 샌드위치의 발명도 소개한다(98쪽). 그건 하단에 참고부분을 보면 왜 그랬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샌드위치는 이러한 것들과 연관지어진다.

 

참고 : 아침식사용 시리얼, 분유, 통조림 식품, 토스트기, 자동 빵써는 기계

 

발명품마다 각 하단에는 이렇게 참고 목록이 정리되어 있어서 요즘 인터넷 세대들이 링크 타고 끝간 데 모르고 정보의 바다를 헤매듯이 이 책도 그렇게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보는 데 있어서 잭 첼로너의 소개글 처음과 끝부분이 무언가 참고가 될 것 같아서 적어보고 마무리지어야겠다.   


   발명이란 무언가 새로운 것,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것을 창조하는 일이다. 발명은 사상이나 이념(민주주의와 같은), 시, 춤, 또는 음악과 같은 것이 될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기술적 발명만 다루고 있다. 기술은 우리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세상에 대한 지식을 실제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능력은 발명의 아버지임에 틀림없다. 발명의 능력이 사랑, 증오, 친절, 불신과 같은 선천적인 것이기에 인간은 전쟁과 평화 시 쓰이게 될 새로운 물건을 계속해서 발명할 것이며, 현존하는 발명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1_960쪽 짜리 무겁고 두꺼운 책

2_ 풍자화가 제임스 길레이(1757-1815)가 그린 루이 16세의 단두대 처형 장면.

      단대두(1791)는 기요탱이 인간의 목을 베기 위해 발명(!!)한 기계라고 한다.

3_ 귀중품들이 파손되는 것을 막는 데 쓰는 '버블랩 포장(1957년, 미국 엔지니어가 발명)'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함.

4_조지 니센이라는 체조 코치가 1934년에 발명한 '트램펄린 '. 어렸을 적, '덤블링' '방방'이라고 했는데... 무척 재미났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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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동행
미치 앨봄 지음, 이수경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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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동행(Have a Little Faith)>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13년만의 감동실화

 

생각해 보니까 꽤 오래되었다. 미치 앨봄을 만난 것 말이다. 5년 전쯤, 편안한 직장에서 책 읽을 시간이 많이 주어져서 철마다 캠퍼스를 누비면서 손에 잡히는 책들을 보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그때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도 있었고, 나에 대해 무지에 가까운 '나'도 있었다. 책은 그저 감동이었던 것 같고, 나는 나대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얘기대로 한다면, 이런 나에게 하나님은 돌풍을 한 방, 두 방, 세 방,...빵! 빵! 먹여주신다. 뭣 좀 알고 살라는 계시 같기도 하고, 하여튼. 그래서인지 지금 내가 참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나이 드신 분들의 인생 이야기다. 그저 그런 시시한 이야기, 뻐기는 이야기, 잘난 이야기,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듣자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들도 재미없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 책이 그저 그런 시시한 이야기라는 건 아니고.

 


1995년 정도였을까... 루게릭이라는 병으로 죽어가는 모리 교수와 대화를 나눈 내용을 책으로 낸 것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다. 당시 미치 앨봄은 죽음에 직면한 성숙한 모리 교수의 이야기에 깊이 동요되어서 인생의 성공 정의를 새롭게 쓰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계속해서 배워가야 하는 부족한 사람들 아닌가. 이번에는 모리 교수를 보내고 난 몇 년 뒤, 유대교 랍비 앨버트 루이스가 이미 종교에 등을 돌린 미치 앨붐에게 추도사를 부탁하면서 8년간 그와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었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은 단순하게 말하면 랍비가 돌아가시기까지의 시간이고 좀 더 의미를 부여하면 미치 앨붐이 믿음을 되찾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처음에 미치는 "왜 나에게 추도사를 부탁하시지?"라는 생각과 함께 그에게 랍비는 위엄있고 완벽한 존재였으며 랍비 정도라면 하나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하나님의 대리인 정도라고 여겼다.

여기서 잠깐,

'나는 누군가에게 추도사를 부탁(받을)할 수 있을까? 누군가 나의 추도사를 써주기나 할지. 들려줄 내용이 있기나 할지. 사람들은 그런 거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잖아. 아니지... 추도사를 원하지만 그들이 들을 수는 없는 거니까.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미치 앨봄도 비슷한 고민을 하지만 곧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 하나님의 대리인이라고까지 생각한 두려운 존재에 다가가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도저히 랍비라고는 생각될 수 없을 것 같은 헨리 코빙턴이라는 사람에게도 한 발 한 발 다가간다. 그래서 이 책은 사실 종교 서적에 가깝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믿음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것을 갖는 방법을 내게 가르쳐 준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을 쓰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그동안 기독교 교회와 유대교 회당을 방문했고, 교외와 도심을 다녔으며, 사람들의 믿음을 분열시키는 '우리와 저들'이라는 사고방식도 경험했다. (이 책 '프롤로그' 가운데)

종교에 관해 내가 아는 바가 별로 없어서 뭐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 봤던 몇몇 책에 따르면 잘난 종교인들이 무모한 일을 저지르는 경우를 본다. 모르긴 하지만, 그분들은 워낙 그 종교에 폭삭 빠져서 무모한지 어쩐지도 모르고 그냥 그러고 사는 것 같다. 분명히 종교 서적은 아닌데 한참 뭐라 뭐라, 예를 들면 끌어당김의 법칙을 기껏 설명해 놓고 마지막 에필로그에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덕분입니다"라고 한다든지. 그럼 뭐라는 거야. 결론은 하나님을 믿으라는 얘기네. 안(못) 믿으면 안 되는 거야? 발전 가능성 없는 거야? 피식.

그 밖에도 발을 넓히기 위해서 특정 종교를 믿는 척하는 사람, 새벽마다 교회 다녀와서 출근하는 사람인데 못난 나만 보면 "참 많은 것을 보고 배워." 이런 말을 지껄였던(-죄송) 사람, 사귀는 사람이 교회를 다녀서 어찌어찌 교회를 다니게 됐는데 "교회 다니는 건 나를 위해서가 아니야. 너를 위해서지."라고 말했던 사람, 나이가 꽉 찬 분인데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 아니면 만나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닫아건 사람... 등. 자신이 믿는 것과 믿는 바를 행하고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미치 앨봄 덕분에 만나게 된 랍비 앨버트 루이스라는 분은 하나님을 믿는 분이긴 하지만 많은 부분 그것에서 초월하신 것 같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믿는 바를 행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내 마음에 들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느껴서(感) 내 마음이 둥둥둥 울렸다는 것(動)이다.

남의 허점을 보고 나는 그로부터 배울 점이 참 많아, 라고 하며 자기 인생의 교과서를 하나 둘 늘리지만 말고 사람이 사람을 필요로 할 때 대화 상대가 되어 주고 격려 한 마디라도 건네줄 줄 아는 마음 따스한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종교를 떠나서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일, 좀 생뚱맞지만 내가 아직 결혼 전이므로 아내와 여자의 차이점에 대한 것, 어쩐지 조금 식상해지기도 한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모습과 자세, ...물론 종교에 대한 것까지. 이런저런 깨달음과 감동을 준 이 책이 참 좋았다. 예약 판매도 있었고 해서 실제보다 홍보가 더 화려한 책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아예 없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고마운 책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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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가족 상상도서관 (다림)
로드리고 무뇨스 아비아 지음, 남진희 옮김, 오윤화 그림 / 다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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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림세계문학 · 스페인 문학

<완벽한 가족>

  


열한 살 알렉스네 가족소개

 · 아빠 : '페'. 물리학자.

 · 엄마 : '세타'. 실내 장식가로 실내 장식 잡지사 근무.

 · 두 누나 : 쌍둥이는 아니지만 정말이지 많이 닮은 열네 살과 열다섯 살 델리아와 실비아.

 · 가족 특징 : 조화 · 질서 · 정리를 광적으로 좋아함. 서로 말다툼을 벌이는 일이 절대로 없다.

참고로,

알렉스의 가장 친한 친구, 결점투성이 '라파'. 

 
 

다섯 식구 가운데 가장 완벽하지 못한(사실을 말하자면, 가족 가운데 자기 혼자만 완벽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막내 알렉스가 자신의 '완벽한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1

 

   나에게 일일이 대꾸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이것만은 생각해 보길 바란다.

   가족에 대해서. 다름 아닌 부모님에 대해서, 그리고 형제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

   가족들에 대해 생각해 봐라. 깊이 생각해 봐라.

   나는 너희들의 부모님이 좋은 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형제들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내릴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알아야 한다. 그들도 결점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주 사소한 결점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

   예를 들어 손가락으로 코를 후빈다든지, 수프를 들고 마신다든지, 항상 네가 보고 싶은 것과는 다른 텔레비전 연속극에 매달려 있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결점은 결점이고, 이 세상 모든 집에는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집은 예외다.

   누나들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들 한마디로 완벽하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내 이름은 알렉스. 아그리멘소르 거리 5번지에 살고 있는데, 이번 시험에서 두 과목이나 낙제했다.

   국어와 수학.

   쌍으로 뻥 뚫린 구멍처럼 두 과목에서 낙제를 했다.


책 속에서 잠깐 빠져나와서, 우리나라에서 열 살을 갓 넘긴 남자 아이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주변에 이 또래 아이들을 보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만 그래도 아직은 가족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족 안에서든 밖에서든 알고 싶은 것이 많아지고 자기 이야기(주장)를 하고 싶어 하지만 그게 잘되지 않는 경우를 본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논술이 꽤 유행이어서 병아리반 아이들까지 논리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 같긴 했지만 역시 아이는 아이인 것이다. 이 책에서도 꼬마 알렉스는 처음에 무언가에 대해 말하기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잘하고 싶지만 잘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봐야겠지. 


   나는 가끔씩 내 생각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13쪽)


   이렇게 긴 문장은 너무 복잡해서 좋지 않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가끔 이런 식의 문장을 쓰곤 한다. 우리 국어 선생님이 그토록 긴 문장을 쓰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25쪽)


이런 알렉스가 참으로 기특한 것은 완벽한 가족이란 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고, 친한 친구 녀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추적을 시도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완벽한 가족을 이 조그만 녀석이 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뭣 모르고 포용하기는 쉽지만, 이상한 것을 인식하고 당당하게 가족을 소개하는가 하면 좌충우돌 난장판을 벌이면서 결국 가족을 포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닌데. 어쨌거나 이건 책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어렸을 때는 누구나 엄마가 세상에서 최고이고, 아빠는 대통령 저리 가라 싶을 정도로 든든하기만 하다. 아이들은 이 지구상에서 우리 엄마·아빠가 모르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고, 못 하는 것 역시 절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정이 아마 99.8%는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 책 이야기라서 그럴 테지만 이 책을 이끌어가는 두 악동, 알렉스와 라파는 앞의 통계에서 벗어난 0.2%에 속하는 녀석들이다. 알렉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라파는 알렉스보다 훨씬 재미난 녀석이다. 왜냐, 결점투성이니까. 우리는 완벽한 사람보다 결점투성이인 사람을 보면 왠지 동질감을 느끼고 막 넘어지고 자빠지는 코미디언을 보는 것처럼 그냥 웃음이 나온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하고 같이 살 테냐, 라고 물어보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의 주 흐름 - 알렉스 가족의 허점 찾기 - 을 따라가다 보면, 완벽이라는 것이 사실은 완벽하지 않음과 친구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알렉스와 라파가 친한 친구이듯이. 완벽한 모습의 이면을 보게 되는 일은 한편으로 썩 반가운 일은 아니다. 

 


예전 같으면 부모가 무식하니까 너희만이라도 똑똑하게 잘 살거라, 뭐 이런 식의 가정이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부모들이 다들 너무 똑똑하시다. 똑똑한 부모들 사이에서 설 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아이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아이가 생각하는 완벽한 가족의 모습이 사실은 그 정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을 무척 재미나게 폭로해 주고 있는 책이어서 욕구불만 해소에도 그만이다. 완벽한 그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고 놀라 도망치지만 말자. 완벽한 그들이 허점투성이 사람들을 포용하는 모습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보너스 아닌 특급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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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 타인의 생각 훔치기,‘멘탈리스트’가 되는 길
토르스텐 하베너 지음, 신혜원 옮김 / 위즈덤피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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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인의 생각 훔치기
'멘탈리스트'가 되는 길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THE MENTALIST
남의 행동을 조절하는 사람. 정신적인 예리함과 관찰력, 암시를 이용하는 사람

...............................................................................................................................
그냥 영어 단어에서 풍기는 내멋대로 느낌인데 차갑고 매서운 메탈 느낌이 나는 멘탈리스트는 분명히 내게 익숙한 단어는 아니지만, 익숙한 느낌으로 확 와 닿는 분이 있다. 바로 우리 엄마다. 아마 세상 모든 엄마들은 자기 기분을 울음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아가의 기분을 척척 알아줘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에 멘탈리스트를 자처하는지 모른다. 우리 엄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엄마가 다 알고 있어!"


엄한 눈으로 단호하게 불호령을 내릴 때면, 우리 자매 가운데 누군가는 꼭 훌쩍 울어댔다. 그 신호는 뭔가 억울하다는 것이었으리라. 엄마는 내(아이) 마음을 몰라준다는 의미였을 텐데. 이럴 때 엄마는 그것마저 다 안다는 듯이


"뭐가 억울하다고 울어!! 뚝 그치지 못해!!"


쏴한 분위기는 누군가 바짝 엎드리는 자세로 "엄마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요."라고 했어야 마무리되고 엄마가 차려주시는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싹싹 빌고 엄마의 호의를 받은 아이가 가장 잘살고 있다. ㅎㅎ 나는 멘탈리스트 엄마가 결코 멘탈리스트가 아니라고, 아주 열을 돋우는 역할이었고, 결과적으로 멘탈리스트라고 자처하고 계신 지독한 엄마의 승!! 이다. 이것은 아마 정글 인생의 법칙이기도 한 것 같다. 


여자들은 대충 이러한데 남자들의 세계에서 멘탈리스트는 또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 같다. 내가 접했던 것은 이런 것이다. 만약 남의 생각을 읽고 싶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조수한테 이렇게 지시한다.


"이봐. 그 사람에 대해 싹 조사해서 가져와."


그러면 그 사람이 어떤 학교 출신이고 무슨 과를 나왔으며 어떤 집 몇째 자식인지... 리스트로 파악하고 '으흠'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면 됐던 것 같다.


어쨌든, 빠르고 신속한 것을 원하는 조금 거만하기도 한 요즘 사람들이 타인의 생각을 훔치는 방법은 대단히 패스트푸드적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일러주는 다양한 도구이자 방법이자 주문들은 그렇게 단정적이고 가벼우며 쉬운 것들이 아니다. 대단히 많은 훈련과 연습, 관찰, 직관, 정신의 힘이 필요한 것 같고, 어디에나 예외는 꼭 있다고 이에 대한 분별력까지 체득할 수 있는 겸손까지 갖추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살아보니까 이 겸손과 자신감이 함께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단순하게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고 영향력을 미치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저자 토르스텐 하베너가 타인의 마음(생각)을 읽고자 했던 것은 다른 사람 머리 꼭대기에 군림하기 위함이 아니라고 한다.
 

   나는 언제쯤 이런 느낌을 충분히 감지할 만큼 민감해진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단지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최대한 집중해서 모든 상세한 사항들을 인식해야만 한다. 이때 최종 목표는 언젠가는 더 이상 생각을 쫓지 않고 인식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감지하는 것이다. (63쪽)

 
   나는 이 책에서 여러분에게 많은 도구들을 충분히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르거나 또 다른 방법을 개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무분별한 행동을 통해 성공을 얻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무분별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여러분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었다면 여러분의 주위에는 항상 여러분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선택권은 여러분의 손에 쥐어져 있다. (261쪽)


 
나는 좀 기계적인 멘탈리스트에 대한 반감이 있고, 꾸준히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멘탈리스트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을 잘 믿지 않는 구석도 있기 때문에 예전에 한창 베스트셀러로 주가를 날린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을 읽고 '이거 뭐야. 별거 없네. 웃기는군.' 그러고는 던져둔 적이 있다(진짜 책을 던진 건 아님). 이 책도 살짝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의 측면과 그의 심리, 행동변화, 인간관계에 대해 내가 달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도와주었다.


우리 모두 희대의 사기꾼이 되기보다 최고의 멘탈리스트로 따뜻한 피가 도는 인간이기를 노력해 보자. 살날이 길다. 짧은 생각은 멘탈리스트가 아니라 속탈리스트가 될 것이다. (지가 지 발등 찍고 속이 타야 마땅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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