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탄생 - 마음은 언제 탄생하여 어떻게 발달해 왔는가?
요시다 슈지 지음, 심윤섭 옮김 / 시니어커뮤니케이션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마음은 언제 탄생하여, 어떻게 발달해 왔는가?

<마음의 탄생>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 : 프랑스의 후기 인상파 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는가?

1897-1898년, 보스턴 미술관

 

오우! 이 책의 첫 장 '마음이 탄생하기까지'는  폴 고갱의 미술 작품으로 연다. 고갱은 19세기 끝무렵까지 살았던 사람으로 예술가들의 성향이 대개 그렇듯 물질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감에 따라 그에 대해 환멸을 느끼며 원시를 갈망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거의 죽기 전에 유작과도 같은 위의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우리는 저 그림을 보며, 아니 그림볼 줄을 모른다면 작품의 제목이 일러주는 "우리는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는 누구일까?" 또 "어디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참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붙들고 한가하게 노닐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인지라 이렇게 작정하고 책으로 만나니 무척 반갑다. (다시 한 번) 그렇다고 해도 마음이 어떻고, 우리가 어디서 왔네 마네, 어디로 가네 마네 그런 것들에 대해서 뭔가 정답을 알려주겠지, 하는 큰 기대를 한 건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나는 이미 뭔가에 지쳐서 대충 현실 생활에 안주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나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럴 것 같고 이 책의 저자인 정신과 전문의였던 요시다 슈지라는 분도 임상경험 30여 년의 세월동안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속에서 솟구쳐오르는 의문들...  그것을 찾아서 현역에서 물러난 10년 가까운 세월을 이 책을 내는데 애쓰신다.

다시 폴 고갱의 그림으로 돌아와서,

   "고갱은 고호와 함께 공동생활에 실패하고 나서 두 번이나 타히티에 갔었지만 타히티도 그가 꿈꾸던 낙원은 아니었다." (10쪽)

그가 꿈꾸던 낙원을 찾지는 못했지만 예술이라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 책의 저자가 가진 의문, 또한 우리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의문을 잘 그려주었다. 이제 이 책의 저자는 문자화라는 디지털 방식으로 마음의 정의와 기원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

손에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 마음을 찾아서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을 간략하게 정리할 수는 없다. 책 뒤표지에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심리학, 정신의학, 뇌과학, 고고학, 영장류학, 인류학 등 인간의 마음을 연구한 모든 학문의 영역을 넘나들며 밝혀낸 새로운 정신이론학"이라고 쓰여 있는데, 나는 열거한 것들을 하나도 모르니 다른 건 모르겠고 온갖 것들을 총 망라한 것은 맞는 것 같고 그에 비해 저자의 내공이 잘 발효되어서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여 있다는 것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참 놀라운 책이라는 것이다. 마치 불온서적을 보는 듯...;; 책을 다 볼 때까지 두근거렸다.

저자 후기에서 저자의 말로는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하면서 인간학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열심히 보긴 했으나, 그것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고,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에 대한 도전집이다.  

다윈의 진화론...NO!

프로이드의 정신의학...NO!

서구의 발달사관...NO!

각종 이분법적 사고...NO!

국가가 주도하는 학교교육...NO!

이 책에서 언급한 대로 생각을 뿌리째 뒤엎는 작업이 나로서는 꽤 유쾌한 일이었다. 수백만 년 전, 우리 인류를 되돌아보고 멸종의 역사이자 기적의 역사의 한복판에서 살아남은 "인간"을 만났으며, 수렵채집의 시대를 거쳐서 농업시대 나아가 산업시대와 정보화시대의 디지털화되고 삭막해지는 인간까지 예상해 볼 수 있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의 출현은 마음의 출현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리고 이 마음은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핵을 구성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전능인자가 올바르게 발휘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여기 한 대의 마차가 있다. 이 마차의 이름은 '마음'이다. 마차의 마부는 '전능인자'이다. 그 마부 양 옆에는 '의식'과 '자명성'이 앉아서 '전능인자'의 마차 모는 솜씨를 지켜보고 있다. 맨 앞을 달리는 말이 '언어적 정신'이다. 그리고 '일체감적 정신, 자력적 정신, 타력적 정신'이라는 말이 나란히 그 뒤를 따른다. (이 책 뒷부분 '이글의 요약' 가운데)

인간이 나아갈 바를 찾고, 인간다움(=사람다움)을 지향하고자 하는 사람, 지배당하는 내가 뭔지 모르게 못마땅한 사람, 인간의 마음에 관여하는 교육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 시대의 지성인이라면 이 책 한 번 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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