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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가족 ㅣ 상상도서관 (다림)
로드리고 무뇨스 아비아 지음, 남진희 옮김, 오윤화 그림 / 다림 / 2010년 2월
평점 :
다림세계문학 · 스페인 문학
<완벽한 가족>
열한 살 알렉스네 가족소개
· 아빠 : '페'. 물리학자.
· 엄마 : '세타'. 실내 장식가로 실내 장식 잡지사 근무.
· 두 누나 : 쌍둥이는 아니지만 정말이지 많이 닮은 열네 살과 열다섯 살 델리아와 실비아.
· 가족 특징 : 조화 · 질서 · 정리를 광적으로 좋아함. 서로 말다툼을 벌이는 일이 절대로 없다.
참고로,
알렉스의 가장 친한 친구, 결점투성이 '라파'.
다섯 식구 가운데 가장 완벽하지 못한(사실을 말하자면, 가족 가운데 자기 혼자만 완벽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막내 알렉스가 자신의 '완벽한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1
나에게 일일이 대꾸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이것만은 생각해 보길 바란다.
가족에 대해서. 다름 아닌 부모님에 대해서, 그리고 형제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
가족들에 대해 생각해 봐라. 깊이 생각해 봐라.
나는 너희들의 부모님이 좋은 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형제들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내릴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알아야 한다. 그들도 결점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주 사소한 결점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
예를 들어 손가락으로 코를 후빈다든지, 수프를 들고 마신다든지, 항상 네가 보고 싶은 것과는 다른 텔레비전 연속극에 매달려 있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결점은 결점이고, 이 세상 모든 집에는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집은 예외다.
누나들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들 한마디로 완벽하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내 이름은 알렉스. 아그리멘소르 거리 5번지에 살고 있는데, 이번 시험에서 두 과목이나 낙제했다.
국어와 수학.
쌍으로 뻥 뚫린 구멍처럼 두 과목에서 낙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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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잠깐 빠져나와서, 우리나라에서 열 살을 갓 넘긴 남자 아이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주변에 이 또래 아이들을 보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만 그래도 아직은 가족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족 안에서든 밖에서든 알고 싶은 것이 많아지고 자기 이야기(주장)를 하고 싶어 하지만 그게 잘되지 않는 경우를 본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논술이 꽤 유행이어서 병아리반 아이들까지 논리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 같긴 했지만 역시 아이는 아이인 것이다. 이 책에서도 꼬마 알렉스는 처음에 무언가에 대해 말하기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잘하고 싶지만 잘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봐야겠지.
나는 가끔씩 내 생각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13쪽)
이렇게 긴 문장은 너무 복잡해서 좋지 않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가끔 이런 식의 문장을 쓰곤 한다. 우리 국어 선생님이 그토록 긴 문장을 쓰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25쪽)
이런 알렉스가 참으로 기특한 것은 완벽한 가족이란 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고, 친한 친구 녀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추적을 시도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완벽한 가족을 이 조그만 녀석이 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뭣 모르고 포용하기는 쉽지만, 이상한 것을 인식하고 당당하게 가족을 소개하는가 하면 좌충우돌 난장판을 벌이면서 결국 가족을 포용하기는 쉬운 일이 아닌데. 어쨌거나 이건 책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어렸을 때는 누구나 엄마가 세상에서 최고이고, 아빠는 대통령 저리 가라 싶을 정도로 든든하기만 하다. 아이들은 이 지구상에서 우리 엄마·아빠가 모르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고, 못 하는 것 역시 절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정이 아마 99.8%는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 책 이야기라서 그럴 테지만 이 책을 이끌어가는 두 악동, 알렉스와 라파는 앞의 통계에서 벗어난 0.2%에 속하는 녀석들이다. 알렉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라파는 알렉스보다 훨씬 재미난 녀석이다. 왜냐, 결점투성이니까. 우리는 완벽한 사람보다 결점투성이인 사람을 보면 왠지 동질감을 느끼고 막 넘어지고 자빠지는 코미디언을 보는 것처럼 그냥 웃음이 나온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하고 같이 살 테냐, 라고 물어보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의 주 흐름 - 알렉스 가족의 허점 찾기 - 을 따라가다 보면, 완벽이라는 것이 사실은 완벽하지 않음과 친구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알렉스와 라파가 친한 친구이듯이. 완벽한 모습의 이면을 보게 되는 일은 한편으로 썩 반가운 일은 아니다.

예전 같으면 부모가 무식하니까 너희만이라도 똑똑하게 잘 살거라, 뭐 이런 식의 가정이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부모들이 다들 너무 똑똑하시다. 똑똑한 부모들 사이에서 설 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아이에게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아이가 생각하는 완벽한 가족의 모습이 사실은 그 정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을 무척 재미나게 폭로해 주고 있는 책이어서 욕구불만 해소에도 그만이다. 완벽한 그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고 놀라 도망치지만 말자. 완벽한 그들이 허점투성이 사람들을 포용하는 모습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보너스 아닌 특급보너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