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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에서 천산까지
김호동 지음 / 사계절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 독서를 즐기는 편이긴하지만 중국역사나 중국내 소수민족들의 사연들을 접한적은 거의없는(이 방면에선)문외한이기때문에 솔직히 220페이지라는 분량이 부담스러운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프롤로그부터 중국대표소수민족들의 이야기를 지나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의외로 책장을 넘기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었던건 왜일까? 물론 김호동교수가 글을 쉽고 체계적으로 엮은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 외에도 티벳족, 회족, 몽골족, 위구르족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 그리고 그들의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이 가난과 질병과 허기의 일상으로 급변해버린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전개되어가는 그 '드라마틱한(?)' 흥미진진함에도 이유를 부여할 수 있을것같다.
역시 역사라는건 '힘있는자들의 역사'로 알려지고 보편화되기때문에 평소에는 저들 소수민족의 어두운 내막은 쉽게 접할 수 없었던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늦게라도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것에 감사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있다. 약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역사, 소수민족들이 중국이란 거대한 나라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며 지키려했던 그들의 정체성, 그것이 지닌 고귀한 그들만의 역사와 전통을 소개하고 있는 '입문서'같은 느낌을 건네주는책이 바로 본 저서인것같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한것이 있다. 외양적으로 너무 가난하고 힘없어 보이는 저들에게도 분명 천하를 호령했던 시절이 있었건만 왜 지금은 저렇게 몰락했는가하는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다양한 책략들과 정치.군사적인 면을 통틀어 거시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그들의 대처능력이 적절치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것 같다. 오히려 화려하고 힘이 실렸던 과거에 대한 미련과 집착, 그리고 갈 수록 더해만가는 피폐한 현실 앞에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신들 스스로를 평가절하함으로써 지금같은 상황이 지속되는건 아닌지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긴 이젠 신자유주의라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 편승하여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 현실적인 무기라곤 너무없는 그들이 이제와서 어떻게 해본다는 가정자체가 억지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역사라는것도 현실이 존재할 때에만 의미있는것이고, 또 현실이란것 역시 1초후엔 역사의 한페이지가 되어버릴 수 밖에 없는데 과거에만 집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현실의 열등한 생활을 벗어날 뚜렷한 방안이 있는것도 아니기때문에 중국에 종속된 6.5%의 소수민족들의 생활과 위상은 당분간 지금의 그 모습으로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김호동교수는 이 책에서 너무 소수민족을 폄하하는건 아니었는지 자책을 했는데, 나 역시도 이 책에서 접한 역사적사실과 현실을 대비한나머지 너무 그들을 매도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중요한건 내 느낌 아니겠는가! 어쩌면 나의 의견이 문외한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것일지도 모르니말이다.
오래간만에 괜찮은 역사책 한권을 읽어 좋았다. 앞으로 인터넷이나 신문등을 통해 중국 소수민족들의 소식을 접하게되면 '그냥' 그들편이 되고싶다. 그들은 눈에보이는 물질적.경제적으론 후진민족이지만, 우리가 볼 수 없는 정신적.문화적으론 전세계 그 어느나라에도 뒤지지않을만한 '자신감과 자존심',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기때문이다. 난 그들의 밝은 미래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