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폭력과 문화재생산
삐에르 부르디외 지음 / 새물결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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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눈부신발전과 혁신의소용돌이가 장악한 21C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이게도)우린 수세기전의 조상들이 비참하게 경험한 바 있는 '봉건제도'의 잔재를 고스란히 되새김질하고있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사회'라고 우린 배워왔고 또 모두들(정치인들과 일부 권력계층들!) 그렇게 얘기하고, '또다른' 모두가(철저히 정복당한 피치자들!) 그렇게 믿고 있기때문에 대한민국사회는 지금 그러한 거짓된 불문율에 희생되어 보이지않는 상처를 입은체 비틀거리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비단 대한민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프랑스사회학자 부르디외도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또 그것을 상징권력, 상징폭력등의 개념으로 정의내리며 (부르디외가 크게 공헌한 또 하나의 영역인 '사회'언어학을 토대로하여)'언어'라는것의 힘, 또 그것이 현대의 계층, 계급사회에서 가지는 엄청난 가치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명하고 명쾌한 답변을 하기위해 본 저서를 집필한것이리라...

하지만 언제나 느끼는것이지만 '번역'이란것이 가지는 불가피한 한계점.. 그리고 그러한 '약점'이 이 책에서처럼 확실히 드러나보이는것도 드물었던것같다.

전체적으로는 책의 제목에 부합하는 내용들로 전개되어가고있긴하지만 언어학의 원론적인것들을 다룬 부분에선 방대한 주석들과 꼬릿말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가뜩이나 읽어나가기 난해한 내용인데)읽는내내 식은땀을 흘렸을정도였다. 물론 주석과 꼬릿말들이 달려있는 자체를 비판하는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꼬집어 말하는것이다. 간단하고 알기쉽게 설명할 수 있는 문장도 불필요한 접속사와 조사들로 끝없이(?) 이어져 내용의 통일성이 없고 일목요연한 맛도 없이 단지 '나열식'에 그치고 있어 안타까웠다.

결국엔 다시 나 자신이 이 책을 완전히 이해를 하지못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것 같은데 그 이전에 이 책의 '수준'과 난해한 '번역'의 탓도 과감히 언급해두고싶다.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의 '공모'속에서 발전되고 뿌리내려나가는 소위 '지배이데올로기'라는것은 지배계층이 만들고 배포하는 '그들만의언어', 그 확고부동한 성역이 있기에 가능한 현대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깊이있게 짚어내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하는바이다. 그리고 하이데거와 사르트르, 맑스의 중요함을 다시한번 일깨워주었다는데서도 부차적인 본저서의 의미를 짚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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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토론의 법칙 원앤원북스 고전시리즈 - 원앤원클래식 1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최성욱 옮김 / 원앤원북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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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쇼펜하우어를 존경하고 그의 글을 사랑하는 차원에서 고른것이긴해도 역시나(이 책에서 분명히 명시한바대로) 타인과의 대화에서 어떻게하면 '우위'를 점할 수 있을것인지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위해 구입한 동기역시 간과할 수 없을 듯 싶다.

물론 이 책의 전체줄거리는 제목그대로 '토론'을 할 때 우리가 상대방을 대하는 방법 및 자세에 관한 적나라한 설명으로 가득하다. 이 '적나라'하단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것 같은데, 사실 토론과 관련된 그 설명들엔 곳곳에 '인간'의 허영심과 이기심같은 악한본능을 정확하게 꼬집으면서 그러한 인간의 본성을 이용하여 논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쉽고 흥미로운 글로써 가르쳐주고 있기때문에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인간의 법칙'에 관한것이기도 하다.

볼테르, 아리스토텔레스, 홉스같은 거장들의 '인간본성정의'를 인용하면서 많은 부분을 '인간탐구'에 할애하고있다는 점을 이 책에서 발견했을 때 우린 이 책을 다독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분량상의 부담이 적은탓도 있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른사람과(나와 비슷한 수준의 다른사람!) 대화를 하지않고 살아간다는것은 극단적인 인생의 반전을 제외하곤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은 평생 손끝에서 놓치않아도 될 만한 명분과 가치를 지니고있기때문이다.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 그것은 상대방을 '격퇴'하는 일종의 결투이며 사람의 본능과 개성과 성격을 파악하는 매우 어려운작업이다. 쇼펜하우어는 그러한 어려운 작업에 앞서 정말 유용한 '한 수'를 우리에게 건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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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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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명분으로도 설득할 수 없는 일제의 압제와 어떠한 되새김과 뉘우침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남북분단의 쓰라린 과거의 환영앞에서 작가 황석영씨는 '남한'이 아닌 '북한'의 억울한영혼들을 달래려 굿 한판을 벌였다.

(남한내에서)일반적으로 알려진 6.25전쟁의 상흔은 잠시 뒤로하고 이 소설은 또 하나의 우리민족이 거주하고있는 북한에서 일어난 '절대'간과할 수 없는 사건들의 뒤엉킴과 당시의 사상적, 이념적대립이 낳은 극단적인 반목을 류요섭목사를 비롯한 숱한 영혼들을 통하여 매우 정밀한 묘사와 밀도있는 문체로 그려내고있다.

초대하지않은 '손님'에게 너무도 많은걸 빼앗겨버린 민족간의 유혈사태가 그토록 잔인하고 끔찍하게 자행되었다는것이 밑기질 않는다.. 황석영씨가 직접 가보았고 또 직접 체험담을 들은것을 기본골격으로 써내려간 이 엄청난 '사실'들은 한국전쟁의 또 다른 이면과 (너무도 멀어보이는)북한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우린 같은 민족이기에 그 '이해'가 더 빠른것이고 충분히 '가능한'것이다. 인칭의 잦은 '교대'로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되도록이면 많은 이들의 입장과 상황을 알리고 좀 더 현실감있게 그려나가기위한 작가의 색다른 시도임을 감안해 볼 때 소설 '손님'은 실험적이면서도 독자의 감동과 이해에 바탕을 둔 '교육소설'이라는것에 소견을 두고싶다.

소설을 모두 읽은 후엔 '슬프다'라는 감정의 여운이 조용히 가슴을 쓰다듬는다... '왜 우린 이렇게 살아야만하는가'하는 생각에... 정말 미치도록 바라마지않는 통일의 그날을 꿈꾸며... 안타까운 조국의 현실의 싸늘함이 한방울의 '진심어린'눈물이되어 새벽녘까지 내 가슴을 쓸어내리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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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스케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2
도리스 레싱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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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설레임과 스산함을 표현한(타워브리지의 장엄함!)책표지부터 런던이란 나라에대해 무엇을, 어떻게 묘사해놓았는지에 대한 궁금함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는 제목까지... 이 책을 구입하게된 동기는 솔직히 작가의 명성이나 그녀의 작품에 매료되어 구입하게된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그외의 상황이 만들어낸 호기심에 이끌려서였다. 역시 책이란것은 '읽고싶어'읽어야지, 단지 표지나 제목따위에 현혹되어 읽다간 큰코다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

런던스케치... 말 그대로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18가지의 단편이 실린 도리스레싱의 단편집인 본 저서는 단편이란것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의 틀을 완전히 전복시키는 '어려운'글들의 홍수이다.. 소위 '짧고 이해하기쉬운'단편이 아닌 '주관적이고 난해한'단편들의 집합체라고나 할까?

물론 이야기의 흐름자체는 지극히 단순하다. 풍경묘사나 인물의 심리묘사같은것은 수준급이지만 소설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스토리의 매끈함은 찾아 볼 수 없어 (머리식히려 펼쳐든 소설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읽는내내 무슨 어려운 철학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이야기구성력의 부재가 분명한 글들이었던것 같다.

어쩌면 나자신이 소설을 읽어나가는 능력에 있어 아직 많이 부족할지도 모르겠지만 나같은 사람도 함께 공감할 수 있고 감동받을 수 있는 소설... 책을 덮은후에도 몇날몇일을 고민하고 사색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소설... 이것이야말로 진정 소설의 존재이유일것이며 작가가 염두에 두어야 할 독자에 대한 '배려'라는 것이라 생각된다.
짧으면서도 날카로움을 잃지않아야 할 단편이란 장르적속성을 감안해 볼 때 그러한 '배려'는 더욱 더 중요한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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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에서 천산까지
김호동 지음 / 사계절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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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독서를 즐기는 편이긴하지만 중국역사나 중국내 소수민족들의 사연들을 접한적은 거의없는(이 방면에선)문외한이기때문에 솔직히 220페이지라는 분량이 부담스러운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프롤로그부터 중국대표소수민족들의 이야기를 지나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의외로 책장을 넘기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었던건 왜일까? 물론 김호동교수가 글을 쉽고 체계적으로 엮은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 외에도 티벳족, 회족, 몽골족, 위구르족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 그리고 그들의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이 가난과 질병과 허기의 일상으로 급변해버린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전개되어가는 그 '드라마틱한(?)' 흥미진진함에도 이유를 부여할 수 있을것같다.

역시 역사라는건 '힘있는자들의 역사'로 알려지고 보편화되기때문에 평소에는 저들 소수민족의 어두운 내막은 쉽게 접할 수 없었던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늦게라도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것에 감사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있다. 약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역사, 소수민족들이 중국이란 거대한 나라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며 지키려했던 그들의 정체성, 그것이 지닌 고귀한 그들만의 역사와 전통을 소개하고 있는 '입문서'같은 느낌을 건네주는책이 바로 본 저서인것같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한것이 있다. 외양적으로 너무 가난하고 힘없어 보이는 저들에게도 분명 천하를 호령했던 시절이 있었건만 왜 지금은 저렇게 몰락했는가하는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다양한 책략들과 정치.군사적인 면을 통틀어 거시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그들의 대처능력이 적절치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것 같다. 오히려 화려하고 힘이 실렸던 과거에 대한 미련과 집착, 그리고 갈 수록 더해만가는 피폐한 현실 앞에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신들 스스로를 평가절하함으로써 지금같은 상황이 지속되는건 아닌지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긴 이젠 신자유주의라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 편승하여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 현실적인 무기라곤 너무없는 그들이 이제와서 어떻게 해본다는 가정자체가 억지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역사라는것도 현실이 존재할 때에만 의미있는것이고, 또 현실이란것 역시 1초후엔 역사의 한페이지가 되어버릴 수 밖에 없는데 과거에만 집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현실의 열등한 생활을 벗어날 뚜렷한 방안이 있는것도 아니기때문에 중국에 종속된 6.5%의 소수민족들의 생활과 위상은 당분간 지금의 그 모습으로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김호동교수는 이 책에서 너무 소수민족을 폄하하는건 아니었는지 자책을 했는데, 나 역시도 이 책에서 접한 역사적사실과 현실을 대비한나머지 너무 그들을 매도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중요한건 내 느낌 아니겠는가! 어쩌면 나의 의견이 문외한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것일지도 모르니말이다.

오래간만에 괜찮은 역사책 한권을 읽어 좋았다. 앞으로 인터넷이나 신문등을 통해 중국 소수민족들의 소식을 접하게되면 '그냥' 그들편이 되고싶다. 그들은 눈에보이는 물질적.경제적으론 후진민족이지만, 우리가 볼 수 없는 정신적.문화적으론 전세계 그 어느나라에도 뒤지지않을만한 '자신감과 자존심',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기때문이다. 난 그들의 밝은 미래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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