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혜원 월드베스트 12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 혜원출판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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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청춘의 혈기와 호기심을 벗삼아 보석같은 추억으로 누구의 가슴속에서나 숨쉬고있을 그 설레이는 생명력... 당신들의 첫사랑은 어떠했는가... 뿌쉬낀은 말한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걸..' 사랑할 수 밖에 없기때문에 사랑하는것... 이것이 바로 첫사랑이 아닐까? 투르게네프가 자신의 작품중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라 언급한 '첫사랑'은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라는 한 40대중년의 첫사랑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된다.

으레 첫사랑이란것이 그렇듯 블라디미르 역시 지나이다라는 21세 처녀에게 '첫눈에'반하게된다. 하지만 당시 그의 나이는 16세... 이제 막 가정교사의 손길에서 벗어난 풋내기였던것이다. 나이라는 현실의 장벽앞에서 그는 한없이 고뇌하고, 좌절하며 그녀의 곁을 맴돌게되는데...

같은 남자로서 참을 수 없었던부분은 지나이다라는 여자는 참으로 활달한 거만함으로 남자들을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즉, 가지고노는) 좋지못한 버릇같은것이 있었는데 블라디미르역시 그러한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못한체 행복한 발버둥을 쳤다.. 다가올 그 비참한 사건들에 대해선 한치앞도 내다보지못한체...

한 인간이 가장 순수할 때, 가장 혈기왕성할 때, 가장 감성적일 때 첫사랑은 완성되기마련이다. 그래서 블라디미르 자신의 아버지와 지나이다의 관계(그의 연적은 다름아닌 자신의 아버지였다!)를 알게되면서 폭풍처럼 휘몰아쳤던 그 거대한 충격의 파장이 블라디미르에겐 평생 잊지못할 상처와 추억을 선물한것이다. 역시 첫사랑이란것은 이루어질 수도 없고, 잊혀질 수도 없는 운명임엔 틀림없나보다...

그의 아버지는 45세라는 나이에 요절하게되는데 그는 죽으며 아들에게 이런말을 남긴다. '내 아들아,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하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하라...'라고.. 결국 블라디미르 자신의 아버지도 자기가 철저하게 농락당했던 지난시간들처럼 지나이다의 그 '독'에 질식당한것이던가! 셰익스피어가 말했었다. '약한자여, 그대이름은여자..' 하지만 첫사랑의 달콤함앞에서 약한자는 '남자'라는 이름이었다..

이 소설을 읽고나면 '첫사랑'이란것도 마냥 설레이고 마냥 좋을 수만도 없다는 이면의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지나이다.. 그녀 역시 해산중에 사망한다!) 그래도 감미로운것으로부터 비극을 이끌어낸 투르게네프는 그것의 본질에대한 (소설의내용과 비교해볼때)역설적인 '첫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 내가 느끼는 모든 것에는 무엇인지 모를 새롭고 말할 수 없이 감미로운 여자에 대한 예감 - 알 듯 모를 듯하면서도 수줍은 예감이 숨어 있었다'

'오, 첫눈에 불타오르던 애정이여, 감동한 영혼의 부드러운 음향이여, 그 아름다움과 그윽함이여, 첫사랑의 감격에 감미로운 기쁨이여 - 그것들은 어디 있는가. 아, 지금은 어디있는가..'

아! 나의 설레임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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