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따라기 감자 외 혜원 월드베스트 21
김동인 지음 / 혜원출판사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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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은 암울한 식민지시대를 살아가다 또 하나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끝으로 숨지게되는 파란만장한 생을 살다간 천재작가이다. 꽤 부유한 집안에서 평온하게 자라온 어린시절과는 달리 부친을 여의고 유산으로 뛰어든 사업마저 실패하게되면서 방황하게되는 청년시절부터 그의 삶은 분노와 고뇌로 가득채워지는데 1919년부터 쓰여진 그의 작품들은 당시 자신을 농락한 현실의 압제와 부조리에 대항하듯 사실적이고 적나라한 문체와 스토리가 주축을 이루고있다.

K라는 남작의 집의 가정교사로 있다가 정조를 빼앗긴고 혼자의 힘으로 유산마저 감당해야했던 강엘리자베스의 비극을 다룬 '약한자의 슬픔'은 그의 첫작품이며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와 당시의 뚜렷한 계급사회의 불합리성을 되짚어보는 매우 인상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있다.

'배따라기'는 화자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배따라기의 소리를 찾아헤매다 만나게된 (실제 주인공격인)'형'의 회상을 큰축으로 하여 전개되는 액자소설이다. 자신(형)의 처와 동생간의 관계를 오해하여 벌어지게되는 비극을 담고있는데 이 소설에서 작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누구에게도 쉬운행복, 영원한 행복은 있을 수 없을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얘기한다.

영화로 더 유명한 '감자'는 식민지시대의 하층민들이 얼마나 굶주린 생활을 하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돈이 필요해서 몸을 팔게되는 복녀라는 주인공의 비극적인 죽음을 통하여 인간의 목숨과 도덕성보다 돈이 더 중요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시대상황을 냉정하게 심판한다.

백성수라는 천재음악가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린 '광염소나타'는 예술인의 행위적타락은 무죄라는 다소 '불합리한'전제를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기위한 김동인스스로의 변명이다. 위독한 어머니의 병원비마련을 위해 가게에서 돈을 훔치다 잡힌 백성수는 주인에게 간곡히 사정을 얘기했으나 결국 6개월 감옥생활을 면할 수 없게된다. 감옥에서 싹튼 세상에 대한 분노로 인하여 백성수는 출옥후 연쇄방화와 살인까지 저지르며 자신의 분노를 삭이는데 그 범행의 순간순간마다 떠오른 악상으로 곡을 써내려간것이 너무도 훌륭한 곡들이어서 그것이 '죄'인지 '창작'이라는 인고의 과정인지를 가늠할 수 없게되는 상황이 마련된다. 물론 상식적으론 그것은 명백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상황이나 문화적인 가치를 고려해볼 때 김동인의 변명은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

이 외에도 도회와 시골의 대비를통하여 고향의 소중함을 얘기하는 '시골 황 서방', 천재화가 솔거의 인생역경을 화려한 문체로 다룬 '광화사', 아내의 외도와 자신의 방탕사이에서 갈등하며 스스로 현실을 날조하는 한 인간의 노력을 그린 '발가락이 닮았다', 대표적인 민족주의단편소설로 일컬어지는 '붉은산'등이 책한권을 가득 메우고있다. 김동인의 작품은 참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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