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시럽 뿌리기 - 셋셋 2026
이영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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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시럽 뿌리기>라는 책은 6명의 작가님의
4편의 소설과 10편의 시가 담긴 ‘엔솔로지’ 같은 책입니다.

처음 도입부를 담당하고 있는 이영주 작가님의 [모르는 개 산책]은
당근으로 ‘개 산책’ 알바를 하는 중년 여성이
살인사건의 참고인이 되어서 조사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산책하는 강아지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강아지를 만나는 현관의 모습은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으면서,

그 강아지 주인의 이름이나 얼굴 직업 등에 대해서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밖에는 모른다는 부분이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각박’해 졌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결국 사건의 범인이 잡히게 되었음에도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분리수거’ 까지 해주는 다정한 남자친구구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말입니다.

물론, 이야기가 이 사건이 끝이라면 이 소설은 너무 심심했을지도 모릅니다.
범인이 너무 쉽게 유추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글이 지금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아이들을 위해서 학부모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장면이나.
그것을 위해서 다른 학부모를 ‘왕따’시키는 장면,
가장 가까워야 할 ‘남편’이 가장 멀게만 느껴진다는 아이러니함이
가장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심지어, ‘개 산책’ 알바를 끊을 수 없는 이유가 말미에 설명되면서,
결말에 대한 ‘당위성’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물론 원영원 작가님의 [여름의 갈래에서]를 읽으면
어째선가 ‘잃어버린’ 향수를 떠오르게 하는,
‘여름날의 고향집’을 떠오르게 합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가면 조개껍데기가 한무더기 쌓인 철제대문이 나오고
마당에는 컹컹 짖으면서 날뛰는 흰 개와 다른 한 켠에는수도가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인자하게 손 흔들면서 언제나 맞아줄 것만 같은 그런 시골집이요.

아마도 이 글에서의 시골집이
화자인 아이의 가장 행복했으면서 불행의 시초가 되었던 그 시기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그 글의 결말은 그리고 글의 중간중간 회상하는 듯한 ‘현재의 나’의 발언을 빌리면,
결단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이 가장 생생했기 때문일지 아니면, 아버지의 그 그림에 현혹되었기 때문일지 화자는 그 시절로 회상하고야 맙니다.

아마도 그것이 그 사람의 ‘향수’이기 때문은 아닐런지요.

김나은 작가님의 [좋은 여자]와 신은솔 작가님의 [그림자 밟기]는
어떻게 본다면 글이 ‘닮아’ 있습니다.

아마도 두 글의 주인공이 모두 건강하지 못한 가정의 ‘딸’들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좋은 여자]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생모가 죽음을 앞두고 10여년 만에 다시 자신에게 연락해 오면서 생겨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그림자 밟기]는 한창 사춘기의 예민한 아이가 아픈 동생으로 인해서 가족들의 관심사에서 밀려나고 원치 않는 환경의 변화를 겪으면서 결국은 ‘감화’되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강다운 작가님과 이비 작가님의 10편의 시 중에서
그나마 제가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부러진 문고리]입니다.

그 시를 읽으면서 그래서 ‘피에르’는 결국 왜 못오게 된 것일까? 하는 생각만이 남았습니다.
(제 생각엔 피에르는 먼저 삶에서 떠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친구들이 그를 추모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리 덕후적 편견을 뽐내보았습니다.)

이렇게 수록된 작품들을 읽으면서 제목이 왜 하필이면 [상처에 시럽 뿌리기]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흔히들 상처를 파고드는 말을 할 때면,
“안 그래도 아픈 상처에 소금까지 치네.”
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 상처를 마주하고 보듬어 보자는 의미에서 지은 것 같기는 하지만.... 이건 진짜 편견이긴 하지만.. 상처에 시럽을 뿌린다고 해서 안아플 것 같지 않다는 T적 모멘트가 발동하는 제목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위생적으로는 소금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시럽은 뭐랄까 세균들이 번식하기 좋은 영양물을 제공할 것 같은!)

하니포터 13기로 선정되어
신간을 빠르게 읽어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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