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두사 아이
실비 제르맹 지음, 이창실 옮김 / THE CIRCLE PRESS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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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를 보고 드는 생각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왜 제목이 ‘메두사 아이’일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왜 하필이면 표지가 ‘개기일식’일까 .

먼저 ‘메두사 아이’는 특히 이 책이 ‘프랑스 문학’이기에
제목에서 그 ‘아이’가 의미하는 것이 ‘eye’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child’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물론, 메두사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저는 ‘eye’라고 생각했는데....)

글의 첫 도입부에 나오는 ‘개기일식’에 매혹된 두 아이.
루페와 루시는 닮은 점이 하나도 없지만, 서로 마치 영혼의 단짝이라도 된 듯한 친밀한 사이였습니다.

물론, 둘 중에서 더 천문학에 관심이 넘치는 것은 ‘루페’ 쪽이였죠.
그런데 2부가 시작되면서 이 책의 화자나 비중이 ‘루페’에서 ‘루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게 되면서 어린이 특유의 통통 튀는 밝은 분위기에서
점차 어둡고 우울해지며 급격하게 색체가 침체되어가기 시작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한순간에 상실하고야 만 루시의 ‘유년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러한 징조가 1부의 끝에 등장하는 랭브루씨네 막내딸의 죽음이 마치 복선처럼 깔려 있습니다.

간략하게 말해서,
1부가 유년기 시절의 밝은 색채를 의미한다면,
2부에서는 한순간에 사라진 유년기와 왜 한 소녀가 메두사 ‘아이’가 되려 하는지에 대해서,
3부에서는 ‘원죄’와 ‘복수’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듭니다.
4부에서는 그 후에 남겨진 이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5부의 ‘인내’ 그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에서는 다시 ‘회복’을 의미하면서
왜 이 책의 표지가 ‘개기일식’ 이여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밝고 희망차게 ‘회복’을 말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순수했던 시절을 먼저 서두에 보여줌으로써,
그 찬란했던 시절을 처절하게 망가뜨림으로써 한 소녀의 삶을 처절하게 부셔뜨립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정말로 우연찮은 기회에 ‘복수’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전부터 다른 의미의 메두사의 ‘아이’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요.)

그러나, 우리는 어쩌면 모두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복수의 끝이 결국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 다는 사실을요.

한 소녀가 처절하게 유린당한 3년의 세월을 회복하기까지
30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것도 지극히 ‘일부’가요.
(그러나 이 또한 근원을 제거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회복되기까지, 그녀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습니다.
그녀의 찬란했던 ‘유년기’와 무궁무진했던 ‘상상력’,
또래다움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진 않아도 아꼈을지도 모르는 어머니와
‘영웅’의 아들이자 그녀의 자랑이였던 ‘이복 오라비’, 그리고 그녀를 가장 사랑했던 ‘아버지’까지도
모두 잃어버리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 모든 일의 ‘원죄’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요.

과연 ‘페르디낭’이 순수하게 ‘가해자’일까 하는 생각을요.
어쩌면 그도 처음에는 친모인 ‘알로이즈’에게 그의 친부의 ‘대용품’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어쩌면 ‘이이생트 도비녜’가 ‘알로이즈’에게 매혹되었던 그 이유는
그녀가 마치 ‘선악과’ 같은 존재처럼 그에게 여겨졌기 때문은 아니였을까요.

또 다른 생각일지도, 아니면 너무나 앞선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이아생트는 확실히 그의 친딸 루시에게 일어난 그 비극을.
그녀가 갑작스레 난폭하게 변하게 된 이유를 몰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알로이즈’ 마저 진실로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원한 피해자도 없지만, 영원한 가해자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만약에 그가 그러한 짓을 저지르기 전에
‘살인범’이 밝혀졌다면 과연 루시의 유년은 지켜졌을지에 대해서 상상해 보았지만,
결국은 다른 의미로 결국엔 깨어지고야 말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한 가지 위안점이 있다면,
루시가 일방적으로 끊어내고야 말았던 루페와의 ‘친분’이
뒤늦게나마 다시 연결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녀가 지켜주고 싶어했던 순수한 유년기.
그리고 그렇게 질투하는 그 유년기를 지닌 존재인 ‘루페’를 통해서
결국엔 이 책이 언젠가는 완전한 회복에 다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woojoos_story 진행으로 단체디엠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thecirclepress

📖 죽은 이들의 마음은 자신이 거처로 삼기 위한 기억을 찾아 헤매는 걸인이다._33p

📖 저주받은 방이었다. 모든게 역전되고 유년기가 망쳐지는, 사악한 마법의 작은 방._145p

📖 오랜 세월 먼 데서 들렸던 헛된 간청의 그 목소리가 마침내 하나의 응답을 찾아낸다. 자애와 연민이라는._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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