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는 고블 씬 북 시리즈
곽유진 지음 / 고블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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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 책을 다 읽기 전에는 왜 책의 제목이 저 문장이여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세계가 한순간에 망했다. 죽을 날이 가까운 노인들을 제외하고 새로이 태어나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 또한 회색 눈이 내리지 않는 세계를 알지 못한다.

세상은 회색 눈에 뒤덮여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건물들과 움직이지 않는 시계. 아니 아예 시간의 흐름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것도 없다. 식량이라곤 지하철역 안에서 기르는 감자와 버섯뿐. 그것도 부족해 한 알을 반으로 쪼개서 그 반을 꼭꼭 씹고 아껴먹어야 한다.

이 책은 겉으로 보기엔 원래 있던 역에서 노인을 찾는 다른 역으로 데려다주는 역할을 맡은 ‘소녀’와 그 노인의 모험기에 가깝다. 문명이 멸망하기 전의 세상을 아는 ‘노인’과 태어나서부터 이러한 세상에 살아가 장난감보다 활과 화살, 그리고 생존이 더 익숙한 ‘소녀’.

이 둘은 서로를 미워한다. 아니, 솔직하겐 소녀는 자신보다 좋은 시절을 보냈던 노인을 부러워 했던 것이고, 노인은 소녀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던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거칠게 대하는 소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그런 태도를 보였던 것이지만 말이다.

이들의 여정은 안전하지 못하다. 역에서 백화점, 도서관, 대교, 극장, 상점가 그리고 목적지였던 역에 도착하기까지 그들의 여정은 회색 눈과 추위 그리고 식량난과 언제 마주칠지 모르는 들짐승을 경계해야 한다. 거기에 잠을 청할 건물을 찾더라도 그 건물이 언제 무너지질지 모른다는 위험까지 말이다.

그 와중에 노인은 백화점에서 발견한 모델의 포스터를 보고 소녀에게 ‘모투나’에 대한 ‘영화’를 설명해준다. 물론 처음에 소녀는 영화에 대해서도 이야기에 대해서도 아무런 개념이 없기에 화만 낸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이야기와 소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모투나라는 소녀의 이야기에 점차 빠져들면서 노인과 소녀의 사이도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과연 소녀는 노인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데려다 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의 여정은 과연 그들을 어떠한 결말로 이끌어 줄 수 있을까.

이 책의 반전이라면 아마도 책의 처음 시작인 ‘노인’의 정체가 아닐까.
책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영화 ‘메이즈 러너’와 ‘트루먼 쇼’와 비슷하다는 감상을 받았다. 정확히는 그렇게 생각하도록 유도가 되었다.

이야기 속에 다시 이야기가 숨겨진 액자식 구성.
그렇지만, 이 이야기의 본질이 겉에 드러난 것이 아닌 ‘모투나’의 이야기가 더 본질에 가깝다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왜’ 이런 배경을 설정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하필 ‘회색 눈’일까, 왜 ‘문명의 멸망’을 배경으로 설정했을까.

소녀가 살아가는 세계인 ‘회색 눈’이 내리는 멸망한 세계를 초점으로 한다면 그 세계가 왜 멸망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힌트도 주어지지 않는다. 과연,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실험이자 허구에 불과하다면 왜 그런 설정에 초점을 맞췄을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는 아포칼립스를 주제로 한 영화나 소설을 보더라도 그 세계가 왜 망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저, 주인공이 이 고난과 역경을 어떻게 해쳐나갈 것인지, 주인공의 여정은 어떻게 진행되는 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의 주인공은 과연 어떠한 삶을 살아갈까.
그에 대한 후일담조차도 우린 그저 상상할 뿐 어떠한 것도 ‘확정’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러한 세계는 우리의 시간선에선 모두 ‘허구’에 불과하니까.


📖 ”내가 모투나였다면 떠났을 거야. 바다 멀리, 크고 크신 새가 고래를 찾아갔다던 그 바다로.“_39p
📖 “너는 내가 안 보이지만 나는 네가 보여. 어두운 곳에서는 밝은 곳이 더 잘 보이거든.”_45p
📖 “이야기는 꿈이니까, 같은 이야기를 듣고 보면 같은 꿈을 꾸는 것과 마찬가지야.”_77p
📖 ‘행복은 질리는 것이 아니니까.’_79p
📖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야.”_92p
📖 “우리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는 ... 우리를 구하기 위해서였어.”_1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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