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세우스 패러독스 안전가옥 오리지널 46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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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 플래닛이라는 거대 그룹의 후계자가 된 석진환.
회장이 되기까지 아버지의 갑작스런 병환이나, 제대로 된 유언장의 부재로 인해서 그룹은 흔들렸고, 플래닛전자는 석진환이, 플래닛바이오메디컬은 그의 동생인 미진이 차지했으나 그들에겐 공통의 적이 하나 더 있었으니, 차명 주식 15%를 가지고 있는 그들의 삼촌들.

서로를 믿지 못하고 죽고 죽이려는 관계, 그 와중에 진환은 계속해서 미진의 신사업인, 인간을 죽음에서 부활하게 만드는 일명 ‘라자루스’ 기술을 중단하라고만 한다. 그러던 와중에 긴급 이사회가 소집되고, 약간의 블러핑으로 진환은 삼촌들의 차명 주식을 모조리 차지하게 된다.

그 날, 오후 임상 시험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을 가던 중 큰 교통사고를 겪게 되고, 의식을 차리니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난 뒤였다. 육체는 모두 사이버테크 기술의 ‘기계 신체’로 교체된 뒤였다. 자신을 뒤쫓던 자들을 뿌리치고 돌아간 집에는 자신과 동일한 ‘얼굴’과 ‘인간적인 육체’를 가진 또 다른 석진환이 있었다.

기계적 신체를 가졌으나 ‘나’라는 연속적인 ‘자아’, ‘의식’을 가진 ‘컨티넘’, 그리고 인간적인 생체를 가진 ‘바디’, 그리고 모든 기억 데이터를 가진 ‘메모리’.
과연, ‘컨티넘’, ‘바디’, ‘메모리’. 이 셋 중에서 진짜 ‘석진환’은 누구이며,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무엇일까. 그리고 과연 석진환은 다시 그룹의 회장을 차지하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정말 많은 사고를 하게 만든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자신과 똑같은 생체 조직을 가진 또 다른 인간이 있다면, 도플갱어가 아니라 정말로 자신과 동일한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클론’이 있다면, 그는 과연 ‘복제본’에 불과할까 아니면 그가 ‘원본’과 동일한 존재가 될 것인가.

전에 이러한 <전갈의 아이>라는 SF소설을 본 적이 있다. 그 책에는 부유한 자들의 생의 순간을 연명하기 위하여 자신과 동일한 생명체를 복제해 ‘장기’를 이식하는. 일종의 스페어 타이어 취급을 하는 책이였다. 그 책에서의 주인공도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사고하는 부분이있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컨티넘, 바디, 그리고 메모리 모두 자기가 ‘원본’의 ‘나’가 맞는지, 자신이 진짜 ‘석진환’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의심한다.

이 책의 큰 이야기 줄기는 그룹 회장의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것 같지만, 딥하게 들어가면 그런 내용이 아니다. 앞으로 진보화되는 과학기술에서 과연 ‘인간’이라 정의하는 것이 어느 수준 까지 그런 것인가를 다루는. 좀 더 ‘생명’이란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라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왜 죽음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사람이 왜 잠을 자야 하는가. 그리고 지금도 그러한 기술이 있어서 사람의 신체 장기를 하나하나 바꾸게 된다면, 과연 ‘나’는 그 수술 이전과 이후가 동일한 ‘나’인가 하는 등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과 질문을 던진다.

물론, 인간을 창조하는 생명기술은 인간의 도덕 윤리에 위배 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금기시 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기술들은 생명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계 인간’을 만드는 것에 더 가깝달까. 하지만, ‘라자루스’ 기술은 다르다. 사람을 죽음의 순간에서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회생기술. 그리고 ‘차명 주식’을 위해 석진환이 고안해 놓은 그 비윤리적인 면모들까지. 과연, 이러한 것들이 소설 속 상상의 장면에 불과할까. 아니면, 우리 같은 일반 사람은 알지 못하는 근 미래의 모습들이 될까.

다만 바라건대, 부디 어떠한 삶의 순간이 오든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온전히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삶으로 종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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