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지은 모두 피를 흘리리
S. A. 코스비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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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론 카운티의 지극히 평범하고 평화로운 날들은 고등학교에서 울려 퍼진 한 발의 총성에 의해 깨져버린다. 사건 현장에 도착한 카운티 최초의 흑인 보완관 타이터스 크라운은 범인으로 추정되는 라트렐 맥도널드를 체포하려 했지만, 그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부보안관들이 그를 사살한다. 제프 스피어먼 선생님을 죽인 라트렐은 사살되기 직전 타이터스에게 선생님의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라는 말을 남긴다. 문제아였던 졸업생이 오랫동안 존경받던 교사를 학교에서 죽인 사건은 카운티 사람들의 감정을 들끓게 만들어 갈등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하지만 타이터스는 알고 있다. 흑인 청년이 백인을 죽였다는 사실이 더 큰 분노의 이유라는 것을. 그러나 스피어먼의 휴대전화와 집까지 수색한 타이터스와 부보안관들은 스피어먼이 모두가 오랫동안 알던, 존경하던 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가장 조용해서 마을의 이름인 ‘카론’을 죽음의 도시라고도 명명할 정도로 사건사고가 거의 없어서 심지어 시체 검안마저 이웃 동네에 맡겨야 할 정도로 낙후되고 고립된 도시 카론 카운티. 그곳에서 발생한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이 온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흑인 청년이 백인 교사를 죽인 사건이 점차 그 선생의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고 그가 흑인 아이들 7명을 끔찍하게 살해했으며 시체를 은폐하였고, 그의 마수가 곳곳에 뻗쳐 있었으며 라트렐도 그의 범죄에 가담하고 있었으나 그의 동생 ‘라본’을 다음 희생양인 것처럼 묘사하는 문자로 인해 비극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지막 ‘늑대 가면’의 사나이, 죽음의 천사 ‘아즈라엘’의 정체는 아무런 실마리도 잡히지 않는다.

유년 시절에 겪었던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과 보호자의 부재, 동생의 보호 그리고 FBI 요원으로 겪었던 한 사건이 타이터스의 삶에서 트라우마로 작용하면서 그는 그것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와중에도 계속해서 발생하는 인종차별과 그에 대한 다툼, 부보안관의 비리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까지 과연 조용했던 카론 카운티는 죽음의 천사 아즈라엘의 정체를 밝히고 다시 살육의 도시에서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책의 앞 부분은 솔직하게 말해 서론이 길다. 하지만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글의 분위기가 반전되고, 스피어먼의 휴대폰과 컴퓨터 그리고 외장하드 등을 통해서 그의 진정한 모습이 나고, 7구의 시체를 찾아내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물론, 스피어먼, 라트렐과 함께 범죄를 저지른 죽음의 천사 ‘아즈라엘’의 정체는 끝의 끝의 끝에 가서야 드러나기 시작한다. (타이터스와 대립하는 ‘스콧’을 등장하면서 그의 정체를 암시하는 등의 힌트를 주기도 한다.)

물론, 집중을 깨는 단어도 존재한다. ‘이복 남동생’에 관한 이야기인데. 흔히들 이복형제와 이부형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복형제는 배다른 형제. 즉, 아버지는 같은데 어머니는 다른 형제를 지칭하고, 이부형제는 어머니는 같은데 아버지가 다른 형제를 지칭하는 말인데 소설의 흐름을 본다는 이복 남동생이 아니라 ‘이부 남동생’이 맞는 표현이 아닐까. (📖 358-372p)

책 속의 카론 카운티는 인종차별과 갖가지의 차별들이 두드러지는 곳이다. 이방인을 배척하고, 종교인을 배척하고, 흑인과 백인을 배척한다. 하지만 그 속에 있는 커뮤니티 사람들은 여전히 카론 카운티가 좋은 마을이라고 생각한다. 흑인 아이 7명이 끔찍하게 살해당해 시체가 숲에 묻혀 있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죽더라도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이 되는 마을의 행사를 취소할 생각이 없다. 성난 트럭이 와서 퍼레이드 중인 목사를 치고, 여러 명이 죽더라도 말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외국이지만 한국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하달까.

책의 결말은 솔직하게 말해서 조금 아쉽다. 아즈라엘의 정체를 밝힐 실마리를 너무 안 주다가 축제 도중 일어난 트럭 사건이나, 시신에서 발견한 T형 금속체 등을 통해서 갑자기 유추해 나가는 것 또한 말이다. 결말에 다다라서 너무 급전개로 펼쳐진 것 같으면서도 그의 죽음이 제목과 어울리는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달까, 보안관을 그만둔 타이터스가 대학교에서 범죄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된다는 등의 설정이 독자로서는 아쉬울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에 다다라서야 그가 진정으로 자신의 유년 시절의 상처를 극복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은 정말이지 그의 앞날이 밝게 빛날 것만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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