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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목숨을 팝니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평점 :
이 책은 주의점이 있다. 일단 이 책의 글들이 1968년 5월주터 10월에 걸쳐 잡지에서 연재된 것이라는 점이다.
줄거리는 매우 흥미롭다. 갑자기 신문을 보던 중 활자가 바퀴벌레로 느껴지면서 삶의 권태를 느끼게 되었고 죽으려고 결심하여 실행에 옮겼으나 실패하고 그 후에 신문에 투고하여 <목숨을 팝니다>라는 말도 안되는 광고를 하게 된다. 그 광고를 믿고 찾아오는 구매자들의 의뢰를 들어주면서도 주인공인 하니오는 계속해서 살아남는다.
처음부터 결말 전까지는 글이 단조롭다. 이게 도대체 뭔가 싶다가도 끝까지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 글이다. 물론 중간에 나온 A국과 B국의 대사관 일화는 쫌 재밌다. 약간 추리가 들어가서 일지도... 하지만 그 뒤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하니오에게 터닝포인트가 되면서 그가 왜 목숨을 버리고 싶은지 또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되면서까지 도망치고 싶은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물론 마지막이 신박한 반전요소도 숨어있는데 그건 글을 처음부터 한 호흡으로 단숨에 읽어야 반전미가 더 커진다! 마지막에 결말은 지금의 시대관으로 보면 지극히도 현실적이면서도 허무하기 그지 없는데, 이 글이 쓰인 시대를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무서울 정도로 미래를 관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경찰소 부분에서)
스릴러를 기대하고 보면 이 책은 블랙 코미디이다. 엄청난 추리요소나 스릴러는 존재하지 않는다. '살인'도 어떠한 관점에서는 그저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럼에도 읽어야 한다면 지금 청년들의 상황과 하나오의 상황이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은 아닐까.
📚 그때 터무니없는 것을 보고 말았다.
떨어진 신문 위에 바퀴벌레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가 손을 뻗음과 동시에 그 반질반질한 마호가니 색 벌레가 엄청난 기세로 도망치더니 신문의 활자 사이로 섞여 들어가 버렸다.
그래도 그는 대범하게 신문을 주워 들고서 조금 전 읽고 있던 페이지를 테이블에 놓고, 주운 페이지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읽으려던 글자가 모두 바퀴벌레로 변했다. 읽으려는 글자가 이상하게 반질거리고 검붉은 등을 보이며 도망쳐버렸다.
‘아아, 세상은 이런 구조로 되어 있구나.’
📚“제대로 된 인간이란 모두 가정을 가지고 열심히 처자식을 부양하는 법이야. 자네 나이에 독신이고 주소가 없다면, 사회적으로 신용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어.”
“인간이라면 모두 주소를 가지고, 가정을 가지고, 처자식을 가지고, 직업을 가져야만 한다는 건가요?”
“내가 하는 얘기가 아냐. 세상 사람들이 하는 얘기지.”
“그렇지 않은 인간은 인간쓰레기라는 말이에요?”
“그럼, 쓰레기겠지. 혼자서 이상한 망상이나 하고 경찰서로 뛰어 들어와 자기가 피해자라며 하소연하는, 그런 남자들은 드물지 않아. 자네 한 명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그런가요? 그럼 제대로 범죄자 취급을 해주세요. 전 부도덕한 장사를 했었어요. 목숨을 팔았거든요.”
“허어. 목숨을 말이지? 거참 고생이 많았네. 하지만 목숨을 팔건 말건 그건 자네 맘이야. 딱히 형법에서 금지하는 일은 아니니까. 피의자가 되는 사람은 목숨을 사서 악용하려 한 사람들이야. 목숨을 파는 녀석은 피의자가 아냐. 그냥 인간쓰레기지. 그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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