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걸
해리엇 워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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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줄거리를 보자마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앤 해서웨이가 아니라 그녀가 들어옴으로써 자리를 빼앗긴 '에밀리'가 떠올랐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마고와 에밀리는 완전 경우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육아휴직을 사유로 잠시 패션 에디터의 자리를 내려놓게 된 마고, 그리고 그런 마고의 자리에 대타로 들어온 매기. 마고의 아이를 출산하기 전 고교 친구였고 잠시 멀어졌으나 서로 임신을 한 걸 알게된 이후 다시 친해졌던 워니.

이 세 여자의 관계의 비극은 아마도 마고와 워니의 고교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헬렌의 등장으로 사이가 벌어졌다가 다시 펍 사건으로 인해 친해진 마고와 워니. 헬렌에게 일어난 사고를 숨겨줌으로써 그들은 서로의 이해자이자 족쇄가 되었고 사이가 멀어졌으나 '임신'으로 인해 가까워졌다가 워니의 아기인 '잭'의 죽음이 그들을 다시 멀어지고 마고가 워니에 대해 불안과 미움, 공포에 사로잡히게 된다.

잭의 죽음 후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않는 워니. 자꾸만 내 역할과 자리를 뺏어가는 매기. 마고는 아마도 원래도 불안하고 예민한 사람이지만 산후우울증과 육아우울증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계속되는 SNS의 댓글 빌런도, 마음을 속 편하게 털어놓을 친구의 부재도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이 책은 단순하게 '육아휴직'을 주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좀 더 사람의 심층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여자가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해서 어떤 희생을 하는지.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어떠한 희생을 가져오는 것인지 그리고 미숙했던 우정과 더 깊은 연대를 나눈 뒤에 비로소 갖게되는 '우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육아휴직후에 자기의 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일단 나부터도 그런 미래는 너무나 멀리 있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특히나 마고 같은 '패션' 업계나 남들의 선망을 배경으로 하는 직업은 특히나 그렇지 않을까.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항상 비교를 한다. 자신이 갖은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을 말이다. 그것이 긍정적은 쪽으로 이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이 좋지 못한쪽으로 도달하게 한다. 매기는 마고를 선망하면서도 그녀가 가진 모든 것에 질투하고 그녀의 자리를 자기가 임시로 채운 것임을 알지만 그에 대해서 깔끔하게 물러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마고도 매기에게서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질투하고 비교하면서 매일밤 그녀의 SNS를 염탐한다. 이로인해서 하고 싶은 말도 너무 많지만 책의 재미를 반감할까봐 생략하도록 한다.

끝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역시나. 무슨 일이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중요성인 것같다. 결말에 다다라서야 편안해진 마고처럼.


📚 인생은 수없이 많은 지각판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것과 같고, 그러는 과정에서 때로는 기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했다. 서로 저금씩 양보하지 않으면 종종 처참하게, 종종 돌이킬 수 없이 파열돼 각자 더 작아지고 약해질 뿐이다._406-407p

📚 내 대타는 내게 긴장을 풀고 다른 여자가 될 수 있는, 아기가 있는 여자가 될 여유를 줬고 동시에 예전의 나와 계속 연결해줬다. 나는 매기를 통해 사무실에 연결돼 있었다. 육아 휴직중인 대다수 여자는 회사 업무에서 철저히 차단된다. 자기 일을 대신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원한다면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이 주어졌다._4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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