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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캐모마일 - 한 여름, 한 청춘, 한 사람
서원균 / 잇스토리 / 2025년 7월
평점 :
[이 책은 창작공간 잇스토리에서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전자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솔직히 이 책의 전체 배경이 1980년대에서 2000년이 오지 않은 시기이므로, 지금과는 사회적인 분위기나 가정환경이 너무나 다르다.
더군다나 범룡이의 아버지는 '월남전'에 참여했다가 돌아온 사람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일지 몰라도 술/도박/폭력을 일삼는데 그런 것들이 다 장남인 범룡에게 집중되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범룡이 안쓰러우면서도 가족을 미처 버리지 못하는게 너무나 미련해보이다가도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오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헤쳐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오뚝이'가 떠올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시대를 살아온 지금의 장년층이 아닐까? 전자책으로 봤기에 처음에는 페이지 수를 체감 못했지만, 긴 호흡임에도 불구하고 범룡이가 언제쯤 그 집을 벗어날까, 과연 그의 삶에 '희망'이 있을까? 하는 부분을 찾다가 단숨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이 책을 중간쯤 읽다보면 너무나 지치는 순간이 온다. 그 때 한 템포 쉬어주고 현실로 돌아온 다음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읽어가면 좋을 것 같다.
또한 며칠에 걸쳐 읽는 것보다 단숨에 읽으면 좋은점은 등장인물이나 시간선이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 이 소설 작품은 나에게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과 작가의 상상을 엮어 현실의 삶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이며, 두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 스물네 살에 얼굴이 망가지고, 이빨은 두 개만 겨우 남았으며, 어깨에는 철심을 해 가벼운 짐조차 들 수 없는 나를.
사랑하던 연인에게 매몰차게 차이기까지 해 울 힘조차 없는, 가엾고 흉측한 괴물 같은 나를.
하지만 그곳에 누워있는 분들이 그렇게도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을 나는 살고 있었습니다.
얼굴의 흉터는 성형수술로, 이른 나이의 틀니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고, 철심도 몇 개월 뒷면 제거할 수 있을 터였습니다
📚 여기, 개만도 못한 놈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맞고 자란 놈! 한순간의 실수로 집안을 망하게 한 놈! 빚더미에 앉게 해 어머니가 새벽 샛별을 보며 출근하고, 밤에는 달을 벗 삼아 퇴근하게 만든 불효자! 저 혼자 살겠다고 고향을 떠난 놈! 동생과 가족이 싫어 군대 휴가를 나와도 집에 한 번도 안 간 놈! 어머니가 면회를 올까 봐 편지 한 장도 쓰지 않은 놈! 그런 놈에게 하늘이 노하여 얼굴을 프랑켄슈타인으로 만든 놈! 세상 모든 신이 화가 나서 먹지 못하게 하려고 드라큘라로 만들어 버린 놈! 그놈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그 개만도 못한 놈이 살고 싶어 성형수술을 하고, 틀니도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 여러분, 이 개만도 못한 놈이 과연 살아야 합니까.”
범룡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울었다.
‘왜 나는 이렇게까지 망가졌을까.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이런 처지가 되어야만 했을까.’
📚 범룡은 현국이 말한 ‘스튜어디스, 호텔, 웨이트리스’를 곱씹으며 고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갔다.
📚 범룡에게 칠천 원은 맞더라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생명과도 같은 돈이었다.
📚 계산을 마친 후, 지원은 따로 범룡을 불러 팁으로 삼만 원을 건넸다. 그러나 범룡은 이만 원을 돌려주고는 호주머니에서 삼천 원을 꺼내 다시 건넸다.
📚 범룡은 이번 한 번만 눈감아주면 더 나은 미래가 찾아올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 결정이 나중에 자신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할 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 서범룡, 난 네 두 눈에서 피눈물을 흐르는 걸 꼭 보고 싶었어. 이유? 없어. 굳이 하나 꼽자면, 우리 삼촌 결혼식 날 몇백 원짜리 국수 몇 그릇으로 날 속였던 일. 그때 널 봤지. 돈 앞에선 비굴한 개새끼더라. 그런 놈이 내 친구였다는 게 내 자존심을 완전히 무너뜨렸어. 이게 이유라면 이유다, 하하하. 결혼? 저년이랑은 안 해. 하하하. 그날, 이 차로 널 죽이려 했어. 그때 택시가 나타나서 산 거야. 이 찌질한 개새끼야.
📚 범룡은 지금이라도 멀리, 아주 멀리 도망가고 싶었다. 이 마음이 나중에 고향을 떠나게 한다. 그러나 범룡은 자기가 도망가면 아버지의 화가 결국 어머니에게 향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아픈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통을 참았다.
범룡에게 아버지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 존재는 어릴 적부터 폭력으로 깊이 각인된 것이었다.
📚 남자는 집에서 술주정하고 여자는…… 아니, 여자로 보기조차 힘들 정도로 피폐해진 어머니. 이제야 서 중사가 왜 담배도, 술도, 게임도 안 하는지 알겠네. 토요일마다 그 흔한 면회도 없고, PX에 가는 걸 내가 군 생활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 어머니였구나. 어머니 때문이었어. 서 중사가 버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어머니였어. 어머님의 내리사랑…… 그 힘이었어.
📚 내가 보니 주희, 너는 천사다. 아니, 범룡의 수호천사다.
📚 범룡아, 높은 산을 넘은 사람은 낮은 산을 쉽게 넘는대. 난 널 알아. 넌 절대 쓰러지지 않은 오뚝이란 걸.
📚 저 젊은이가 처한 상황에서 정신건강이란 무엇일까. 이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그와 함께 생활해 봐야 하지만, 솔직히 내 정신이 더 피폐해질까 봐 두렵다. 만약 내가 저 젊은이의 환경에서 자랐다면, 진작에 집을 뛰쳐나왔을 것이다. 그게 내가 살 유일한 길이었을 테니까. 그런데 젊은이는 그 어떤 반항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모든 걸 자기 탓이라 여기며 20년을 살아왔다. 그럼에도 정신적으로 무척 건강해 보인다. 말투도, 태도도, 표현력도 뛰어났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때 성적이 우수했다는 뜻인데…….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과는 또 다르고, 연못에서 연꽃이 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존재다. 어머니조차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누가 저 젊은이를 이렇게 키운 걸까?
📚 아버지가 자신을 엄하게 대했던 이유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음을 이제 서야 깨달은 것이었다.
아버지의 방식이 옳았다고 할 순 없지만, 자신이 배워온 방식 그대로 범룡에게 했던 것뿐이었다. 이제 그 굴레를 풀어야 하는 것도, 끊어내야 하는 것도 결국 범룡 자신이었다.
📚 범룡은 뼈에 사무친 공포와 고통을 잊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한 것이다. 아버지를 용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용서를 받은 것처럼 느꼈다. 이제는 부자간의 정을 이해할 나이가 되었기에 아버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고, 스스로를 짓누르던 고통에서도 해방될 수 있었다. 그래서 비로소 과거를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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