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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팔을 잃은 비너스입니다
김나윤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8월
평점 :
[이 책은 다산책방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유튜브 앱을 열고 "윤너스"를 검색해서 구독한 것이다.
솔직하게 이 책을 보고 싶었던 이유는 전에 유튜브 영상으로 '윤너스'라고 소개되는 김나윤 자각님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굉장히 구김이 없는 모습이, 너무나도 뇌리에 깊숙히 박혀서인 것 같다.
진짜. 책을 읽으면서 저 사람에 대해서 궁금했던게 너무 속속들이 까발려져있다. 왜 별명이 '윤너스'인지, 어떻게 사고를 당해 변화된 현재의 모습으로도 그렇게 밝게 웃으면서 생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타인의 시선에서 당당할 수 있는지 등등 말이다.
원래 에세이는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과 다르게 에세이는 작가의 진실된 삶이 묻어나고 그렇기 때문에 뭔가 즐기는 소재로 쓰기에는 너무 무겁다. 더구나 글의 분위기가 어두울수록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너무 힘겹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진짜 인간 '김나윤'이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 그리고 주위에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가득한지가 너무나 잘 드러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도 받았고, 환자로써 병동생활을 하던 먼 과거의 일들도 떠올랐다. 한 10년 전에 동정맥기형으로 진단부터 수술을 받기까지 긴 병동 생활을 했었는데 그때 내 곁에도 작가님처럼 엄마가 항상 옆에 계셨다. 수발도 들어 주시고 항상 기도해 주시면서 굳센 마음 먹고 버티게 해 주신 것이나 소변줄을 빼고 나서 바로 화장실을 간 것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자세로 오래 있어서 앉기 자세를 취하기 힘들었던것이나 링거들을 주렁주렁 달고다니기 힘들어서 화장실 칸 문을 열어두고 엄마를 보초세우면서 썼던 과거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더구나 지금은 요양병원에서 일하는데 그렇기 때문일까. 책을 보자마자 와닿는 점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횡단보도나 병원 안의 정리정돈된 환경과는 다르게 병원밖은 마치 환자들에게 야생과도 같이 느껴지는 점들) 그래서일까, 정작 몇 장 되지도 않는데 읽어내려가기가 힘들면서도 읽으면 읽을수록 어쩜 저렇게 사람이 단단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정말. 다들 이 책을 꼭 읽어 봤으면 좋겠다. 물론 이 책을 본다고 해서 감동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변화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것처럼. 그렇지만 누가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불행의 한 가운데서도 단단하게 한 걸음씩 헤쳐나가는 사람이 있으니까. 지금 비록 힘든 상황 속일지라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무사히 넘기자
📚 평범한 일상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세상에 당연한 건 없더라고요. _7-8p
📚 윤너스라는 별칭은 사고로 왼팔을 잃게 된 후 제 몸을 처음 마주했을 때 머릿속에 번뜩 떠오른 밀로의 비너스상 덕분에 짓게 된 저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_7p
📚 진짜 내 모습을 외면하는 게 지금의 행복을 깨뜨리지 않는 가장 간편한 방법일 수 있다는 걸 안다. _43p
📚 내가 만약 지레 겁먹어 샤워하기를 망설였다면, 두 눈으로 내 몸을 직시하지 못하고 외면했다면 내 몸이 밀로의 비너스상을 닮았다는 생각도 영영 하지 못했을 거다. 슬픔과 두려움에 갇히지 않으려 애썼던 마음이 빛나는 나의 두 번째 정체성을 비로소 찾아내 준 뜻깊은 날이었다._43-44p
📚 저를 만나는 많은 사람이 그토록 고통스러웠을 사고를 겪고 어떻게 이토록 건강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는지 궁금해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하는 말이 있죠.
“믿을 것도, 돌아올 곳도 결국은 나밖에 없잖아요.”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든 믿을 구석은 결국 나뿐이니까. _9-10p
📚 이 사고로 삶과 죽음이 언제나 멀지 않은 데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도 뼈가 저리도록 알게 되었으니 그 또한 감사한 일이다. 내 곁에 이토록 소중한 인연이 많았다는 것도 이렇게나 빨리 깨닫게 되어 감사하다._24p
📚 그러나 여전히 첫 드레싱의 기억은 저릿하다. 설렘도 잠시뿐. 세상에! 팔이 잘려 나갔을 때보다 곱절은 더 아팠다._28p
📚 한 달 전만 해도 누군가 머리를 감겨주는 일마저도 버거웠는데, 드디어 두 발로 땅을 밟고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었다. 내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바로 화장실이었다. 지긋지긋한 기저귀로부터 탈출하고 싶었던 나는 내 발로 땅을 딛자마자 화장실로 향했다._38-39p
📚 충격적이었던 건, 횡단보도를 건널 때 내가 초록불에 다 건널 수 없을 정도로 느림보라는 사실이었다. 사고 전에는 신호등의 초록불이 깜빡거리는 데도 단숨에 뛰어 건널 정도로 걸음이 빨랐던 나인데…. 이제 정말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게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_47p
📚 모든 일상적 순간이 내게는 꽤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병원 복도에서는 손잡이라도 잡고 걸을 수 있었는데, 허허벌판인 바깥세상은 안전하지 않다고 여겨지니 긴장이 됐다._46p
📚 어떤 커다란 불행이 나를 관통해 지나갈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나를 탓하거나 남을 탓한다. 물론 그런 우리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고 나 또한 그랬으니까.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과거에서 답을 찾으려 굴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지금은 안다. 지금 주어진 삶에서 답을 찾는 것이 가장 빠르고 현명한 방법이다._59p
📚 혼자 앉고 서는 일이 자연스러운 나였지만 이곳의 환자 중에는 무언가에 의지해서라도 혼자 일어서는 게 꿈이고 간절한 소망인 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그렇게 힘겹게 일어선 후 기구를 이용해 한 발 한 발 걷는 연습을 한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 어떤 스포츠보다 투지 넘치고 아름다웠다. 부끄러웠다. 병원 뒤편의 트랙을 빠르게 걸을 수 있을 만큼 호전된 나의 상태. 그런데도 끊임없이 도전 대신 좌절을 선택하려 했던 나 자신이 정말로 부끄러웠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장애와 내 장애를 비교해 가며 내 장애가 훨씬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자기 연민에 빠져 있던 나를 발견한 순간 갑자기 정신이 번쩍 차려졌다._126p
📚 남의 시선보다 중요한 건 내가 나 자신을 제대로 봐주는 일이다.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 그래야 진정 행복한 삶도 가능해지는 것 아닐까._162-163p
📚 아름다움의 기준은 언제나 남이 아닌 나여야만 한다는 말이다._226p
📚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을 이겨낼 힘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일상을 살아가며 매일 크고 작은 좌절을 경험한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다. 내 인생의 좌절은 오토바이 사고 때만이 아니었다. 두 팔이 멀쩡하던 시기, 미용실에서 고군분투하며 좌절하고 기뻐하던 때도 분명 존재한다. 오토바이 사고가 나던 날은 그저 내가 살아온 수많은 날 중 하루였다._231p
📚 우리는 생각보다 더 강하다. 그 사실을 모두가 기억하면 좋겠다._2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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