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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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여 년 전 카뮈가 창조한 인물 뫼르소는 여전히 인기 있는 청년이다. 지금 서울 한복판을 걸어 다녀도 이질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이 넘친다. 남에게 별 관심이 없으니 가족이나 친구, 여자친구에게도 아주 쿨하게 대할 수 있다. '이러나 저러나' 마음 상하는 일이 없어서 인간관계도 억지가 없다. 만나고 헤어짐이 물흐르듯 지나가지만 연연해 하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자신에게 충실하고 거짓없는 언행은 시대를 앞서가는 면이 있지 않은가?

이 친구에게 사회라는 옷은 아울렛에서 균일가 세일중에 구매한 잘 맞지 않는 옷과 같다. 겉보기는 멀쩡한데 선택의 여지가 없다. 조금 작지만 다른 사이즈는 이미 팔려 나갔기 때문이다. 기성복의 맹점이다. 하지만 옷을 맞춰 입는 호사는 부리기 어렵다. 자기 어머니를 어쩔수 없이 양로원에 보낼 만큼 돈이 없으니까. 그래도 유명 브랜드에 가격도 싸니까 입을 만 하지만, 뫼르소는 싫다. 죽으면 죽었지 내가 싫은 건 절대 못한다. 죽으면 죽었지....

시대와 사회는 변한다. 하지만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는 이름 모를 뫼르소들이 걸어 다니고 있다. 어떠한 부조화에도 자기만의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 누구도 결코 삶을 바꿀 수 없고, 결국 이런 삶이나 저런 삶이나 똑같은 가치를 지니며, 지금 여기의 내 삶이 전혀 싫지 않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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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와 프로파일러 - FBI 프로파일링 기법의 설계자 앤 버지스의 인간 심연에 대한 보고서
앤 울버트 버지스.스티븐 매슈 콘스턴틴 지음, 김승진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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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사회고발 다큐멘터리나 범죄물을 다루는 영상물처럼 이 책의 저자는 책머리에 이렇게 일러두고 있다.

"트라우마 경고 : 폭력, 살인, 납치,성폭력......적나라한 내용이 표현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책의 곳곳에는 저자의 경고처럼 끔직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사건 중심으로 프로파일링에 대한 발생과 역활을 이야기 하기 때문에 미국을 떠들썩 하게 만든 사건들이 가감없이 펼쳐진다. 15세에 조부모 살해를 시작으로 수많은 여성들을 죽인 연쇄살인범 에드문드 켐퍼는 수사관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할머니를 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을 뿐이에요. 이어서 그는 할아버지가 집에 돌아와서 아내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지 않아도 되도록 할아버지도 쏘았다고 덧붙였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 도 없는 잔혹한 범행을 벌이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일정한 명분을 제공하는 범죄자들이 있다. 이른바 'BTK 살인자'(결박하고 고문하고 죽인다 Blind them, Torture them, Kill them) 라고 명명된 범죄자들이다. 이들은 어릴 때에 정신 병리학적 이상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거니와 극단을 오가는 심리상태를 보이는 자들이다. 프로파일러는 사건현장의 면밀한 조사와 범죄유형의 분석을 통해 범인의 습관, 나이, 성격, 직업, 범행수법을 추론하는 기법이다. 저자 앤 울버트 버지스는 정신의학 간호사로서 프로파일링 태동기에 FBI의 수사에 참여하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 1세대 프로파일러이다.

"나의 관심사는 이들을 갱생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내게 이들은 범죄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훗날 피해자들을 돕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법한 통찰을 가해자로부터 끌어낼 기회였다." 많은 범죄자들을 면담하면서 정신병리학적인 특성을 범죄자에게 이끌어 내어 일반화한 이론을 도출해 내려 했던 그녀는 냉정한 이성을 견지하면서 프로파일링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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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 정신 - 절벽에도 길은 있다
고도원.윤인숙 지음 / 해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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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정신, 시대정신, 민족정신 등등 고차원적인 마음의 움직임을 일컫는 정신이라는 말을 자신의 저서에 쓸 수 있는 철학과 인생이 있어 아주 당당하다. '아무개 정신'이라고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철학과 인생을 남에게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보통은 자신의 허물과 자랑을 남에게 말하기는 아주 어렵다. 저자 고도원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차별의 시대적인 아픔이 있었고 청춘의 고난과 도전은 불합리와 타협의 시대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연세춘추와 인연이 있어 반가웠고 뿌리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은 깨어있는 잡지여서 좋아했다. 중년에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는 1급 비서관이 된 것은 영예로운 자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글쟁이로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최고의 관직'이라는 표현은 조금은 껄끄럽다. 작가의 위치를 관직의 품계로 평한다는 것은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현대의 통념으로는 어색하기 그지없다. 여하튼 번아웃과 건강이상으로 인해 자연과 명상이라는 세계에 눈뜨는 장면은 저자의 극적인 변신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으로 공동체를 운영하며 명상과 수련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 또한 고도원만의 리더십의 결과이기도 하다. 

고도원 정신은 현재진행형이다. 매일 새로운 꿈을 꾼다. 그렇다고 현생에 이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포부는 아니다. 그가 호흡하는 법을 알려 주듯이 가늘고 길게 후세에 이어지리라 믿기 때문이다.

"손끝, 발끝, 마지막 세포 하나에 있는 노폐물까지 낱낱이 날숨으로 내뿜는다. 그리고 다시 길고, 깊고, 고요하게 들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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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FOR YOU - 자기 돌봄 101의 기적
엘렌 M. 바드 지음, 오지영 옮김 / 가디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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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귀여운 표지에 알록달록 편집 디자인도 예쁘다. 마치 '자아'라는 자그마한 오두막에 들어가 포근한 방구석 앉은뱅이 책상위에 있는 소박한 소품도 만져보고 벽에 매달린 액자와 그림을 구경하듯이, 때로는 우리 심신의 구석지고 저릿저릿한 부분을 달래고 보듬어 주듯이, 저자 엘렌 M 바드는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직업 심리학자의 역할보다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카운셀러처럼 돌봄과 챙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나 행복론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다이어리 혹은 체크리스트로도 읽힌다. 무려 101가지 소주제를 앙증맞게 늘어 놓고 독자가 직접 펜을 들고 앉아 내면의 목소리를 적어 달라고 부탁한다. , 마음, 감정, 관계, 시간 등등 우리 마음과 몸에서 시작해서 주변환경과 사회적 관계까지 솔직하게 털어놓기를 부드럽게 권유한다. 그러기에 여백이 많은 책장에다 서투른 연필글씨로 비밀스런 우리의 이야기를 적을 수 밖에 없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유명한 'MY FAVORITE THINGS'가 문득 떠오른다.

'장미꽃에 빗방울/ 새끼 고양이의 수염/ 빛나고 있는 구리 물주전자...../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몇가지 것들이지요.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흔들리지 않는 ''를 발견하고, 단단한 삶을 만드는일, 이것은 바로 당신을 위한 일이니까, THIS IS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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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실험실 -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찾은 최고 기업들의 혁신 비결
스테판 H. 톰키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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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혁신을 위해 수많은 비즈니스 실험을 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또한 실리콘밸리같은 전자, 컴퓨터 기반의 기업 뿐만 아니라 팀뉴질랜드 같은 요트클럽부터 거대 생산라인을 구축한 토요타 같은 거대 장치산업까지, 실험주체의 폭은 매우 넓다. 검색사이트의 화면구성을 바꾸기 위해 몇 줄의 코딩변환이 필요할 수도 있고, 자동차 생산라인을 바꾸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결정도 있다. 이러한 결정의 주된 판단 근거는 무엇일까?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의 주도적 결단? 컨설팅회사의 조언? 조직내 풍부한 경험적 판단? 저자는 실험없이 비즈니스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줄을 테스트하지 않고 번지 점프를 하는 것과 같다고 강하게 말한다. 혁신적인 조직은 잘 꾸려진 실험조직이 있고 이를 제도화해서 결과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노하우가 아래서 위까지 잘 짜여져 있다. 하지만 실험이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시간과 비용을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반면에 실험결과의 프로세스를 충실히 지켜만 준다면 실패에서도 새롭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실험을 통한 작은 변화만으로도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규모의 힘을 모으면 5퍼센트의 개선에 10억번의 클릭이 곱해지면 어떤 영향이 있겠는가?

비즈니스 실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실험바퀴를 충실히 돌리는 조직만이 고객을 설득할 수 있다. 최고의 설득은 최고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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