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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평점 :

90여 년 전 카뮈가 창조한 인물 뫼르소는 여전히 인기 있는 청년이다. 지금 서울 한복판을 걸어 다녀도 이질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이 넘친다. 남에게 별 관심이 없으니 가족이나 친구, 여자친구에게도 아주 쿨하게 대할 수 있다. '이러나 저러나' 마음 상하는 일이 없어서 인간관계도 억지가 없다. 만나고 헤어짐이 물흐르듯 지나가지만 연연해 하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자신에게 충실하고 거짓없는 언행은 시대를 앞서가는 면이 있지 않은가?
이 친구에게 사회라는 옷은 아울렛에서 균일가 세일중에 구매한 잘 맞지 않는 옷과 같다. 겉보기는 멀쩡한데 선택의 여지가 없다. 조금 작지만 다른 사이즈는 이미 팔려 나갔기 때문이다. 기성복의 맹점이다. 하지만 옷을 맞춰 입는 호사는 부리기 어렵다. 자기 어머니를 어쩔수 없이 양로원에 보낼 만큼 돈이 없으니까. 그래도 유명 브랜드에 가격도 싸니까 입을 만 하지만, 뫼르소는 싫다. 죽으면 죽었지 내가 싫은 건 절대 못한다. 죽으면 죽었지....
시대와 사회는 변한다. 하지만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는 이름 모를 뫼르소들이 걸어 다니고 있다. 어떠한 부조화에도 자기만의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 누구도 결코 삶을 바꿀 수 없고, 결국 이런 삶이나 저런 삶이나 똑같은 가치를 지니며, 지금 여기의 내 삶이 전혀 싫지 않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