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거야 - 잘 풀리는 인생을 발견하는 법
최서영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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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가전주부'를 본 적 있다. 말 그대로 가전 제품을 주부 입장에서 리뷰하는 콘텐츠였다. 그런 이가 자기계발서 혹은 에세이로 읽힐 책을 냈다. 유튜브에서도 자기가 직접 사고 쓰던 물건을 자기식 대로 풀어내 호평을 받았듯 이 책도 여태까지 살아온 자기 경험이 주요 소재가 됐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현재는 60만 구독자가 환호하는 유튜버로, 동남아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살고 있는 그녀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인생의 스킬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자기계발서는 휘발성이 강하다. 쏟아진 기름은 금방 말라 버리며 불을 붙이면 휘리릭 타오르다가 더 이상 탈 것이 없으면 꺼져 버린다. 대형서점 서가에는 독자에게 읽히고 싶은 따끈따끈한 자기계발서가 빼곡하다. 힘들고 지친 일상을 안위하려는 독자들에게 그것들은 최상의 희망을 선사하고 어느새 휘리릭 잊혀진다. 더구나 스토리가 빈약한 메시지는 오래가지 못한다. 서사가 반듯하지 못해 마음속 깊이 파고 들지 못한 열띤 구호는 금방 사그러진다. 그러니 때가 되면 배가 고파 밥을 찾듯이 허기진 영혼에는 동네 아줌마의 인생 강의가 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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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위의 삶 - 뇌종양 전문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실에서 마주한 죽음과 희망의 간극
라훌 잔디얼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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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전 사랑하는 사람의 뇌를 본 적이 있다. 교통사고 전담병원 응급실 침대에 놓인 그녀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나를 발견하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이마위에서부터 위쪽으로 비스듬히 벌어진 두개골 안쪽에는 벌떡거리는 분홍색 뇌가 보였다. 틈새로 삐져 나올 듯이 새차게 부들거리는 그것은 위급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강렬한 몸부림 같았다.

# 신경외과 의사 잔디얼은 뇌종양 전문으로 수많은 환자의 머리를 열어 새로운 삶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죽음보다 못한 삶의 극단으로 몰아넣기도 했던 사람이다. 의사이면서 무사의 삶을 살았다. 그가 상대한 사람들은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그의 칼은 차가우며 정확하게 살을 베었다. 암세포 전이를 막기 위해 하체를 자르고 드릴로 두개골에 구멍을 뚫었다. 치료를 포기하고 남은 시간을 온전히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 환자, 척수가 뽑혀 눈 아래 모든 감각을 잃어 버린 환자,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할 수 없는 환자를 치료하며 오히려 그들에게서 삶의 교훈을 얻었다. 스트레스와 강한 책임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비로소 더욱 강인한 무사가 될 수 있었다. 그는 환자와 함께 칼 한자루를 들고 험한 수풀을 헤쳐나가는 무사를 자청하며 모험을 즐겼다. 결국 그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고 영광에 관한 문제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어느날 딸의 졸업식에 참석하고 싶은 말기 암환자는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의 믿음직한 손으로 우리 크리스마스까지 한번 가봐요."

의대증원 이슈로 뜨거운 요즘, 어느쪽이 영광의 문제에 더욱 가까이 가는 사람들인지 이 책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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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야 놀자 - 탐사에서 생산까지 궁금했던 이야기
이상현 지음 / 박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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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라고 꼬시더니, 석유공학 전공자들의 대학교재 수준의 지식을 마구 주입하려고 한다. 농담 따위를 모르는 근엄한 저자는 다행히 160여쪽의 짧은 분량으로 마감했다.

현재 에너지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석유생태계는 150여년전 미국의 주도로 탄생했다. 고전영화 자이언트에서 제임스 딘이 유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원유를 맞으며 환호하는 장면은 패권국 미국의 자신감을 상징한다. 에너지와 석유제품으로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자원인 석유는 태고적 지층에서 고온 고압으로 만들어진 유기물의 화학적 변환이다. 석유의 탐사와 생산은 고작 10% 확률의 도박이기에 국영기업과 대기업의 영역에 있으며 엄청난 자본과 장기계획으로 지구과학, 공학, 화학, 경제학 등의 종합적 학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탄화수소 혼합물은 연소후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대체에너지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지금, 앞으로 100년 동안은 대체에너지의 완전한 '대체'가 현실화 될 때 까지도 석유는 존재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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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밖에 없는 무인카페 데이롱
이동건 지음 / 헤세의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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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점포가 성업중이다. 24시간 운영할 수 있고 상주 인력 없이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카페, 아이스크림, 밀키트 등 업종을 넓혀 우리 주변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자동화된 설비, 인터넷과 휴대전화 앱으로 관리가 되는 무인점포는 무엇보다 초기투자비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 직장인의 부업이나 초보창업자의 사업으로 선택되는 것 같다. 저자는 무인카페 데이롱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부자에 관한 생각과 현재 사업에 대한 이력과 전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칫하면 사업설명회에서 흔히 듣는 사업메뉴얼에 대한 자화자찬이 될 수 도 있겠지만 저자는 독자가 알고 싶고 질문하고 싶은 부분을 가감없이 설명하고 있다.

건실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 월급쟁이 인생에 대한 회의와 부에 대한 갈망으로 부동산투자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는 이젠 너무나도 평범하다. 꾸준한 신용관리를 통해 대출을 일으켜 든든한 레버리지를 발판으로 여러 부동산을 취득하는 일은 이젠 교과서적인 재테크일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에 묶인 자산은 현금흐름을 어렵게 만들고 자칫 하우스푸어의 빈곤한 삶으로 내몰 수 있다. 그래서 부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일 지도 모르겠다. 부동산투자의 경험은 무인카페의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 사람이 없는 점포에 입지는 거의 필수적인 성공요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무인카페 사업을 시작할 때도 서두르지 않는다. 남의 무인카페를 1년여간 지켜보며 노하우를 습득했고 자신도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무인카페를 운영해보면서 자신만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꿈꿨다.

누군가의 사업스토리를 들을 때면 적절히 가려 듣는 지혜가 필요하다. 실패담도 성공담도 그가 취사선택한 내용이니 제3자의 시선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스티브잡스도 아니고 일론 머스크도 아니다. 젊은 사업가의 회고록도 아니다. 다만 취업준비생과 월급쟁이 인생에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은 사람이 참고하기에는 적당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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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 카를로 로벨리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양자 물리학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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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에세이는 역시 국내 저자의 글이 눈에 잘 들어온다. 번역서는 아무래도 치즈를 쌓아 올린 김치버거를 먹는 느낌이랄까 잘 차린 밥상인데도 금방 물려서 밥상머리에 오래 머물기 어렵다. 잘생긴 이탈리아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라 교수는 초급반 독자들에게 알기 쉬운 경어체 강의를 진행한다. 초반에는 100년전 스물셋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양자론의 태동과 발전, 이와 관련된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자세히 그린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은 고양이를 죽이지 않고 잠재우는 실험으로 각색할 만큼 다정한 사람이다. 중반 이후 철학과 정신세계의 연관성을 양자론으로 갈무리할 무렵에는 기나긴 드리블에 힘이 빠진 공격수처럼 공이 이리저리 튄다. 독자도 이쯤 되니 건성으로 넘기는 책장이 슬슬 늘어 난다.

인연은 책에도 있다. 언젠가 접했던 양자역학과 불교의 연관성을 재미있게 풀어준 김성구 박사의 저서 <아이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는 개인적으로 로벨라 교수의 저작보다는 윗길이다. 그동안 서양의 물리학자들이 동양철학을 양자역학의 설명 도구로 사용하기를 원했지만 김성구 박사만큼 명쾌한 해설은 드물다.

이 책의 원제 'Helgoland'는 하이젠베르크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간 북해의 척박한 섬이다. 그는 홀로 밤하늘과 별을 배경으로 북해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수학을 도구로 양자론의 탄생을 알렸다. 하지만 번역본 제목은 너무나 엉뚱하다. 무자아의 실체를 수행의 출발로 보는 불교철학의 입장에서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발칙한 주장은 역시나 이원론 전통의 느끼한 서양의 맛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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