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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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중간 쯤 읽을 무렵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냉장고에서 소주와 오래된 쥐포를 꺼내서 책상에서 마시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책을 붙들고 다른 한 손은 소주잔을 만지작 거리며... 문득 상상해봤다. 황지 꼴통스 멤버이자 이 책의 주인공 채하나와 대작을 한다면 나는 몇병째 소주에 넉아웃이 될까? 아마도 난 택시에 실려 어느 모텔에서 잠들어 버릴 것 같고 채하나는 조금 아쉬운 마음에 동동주 한주전자를 더 마시지 않을까 싶다. 마음에 안들면 오빠새끼 아빠새끼 가릴 것 없이 욕바가지와 등짝 스매싱이 먼저 나가는 근성과 체력으로 다져진 태백의 스트롱걸 '채하나' 그리고 조금 모자라지만 뛰어난 미모와 엉뚱한 매력의 단짝 친구 '미주''오빠 새끼' 검거 작전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채하나의 오빠는 서울에서 사기를 당한 건지 사기꾼이 된건지 모를 어정쩡한 포지션의 '채강천'. 하나뿐인 혈육을 구하기 위해 상경한 황지 꼴통스의 알콜농도 높은 이야기다. 얼핏 영미문학의 고전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생각난다. 고교자퇴생이 뉴욕거리를 3일동안 헤메다니며 위선과 허위의 인간들에게 실망하다 고향에 돌아와 여동생의 순수함에 구원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내용인데 알콜과 사기꾼이 많이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다. 촌동네에 그것도 공장노동자로써 어찌보면 암울한 청춘의 채하나는 공정한 경쟁이 좋아서 투포환을 했고 감정노동이 싫어서 기계앞에 기꺼이 서고자한 당당한 청춘이다. 사기와 허위가 판치는 세상이지만 죽으나 사나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는 사실, 피가 끓고 핏줄이 당기는 이야기가 소주 한병이 알딸딸할 무렵 끝난다. 문득 태백에 내려가면 해장국집에서 단발머리 찰랑거리며 채하나가 국밥에 소주를 마시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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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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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여 년 전 카뮈가 창조한 인물 뫼르소는 여전히 인기 있는 청년이다. 지금 서울 한복판을 걸어 다녀도 이질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이 넘친다. 남에게 별 관심이 없으니 가족이나 친구, 여자친구에게도 아주 쿨하게 대할 수 있다. '이러나 저러나' 마음 상하는 일이 없어서 인간관계도 억지가 없다. 만나고 헤어짐이 물흐르듯 지나가지만 연연해 하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자신에게 충실하고 거짓없는 언행은 시대를 앞서가는 면이 있지 않은가?

이 친구에게 사회라는 옷은 아울렛에서 균일가 세일중에 구매한 잘 맞지 않는 옷과 같다. 겉보기는 멀쩡한데 선택의 여지가 없다. 조금 작지만 다른 사이즈는 이미 팔려 나갔기 때문이다. 기성복의 맹점이다. 하지만 옷을 맞춰 입는 호사는 부리기 어렵다. 자기 어머니를 어쩔수 없이 양로원에 보낼 만큼 돈이 없으니까. 그래도 유명 브랜드에 가격도 싸니까 입을 만 하지만, 뫼르소는 싫다. 죽으면 죽었지 내가 싫은 건 절대 못한다. 죽으면 죽었지....

시대와 사회는 변한다. 하지만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는 이름 모를 뫼르소들이 걸어 다니고 있다. 어떠한 부조화에도 자기만의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 누구도 결코 삶을 바꿀 수 없고, 결국 이런 삶이나 저런 삶이나 똑같은 가치를 지니며, 지금 여기의 내 삶이 전혀 싫지 않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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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와 프로파일러 - FBI 프로파일링 기법의 설계자 앤 버지스의 인간 심연에 대한 보고서
앤 울버트 버지스.스티븐 매슈 콘스턴틴 지음, 김승진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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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사회고발 다큐멘터리나 범죄물을 다루는 영상물처럼 이 책의 저자는 책머리에 이렇게 일러두고 있다.

"트라우마 경고 : 폭력, 살인, 납치,성폭력......적나라한 내용이 표현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책의 곳곳에는 저자의 경고처럼 끔직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사건 중심으로 프로파일링에 대한 발생과 역활을 이야기 하기 때문에 미국을 떠들썩 하게 만든 사건들이 가감없이 펼쳐진다. 15세에 조부모 살해를 시작으로 수많은 여성들을 죽인 연쇄살인범 에드문드 켐퍼는 수사관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할머니를 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을 뿐이에요. 이어서 그는 할아버지가 집에 돌아와서 아내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지 않아도 되도록 할아버지도 쏘았다고 덧붙였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 도 없는 잔혹한 범행을 벌이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일정한 명분을 제공하는 범죄자들이 있다. 이른바 'BTK 살인자'(결박하고 고문하고 죽인다 Blind them, Torture them, Kill them) 라고 명명된 범죄자들이다. 이들은 어릴 때에 정신 병리학적 이상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많거니와 극단을 오가는 심리상태를 보이는 자들이다. 프로파일러는 사건현장의 면밀한 조사와 범죄유형의 분석을 통해 범인의 습관, 나이, 성격, 직업, 범행수법을 추론하는 기법이다. 저자 앤 울버트 버지스는 정신의학 간호사로서 프로파일링 태동기에 FBI의 수사에 참여하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 1세대 프로파일러이다.

"나의 관심사는 이들을 갱생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내게 이들은 범죄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훗날 피해자들을 돕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법한 통찰을 가해자로부터 끌어낼 기회였다." 많은 범죄자들을 면담하면서 정신병리학적인 특성을 범죄자에게 이끌어 내어 일반화한 이론을 도출해 내려 했던 그녀는 냉정한 이성을 견지하면서 프로파일링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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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 정신 - 절벽에도 길은 있다
고도원.윤인숙 지음 / 해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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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정신, 시대정신, 민족정신 등등 고차원적인 마음의 움직임을 일컫는 정신이라는 말을 자신의 저서에 쓸 수 있는 철학과 인생이 있어 아주 당당하다. '아무개 정신'이라고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철학과 인생을 남에게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보통은 자신의 허물과 자랑을 남에게 말하기는 아주 어렵다. 저자 고도원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차별의 시대적인 아픔이 있었고 청춘의 고난과 도전은 불합리와 타협의 시대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연세춘추와 인연이 있어 반가웠고 뿌리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은 깨어있는 잡지여서 좋아했다. 중년에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는 1급 비서관이 된 것은 영예로운 자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글쟁이로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최고의 관직'이라는 표현은 조금은 껄끄럽다. 작가의 위치를 관직의 품계로 평한다는 것은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현대의 통념으로는 어색하기 그지없다. 여하튼 번아웃과 건강이상으로 인해 자연과 명상이라는 세계에 눈뜨는 장면은 저자의 극적인 변신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으로 공동체를 운영하며 명상과 수련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 또한 고도원만의 리더십의 결과이기도 하다. 

고도원 정신은 현재진행형이다. 매일 새로운 꿈을 꾼다. 그렇다고 현생에 이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포부는 아니다. 그가 호흡하는 법을 알려 주듯이 가늘고 길게 후세에 이어지리라 믿기 때문이다.

"손끝, 발끝, 마지막 세포 하나에 있는 노폐물까지 낱낱이 날숨으로 내뿜는다. 그리고 다시 길고, 깊고, 고요하게 들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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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FOR YOU - 자기 돌봄 101의 기적
엘렌 M. 바드 지음, 오지영 옮김 / 가디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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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귀여운 표지에 알록달록 편집 디자인도 예쁘다. 마치 '자아'라는 자그마한 오두막에 들어가 포근한 방구석 앉은뱅이 책상위에 있는 소박한 소품도 만져보고 벽에 매달린 액자와 그림을 구경하듯이, 때로는 우리 심신의 구석지고 저릿저릿한 부분을 달래고 보듬어 주듯이, 저자 엘렌 M 바드는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직업 심리학자의 역할보다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카운셀러처럼 돌봄과 챙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나 행복론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다이어리 혹은 체크리스트로도 읽힌다. 무려 101가지 소주제를 앙증맞게 늘어 놓고 독자가 직접 펜을 들고 앉아 내면의 목소리를 적어 달라고 부탁한다. , 마음, 감정, 관계, 시간 등등 우리 마음과 몸에서 시작해서 주변환경과 사회적 관계까지 솔직하게 털어놓기를 부드럽게 권유한다. 그러기에 여백이 많은 책장에다 서투른 연필글씨로 비밀스런 우리의 이야기를 적을 수 밖에 없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유명한 'MY FAVORITE THINGS'가 문득 떠오른다.

'장미꽃에 빗방울/ 새끼 고양이의 수염/ 빛나고 있는 구리 물주전자...../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몇가지 것들이지요.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흔들리지 않는 ''를 발견하고, 단단한 삶을 만드는일, 이것은 바로 당신을 위한 일이니까, THIS IS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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