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순간, 치트키 독서 - 실패의 순간에 나를 일으켜준 것은 언제나 ‘책’
이혜주 지음 / 모모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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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별로 없었던 사람이 이런 제목을 달고 책을 내는 건 반칙이다. 편집자 입맛대로 뽑아냈겠지만 실패의 순간과 치트키의 효용을 포기 못한 저자도 한 몫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책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네이버에서 도서 인플루언서로 활약한다는 저자가 솔직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네들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독자들에게 전염성 강한 영향을 주는 지 말이다. 그녀의 문체는 너무 얌전하고 정갈해서 뭐라 트집 잡을 것도 없다. 상황에 맞춰 책을 추천하는 대목이 거슬리긴 하지만 소소한 자기만의 개성이 담긴 독서 신앙 고백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에세이를 읽을 때면 그럼 나는 어땠지 하고 살며시 고개를 들곤 한다. 이곳 카페에서 한정하면 재작년 후반기에 와서 크레마 관련 정보를 얻고자 어슬렁거리다 덜컥 서평 이벤트를 하게 됐고 간간히 읽고 쓴 게 그동안 팔십 꼭지 정도다. 공란 제외 사백자를 쓰는 건 쉽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예전에 일간신문에 천자 컬럼이 유행할 때 원고지 너댓장을 휘리릭 쓰는 게 글쓰기의 정량으로 생각했었던 그때처럼 말이다, 팔십여 권의 공짜 책을 읽고 마감일을 지켜 서평 비스무리한 걸 써 내는 건 정말 좋은 훈련이었다. 마감 없는 글쓰기는 빚쟁이 없는 채무와 같아서 한없이 늘어지고 나태하게 만든다. 또한 독후감이든 서평이든 나중에 몇 자라도 기록하기 위한 독서는 카페인처럼 정신을 환기 시킨다. 여하튼 독서라는 행위는 남의 문장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아닐까. 타인의 시선으로 따라 가다 보면 결국 자기에게 도달하는 순간이 오게 되니 말이다.

읽으면 쓰고 싶고 쓰게 되면 읽어야 한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각자의 독서 신앙 고백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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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공학 진화하는 인간 -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들이 들려주는 첨단 기술의 오늘과 내일
KAIST 기계공학과 지음 / 해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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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 기는 한자 틀 기를 쓴다. 베틀, 형틀 등 사람이나 가축이 동력에 관여한 장치가 전통적인 기계의 의미다. 우스개소리로 가정에서 화투를 기계라고 불렀는데 동음이의어로 그릇 기를 쓰는 기계가 또 있는 모양이다. 기계적이라는 형용사는 판에 박은 듯한 사람이나 혹은 자기뜻이 아닌 남의 뜻에 따라 사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부를 때도 흔히 쓴다. 그동안의 어감으로는 기계는 우리 생활에 차갑고 융통성 없는 무생물의 대표적인 상징이 된 것 같다. 그런 기계를 연구하고 발전시켜서 기계공학이라는 첨단 학문으로 성장시킨 사람들이 카이스트의 기계공학과 교수들이다. 이 책은 연구분야가 다른 여남은 명의 교수들이 한 꼭지씩 자신의 전공분야와 연구방향을 소개하고 있다.

산업현장의 공작기계, 건설기계 등 전통적인 제조업에 기여했던 기계공학은 학문간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인공지능, 반도체, 의료, 소재 등 과학과 산업 전반에 걸쳐 해당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기계공학의 연구는 광범위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기계공학의 성과없이는 굴러가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들은 일반적인 과학교양서와는 달리 일상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첨단기술에 대한 설명을 눈높이에서 소개하고 있다.

이제는 기계적이라는 형용사가 최첨단을 이끄는 유행의 선도자라는 의미로 전환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당신은 정말 기계적이야. 어쩜 그렇게 기계적인지 깜짝 놀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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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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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는 위 아래가 없다. 등을 바닥에 댄 채 피와 살이 아래로 축 퍼지는 중력이 주는 진정한 휴식을 경험할 수 없다. 그런 우주에서 태어난 궤도연합군 참모부 소속 작전 장교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지구 태생의 연인에게 정기적으로 소식을 전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메시지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인류가 숭상하는 바이블중의 하나인 예언서에 따르면 파멸의 신전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천체에서 날아온 외계의 존재와 만나게 된다. 그 외계생명체와 물리적 충돌, 즉 우주전쟁을 치루고 있다. UES 소속의 거대한 궤도연합군 함대는 수백 척의 함선을 아우르고 있고 함대를 감독, 견재하는 감찰군도 정예함선을 이끌고 전쟁에 참전했다. 우주는 대기가 없기에 소리없는 총격과 폭발, 예측할 수 없는 기동의 연속이다. 주력화포에 해당하는 루시퍼입자, 함선의 회피기동인 버글러 기동 등 작가의 상상력은 우주전쟁에서 그럴듯한 전장상황을 그려 낸다. 우주전쟁은 적군과 싸우는 간단한 상황만이 아니다. 아군의 내부갈등은 감찰군이 내사에 착수할 만큼 복잡하다. 예언서의 예언과 전장의 군인이 느끼는 최전선의 느낌은 엄연히 다르다. 함선의 고요한 냉기와 엄청난 속도와 폭발은 상상만해도 우주적이다.

작가는 10년전 처음 소설을 출간하고 우주 전쟁 소설로 읽히길 원했다. 제목이 청혼인데 가능한 주장인지는 모르지만 10년이 지난 후 개정판을 내면서는 독자에게 공을 넘겼다. 로맨스가 없는 연애소설이 가능할까? 너무 짧은 만남 그리고 연인에 대한 묘사가 없는 연애소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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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의 표현법 - 1초 만에 생각을 언어화하는 표현력 트레이닝
아라키 슌야 지음, 신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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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는 누런 갱지에 스프링 파일로 엮은 연습장이 있다. 잘 써지는 볼펜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낙서를 한다.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그림도 좋고 여러가지 기호를 더해도 좋다. 수업시간이나 회의시간에 몰래 해야 더 재밌다. 우리는 이미 이 책에서 비법처럼 얘기하는 행동을 학교에서 혹은 회사에서 하고 있었다. 이미지나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A4 한 장에 자유롭게 적는다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표현법의 시작이자 핵심이다.

흔히 사람들은 광고업자들이 제품의 특성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광고주가 주최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킥 오프라는 불리는 첫 회의를 하는 광고업자들은 '어떻게' 보다는 '무엇을'에 보다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무엇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언어화하고 문자화해서 '어떻게'라는 보다 효과적인 전략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문학 작품의 경우, 시는 시인이 구상한 시적 제재와 표현을 함축해서 이미지화된 결과물을 완성한다. 독자는 이를 다시 문자에서 압축을 풀어 머릿속에서 시인의 의도를 이미지화 한다. 결국, 의식 - 문자 - 이미지 라는 순환 구조로 인간은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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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인간 - 삶의 격을 높이는 내면 변화 심리학
최설민 지음 / 북모먼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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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와 음수, 오랫만에 들어보는 더하기와 빼기, 플러스와 마이너스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인간형을 양수인간과 음수인간으로 구분해서 긍정과 부정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줄거라 생각했다. 틀린 예상은 아니지만 굳이 이분법적인 접근이라기 보다는 대중심리학과 성공심리학 그리고 유튜브에서 콘텐츠로 다뤘던 자기계발의 내용을 주내용으로 삼았다.

초반부에는 힘있게 출발하면서 눈에 띄는 대목이 제법 있다. 나는 변수이며 또 다른 나, 타인, 세상은 결코 변하지 않는 상수임을 인정할 때 나의 변화된 행동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요즘 유행하는 아무개 × 아무개, 아무개 × 타인, 아무개 × 세상처럼 내가 0이 아닌 1이상의 무엇이라면 곱해서 나온 결과값은 나의 존재값의 크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순간 혹해서 그래 맞아 그렇지 하면서 감격의 커피를 홀짝이며 집중해 본다. 그런데 중반 이후 점점 페이스가 떨어지더니 고전심리학 몇 소절, 관계심리학 몇 장면을 보여주며 어째 힘을 잃으며 완주를 못하는 느낌이다.

세상은 양수만으로 존재할 수 없다. 주역이던 양자물리학이던 보통의 상식으로던 음과 양은 조화와 균형의 합일을 이루어야 안전하고 평화롭다. 더하거나 덜하면 결국 터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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