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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베니스의 개성상인 1~2 세트 - 전2권
오세영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210/pimg_7894061343740617.jpg)
이 소설이 처음 발표된 1993년 가을, 나는 마지막 말년휴가를 마치고 버스 터미널 안 작은 서점에서 책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귀대후 읽을 책을 이것저것 펼쳐보다가 결국에는 앨빈 토플러의 권력이동을 골랐다. 매대에는 베스트셀러 소설과 에세이가 잔뜩 쌓여 있었는데 전역 한달 남짓 남은 말년 병장의 선택은 왜 하필이면 베니스의 개성상인이 아니고 권력이동었을까?
200만부 이상 스테디셀러 기록을 세운 이 작품은 눈썰미 좋은 작가의 아이디어와 90년대 해외수출의 최전선에 있었던 대한민국 상사맨들의 활약, 대하소설에 관심이 높았던 80,90년대 독서계의 분위기등이 종합적으로 만들어 낸 성과라 할 수 있다. 17세기 서양에서 그려진 한복을 입은 남자의 그림에 대한 신문 기사는 역사학 전공 작가의 호기심을 확 끌었다. 그당시 작가의 수첩에는 대충 이런 메모가 적혀 있지 않았을까? 17세기면 임진왜란, 칠천량 해전, 일본 포로, 이탈리아 선교사 노예.... 그렇다면 그럭저럭 유럽으로 가게 된 이유는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주인공은 어떤 인물로 설정해야 할까? 마침 작가의 책장에는 베니스의 상인이 꽃여 있었다. 종합상사의 시대인 90년대, 상인으로 설정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그중에서 개성상인이 눈물겨운 의지로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조선 상사맨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짜릿한 기업소설의 클리셰를 따라가고 있지 않은가?
역사소설은 자료조사가 충분해야 이야기가 보다 풍부해지고 인물이 생동감이 생긴다. 작가의 회계경영, 서양사에 대한 지식이 보다 재미를 주니 말이다. 개성의 사개치부법이 베니스의 복식부기보다 우수하다거나 유럽의 상사법과 교회법에 대한 지식은 이야기의 디테일을 살려 준다.
지금도 책장에 꽃여 있는 권력이동은 지식노동자가 가져다 주는 사회의 변화를 얘기했다. 30년 만에 읽어본 베니스의 개성상인도 주제는 상통한다. 승업은 일본 사카이의 창고 서기로 일하면서 교활한 중개상 도시오를 보며 배웠다.
“도시오는 항구를 누비며 정보를 수집했고, 판단이 서면 과감하게 승부를 걸었다. 뛰어난 판단력과 결심이 서면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실천력은 분명 배울 만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