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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보낼 용기 - 딸을 잃은 자살 사별자 엄마의 기록
송지영 지음 / 푸른숲 / 2025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서평단 자격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런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려서 눈물이 계속 흘렀다.
나또한 자식을 가진 엄마여서 작가님의 슬픔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어디가 아프면 병원에 가고 약을 먹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면 똑같이 병원에 가야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갖는 편견때문에 병을 숨기고 아프다 편히 말을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냥 많이 힘들었어요’ 행복한 순간에도 죽고 싶고 불행한 기분이 든다, 말이 안된다 느껴지겠지만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감정. 우리는 대부분 베이거나 부러진 상처를 눈으로 보아야만 아프다, 병이다라고 인지한다. 그런 상처는 약과 시간을 들이면 고쳐진다. 그러나 마음의 병은 보이지도 않고 보여도 고치기가 힘들다. 일단 이해하기가 어렵다.
우울증과 경조증의 반복인 양극성 장애를 가진 딸이 병과 싸우다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뒤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
작가님은 자신이 겪은 이야기가 ‘우리만의 비밀로 가두는 대신, 모두의 과제로 내어놓으며,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과 힘듦을 버텨내고 있는 이아들을 보듬’는데 쓰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삶은 계속 되어야한다. 자식이 죽었는데도 밤이 되면 잠이 오고 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꽃을 보면 예쁘고 웃긴 장면을 보면 웃음이 난다. 떠나 보낸 자식에 대한 슬픔에 잠깐 잊었던 다른 가족을 위해 다시 힘을 내서 엄마, 아내, 자식, 친구의 자리를 지켜내려 스스로를 다독이며 ’그리워 말고 추억해 주세요‘ 딸아이가 남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일상을 이어간다.
가족이, 자식이 자살했다는 사실은 남겨진 가족에게 무언의 비난화살이 꽂힌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지경이 되도록 뭐했냐고… 내가 무심했던걸까? 좀 일찍 알아차렸다면? 자책 또한 비난의 화살만큼이나 남겨진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이번 기회로 우울증, 정신관련 병증이 의지나 외적의 문제가 아닌 그냥 질병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운명이라는 말은,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인생의 변곡점을 억지로 받아들여야 할 때 나오는 라일까. 누군가 삶의 끝을 운명이라 부를 때, 그 말이 잔인하게 들렸다.p38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 번이나 애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 되는 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 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p73
우리는 이미 각자의 우주 안에서 눈부신 존재다. 꽃이어서 피어난 게 아니다. 끝내 견뎌낸 시간이 우리를 꽃을 만든다.p136
고통을 없애려 행복까지 덮어야 한다면, 삶은 무엇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p184
앎만으로는 건널 수 없는 세계가 있다. 고립의 심연, 그 문을 열 수 있는 이는 그 방 안에서 울어본 사람뿐이다.p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