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OP - 작지만 위대한 변화를 만드는 네 가지 원리
전대진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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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양재역 화장실에서 시작된 한 방울, 전대진


크림색 바탕에 남색 글자, 그리고 한가운데 물방울 하나. 표지만 보면 참 맑고 단정한 책이에요. 그런데 첫 장을 열면 전혀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겨울 새벽, 양재역 2번 출구 아래 화장실 변기에 앉아 휴대전화로 글을 쓰는 청년이 나오거든요. 은 그 청년이 11년 뒤에 내놓은 책이더군요.


11월 첫 화요일,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매워졌어요. 제목은 한 방울인데 책은 보통 자기계발서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손에 들면 한 방울을 훌쩍 넘어 한 바가지는 되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바가지는 긁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자는 2015년 11월 27일, 새벽 1시 30분 심야버스를 타고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왔다고 해요. 경기도의 한 연수원에서 열리는 1박 2일 교육과정에 가려고, 숙박비를 아끼느라 일찍 도착한 날이었대요. 그런데 연구소 문은 잠겨 있었고, 몸을 녹이려 들어간 편의점에서는 컵라면을 먹다가 나가 달라는 말을 듣습니다. 문 열린 빌딩을 찾아 경비원에게 부탁했지만 그마저 거절당하고, 한 시간 가까이 헤매다 들어간 곳이 그 화장실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쓴 글 가운데 이런 문장이 있어요.


"냉장고 안에 들어온 것 같은 날씨인데, 비전 찾기 참 좋은 날씨다."


처지를 생각하면 짠한 장면인데, 이 문장에서는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 손은 시려도 가슴은 뜨거웠다는 청년이 끝에 "P.S.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까지 덧붙여 놓았거든요. 그 추위 속에서 이런 너스레를 떨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 얘기는 좀 들어봐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제목 DROP은 네 문장의 첫 글자를 모은 거예요. Do it daily 매일 해낸다, Repeat the right things 옳은 일을 반복한다, Offer value first 먼저 가치를 준다, Prove with your life 삶으로 증명한다. 저자는 이 원리를 삶으로 살아내는 사람을 '드로피언(DROPIAN)'이라고 부릅니다. 특별한 재능이나 큰 성과를 요구하지도 않아요. 오늘 선 자리에서 한 방울 같은 행동을 이어가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하더군요.


이 좀 특이하다 싶었던 건 읽는 방법까지 알려준다는 점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실천할 필요 없이,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장을 펼쳐 질문 하나에 답하고 오늘 할 행동 하나를 정하면 된대요. 실행한 다음엔 결과를 적고, 기대만큼 안 됐으면 무엇을 바꿀지 살펴보고 다시 시작하라고요. 10CORE 체크리스트, ARK NOTE, ASK NOTE, 가치노트 같은 도구도 곳곳에 들어 있어서 펜 하나 옆에 두고 읽기 좋은 책 같습니다.


솔직히 뜨끔했던 대목도 있어요.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책을 읽은 뒤 삶이 달라지는 건 전혀 다른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만나고 싶은 독자는 읽다가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서평단 활동을 시작하고 새 책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저로서는 좀 찔렸습니다. 예전엔 퇴근하면 유튜브만 보다 잠들던 사람이 책을 먼저 집게 된 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라고 혼자 뿌듯해하던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2-1장에 가면 더 아픈 데를 건드립니다. 집에는 펼쳐보지도 않은 책이 가득하고, 컴퓨터에는 한 번도 다시 열지 않은 교육 자료와 양식이 쌓여 있다는 대목에서 괜히 제 책장이 떠오르더라고요.


"배운 것은 많다. 그런데 삶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2-1장 '최고의 나를 만나라'는 이 나이에 읽으니 더 크게 들리는 장이었어요. 저자가 만난 수강생 중에는 자기계발에 시간과 돈을 상당히 쓴 사람이 많았대요. 무엇을 배웠냐고 물으면 막힘없이 답하던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물으면 오래 대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교육과 컨설팅에 약 3,000만 원을 쓰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루틴을 따랐는데 결국 번아웃이 찾아온 고객 이야기도 나오고요.


"번아웃은 일을 많이 해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맞지 않는 삶을 너무 성실하게 살아낼 때도 찾아온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이 문장이 꽤 아프게 읽힐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남들이 좋다는 목표, 위에서 정해준 목표를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그게 정말 내가 고른 건지 헷갈릴 때가 있잖아요. 저자는 이걸 '목표의 소유권'이라고 부르더군요. 성격검사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MBTI나 강점검사는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일 뿐이라면서 "검사 결과가 나 대신 삶을 살아주지는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하는데, 요즘은 회사에서도 MBTI 얘기가 빠지지 않는 터라 웃음이 나더라고요.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한 줄씩 따라가며 읽은 건 1-3장 '중요한 일에 시간을 먼저 주어라'였어요. 중간에 이런 문장들이 짧게 끊겨 나옵니다.


"전화가 울린다. 메시지가 도착한다. 누군가 답을 기다린다."


직장인이라면 이 세 줄에서 자기 하루가 그대로 보일 거 같아요. 급한 메시지에 답하고 자잘한 일을 연달아 해치우고 나면 부지런히 살았다는 만족감이 드는데, 정작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은 계속 뒤로 밀린다는 거죠. 사람들이 중요한 일을 두고도 급해 보이는 일에 먼저 끌리는 현상을 '단순 긴급성 효과'라고 부른다는 것도 이 장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문장이 정곡을 찌르더라고요.


"결국 내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내 시간표가 더 솔직하다."


제 시간표요? 할 말이 없습니다.


인생을 80년으로 잡으면 약 30,000일, 주 단위로는 약 4,000주라는 계산도 나와요. 저자가 읽은 책이 4,000권이 넘는다던데 인생도 4,000주라니, 숫자가 겹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올리버 버크먼의 <4000주>를 끌어오며 저자가 묻는 건 결국 하나예요. 내게 주어진 시간 가운데 무엇에 먼저 시간을 줄 것인가.


PART 4에서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작곡가 겸 피아노 연주가 하은지 씨는 열일곱 살에 부모님 앞에 A4 용지 열 장을 내놓았대요. 학교를 떠나려는 이유부터 공부와 음악을 이어갈 방법, 필요한 비용 마련 계획까지 적은 문서였다고 해요. 악보 그리는 법을 몰라 음 이름과 느낌을 한글로 적어가며 곡을 썼고, 그렇게 열일곱에 만든 곡이 (황야를 달리다)였다고 하더군요. "먼저 시작했고, 부족함이 드러날 때마다 배웠다"는 문장이 은지 씨를 제일 잘 설명하는 거 같았어요.


5년 몸담았던 소속사의 관련 부서가 사라지고 새로 준비하던 팀마저 해체되는 시기도 있었대요. 다시 혼자가 된 뒤에도 곡을 썼고, 그때 나온 곡이 (요셉의 기도)라고 합니다. 오래 품어온 꿈이 그 뒤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책에서 직접 만나보시면 좋겠어요.


"끊어진 것은 선로였지 선율이 아니었다."


티앤북클래스 대표 박지연 작가 이야기는 좀 더 생활 가까이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약 10년 동안 KTX 승무원으로 일하다 두 아들을 스무 달 간격으로 낳으면서 일을 그만뒀고, 생활 반경은 집과 놀이터로 좁아졌대요. 매달 조금씩 모아 방학마다 떠나던 아이들과의 여행마저 코로나로 멈췄다고 하고요. 그러다 독서모임에 들어가 아침 필사부터 시작했고, 하루 20분씩 읽고 쓰는 일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지연 씨 이야기에서 자꾸 떠오르는 건 주방 식탁 장면이에요. 따로 작업실이 없어서 식탁에 앉으면 집안일이 자꾸 눈에 들어오니까,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겨 벽을 보고 앉았대요. 시야를 가로막는 벽 덕분에 오히려 글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요. 한 작가가 책으로 써보라고 권했을 때는 "나는 책을 쓸 사람이 아닌데 왜 자꾸 글을 쓰라고 하지?" 했다는데, 그 말이 참 사람 냄새 나서 좋았어요. 그렇게 한 문장씩 쌓인 글이 에세이집 <역마살 엄마의 신호등 육아>가 됐다고 합니다. 승무원 시절 몸에 밴 관찰과 배려가 차와 글을 나누는 수업으로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먼저 가치를 준다는 이 책의 세 번째 원리가 이런 얼굴이구나 싶더군요.


단절(斷絶)과 계절(季節)이 같은 '절'로 끝나지만 한자가 다르다는 얘기도 이 장에 나와요. 끊어질 絶과 마디 節. 저자는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던 시절 목장갑을 끼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사진을 지금도 강의안에 넣어둔대요. 어떻게 그런 사진을 남길 생각을 했냐고 사업가들이 물으면 이렇게 답한다고 해요.


"이 시간은 결국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양재역 화장실에서 휴대전화로 글을 쓰던 청년과 이 사진 속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게, 책을 다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이어지더라고요. 직장 다니면서 나이를 먹다 보면 누구나 끊어졌다 싶은 시기를 한 번쯤 지나잖아요. 그 시간을 마디로 볼 수 있다면 조금은 덜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 한 번 읽고 꽂아두기엔 좀 아까운 책 같아요. 지금 내 상태에 맞는 장을 골라 펼치는 구조라서, 연말을 앞두고 내년 계획을 세울 때 다시 꺼내 들기 좋겠더라고요. 열심히는 사는데 어딘가 방향이 흐릿하다고 느끼는 직장인이라면 읽는 내내 내 얘기 같아서 재미있을 거예요.


11월이 되니 해가 부쩍 짧아졌어요. 4-2장 첫머리에는 헬 볼랜드의 이런 문장이 실려 있습니다.


"어떤 겨울도 영원하지 않고, 어떤 봄도 제 차례를 건너뛰지 않는다."


의 프롤로그 끝에는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놓여 있어요. 저는 일단 내일 시간표 맨 앞에 중요한 일 하나부터 적어 넣어 볼 생각입니다. 제목이 DROP이라고 중간에 드롭할 순 없으니까요. 좋은 책이었다는 말로만 끝내면 저자한테 한 소리 들을 것 같지만, 오늘만큼은 이 말을 하고 싶네요. 좋은 책 만나서 쌀쌀한 화요일이 한결 든든합니다.


양재역 화장실에서 떨어뜨린 한 방울로 시작해, 내 시간표와 목표가 정말 내 것인지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실천형 자기계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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