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100 ㅣ 메이트북스 청소년 2
김진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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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출근길 커피값이 왜 중학생 필독서에? <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100> 서평


출근길 역 앞 커피는 왜 유난히 비쌀까요.

직장인이라면 계산대 앞에서 한 번쯤 속으로 투덜거려 봤을 질문이죠. 그런데 이걸 중학생 독서 가이드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4부의 (경제학 콘서트) 꼭지가 바로 이 문장으로 시작하거든요. 아이들 책인 줄로만 알았는데 첫 질문부터 제 얘기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더라고요.


<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100>은 제목 그대로인 책입니다. 전국 중학교 추천도서 목록을 조사해서 학교에서 많이 권해 온 100권을 골라 한 권에 정리했어요. 한국 문학이 두 부로 나뉘어 있고, 거기에 세계 문학, 인문·사회, 과학·환경·AI가 더해져 모두 다섯 갈래입니다. 메이트북스 청소년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에요. 진한 분홍 바탕에 색색의 책이 탑처럼 쌓인 표지라 책상에 올려두면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올 것 같아요.


100권을 품었다는데 막상 들어 보면 부담스러운 두께는 아니더군요. 목록에 (다이어트 학교)가 있던데, 이 책도 거기 다녀온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 책만의 재미는 꼭지 하나가 짜인 방식에 있는 거 같아요. 책 제목 옆에 질문이 한 줄씩 붙어 있습니다. (변신) 옆에는 "쓸모가 사라지면 사람의 가치도 사라질까", (수레바퀴 아래서) 옆에는 "남이 정한 성공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 하는 식이에요. 그 아래 국어, 도덕, 진로 같은 관련 교과가 표시되고, 줄거리와 읽을 만한 이유가 이어진 다음, 마지막 문단에서 독후감을 어느 방향으로 써 보면 좋을지 슬쩍 길을 터 줍니다. 서평단 하면서 매번 뭘 써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이 마지막 문단이 은근히 부럽더라고요.


지은이의 말에는 저자가 책을 고른 기준이 나와 있어요. 한때 반짝 인기를 끈 책은 뒤로 미루고 여러 학교에서 꾸준히 읽혀 온 책을 먼저 챙겼다고 합니다. 유명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넣지 않았다고도 하고요. 그 가운데 이 문장이 눈에 오래 남았습니다.

"좋은 책은 하나의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남깁니다."

그런데 그 질문들이 어른한테도 고스란히 통한다는 게 이 책의 함정 같아요.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한 줄씩 따라가며 읽게 된 건 3부 세계 문학에 실린 (변신) 꼭지였어요. 외판원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벌레 같은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다. 그런 몸으로 그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게 뭐냐면요.


회사에 지각했다는 사실.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버지의 빚을 갚고 가족을 부양해 온 그에게 일은 이미 자기 삶보다 앞에 놓여 있었다는 설명이 붙는데, 그냥 넘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가 더는 돈을 벌지 못하게 되자 가족이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그의 방에는 필요 없는 물건이 쌓여 창고처럼 변해 간다고 해요. 한 사람이 차지하던 자리가 줄어드는 모습이 너무 담담하게 그려져 있었어요. 그래도 그레테가 바이올린을 켜자 그 소리에 끌려 방 밖으로 나오는 그레고르의 모습도 나옵니다. 겉모습이 어떻든 마음은 여전히 사람이더군요. 꼭지 끝에는 사람의 가치가 능력이나 쓸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지 자기 생각을 밝혀 보라는 독후감 방향이 붙어 있어요. 중학생에게 던진 질문인데 제가 먼저 답해 보고 싶어지는 질문이었습니다.


같은 3부의 (수레바퀴 아래서) 꼭지도 비슷한 결이에요. 한스 기벤라트는 아버지와 교사, 목사의 기대에 맞추느라 낚시도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줄여 가며 공부에 매달립니다. 신학교에 들어가서도 경쟁과 엄격한 규율은 이어지고, 거기서 자유로운 성격의 하일너를 만나 자기가 걸어온 길과는 전혀 다른 삶의 태도를 보게 된다고 해요. 독후감 방향은 어른들이 기대한 삶과 한스가 실제로 행복을 느꼈던 순간을 따로 적어 보라는 거였어요. 그 아래 "남의 기대 때문에 원했던 일을 포기한 적이 있었는지"를 떠올려 보라는 문장이 있는데, 저는 '학교생활' 자리에 '회사생활'을 넣어 읽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둔 분이라면 반대편, 그러니까 기대를 거는 쪽에 서서 읽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인물이 소설 속 인물만 있는 건 아니에요. 4부 (평균의 종말) 꼭지에 나오는 토드 로즈라는 학자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했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가 된 사람이라고 해요. 꼭지에는 미 공군이 조종사들의 평균 신체 치수에 맞춰 조종석을 설계한 사례가 나옵니다. 4,000명이 넘는 조종사를 조사했는데 10가지 치수 모두 평균 범위에 드는 사람은 없었다고 해요.


단 한 명도요.

결국 좌석과 조종 장치를 사람마다 조절할 수 있게 바꿨다고 하는데, 그 대목을 읽으니 해마다 받는 인사평가가 절로 떠오르더군요. 숫자 하나로 한 해가 정리되는 기분은 직장 다니는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 거예요. 저자가 평균을 아예 쓰지 말자는 입장은 아니라는 설명도 있었어요. 집단의 흐름을 볼 때는 유용하지만, 교육이나 채용처럼 한 사람에게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여러 능력과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는 이야기여서 더 믿음이 가더라고요.


처음 꺼낸 커피 이야기로 돌아가면, 꼭지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출근길 역 앞의 커피는 왜 유난히 비싸고, 슈퍼마켓은 왜 비슷한 물건을 여러 가격으로 팔까?"

팀 하포드는 스타벅스 커피값을 설명할 때 원두 가격만 보지 않는다고 해요. 사람이 몰리는 좋은 자리는 귀하고 손님은 편한 위치의 커피에 돈을 더 낼 마음이 있으니, 장소 자체의 값어치가 올라간다는 거죠. 할인쿠폰과 멤버십 카드가 가격에 민감한 손님과 그렇지 않은 손님을 가려내는 장치라는 대목에서는 지갑 속 카드들을 한 번 꺼내 보고 싶어졌어요. 독후감 방향은 최근에 산 물건의 영수증을 경제학자의 자료라고 생각하고, 그 가격이 왜 그렇게 정해졌는지 설명해 보라는 거였습니다. 제 카드 영수증을 그렇게 들여다봤다가는 경제학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반성문부터 쓰게 생겼어요.


솔직히 마음에 걸렸던 건 책이 아니고 저 자신이었어요. 100권 목록을 쭉 훑어보니 제목은 거의 다 귀에 익은데, 끝까지 읽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책은 생각보다 적었거든요. 중학생에게 권하는 목록 앞에서 어른이 숙제 검사를 받는 기분이랄까요. 그러다 지은이의 말에서 "처음부터 어렵고 두꺼운 책에 도전할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문장을 보고 조금 마음이 놓였습니다.


소장 가치는 부록에서 확실히 느껴졌어요. [중학교 3년, 이렇게 읽어보세요!]라는 제목 아래, 1학년은 책 읽는 재미를 먼저 발견하는 시기, 2학년은 나에서 세상으로 관심을 넓히는 시기, 3학년은 생각의 깊이를 키우는 시기로 나눠 학년별로 읽을 책을 묶어 두었습니다. 저자는 이 순서가 책의 수준을 매긴 줄 세우기는 아니라고 미리 밝혀 두는데, 그런 배려가 좋았어요. 3학년 부분에 책이 보여 주는 관점에 다 동의할 필요는 없고, 공감하는 부분과 의문이 드는 부분을 나눠 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도 좋았고요.


그 뒤로 한 달에 한 권씩 읽는 1년 로드맵 표가 나옵니다. 3월 (완득이)로 시작해서 이듬해 2월 (침묵의 봄)으로 끝나고, 이렇게 읽으면 중학교 3년 동안 36권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고 해요. 지금이 마침 10월이라 10월 칸에 눈이 가는데, 거기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가 들어 있어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에 세계의 불평등을 읽게 짜 놓은 순서가 괜히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독후감을 길게 쓰지 않아도 되고,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문장, 새로 알게 된 사실, 읽으며 생긴 질문 중에 하나만 기록해도 충분하다는 마지막 안내도 마음 편하게 읽혔어요.


중학생 자녀를 둔 집이라면 학교에서 받아 온 추천도서 목록 옆에 <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100>을 같이 두면 아이와 나눌 이야깃거리가 훨씬 많아질 것 같아요. 저처럼 서평단 하면서 뒤늦게 책 읽는 재미에 빠진 어른에게는 다음에 뭘 읽을지 골라 주는 든든한 메뉴판이 되어 주더라고요.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


10월도 어느새 막바지고, 주말이 코앞인 목요일입니다. 은행잎도 하나둘 노랗게 물들어 가네요. <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100>을 덮고 나니 읽고 싶은 책이 한꺼번에 생겨서, 올가을은 좀 길게 머물러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책 만나서 든든한 마음으로 가을을 보내게 될 것 같아요.


중학생 독서 가이드인 줄 알고 펼쳤는데, 질문 하나하나가 마흔 넘은 직장인한테도 그대로 통하는 100권짜리 메뉴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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