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 -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을 위하여
왕루이 지음, 유연지 옮김 / 이든서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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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퇴근 10분 전 부탁, 이제는 거절해 봅니다 <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 서평


퇴근 10분 전에 꼭 서류 들고 찾아오는 분, 어느 회사에나 한 명쯤은 계시지 않나요?

이 책에 나오는 C에게도 그런 과장님이 있더라고요. 하필 퇴근 직전에만 사소한 부탁을 하는 바람에 C는 금요일에도 10분씩 늦게 나가곤 했다는데, 그 대목에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10분이면 별거 아니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퇴근 직전 10분은 체감상 1시간 10분이거든요.

그렇게 웃고 나면 끝에 살짝 쓴맛이 남는 책이 <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이에요. 10년째 심리 상담을 하며 4만 회 넘게 사람들을 만나 온 왕루이가 쓴 책입니다. 제목만 보고는 가벼운 자기계발서인가 했는데, 펼쳐 보니 생각보다 제 얘기가 많아서 몇 번이나 뜨끔했어요.


10월도 끝자락으로 가는 목요일이라 그런지 이 책 얘기를 꺼내기에 날이 딱 맞는 것 같아요. 하루만 더 버티면 주말이라는 생각에 몸은 벌써 반쯤 퇴근해 있는 그런 날이요.


책이 붙잡고 있는 단어는 '자기 소모'입니다. 하루 종일 크게 한 일도 없는데 녹초가 되는 그 상태요. 저자는 이걸 멈춰 버린 톱니바퀴에 빗대더군요. 톱니 하나만 어긋나도 기계 전체가 서 버리고 엄청난 에너지가 새 나간다는 거죠. 그러니 제일 먼저 할 일은 어디가 멈췄는지 찾아내는 거라고 합니다.

뜨끔했던 건 그다음이었어요. 사람들은 답답할 때 운동을 하거나 맛있는 걸 먹으면서 기분을 풀려고 하잖아요. 저자는 그게 말라 버린 강줄기에 물을 붓는 일과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잠깐은 괜찮아도 기분 전환이 끝나면 답답함이 다시 밀려온다고요. 금요일 밤 치킨으로 한 주를 퉁쳐 온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었습니다.


마음은 원래 흐르는 강물 같은데, 작은 돌멩이가 하나둘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흐름이 막힌다는 비유도 나와요.

<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만의 특이한 점을 꼽자면 A, B, C 세 사람이에요. 프롤로그에 셋 다 가명이고 실제 사례를 각색했다고 밝혀 두었더군요. 이 세 사람이 1장에서 처음 얼굴을 비추고는 책 끝까지 계속 나옵니다. 장이 바뀔 때마다 "아, 그 사람이 이번엔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하면서 따라가게 돼서, 심리서인데도 연재물 보는 맛이 있었어요.

A는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현실의 A는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요. 바라는 나와 실제의 내가 거의 정반대라서 늘 괴로운 거죠. 뒤에 한계를 다루는 대목에서 A가 '어떤 상황에서도 울지 않을 수 있어'라고 믿으며 자신에게는 한계가 없는 듯 여겼다는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데, 그 마음이 짐작이 가서 쉽게 넘어가지지가 않더군요.


B 이야기는 솔직히 좀 걸렸습니다.

설거지를 누가 맡을지로 다퉜던 옛일이 문득 떠올라서 이미 잠든 배우자를 깨워 다시 따지다가 결국 냉전으로 번지는 장면이에요. 다음 날 B는 '내가 잘못한 걸까?' 싶다가도 '상대도 잘못했으니 사과하기 싫다'는 마음이 같이 올라오고, 혹시 배우자가 떠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까지 스쳐 간다고 해요. 저자는 B의 핵심 갈등을 '사과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고 정리합니다. 결혼 생활 좀 해 본 사람이라면 이 문장 앞에서 괜히 헛기침 한 번쯤은 하게 될 것 같아요. 남 얘기로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C는 제가 제일 오래 붙들고 있던 인물이에요. 혼자 하면 잘할 자신이 있는데, 맡은 일은 협업이 필수인 사람. 저자는 C의 처지를 물고기를 억지로 뭍에 내놓고 살아가라는 것에 빗대는데, 참 정확한 비유다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문제의 원인을 '환경'보다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보자고 권하더라고요. 환경 탓만 하다 보면 다른 선택지를 스스로 고민해 볼 기회를 놓친다고요.


나이가 이쯤 되니, C가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하다가 생계 걱정에 다시 주저앉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안 나왔어요. 누가 "넌 잘될 거야"든 "아니, 힘들 거야"든 확실하게 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어떤 건지 너무 알 것 같아서요.

저자의 답은 의외로 담백합니다.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 보라는 거예요. 미래를 그려 보는 일도 결국 지금 이 순간에 하는 행동이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은근히 위로가 되더라고요.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거절 가면: 건강하게 거절하기)였어요.

처음에 말씀드린 C와 과장님 이야기가 바로 여기 나와요. 저자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상대가 권위 있는 사람이어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최소한의 선이 있다고 말해요. 그 선을 지켜 주는 도구가 '거절 가면'이고요. 연습은 대형, 중형, 소형, 투명형 네 단계로 나뉘는데 표로 정리되어 있어서 따라 해 보기 편하더군요.


C는 마침내 이렇게 말합니다.

"어쩌죠, 과장님. 정말 죄송한데 오늘은 안 될 것 같아요."

변명을 덧붙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 '꾹 참았다'가 제일 좋았어요. 거절해 놓고 미안한 마음에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다가 결국 "그냥 제가 할게요"로 끝나는 거, 다들 한 번쯤 해 보셨잖아요. 책에도 말이 길어지기 전에 상황을 마무리하고 자리를 뜨면 실패가 줄어든다는 팁이 나와요.

그 뒤로 C가 "물 좀 떠 올게요" 하고 슬쩍 피하는 장면이 있어요. 다른 동료가 그저 난처한 표정만 지었는데 과장님이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 걸 보고 C가 충격을 받는 장면도 이어지고요. 거절이라는 게 거창한 대사까지 필요한 일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이 장에서 제일 마음에 남은 문장은 이거였어요.

'한 번의 거절은 그 순간의 행동에 그치지만, 반복해서 자신 있게 거절하다 보면 점차 자신의 태도로 자리 잡는다.'

날을 세워 거절하라는 얘기도 아니에요. C는 싸늘한 표정이나 빈정대는 말투로 거절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그건 자기 방식이 아니라고 느꼈고, 차분하고 예의 있게 말하는 쪽을 골랐다고 해요. 저자는 그것도 C의 방식일 뿐이고 유머를 섞는 게 더 잘 맞는 사람도 있다고 열어 두더라고요. 정답 하나를 밀어붙이지 않는 것, 이 책의 결이 대체로 그런 것 같아요.

<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에는 이런 배려가 곳곳에 있어요. 1장에서도 자기 소모를 일으키는 요인을 두 가지 이내로 추리라고 하면서, 자기 소모를 느끼는 사람일수록 선택 자체를 어려워하니 처음부터 한꺼번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군요. 이런 문장 하나에 마음이 좀 놓입니다.


후반부의 (나를 지키는 일곱 가지 태도)는 시간, 한계, 미지, 감정, 흥분, 상실감, 거리, 이렇게 일곱 가지에 나를 맡겨 보는 연습이에요. 그중 한계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한계는 영원히 넘을 수 없는 벽이라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있는 경계라는 거예요. 어제 못 한 일을 오늘 해냈다면 그건 어제의 한계였던 셈이라고요.


'한계는 언제나 현재를 기준으로 경계를 긋는다.'

마흔 후반쯤 되면 한계라는 말이 자꾸 체력이나 나이 쪽으로만 들리는데, 이렇게 보니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드라마의 마지막 회를 일부러 안 보고 아껴 두는 마음을 상실감과 연결 짓는 대목도 있어요. 그 부분은 직접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한테도 그런 드라마가 하나쯤 있거든요.


<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은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순서대로 읽고, 소개한 방법을 직접 연습해 보고, 다 읽은 뒤에는 약하다고 느끼는 부분으로 돌아가 반복하라고 권해요. 그걸 보면 한 번 훑고 꽂아 둘 책은 아닌 것 같아요. 표와 실전 연습이 곳곳에 있어서 책상 가까이 두고 필요할 때 꺼내 보기 좋겠더라고요. 소장할 만하다고 봅니다.


저자 자신도 이 책을 쓰는 동안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이나 자기 소모의 늪에 빠졌다고 털어놓아요. 상담사도 그렇구나 싶어서 이상하게 반가웠어요.

책 앞부분에 결국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다 읽고 나니 그 말이 처음보다 덜 막연하게 들려요.


읽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심리서가 재미있다니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A, B, C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그래요. 사소한 일에 하루치 기운을 다 쓰고 퇴근하는 날이 잦다면, <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이 꽤 든든한 말벗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차가워졌어요. 은행잎 떨어지는 속도만큼 마음속 돌멩이도 하나씩 걸러 내 보려고요. 거절 가면은 일단 밤마다 찾아오는 야식 앞에서부터 써 보는 걸로 하고요. 좋은 책 만나서 마음 한쪽이 한결 가벼워진 목요일입니다.


멈춘 톱니바퀴를 찾고 거절 가면을 써 보는 연습, A·B·C 세 사람과 함께 덜 소모하며 사는 법을 배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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