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괴담 - 기괴하고도 불길한 일본 실화 100
마츠바라 타니시 지음, 김지혜 옮김 / 시원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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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무서운 괴담 서평, 사고물건에 사는 개그맨이 모은 실화 백 편, 사진 보고 나니 더 서늘해요



무섭다는 건 뭘까? 괴담이란 뭘까?

책 제목과 똑같은 이름을 단 꼭지 (무서운 괴담)에는 이 두 줄만 실려 있어요. 실화 괴담 백 편을 모은 <무서운 괴담>의 일곱 번째 자리에 질문 두 줄만 놓여 있는 거죠. 귀신도 사고물건도 비명도 없는 그 빈 페이지가 이상하게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앞뒤로 빼곡한 이야기들이 결국 이 질문에 대한 저자 나름의 대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10월도 중순을 넘기니 해가 눈에 띄게 짧아졌어요. 월요일 저녁, 바깥이 벌써 어둑한 걸 보면 괴담 얘기를 꺼내기 딱 좋은 계절이구나 싶습니다.

예전엔 퇴근하면 유튜브를 틀어 놓고 꾸벅꾸벅 졸다 잠드는 사람이었어요. 서평단을 시작하고 나서는 새 책이 오는 날을 은근히 기다리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제목이 너무 정직해서 처음 보고 웃음부터 났어요. 무서운 괴담. 에둘러 말할 생각이 전혀 없는 제목이더군요.



저자 마츠바라 타니시는 일본에서 '사고물건에 사는 개그맨'으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세상을 떠난 집에 직접 들어가 사는 방송 기획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열일곱 채를 거쳤다고 해요. 개그맨이 쓴 괴담집이라 장난기가 섞여 있을 줄 알았어요. 막상 읽어 보니 웃기려는 기색은 거의 없고, 겪거나 전해 들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옮겨 놓는 쪽이라 그게 더 서늘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저자의 책이 누적 40만 부 넘게 팔렸다고 하네요.


<무서운 괴담>이 그냥 읽고 지나가는 괴담집과 다르게 느껴진 건 중간중간 실린 사진과 평면도 덕분인 거 같아요. (산속의 여고생)에서는 폐허 마니아 마사 씨를 따라 한밤중에 오사카 북부의 험한 산길을 오릅니다. 손전등 불빛 너머로 여고생처럼 보이는 형체가 나타나는데, 다가가 보면 스카프와 블라우스가 걸쳐진 나무 그루터기예요. 마사 씨는 지난주에 왔을 때는 치마뿐이었다고 하고, 교복은 올 때마다 위치와 모양이 바뀌어 있다고 하죠.


누가, 무엇 때문에.

그 물음 옆에 "올라갈 때는 없었던 체육복"이라는 설명이 달린 실제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글로만 그리던 장면을 흑백 사진으로 마주하니 느낌이 또 달랐어요.

(몸 위를 넘어가는 사람들)에는 S 씨네 단독주택 평면도가 한 장 들어 있어요. 산과 밭, 정원, S 씨 방과 여동생 방, 부모님 방까지 그려져 있는데, 밤마다 산 쪽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S 씨의 몸 위를 넘어갔다는 대목을 읽고 나면 S 씨 방이 산 쪽에 바짝 붙어 있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방 배치를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이런 장면도 나와요. 방 입구에 자기보다 어린 여자아이가 서 있는 걸 알아챈 S 씨가 놀라기도 전에 말부터 걸어 버리는 대목입니다.



"뭐 하고 있어? 이리 와." 그러자 여자아이는 미끄러지듯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나, 왜 말을 걸었지……?'

마지막 혼잣말이 이상할 만큼 현실적이었어요. 사람이 무서운 걸 마주했다고 늘 앞뒤 맞게 움직이는 건 아니니까요.

저자 본인도 은근히 웃긴 사람 같습니다. (급수탑의 여인)에 나오는 센다이 구즈오카 묘지에는 급수탑을 반시계 방향으로 세 번 돌면 차 엔진이 멈추거나 무언가가 따라온다는 소문이 있는데, 저자는 그걸 열세 바퀴나 돌아요.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죠. 야기야마 다리에서는 "영적인 능력이 없는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덤덤하게 털어놓기도 합니다. 사고물건 열일곱 채에 살아 본 사람이 이렇게 말하니 오히려 믿음이 가더라고요. 그러다 다이하쿠산 터널 입구에서 발견한 긴 머리카락 뭉치 사진이 툭 나오고, 동행한 PD가 고등학생 때 급수탑을 향해 손을 흔들던 여자 이야기를 꺼내는데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기록 담당)이었어요. 영화 현장에서 기록 담당을 맡은 E 씨는 촬영지인 폐교가 너무 불쾌해서, 다른 스태프들이 묵는 호텔 대신 두 시간 거리의 집에서 차로 오갑니다. 감독은 "또 조연이 있잖아! 기록 담당은 뭐 하는 거야!" 하고 화를 내는데, 모니터 속 2층에 서 있던 사람은 그날 현장 어디에도 없었다고 하죠.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E 씨의 남자 친구와 차 뒷자리 창문 쪽으로 번져 가요.



이 꼭지에서 자꾸 눈이 간 건 E 씨라는 사람이었습니다. 현장까지 삼십 분쯤 남은 지점만 지나면 속이 뒤집히는데도, 운전석 옆에 쓰레기통을 두고 토해 가며 현장에 나가 기록 일을 붙들어요. 40대 후반까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가기 싫은 현장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그래도 결국 차 키를 집어 드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았어요. 겁나는 마음과 책임감이 한 사람 안에서 같이 버티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직장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다정한 주임님)은 짧은 꼭지인데, 직장인이라면 읽고 나서 뒤통수가 서늘할 거 같습니다. 음식점 2층 연회장에서 뒷정리를 하던 직원의 등 뒤로 주임의 목소리가 들려요. "너, 진짜 적당히 좀 해라." "장난하냐? 일도 느리고 말이야."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1층에 내려가 보면 주임은 아르바이트 아주머니에게 생글생글 웃으며 일을 가르치고 있어요. 방금 소리치지 않으셨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저는 화낸 적 없는데요."


저도 이제 후배들 앞에 설 일이 많은 나이라, 웃는 얼굴 뒤에서 제 목소리는 어떻게 들릴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더라고요.

출판사 소개에 귀신보다 살아 있는 사람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던데, 읽어 보니 정말 그랬어요. (문제가 생기는 집)에서 Y 씨는 지은 지 칠십 년 된 할아버지 집에 들어가 사는데, 이웃과의 다툼이 끊이질 않습니다. 풍수에 밝은 사람에게 물어보니 현관이 귀문을 향해 있다고 해서, 지역 신사에 오천 엔을 내고 방위 액막이 기도를 받아요.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이 한 줄 다음부터 이야기가 슬쩍 다른 쪽으로 기우는데, 그 뒤는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훨씬 나을 거 같아요.

(반드시 죽는 집)은 결이 조금 무겁습니다. 니가타현의 단층 단독주택에 살던 사람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난 이야기가 차례로 이어지는데, 기록하듯 건조한 문장이라 더 조용히 스며들었어요. 마지막으로 그 집에 살았던 남성이 자주 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밤에 잠에서 깨면 발치에 어린 여자아이가 서 있어."


(부적 동네)는 읽는 내내 마음이 복잡했어요. D 씨의 아버지는 지방 생활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시골로 이사 가자"고 선언합니다. 가족이 모두 반대하자 몇 달 뒤 "아, 이 집은 이미 팔았어" 한마디로 정리해 버리고요. 같은 또래 남자로서 TV 속 시골 풍경에 마음이 동하는 건 이해가 가는데, 가족 얼굴은 한 번쯤 돌아봤어야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시코쿠 산속 N 마을로 이사한 첫날부터 노파의 신음이 들리고, 1층 주방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면 식기 건조기 쪽에서 "이보게! 이보게!"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나요. 하필 그 자리가


(가미사마라 불린 할머니)의 스즈키 씨도 쉽게 지나쳐지지 않았어요. 할머니 장례식 도중 외삼촌이 몸을 흔들며 할머니 같은 말을 웅얼거리자, 스즈키 씨는 할머니가 독경할 때 쓰던 카세트의 녹음 버튼을 누릅니다. 신기한 걸 남겨 두고 싶은 조카와 그 테이프를 기어이 태워 버리는 큰이모, 두 사람 마음이 다 이해가 가더라고요.


무거운 집 이야기들 사이사이에는 숨 돌릴 꼭지도 섞여 있습니다. (신의 사진)에서 저자는 방송 전에 괴담 연습을 하려고 촬영 차량 운전기사님에게 듣는 역할을 부탁하는데, 알고 보니 이분이 괴담 고수예요. 저자가 들려준 산 괴담에서 "이봐요, 이봐요" 하고 부르는 대목을 짚어 내더니, 휴대폰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입니다. 그 사진도 "지붕 위에 주목"이라는 설명과 함께 책에 실려 있어요. 이어지는 (거대한 뱀)도 이 운전기사님, 사쿠라코 씨의 이야기입니다. 수학여행에서 친구와 귀신을 잔뜩 데려와 영매사를 찾아갔더니 첫마디가 "둘이서 많이도 데리고 왔네." 수호령이 강림해도 되겠느냐는 물음에 왠지 혼날 것 같아서 거절했는데, 영매사는 "하지만 이미 강림했어" 하더니 두 팔을 흐느적거리며 딱 한마디를 남겨요.


"힘내라."

월요일마다 모든 직장인에게 필요한 말이라 피식 웃었습니다. 수호령님, 저희 사무실에도 한 번 강림해 주시면 안 될까요.

(사모예드)는 무섭다기보다 귀여웠어요. 메구미 씨는 어릴 적부터 큰집 뒷마당의 작은 이나리 사당을 해마다 청소했는데, 어느 설날 숨바꼭질을 하다가 사모예드를 닮은 커다란 흰 개를 만나요. 동물 알레르기 때문에 늘 만지면 안 된다는 말을 듣던 아이가 "지금이야말로 기회다!" 하며 실컷 쓰다듬는데, "손!" 해도 개는 힐끗 쳐다보고는 콧방귀 뀌듯 무시해 버립니다. 그 개가 어떤 존재였는지는 꼭지 끝에 가서야 알게 돼요.


솔직히 처음엔 조금 버벅였습니다. 가미다나, 이나리, 이타코, 야마히메처럼 일본의 신앙이나 요괴 이름이 연달아 나오는데, 이쪽 사정에 어두운 아재한테는 낯설었거든요. 다행히 각주와 본문 설명이 바로바로 붙어 있어서 몇 꼭지 지나니 금세 익숙해졌어요.

<무서운 괴담>은 판형이 손에 쏙 잡히는 크기인데, 두께는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도톰한 편이에요. 짧게는 두 줄, 길게는 여러 장에 걸친 이야기 백 편이 들어 있으니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도 좋고, 아무 데나 펼쳐서 한 편씩 꺼내 읽어도 좋습니다. 둥근 테이블 위에 행성, 유리 플라스크, 분홍 유니콘, 버섯 같은 기묘한 물건이 빼곡한 표지 그림도 볼거리가 많아서 책장에 꽂아 두고 싶은 책이에요.


이런 이야기는 읽고 나면 은근히 즐겁더라고요. 요즘 부쩍 으슬으슬한 게 가을을 타나 했는데, 아무래도 <무서운 괴담> 때문인 거 같습니다. 해가 짧아지는 10월, 좋은 책 한 권 만나서 월요일인데도 기분이 꽤 괜찮네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어디서 누가 "이봐요, 이봐요" 하고 부르면 한 번쯤은 미리 정해 둔 호칭인지 확인해 보세요.


사진과 평면도까지 실린 실화 괴담 백 편, 귀신보다 사람이 더 서늘해지는 가을밤 괴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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