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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살 때와 팔 때 - 세계 최정상 펀드매니저 12인의 압도적 매매 전략
리 프리먼 쇼어 외 지음, 이주영 옮김 / 토네이도 / 2026년 10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주식 살 때와 팔 때> 승률 45퍼센트로도 이기는 거장들, 문제는 사고 난 다음이었어요
승률 45퍼센트.
세계적인 펀드매니저 73명을 최종 후보로 추려서 매매 내역을 분석했더니 승률 중간값이 이 정도였다고 하더라고요. 운에만 맡겨도 50퍼센트는 나온다는데 그보다 낮은 숫자라서 처음엔 눈을 한 번 더 비볐어요. 그런데 이 중에서 다시 걸러낸 거장들은 시장을 웃도는 성과를 냅니다. 리 프리먼 쇼어와 클레어 플린 레비가 함께 쓰고 이주영 님이 옮긴 <주식 살 때와 팔 때>는 이 이상한 계산서를 한 장씩 펼쳐 보이는 책 같아요.

10월 중순에 맞는 금요일이라 그런지 이 책 얘기를 꺼내는 마음이 한결 가볍네요. 사실 제 계좌에는 그동안 살 때와 팔 때보다 '물릴 때'가 더 자주 찾아왔던 거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제목부터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더군요.
표지는 파란색과 분홍색으로 반을 딱 갈라놓고, 화살표 하나는 위로 하나는 아래로 꽂아둔 모양이에요. 사고파는 두 순간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긴 느낌이 듭니다. 원제는 Stock Market Maestros이고, 두께는 보통 경제서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주식 살 때와 팔 때>를 펼치면 인터뷰가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숫자가 앞장서서 마중을 나옵니다. 펀드매니저의 의사결정을 데이터로 분석하는 에센시아 애널리틱스가 73개 펀드의 최대 15년치 일별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봤대요. 종목 선정, 투자 규모, 진입 시점, 분할 매수, 보유 비중 조정, 분할 매도, 최종 매도 시점까지 7가지 결정을 하나하나 따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남은 사람이 열두 명입니다. 명단을 뽑는 과정부터 꼼꼼해서 우선 믿음이 가더라고요.
솔직히 이 선정 기준 대목은 저한테 언덕 하나 넘는 구간이었어요. 샤프 지수, 소티노 지수, 상승·하락 포착 비율 같은 말이 연달아 나오니까 한 줄씩 천천히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모닝스타나 리퍼 같은 이름 옆에 각주로 설명이 붙어 있어서 길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피식 웃음이 난 문장이 있었어요.
"결국, 투자자의 의사결정이 가져온 결과가 우연에 의한 결과보다 더 나을 게 없다면 차라리 그 돈을 수수료가 낮은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리고 펀드매니저도 자신의 지적 능력과 에너지를 보다 생산적인 곳에 쓰는 편이 나을 것이다."
세계 최고 펀드매니저들 앞에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을 만큼 시원한 말이에요.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만큼 정직한 잣대도 드문 거 같아요.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행동 알파 점수를 왜 지난 3년치로만 매기느냐는 설명이었어요. 10년 전에 좋은(또는 나쁜)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왕년의 성과 하나로 버티는 사람도, 예전 실수 하나 때문에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사람도 보게 되잖아요. 숫자로 사람을 평가하는 책인데, 그 숫자가 사람을 지금 모습 그대로 봐주려는 거 같아서 좋았습니다.

거장들도 절반쯤은 틀린다는 얘기, 몇 번을 들어도 이상하게 위로가 돼요.
앞쪽에서 만나는 조시 골드버그는 뉴욕의 헤지펀드 매니저예요. 저자는 조시를 떠올리면 머릿속에서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배경음악이 재생된다고 해요. 다만 주인공이 톰 크루즈 대신 검은 수염을 기르고 야물커와 안경을 쓴 남자라는 거죠. 시작부터 장난기가 있어서 술술 넘어갔습니다.
첫 번째 불가능한 임무는 2009년에 세운 회사 G2였어요. 운용 자산이 1천만 달러도 안 됐고, 1억 달러 이상으로 클 확률은 500분의 1도 안 된다는 말을 들었대요. 첫 고객은 첫해에 20퍼센트를 못 내면 돈을 빼겠다고 했는데, 결국 기준치를 넘겼는데도 자금을 회수해 갔다고 합니다. 그 일이 고객에게 손해가 됐다는 문장이 담담하게 따라붙어요.
두 번째 임무는 훨씬 무거웠어요. 2016년 대장암 4기 진단을 받고 생존 확률이 2퍼센트라는 말을 들었고, 3년 동안 수십 차례 항암 치료와 수술을 견뎌 5년 뒤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사정을 알고도 1억 달러를 맡긴 가족이 있었고, 사실대로 말해줘서 고맙다며 절대 돈을 빼지 않겠다고 약속한 고객도 있었대요. 사무실 벽에는 NFL 선수 레이 루이스가 선물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그 글귀 끝에 "조시, 아이들에게 입을 맞춰주고 이긴 싸움을 끝까지 해낼 거라고 말해주세요."라는 문장이 있더군요. 투자 이야기를 들으러 들어간 장에서 사람 이야기를 먼저 듣게 되니, 뒤에 나오는 원칙들도 조금 다르게 읽혔어요.
조시의 투자 방식에서 저를 뜨끔하게 한 건 멘토 필 헴플먼의 한마디였어요. 70달러짜리 주식이 25달러까지 떨어졌으니 싸게 사자는 조시에게 필이 이렇게 말했대요.
"조시, 기업이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 아무리 주가가 싸더라도 보유해서는 안 돼."
조시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했다고 하던데, 저는 망치까진 아니어도 꿀밤 한 대쯤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싸 보인다는 이유 하나로 마음이 기울던 순간들이 줄줄이 생각나더라고요. 장 첫머리에 걸린 "패자만이 손실 중인 종목에 물타기를 한다."라는 문장도 같은 결로 읽혀요.

조시가 기업을 방문하면 꼭 구내식당에 들른다는 대목도 재미있었어요. 직원들한테 회사와 경영진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라는데, 한번은 어떤 직원이 CEO를 석 달 동안 못 봤다고 하더래요. 소형주에서 CEO가 눈에 안 띈다면 좋은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요. 직장인으로서 이 대목은 웃으면서 읽었습니다. 회사 분위기는 회의실보다 점심 줄에서 더 솔직하게 드러나는 법이니까요.
애널리스트가 5명도 안 붙는 기업을 좋아하고, 어느 회사에서는 10년 만에 처음 찾아온 투자자라는 말까지 들었다니 정말 발로 뛰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그렇게 고른 종목도 첫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온 때부터 시간을 재서 보고서 첫 페이지에 기재해 두고, 15개월을 넘기면 매도 타이밍을 놓칠 위험이 커진다는 '15개월 규칙'을 지킨다고 합니다.
유럽 쪽 고름 토마센 장은 시작부터 공기가 확 바뀌어요. 독자를 어느 방에 앉혀두고, 노르웨이 정보기관 출신에 러시아어를 하고 고도의 심문 기술을 아는 거구의 남자가 내려다보며 묻는 장면을 그려놓거든요.

"애송이 녀석, 운이 좋다고 생각하나?"
책 속의 '당신'은 식은땀을 흘리는데, 저자가 곧이어 이 시나리오는 부분적으로 지어낸 거라고 털어놔요. 실제 고름은 친근한 사람이고, 저 말은 AKO 캐피털 애널리스트 모니터에 뜨는 알림이래요. 속뜻은 "잘했어요. 우리가 수익을 좀 냈는데 이익을 실현해야 할까요?"라고 하네요.
고름이라는 사람 자체에도 정이 갔어요. 오슬로에서 자라 북극권 북쪽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제빵사이자 철학자였던 할아버지에게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웠대요. 210억 달러를 총괄하는 최고투자책임자인데 대중교통을 타거나 걸어서 출근하고, 아이들과 테니스를 치고, 삼림욕을 하고 정원을 가꾼다고 하더라고요. 롤렉스 차고 고급차 모으는 문화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니, 출근길 지하철에서 마주쳐도 못 알아볼 것 같습니다.
AKO에는 '미완성 아이디어' 회의라는 게 있다고 해요. 누가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사람들이 마음껏 비평하는데, 고름은 이 단계에서는 아이디어에 자존심이 거의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기획안마다 자존심이 잔뜩 묻어 있는 회의를 숱하게 겪어본 입장에서는 부럽기까지 하더군요. 비중 얘기도 단단합니다.
"비중 20퍼센트짜리 포지션이 실패하면 살아남기 힘들겠지만, 비중 10퍼센트짜리 포지션은 실패해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확신이 생겨도 25bp, 50bp씩 조금씩 늘려간다는 걸 보면, 이 사람한테 투자는 무엇보다 살아남는 기술인 거 같아요.
조시가 발로 뛰는 사냥꾼이라면, 고름은 문단속 꼼꼼한 집주인쯤.
<주식 살 때와 팔 때> 끝자락의 '주식 거장들의 성공 비결'로 가면 앞에서 만난 사람들이 한 줄로 꿰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거장들은 잘 나가는 종목 앞에서 스스로에게 "너 지금 단지 운이 좋아서 기분에 취해있는 거 아니야?"라고 묻는대요. 고름의 모니터에 뜨던 '애송이' 알림을 여기서 다시 만나는 것 같아서 반가웠습니다. 손실 중인 종목 앞에서는 질문이 바뀌어요.
"만약 이 주식을 지금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오늘 새롭게 매수하겠는가?"
이 질문 하나는 증권 앱 첫 화면에 붙여두고 싶을 정도였어요. 본전 생각에 붙들고 있는 종목이 하나라도 있다면, 누구든 대답하기 전에 잠깐 머뭇거리게 될 거 같거든요.
저자들은 리스크를 가격 변동성이 아니라 틀릴 확률로 본다고 하고, 결국 투자의 기술이란 의사결정의 기술이라고 마무리합니다. 언제 사고, 얼마나 담고, 언제 팔고,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지, 수백 번의 소소한 순간마다 조금 더 현명하게 고르는 일이라고요. 그 능력은 측정할 수 있고 개선할 수 있다고 하니, 타고난 감이 없는 사람한테도 문이 열려 있는 셈이에요.
<주식 살 때와 팔 때>는 한 번 읽고 꽂아두기보다 계좌가 흔들릴 때마다 다시 꺼내 볼 책에 가까운 거 같아요. 열두 명의 방식이 저마다 달라서, 그때그때 내 상황에 맞는 거장 한 명을 골라 그 장만 다시 펼쳐도 충분하겠더라고요. 거장들 모두 투자 방식을 자기 성격에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데, 그 말대로라면 이 책은 내 성격에 맞는 선생님을 찾아가는 명단이기도 합니다. 매수 버튼보다 매도 버튼 앞에서 더 오래 망설여 본 사람이라면 읽는 내내 재미있게 넘길 수 있을 거예요.
은행잎이 하나둘 노랗게 물드는 10월 중순이네요. 단풍처럼 제 계좌도 빨갛게 물들면 좋겠다는 욕심은 잠깐 접어두고, 이번 주말엔 손실 종목에 그 질문부터 던져볼 생각입니다. 금요일에 좋은 책 만나서 한 주 마무리가 든든해요. 다들 포근한 주말 보내세요.
절반을 틀리고도 크게 버는 거장 12인의 비밀은 종목을 고른 다음의 행동에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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