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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 - 자기만의 손익비를 찾아라!
깡토 지음 / 이레미디어 / 2025년 5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직장인 개미의 손익비 공부, 깡토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 서평
"아, 그때 팔걸!"
"아, 그때 살걸!"
주식 계좌를 한 번이라도 열어 본 분이라면 이 두 줄 앞에서 조금 뜨끔하실 거 같아요. 깡토의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 프롤로그에는 투자자들이 흔히 내뱉는 혼잣말이 몇 줄 모여 있습니다. "종목은 잘 봤는데 시장 때문에 하락했네." 이런 말까지 이어지니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남 얘기처럼 읽히지가 않아서요.
저자는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를 스스로 정한 '한계의 뚜껑'이 꽉 닫혀 있어서라고 설명합니다. 그 뚜껑을 여는 데는 작은 계기 하나면 된다고 하고요. 기업 분석 직접 해 보기, 투자 복기 일지 써 보기, 감정적인 매매 줄여 보기, 1일 1리포트 읽어 보기. 거창하지 않아서 오히려 따라 해 볼 마음이 생기는 목록이었어요.
책은 보통 경제서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제목은 손실은 짧게인데, 분량은 수익 쪽을 따라 길게 가신 모양입니다.
저자는 14년째 시장에 몸담아 온 전업투자자라고 해요. 스스로를 '테크노펀더멘털리스트'라고 부르는데, 처음 들었을 땐 무슨 로봇 이름인가 싶었습니다. 풀어 보면 이런 뜻이에요. 펀더멘털 분석으로 관심 종목을 미리 꾸려 두고, 그 종목이 추세추종 관점에서 돌파를 하면 사는 거죠. 가치투자를 배울지 차트를 배울지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늘 망설여졌는데, 둘을 같이 쓰는 사람이 있다니 반가웠어요.

그런데 이 고수의 출발점이 좀 귀엽습니다.
여자 친구가 재테크 책에 밑줄까지 그어서 권하는데도 게임에 빠져 있던 청년은 "나는 절대 주식을 하지 않을 거야!" 하고 버팁니다. 그러다 여자 친구의 150만 원짜리 계좌가 5000만 원을 향해 불어나는 걸 보게 되죠. 게임을 오토로 돌리고 아이템을 팔고 아르바이트를 해서는 만질 수 없는 돈이었다며 "솔직히 부러웠다"고 털어놓습니다. 몰래 계좌를 열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300만 원을 넣고, 쫄보 그 자체라서 상상 속으로만 매수를 해요. 큰맘 먹고 주문을 넣었는데 체결이 안 됩니다. 검색해 보니 주식시장은 9시에 열어서 3시에 끝난다더라는 대목에서는 결국 소리 내서 웃었어요.
지금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하는 투자자한테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 싶어서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1주씩 사 보고, "내 기필코 멋지게 주식으로 수익을 내겠다!" 하고 복수를 다짐하고, 게시판 말만 믿고 100만 원어치를 덥석 사는 데까지 가거든요. 그 꼭지 제목이 '나의 첫 주식이자 작전주'라는 것만 말씀드릴게요. 그다음은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훨씬 재미있을 거예요.
중간에 여자 친구가 크게 벌고도 "4000만 원 넘게 잃었다"며 속상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숫자로는 분명히 이득인데 마음은 최고점에 가 있는 거죠. 직장 생활 이십 년 넘게 하다 보니 그 마음이 뭔지 대충 알 것 같더군요. 연봉이 올라도 동기보다 덜 올랐으면 서운한, 그런 계산법이요.
프롤로그 끝에서 저자는 주식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안내해 준 아내를 '나의 뮤즈'라고 부르며 이 책을 바칩니다. 집필에만 3년이 걸렸다고 해요. 주변에서 "너무 많은 노하우를 푸는 거 아니냐"고 말렸는데도 아낌없이 다 담았다고 하고요. 1장에서 밑줄을 그어 주던 그 여자 친구 얼굴이 자꾸 겹쳐 보였어요.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에서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은 부분은 4장의 승률과 손익비 이야기입니다. 저자 스스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라고 운을 떼는 대목이에요. 예시가 아주 단순합니다. 원금 1억 원으로 종목당 1000만 원씩 투자하고, 손절은 –8%에서 하고 손익비는 1:3으로 잡아요. 승률은 30%. 열 번 중 일곱 번을 틀리는 셈이죠. 그러면 실패 일곱 번에 560만 원을 잃고, 성공 세 번에 720만 원을 벌어서 160만 원이 남습니다.
일곱 번 틀리고도 돈이 남는다니, 이 계산이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반대 경우도 나옵니다. 물타기를 할수록 승률은 올라가지만 손익비가 내려가서, 열 번 중 아홉 번을 벌고도 한 번의 실패로 본전이 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승률 50%에 –5%에서 손절하고 +5%에서 익절하는 매매라면 "아무리 열심히 매매해도 남는 게 없다"고도 합니다. 열심히 하는데 남는 게 없다는 말, 회사 다니는 사람한테는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더라고요.
TPI라는 매매성능지수도 처음 알았어요. 승률에 (1+평균손익비)를 곱해서 1이 나오면 본전이라는 식인데, 숫자에 약한 저는 표를 보면서 한 줄씩 짚어 가야 감이 왔습니다. 그래도 저자가 권하는 복기 방법은 쉽게 와닿았어요. 같은 전략으로 매매한 내역만 엑셀에 따로 정리해 보면서, "혹시 TPI 1 이하의 매매를 내가 반복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라는 거예요. 가계부를 쓰다가 커피값에 깜짝 놀라는 거랑 비슷한 기분일 것 같아요.

맛보기로 한 대목 옮겨 볼게요.
"상식적으로 21% 상승하는 것이 쉬울까, 15% 상승하는 것이 쉬울까? 당연히 후자가 더 쉽다."
저자는 보통 손절 –7%, 이익 +21%의 1:3으로 매매한다고 해요. 그런데 손절을 –5%로 당기면 목표 수익률도 15%로 내려와서 도달하기가 쉬워진다는 얘기입니다. 대신 손절가가 가까워지니 변동성에 흔들려서 원치 않게 팔리는 일도 감내해야 한다고 덧붙이고요. 시장이 애매할 땐 이렇게 손절 폭을 줄이고, 지수가 6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잘 갈 땐 4R, 5R로 늘리기도 한다는군요. "3R은 최소 기준일 뿐이다"라는 말까지 읽고 나니 숫자 하나를 외우라는 책이 아니라는 게 분명해졌어요. 자기 기준을 세우는 방법을 보여 주는 책이었습니다.
40대 후반 직장인으로서 제일 반가웠던 건 5장의 '직장인도 추세추종 하이브리드 매매를 할 수 있다!' 꼭지예요. 답은 예약 매매라고 합니다. 저자도 장중에 컴퓨터 앞에 앉아 HTS를 계속 들여다보는 걸 싫어한다고 해요. 장 시작 전이나 자기 전에 엑셀을 열어 Max 2% Rule로 포지션 크기를 확인하고, 증권사 HTS의 자동감시주문을 걸어 둔대요. 돌파 가격 1~2% 전에 알림이 울리게 해 두고 손절도 예약으로 걸어 놓고요. 실제 차트와 HTS 화면을 놓고 하나하나 짚어 주는데, 요즘은 챗GPT 같은 인공지능 덕분에 누구나 파이썬으로 시스템 트레이딩을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시세를 자주 확인할수록 불필요한 뇌동 매매도 같이 늘어난다. 뇌동 매매가 줄수록 계좌수익률은 상승한다."
회의 들어가기 전에 한 번, 점심 먹고 한 번, 자꾸 MTS를 열어 보는 게 직장인 개미들의 습관이잖아요. 그 습관을 정면으로 짚는 문장이라 뜨끔하면서도 시원했어요.
솔직히 걸렸던 부분이라면 HTS 메뉴 번호나 주문 화면 캡처가 이어지는 구간이에요. 주식 앱만 써 본 저한테는 조금 낯설었습니다. 화면을 보면서 따라 해 보면 금방 익숙해질 종류의 낯섦이긴 해요. 손익비 숫자도 예시는 –8%/+24%, 저자의 평소 기준은 –7%/+21%로 나와서 처음엔 살짝 헷갈렸어요. 그런데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기준이라는 걸 알고 나니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더라고요.
부록 '전업 투자자의 하루'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아침 6시에 눈을 뜨자마자 미국시장 흐름과 주도 섹터를 확인하고, 리포트와 뉴스 헤드라인을 훑고, 그날 매매할 종목을 계획한다고 해요. 가능하면 11시 안에 매매를 마무리하려 하고, 비중 큰 종목을 정리하지 못한 날에는 점심을 사무실에서 간단히 때우거나 장이 끝난 뒤에 먹는다고 합니다. 전업 투자라고 하면 여유롭게 커피 마시며 차트 보는 장면을 떠올렸는데, 점심시간도 시장 눈치를 보는군요. 같은 시간에 출근 걱정부터 하는 저랑은 출발선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싶었어요.

저자는 이 책을 먼저 가볍게 한 번 읽고, 두 번째 읽을 때는 공감 가는 대목에서 생각할 시간을 가져 보라고 권합니다. 그 말대로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는 책장에 꽂아 두고 장이 출렁일 때마다 다시 꺼내 보기 좋은 책 같아요. 프롤로그의 "투자는 감정의 게임이 아니라, 확률과 원칙의 게임입니다"라는 문장은 메모장에 옮겨 두고 싶을 정도였고요. 주식이 처음인 분은 저자의 첫 실패담부터 편하게 따라가면 되고, 한두 번 데어 본 분이라면 4장의 손익비 표 앞에서 오래 생각이 머물 것 같습니다. 정답을 건네주기보다 자기만의 손익비를 찾으라고 등을 떠밀어 주는 책이라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10월도 중순,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쌀쌀해진 금요일이네요. 좋은 투자 선생님 한 분을 만난 거 같아서 마음이 든든합니다. 다들 단풍 구경은 길게, 환절기 감기는 짧게 지나가는 가을 보내세요.
승률 30%로도 웃을 수 있다는 계산 하나가, 조급했던 투자 습관을 다시 돌아보게 해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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