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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를 위한 여백 육아 - 다 해주고 싶은 부모를 향한 가장 다정한 경고 ㅣ 바른 교육 시리즈 50
최현주(주주쌤) 지음 / 서사원 / 2026년 9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서평] 요즘 아이를 위한 여백 육아 | "그랬구나" 세 문장이 통하지 않는 이유

그랬구나. 많이 속상했겠네.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이 감정이 터질 때마다 이 세 문장을 조건반사처럼 꺼내놓아야 마음이 놓이는 부모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배운 그대로 정확하게 말해줘도 아이 얼굴은 오히려 더 굳어버린대요. 대체 뭐가 어긋난 걸까 싶어서 첫 꼭지부터 궁금해지는 책이었습니다.
10월도 중순에 접어든 목요일이에요. 목요일은 이름부터 주말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날이라 몸이 축 처지는데요. 예전 같으면 유튜브 틀어놓고 졸았을 저도 요즘은 책부터 손이 가네요. 이번에 만난 책은 <요즘 아이를 위한 여백 육아>입니다. 22년 차 초등교사이면서 아동심리상담사, 부모교육상담사로 활동하는 최현주(주주쌤) 선생님이 썼고, 서사원에서 9월 말에 나왔어요.
판형은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인데 두께는 제법 도톰한 편이에요. 제목에 여백이 들어가 있길래 여백 많은 책인가 했어요. 웬걸요, 할 말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더라고요.

빨간색 금지어, 초록색 권장어.
1장을 열면 요즘 부모들 모습이 꽤 생생하게 나옵니다. 30초 남짓한 영상에 지나가는 금지어와 권장어를 캡처해서 휴대폰에 담아둔대요. 그걸 냉장고 문에, 심지어 매일 아침 세수하는 욕실 거울에까지 붙여둔다고 해요. 저자는 이런 모습을 두고 공감이 어느새 하나의 '기술'이자 '정답'이 되어버렸다고 말합니다. <요즘 아이를 위한 여백 육아>는 육아서이면서 육아서들이 퍼뜨린 공식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데, 그게 이 책만의 특이한 맛인 거 같아요.
부모 세대 이야기도 꺼내놓습니다. 억울해서 울면 "울긴 왜 울어, 별일도 아닌데", 넘어져 무릎이 깨지면 "칠칠맞지 못하게 정신을 어디 두고 다니니?" 하는 소리를 듣고 자란 세대라는 거예요. 저희 또래라면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말들이라 피식하다가도 좀 짠해지더라고요. 내가 받지 못한 걸 아이에게만큼은 주고 싶은 마음이 결국 공식을 외우게 만든 거라니, 누구를 탓할 이야기는 아닌 거 같습니다.
저녁 식탁 장면이 하나 나와요. 윤서가 한숨을 쉬며 "오늘 민준이가 또 놀렸어!" 하자 엄마는 하던 일을 멈추고 숨을 고릅니다. 그리고 배운 대로 말해주죠. "어머, 놀리는 건 나쁜 행동이지. 우리 윤서, 정말 속상했겠다." 한 번 더 "윤서가 많이 힘들었구나"까지 건넸는데, 돌아온 대답이 이거예요.

"후, 됐어."
이 대목은 남 얘기 같지가 않더군요. 회사에서도 면담할 때 매뉴얼 문장을 그대로 읊으면 상대가 금세 알아채고 입을 닫잖아요. 말은 맞는데 마음이 안 실린 게 티가 나서 그런 거겠죠.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걸까 싶었는데, 저자가 내놓는 방법은 생각보다 소박하더라고요. "속상했겠구나" 대신 "민준이가 왜 너를 놀렸다고 생각해?" 하고 물어보래요. 놀려서 속상한 건지, 사과를 못 받아 서운한 건지, 아니면 사과하라고 말하지 못한 자기 자신이 원망스러운 건지 아이가 스스로 돌아볼 때까지 기다려주라는 거예요. 부모의 공감은 "엄마라도 그런 말을 들었다면 화가 났을 것 같아" 정도면 충분하고, 그다음 판단과 결론은 아이 몫이라고요.
다만 선을 넘는 행동 앞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부모를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가족에게 욕설을 내뱉을 때는 공감하려 애쓸 필요가 없대요. "지금 그 행동은 멈춰야 해." 이 한마디로 단호하게 멈춰 세우라고 해요. 다정하게 곁에 있어 주는 시간과 분명하게 멈춰 세우는 한마디가 두 울타리이고, 그 사이의 여백에서 아이가 제 감정을 다룰 줄 알게 된다는 설명이 참 좋았어요. 1장 끝에는 빨간 밑줄로 이런 문장이 붙어 있습니다.

"공감이 서툰 부모는 없다. 진심을 공식 안에 가두어 두었을 뿐이다."
유독 천천히 읽게 된 건 3장의 감정에 죄책감을 느끼는 부모 꼭지였어요. 아이를 혼내고 돌아선 밤, 곤히 잠든 얼굴을 보며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화 좀 참을 걸' 하고 후회하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저자는 화도 짜증도 부모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느끼는 감정이라고 말해요. 부모가 늘 웃는 얼굴로 차분하기만 하면, 아이는 자기 행동이 누군가를 속상하게 할 수 있다는 것조차 깨닫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덧붙이고요. 중요한 건 그 화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화를 건강하게 표현하는 기준이 두 가지 나오는데, 두 번째에서 좀 뜨끔했습니다. 상황에 비해 화가 지나치게 자주, 과도하게 터져 나오지는 않는지 살펴보라면서 이런 말을 하거든요.
"온종일 밖에서 쌓인 피로나 풀리지 않은 다른 일이, 아이를 핑계 삼아 함께 터져 나온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 다니는 중년이라면 이 문장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회사에서 삼킨 말이 엉뚱한 데서 튀어나오는 일, 다들 한 번쯤은 겪어봤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자가 권하는 방법이 더 반갑게 읽혔어요. 지친 날에는 내 마음 상태를 아이에게 미리 솔직하게 알려주라는 거예요. "오늘 엄마가 일하면서 힘든 일이 있어서 마음의 여유가 조금 없어. 그래서 평소보다 작은 일에도 더 속상하거나 화가 날지도 몰라." 화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땐 "엄마가 지금 화가 너무 나서 마음을 잠시 추스르고 다시 이야기해야겠어" 하고 잠시 자리를 비워도 괜찮대요. 단서도 붙어요. 기분이 안 좋다고 잘못을 유야무야 넘겨서도 안 되고, 스트레스를 핑계 삼아 더 가혹하게 몰아붙여서도 안 된다고요. 회의 들어가기 전에 "제가 오늘 컨디션이 좀 별로예요" 하고 미리 말해두면 서로 덜 다치잖아요. 그걸 떠올려보면 집에서만 통하는 이야기는 아닌 거 같더라고요.

부모 역할에는 원래 자기 모습보다 훨씬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게 된대요. 그러다 보면 좋은 부모를 연기하게 되고, 속마음과 행동이 따로 놀면서 훈육도 길을 잃는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 뒤에 붙은 밑줄 두 줄이 꽤 든든했어요.
"'좋은 부모'가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사람 사이의 선을 지킬 줄 아는 '좋은 사람'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솔직하게 걸렸던 건 5장이에요. 아이가 잠든 밤, 거실 소파에 몸을 묻었는데 마음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는 부모가 나옵니다. 저녁 차릴 때 아이가 흘린 "오늘 연우가 나한테 또 시비 걸었어"를 "그래? 왜?" 하고 건성으로 넘긴 게 자꾸 마음에 걸리고, 숙제 봐줄 때 너무 몰아세운 일까지 떠올라요. 텔레비전을 봐도 화면이 눈에 안 들어오고, 책을 펴도 같은 줄을 몇 번씩 다시 읽는다고요.
몸은 쉬어도 마음이 쉬지 못한다면, 그것은 쉬는 것이 아니니까.
육아 얘기인데도 직장인 귀에 너무 정확하게 들어와서 좀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저자는 부모이기 전에 한 사람의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이 있다면서 직장에서의 일, 부모님의 건강, 부부 사이의 문제, 돈과 미래를 향한 걱정을 하나하나 꼽아요. 40대 후반 아재한테는 그 목록이 제 하루를 그대로 읽어주는 것 같았어요.
더 불편했던 건 그다음이에요. 쉼 없이 돌아가는 부모 마음이 지친 표정, 한숨 섞인 말투, 끊임없이 무언가를 염려하는 눈빛이 되어 아이에게 흘러든다고 해요. 그런 부모 곁에서 아이는 "엄마가 또 힘들어 보이네", "아빠 표정이 안 좋은 걸 보니 내가 뭘 잘못했나" 하며 안색부터 살핀대요. 정말 속상하고 힘든 일일수록 더 깊이 감추고요. 읽기 편한 대목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이 책에서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여기 있는 것도 같고요.

5장의 밑줄 문장은 이랬습니다.
"부모가 마음을 놓아야, 아이도 마음을 놓는다. 부모의 쉼은 게으름이 아니라 아이에게 건네는 가장 조용한 선물이다."
돌아보면 <요즘 아이를 위한 여백 육아>가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은 건 저자가 처음부터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아서인 것 같아요. 교실에서는 어떤 아이 앞에서도 의젓한 교사인데, 집에 돌아가 제 아이 앞에 서면 똑같이 흔들렸다고 프롤로그에서 털어놓거든요. 더 잘해주지 못한 날에는 잠든 아이 얼굴을 보며 미안해했다고요. 그러면서 이 책을 "같은 길에서 나란히 헤매본 사람이 건네는 편지라고 여겨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소개합니다. 가르치는 선생님 목소리보다 옆자리 선배 목소리에 가깝게 들리는 건 그래서인가 봐요.
에필로그에는 "짐을 덜어낸 자리에 남는 것이 여백입니다"라는 문장이 있어요. 제목의 여백이 무슨 뜻이었는지 여기서 한 번 더 또렷해지더라고요. 아이가 스스로 자랄 여백, 부모가 자기 삶을 살아갈 여백.
초등학생을 키우는 집이라면 윤서네 식탁 장면부터 고개가 끄덕여질 것 같아요. 꼭 부모가 아니어도 사람 마음을 대하는 법으로 읽혀서,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 꼭지 끝마다 빨간 밑줄 문장이 붙어 있어서, 마음이 바빠질 때 그 문장들만 골라 훑어봐도 충분할 것 같고요. 초록 표지 속 둥근 식탁에 둘러앉은 세 식구 그림도 정겹고, 프롤로그 첫머리의 작은 창문 그림 같은 소소한 삽화도 좋았어요. <요즘 아이를 위한 여백 육아>는 책장에서 손 닿기 쉬운 칸에 오래 꽂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쌀쌀해지고 단풍이 슬슬 물드는 10월 중순이에요. 주말을 하루 앞둔 목요일인데, 이번 주말엔 몸만 말고 마음도 좀 쉬게 해주고 싶어지네요. 좋은 책 만나서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기분입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따끈한 차 한 잔 곁에 두고 편안한 가을 보내세요.
외운 공감 공식을 내려놓고,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숨 쉴 자리를 내어주자는 다정하고 단단한 육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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