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너머에는 사람이 있다
김프로(김동준)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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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조회수 1은 누군가의 하루였다, 화면 너머에는 사람이 있다 서평


예전엔 퇴근하면 숏폼 몇 개 넘기다가 그대로 잠드는 게 하루의 마무리였어요. 서평단을 하면서 겨우 책 쪽으로 손이 가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받은 책이 하필 세계에서 조회수가 제일 많이 나온 유튜버의 책이더군요. 유튜브 끊고 책 본다더니 결국 유튜브로 돌아온 셈이라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


조회수 1은 지구 반대편 누군가가 자기 하루에서 3초든 5초든 떼어 내준 시간이라는 것.

이 책은 그 말에서 출발해요.

<화면 너머에는 사람이 있다>는 1억 3천만 구독자 채널을 운영하는 김프로(김동준)의 첫 책입니다. 표지에 '2025 전 세계 유튜브 조회수 1위'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박혀 있어서, 처음엔 알고리즘 공략법 같은 걸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프롤로그를 펼치면 결이 좀 달라요. 숫자가 너무 커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을 때도 있었다는 고백부터 나오거든요.


구독자 1억 3천만 명을 달성한 날 팀원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마음껏 축하했다고 해요. 그리고 바로 다음 날엔 어제와 똑같이 일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대목이 이상하게 반가웠어요. 회사 다니는 사람이라면 알 거예요. 큰 건 하나 끝내고 회식까지 했어도 다음 날 아침 메일함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똑같이 쌓여 있다는 걸요. 저자는 그때 "그다음에 우리는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붙들었다고 합니다. 규모는 비교도 안 되지만, 어쩐지 같은 사무실 선배 얘기를 듣는 기분이었어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불안함은 매일 찾아온다는 말도 나와요. 오늘 올리는 영상이 잘될지, 사람들이 이 타이밍에서 반응해 줄지, 이 장면이 제대로 전달될지.

세계 1위도 그런 걱정을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단어 하나가 '뷰푸어(View-Poor)'와 '뷰리치(View-Rich)'예요. 조회수를 올리는 방법만 찾다가 사람의 마음을 놓쳐버린 상태를 숫자에 갇힌 뷰푸어라고 부르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쪽을 진짜 뷰리치라고 부르더군요.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이라 회의 시간에 슬쩍 써먹어 보고 싶어지는 단어였어요.


책 안쪽 디자인도 소소하게 즐거워요. <화면 너머에는 사람이 있다>는 장이 시작될 때마다 유튜브 재생바가 그려져 있는데, 앞쪽 장에선 재생 위치가 앞부분에 있다가 뒤로 갈수록 오른쪽으로 옮겨가는 것 같더라고요. 책 한 권을 영상 한 편처럼 틀어놓은 느낌. 두께는 보통 자기계발서 정도라 가방에 넣고 다니기 부담 없는 편입니다.

유독 속도를 늦춰 따라가게 된 쪽은 PART 2의 비언어 이야기였어요. 김프로 채널 영상은 대사와 자막을 최소화하고, 시선과 몸짓, 찰나의 표정, 행동의 타이밍으로 상황을 전한다고 해요. 출발점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언어와 상관없이 우리 영상을 편하게 즐길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고민이었다고 하고요. 메라비언의 법칙도 등장하는데, 모든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저자가 먼저 선을 그어두는 게 좋았어요. 아는 척을 과하게 하지 않는 사람 같아서요.


연기를 디렉팅하는 대목에서는 문장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읽게 되더라고요.

"크게 소리치며 화를 내는 것보다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헛웃음을 짓는 찰나의 표정이 상황을 훨씬 더 정확하게 설명할 때가 있습니다."

이 문장을 보니 회사에서 마주치는 얼굴들이 떠올랐어요. 보고하러 들어갔을 때 부장님 눈썹 한쪽이 올라가면 그날 결재 분위기가 다 읽히잖아요. 저자는 선명함과 부자연스러움 사이의 경계를 찾으려고 현장에서 앵글을 바꾸고 표정의 크기를 여러 번 조율한다고 해요. 짧은 영상 하나에 그만한 공이 들어간다는 걸 알고 나니, 그냥 휙휙 넘기던 화면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인물 쪽으로는 유백합이라는 사람 이야기가 좋았어요. 김프로 채널의 중심축이자 하나의 IP로 영역을 넓혀가는 인물이래요. 주변 기획자들이 처음에 어떤 설정과 캐릭터를 부여했느냐고 묻곤 한다는데, 저자 대답은 늘 같다고 해요. 설정을 덧붙여 만들어낸 인물이 아니라고요. 본인이 원래 가진 밝고 순수한 에너지가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환경을 만들어준 게 기획의 핵심이었다고 하더군요.


노래방에서는 쉬지 않고 뛰어놀 만큼 생동감이 넘치는데, 촬영이 끝나면 혼자 공방에 가서 도자기를 빚거나 반려견을 돌보며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사람이래요. 저자는 그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자신이 어느 순간에 에너지가 줄어드는지, 무엇을 해야 다시 좋은 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스스로의 균형을 지켜가는 사람입니다."

이 나이가 되니 이게 제일 부럽더라고요. 저는 언제 방전되는지는 기가 막히게 아는데, 충전하는 법은 아직도 헤매는 중이거든요. 요즘은 책이 그 충전기 노릇을 조금 해주는 것 같긴 해요.

솔직하게 하나만 말하면, 채널을 잘 모르는 상태로 펼치면 유백합이라는 이름이 처음엔 살짝 낯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어떤 사람인지 차근차근 풀어주니 금방 친근해집니다.

특별부록에는 영상 뒤의 인간 김프로가 나와요. 첫 영상부터 1억 조회수를 넘겼는데, 감사한 만큼 한 번의 우연으로 끝내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겼다고 해요. 부담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시간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넓혀가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는 고백도 있고요. 유튜브가 없었다면 무엇을 했을지 상상하는 대목도 재미있었어요. 요식업을 했다면 메뉴를 고르는 순간부터 식사를 마칠 때까지의 흐름을 고민했을 거래요. 듣다 보니 제가 쓰는 보고서나 기획서 너머에도 결국 누군가 앉아 있겠구나 싶어지더군요.


길이나 해외 행사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팬이 "영상 정말 잘 보고 있습니다. 팬이에요"라고 건네는 짧은 한마디도 나와요. 그런 모습을 직접 마주하고 나면 다음 영상을 가볍게 만들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프롤로그의 조회수 1 이야기와 여기서 딱 맞물리는 느낌이었어요. 화면 속 숫자가 얼굴과 목소리가 되는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지막 인사에서 저자는 AI가 아무리 빨라져도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정하는 감각은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말해요. 그러면서 독자에게는 각자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가라고 당부하고요. 비법 공식을 손에 쥐여주는 대신 기준을 세워보라고 등을 떠미는 마무리라 담백해서 좋았습니다.


<화면 너머에는 사람이 있다>는 콘텐츠 만드는 분들한테는 책상 옆에 두고 가끔 펼쳐볼 만한 책 같아요. 저처럼 화면 앞에서 손가락만 바쁘던 사람이 읽어도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요. 이제 숏폼 하나 넘길 때마다 저 너머에서 표정 하나를 몇 번씩 다시 찍었을 누군가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소장해 두고 일이 숫자로만 보이기 시작할 때 다시 꺼내 볼 생각이에요.


10월도 어느새 중순이라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차졌어요. 주말을 하루 앞둔 목요일, <화면 너머에는 사람이 있다> 덕분에 좋은 사람 이야기 한 편 들은 것 같아 기분 좋은 가을입니다. 뷰리치까지는 몰라도 북리치 정도는 한번 돼보고 싶네요.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조회수 1을 누군가의 하루로 읽어낸 사람, 그 숫자 너머의 마음을 들려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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