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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낭만, 일본 소도시 여행 - 소박한 멋과 맛, 낭만이 있는 일본의 작은 여행지 45곳, 최신 개정판
우승민 지음 / 꿈의지도 / 2026년 9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큰 도시 말고 작은 마을로, 서일본 소도시 45곳! 소소낭만, 일본 소도시 여행 리뷰

딱 우동 한 그릇 먹자고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죠. 예전 같으면 유난이다 싶었을 텐데, 카가와현 우동집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손님이 들고 온 달걀 하나로 정식 메뉴가 생긴 집, 다시까지 싹 비우고 일어나는 손님이 많은 집, 자리가 12석뿐이라 공터에 서서 먹는 집까지 줄줄이 나오거든요. <소소낭만, 일본 소도시 여행>은 이런 가게와 마을들이 서일본 구석구석에서 쏟아져 나오는 책이더라고요.

10월도 벌써 중순이고, 오늘은 한 주의 한가운데인 수요일이에요. 주말은 아직 멀고 아침저녁 바람이 꽤 서늘해서 따끈한 국물이 당기는 철인데, 하필 이런 책 서평을 쓰고 있으니 배꼽시계가 쉴 틈이 없습니다.
45곳이에요. 시가현 비와코에서 출발해서 오키나와까지 내려갑니다.
<소소낭만, 일본 소도시 여행>은 보통 여행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히길 킨키, 츄고쿠, 시코쿠, 큐슈, 오키나와를 13개 영역으로 나눠 약 45개 소도시를 담았다고 하니 이 두께가 이해되더라고요. 지역마다 첫 장에 '당일치기 여행'이나 '1박 2일 여행' 같은 여행 형태가 먼저 붙어 있고, 하카타역에서 어느 노선을 타고 어디서 내리는지까지 나와 있어요. 한쪽 구석엔 QR코드가 하나씩 박혀 있고, 가게마다 일본어 주소, 전화번호, 운영시간, 휴무일이 빠짐없이 따라붙습니다. 주소가 일본어 원문 그대로라서 현지에서 택시 기사님께 그냥 보여드려도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자 우승민 씨 이력도 흥미롭습니다. 대기업 건설회사 연구소에서 10년을 일하다 후쿠오카로 건너가 2011년부터 그곳에 살고 있다고 해요. 같은 월급쟁이 입장에서 보면 그 결심 하나가 얼마나 큰일이었을지 대충 짐작이 가는 거 같습니다. 프롤로그를 보면 처음 기획하고 7년 만에 나온 책이고, 집필에만 3년이 걸렸다고 하더군요. 출판사에 "조만간 나온다는 거짓말을 일 년 넘게" 했다며 너스레를 떠는데, 그 문장에서 사람 냄새가 확 나서 웃음이 났어요.

취재하면서 겪은 일들도 몇 줄 털어놓습니다. 인적 드문 소도시에서는 "낯선 이에 대한 투철한 신고정신으로 경찰의 심문 및 카메라 검열은 예삿일"이었다고 해요. 그런가 하면 정 많은 현지 사람들과 술자리를 하다가, 부모님 이야기 끝에 서로 부둥켜안고 같이 울었던 노부부 이야기도 나옵니다. 가이드북 서문에 이런 장면이 들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뒤에 나오는 가게 하나하나가 그냥 정보로만 읽히지 않는 건 이런 대목 덕분인 것 같아요. 서문 끝에는 "오사카로 향하는 ANA 비행기 안에서"라는 서명이 붙어 있었고요.
다른 대목보다 유독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곳은 카가와현 우동 순례 쪽이었어요. 오카센이라는 집은 면을 발로 밟는 족타 작업을 4시간 동안 5번 하는데, 그날그날 온도와 습도를 보고 밟는 힘과 시간을 바꾼다고 합니다. 매일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날씨까지 살핀다는 게, 20년 넘게 출근 도장 찍어 온 사람한테는 그냥 넘겨지지 않는 대목이더라고요.

타카마츠의 츠루마루는 밤 8시에 문을 열어 새벽 2시까지 하는 우동집이에요. 사장님이 "술 한잔 걸친 후 마무리로 먹을 수 있는 우동집이 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열었대요. 일본에선 보통 술자리 끝을 라멘으로 맺는다는데, 우동현이라 불리는 카가와현 사람들은 우동으로 마무리한다는 거죠. 회식 끝나고 국물 한 그릇이 간절했던 밤이 한두 번이 아닌 아재 입장에선 이 사장님 마음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손님 90% 이상이 주문한다는 카레 우동은 남은 국물에 오니기리까지 말아 먹으면 더 좋다고 하고요.
남편은 우동을, 부인은 튀김을 맡아 1968년부터 꾸려 온 셀프 우동집 치쿠세이는 반숙 달걀튀김의 원조집으로 알려져 있대요. 설명이 이렇습니다.
"고온에서 튀겨낸 반숙 달걀튀김은 젓가락으로 반을 나누면 노른자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이걸 읽고 침 안 삼키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야마고에 우동의 카마타마 유래도 재밌었어요. 1990년대 우동 붐 때 손님 한 분이 갓 삶은 우동에 자기가 가져온 달걀을 풀어 비벼 먹는 걸 보고 정식 메뉴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손님 한 명이 먹던 방식이 가게 대표 메뉴가 되고 원조집 소리까지 듣게 됐다니, 그걸 알아본 가게의 안목도 대단한 거 같습니다. 젠츠지의 나가타 인 카노카는 큰 술병에 담긴 뜨거운 다시를 병목의 끈을 잡고 컵에 따라 먹는 집이고, 사카이데의 가모는 평온한 농촌 풍경을 보며 한 그릇 비우는 곳이에요.

큐슈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한결 차분해집니다. 표지에 그려진 벚꽃 마을이 아키즈키라는데, 그 근교로 소개된 우키하의 흰 벽 거리 시라카베노 마치나미가 눈에 들어왔어요. 1869년 대화재를 겪은 뒤 초가지붕을 기와로 바꾸고, 벽을 두껍게 해서 회반죽을 바른 집들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거리가 됐다고 합니다. 불을 겪은 마을이 다시는 타지 않으려고 고친 모양새가 150년 넘게 남아서 동네의 얼굴이 됐다는 게, 사람 사는 일이랑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계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산기슭 카페 타네노 토나리는 철마다 한정 파르페를 내고 가을엔 무화과 파르페래요. 추운 날엔 야외 테라스에 코타츠와 난로를 놓아준다니, 날이 더 쌀쌀해지면 생각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고대미를 중심으로 13가지 쌀과 곡물을 섞은 밥에 반찬 10~12가지가 매달 바뀌어 나오는 토나리노 고항도 있고요. 근처의 히타야 후쿠토미는 1889년 오이타현 히타에서 시작해 1947년 우키하로 옮겨 온 과자점인데, 요시이 지하수와 아키즈키 칡으로 만든 두 층짜리 쿠즈 요캉이 대표 메뉴입니다.
오전파와 오후파.
쿠루메의 오키 쇼쿠도 단골들이 이렇게 나뉜다고 해요. 매일 5시간씩 끓이는 돼지뼈 스프가 오전엔 투박하고 진한데, 오후가 되면 부드러워진다나요. 같은 가게 같은 라멘인데 시간대를 골라서 간다니, 라멘도 하루를 사는 셈인가 싶더군요. 쿠루메가 인구 1만 명당 야키토리집이 약 8곳으로 일본에서 가장 많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호타루가와라는 집에선 돼지 내장 꼬치 다루무가 명물이고, 꼬치 메뉴만 60여 가지라고 합니다.
눈여겨본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쿠루메 삼대식당을 소개하면서, 1931년에 문을 연 마츠오 쇼쿠도 옆에 '2021년 10월 폐업'이라고 분명히 표시해 뒀더라고요. 문 닫은 집을 슬쩍 빼 버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대로 밝혀 둔 걸 보니, 정보를 하나하나 다시 확인했겠구나 싶었어요. <소소낭만, 일본 소도시 여행>이 2018년 초판 이후 계속 손봐 온 책이라는데, 이런 데서 믿음이 생깁니다.
시마바라 근교 오바마온센 편에선 숫자 맞추기가 재밌었어요. 원천 최고 온도가 105도라서 족욕탕 홋토홋토 105도 길이를 105m로 만들었고, 덕분에 일본에서 가장 긴 족욕탕이 됐다고 합니다. 앉아서 발 담그고 타치바나만으로 지는 석양까지 볼 수 있는데 요금이 무료라니, 이건 족히 가볼 만한 곳 같아요. 명소 곳곳에 오바마 초등학교 졸업생들이 만든 설명 간판이 서 있다는 대목도 어쩐지 정겹더군요.

마지막 장은 오키나와 모토부와 나키진손이에요. 오키나와판 '아담과 이브' 신화가 남아 있어서 '사랑의 섬'으로 불린다는 코우리지마, 그 섬까지 차로 건너가는 코우리 대교, 옛 마을 모습이 남은 비세노 후쿠기 나미키 산책길까지.
솔직히 걸렸던 건 가게들 영업시간이었어요. 가모는 오전 8시 30분에 열어서 오후 1시 30분이면 닫고, 우키하의 마보야도 영업시간이 4시간 남짓이라니 욕심대로 하루에 몇 집씩 돌기는 쉽지 않겠더라고요. 츠루마루처럼 밤 8시에야 문을 여는 집도 있으니, 책에 붙은 시간표를 보면서 동선을 꽤 꼼꼼히 짜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그런 집들이라서 더 가 보고 싶어지는 것도 같고요.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번에 빠진 지역들 원고가 계속 눈에 밟힌다면서, 기회가 되면 동일본을 중심으로 홋카이도까지 새로 다뤄 보고 싶다고 했어요. 서쪽을 이만큼 훑어 놓았으니 다음 이야기가 벌써 기다려집니다. <소소낭만, 일본 소도시 여행>은 한 번 읽고 꽂아 두기보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마다 다시 펼치게 될 책 같아요. QR코드 하나 찍으면 지도가 바로 열리니 휴대폰이랑 같이 들고 다니기에도 좋겠고요.
10월 한가운데, 단풍 소식이 조금씩 들려오는 수요일입니다. 표지는 봄 벚꽃으로 가득한데 책 안에는 가을 무화과 파르페도 있고 코타츠 놓인 테라스도 있으니, 계절 가리지 않고 펼쳐 볼 만할 것 같아요. 덕분에 한 주 한가운데서 일본 작은 마을 골목을 한 바퀴 걷고 온 기분이라 좋았습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더니, 우동이랑 라멘 이야기를 이렇게 읽고 나니 말보다 제가 먼저 살찌게 생겼네요.
우동 한 그릇, 흰 벽 골목 하나, 105m 족욕탕까지, 서일본 작은 마을 45곳을 발로 다니며 담은 정 많은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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