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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뒤집어본 영문법 - 전면 개정판
오성호 지음 / 김영사 / 2026년 9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극I 영문법과 다시 친해지는 법, 오성호 <Again! 뒤집어본 영문법> 서평
go off와 explode, 둘 중 어느 쪽이 더 친숙하세요?
저는 고민할 것도 없이 explode였어요. '폭발하다' 하면 단어장에서 바로 튀어나오던 단어요. 그런데 <Again! 뒤집어본 영문법>은 첫 장부터 실제로 더 보편적이고 자연스럽게 쓰이는 표현은 go off라고 하더군요. 펼치자마자 알던 영어가 한 번 뒤집히니까 제목 참 정직하게 지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0월 중순의 수요일입니다. 한 주의 허리쯤이라 몸은 슬슬 무거워지는데, 이 책 얘기는 누구라도 붙잡고 하고 싶어지네요. 예전엔 퇴근하면 유튜브 보다 잠드는 게 일이었어요.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부터 책을 먼저 집는 사람이 됐는데, 그 책이 영문법 책이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Again! 뒤집어본 영문법>은 1998년에 처음 나왔고 2006년에 한 번 다듬어졌다가 2026년 9월에 전면 개정판으로 돌아왔어요. 30만 부를 넘긴 책인데, 오성호 선생님은 '들어가며'에서 "이 책과 함께한 지난 30년은 곧 저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이미 한 번 개정했다는 사실 때문에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을 오래 눌러두었다고 해요. 그러다 출판사에서 개정판 의사를 묻는 메일이 오자 "망설임 없이 아내에게 달려가 소식을 전했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이 대목이 참 좋았어요. 30년을 붙들고 있던 일인데 메일 한 통에 아내부터 찾는 모습이라니요.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묵혀둔 기획 하나에 드디어 불이 들어오는 날이 있잖아요. 그럴 때 제일 먼저 누구한테 말하고 싶어지는지 그런 게 떠오르더라고요.
이번 판에서 제일 눈에 띄는 건 전치사가 맨 앞에 나온다는 점이에요. 저자 말로는 전치사가 문법책에서 늘 '깍두기' 신세였다고 합니다.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하고, 넣더라도 한 챕터 슬쩍 끼워주는 정도였대요. 이전 책에서 전치사를 아예 다루지 않은 게 늘 마음에 걸렸다면서 "전치사도 섭섭했을 거예요"라고 덧붙이는데, 단어 하나한테도 미안해하는 선생님이라니 좀 귀엽다는 느낌이 듭니다.
영어를 몸에 빗댄 설명도 재밌어요. 동사는 뼈와 근육, 명사는 살, 전치사는 관절이래요. book table room처럼 명사만 늘어놓으면 아무 느낌이 없는데, put이 들어오면 '뭔가 할 것 같은데' 싶어지고 on과 in이 붙으면서 비로소 문장이 완성됩니다. 전치사가 어색한 문장은 관절염에 걸린 몸 같다는데, 계단 내려갈 때마다 무릎이 먼저 인사하는 나이가 되고 보니 이 비유만큼은 남 얘기 같지가 않더군요.
영문법을 '극I'에 빗댄 대목도 기억에 남아요.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되 너무 급하게 말고 천천히 다가가라고 해요. 그러면 책을 다 읽을 즈음엔 '극E'로 바뀐 친구가 두 팔 벌리고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요. 시험 때만 친한 척하거나 단번에 '정복'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에게는 영어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말이 함께 나오는데, 사람 사이도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아요.

<Again! 뒤집어본 영문법>의 1장 전치사 사전 가운데 off 편은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 off의 기본 그림은 '분리'예요. 의자에서 떨어질 뻔하고, 젖은 옷을 벗고, 엔진을 끄는 게 물리적인 분리예요. 다이어트를 그만둔 He is off his diet나 컨디션이 별로인 I'm off my game은 추상적인 분리고요. I'm off my game은 우리가 게임하면서 "오늘 게임 안 되네"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상한 우유를 두고 This milk is slightly off라고 하는 것도 정상적인 상태에서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라고 해요.
직장인 눈에 쏙 들어오는 예문도 많아요. 회의가 취소됐다는 Sorry, but the meeting's off, 8월에 2주 휴가를 냈다는 He took two weeks off in August, 그리고 I'm off today. 근무 중은 on duty, 비번이면 off duty라는 설명까지 이어지니 off라는 단어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고요.

어느 분야든 실력자는 쉬워 보이는 것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문장도 이 근처에 나와요. 폭발하다, 연기하다, 포기하다 같은 말을 구동사로 자연스럽게 쓸 수 있으면 진정한 실력자라는 얘기인데, 회사에서 일 잘한다는 소리 듣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영어 얘기만은 아닌 거 같기도 하고요.
동사는 바뀌지만 off는 자기 자리를 꿋꿋이 지킨다는 문장에는 괜히 밑줄을 긋고 싶어지더라고요.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5장 가정법이 시작되는 대목이에요. 문법책인데 첫머리가 기계와 나누는 대화로 열립니다. 인간 언어에서 가장 배우기 힘든 게 뭐냐고 묻자 기계가 이렇게 답해요.
"인간은 불가능한 것도 말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어.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다시 볼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네' 이러잖아."
문법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날 줄은 몰랐어요. 나이가 들수록 '그때 그랬더라면' 하는 말이 조금씩 늘어나는데, 그게 다 가정법이었구나 싶더군요. 이어서 저자는 "앞으로 그러지 마!"와 "난 네가 앞으로 안 그랬으면 좋겠어"를 나란히 놓습니다. 앞의 말은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결론이 뚜렷한데, 뒤의 말은 감정을 포장해서 여운을 남기고 상대를 머뭇거리게 만든다고요.
회사에서 후배한테 한마디 할 일이 생길 때 저는 주로 어느 쪽이었는지.
"고작 알파벳 두 개로 이루어진 if. 그 안에서는 엄청난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가정법에서 '여운'을 느껴보세요"로 끝나는 도입부는 문법책이라기보다 짧은 산문 같았어요.
본문으로 들어가면 if가 들어간 문장 네 개가 나란히 나와요. 물을 끓이면 기체가 된다는 보편적 사실, 내일 비 오면 집에 있겠다는 단순 추측, 더 가까이 살면 매일 보러 갈 텐데 하는 현재 사실의 반대,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합격했을 텐데 하는 과거 사실의 반대예요. 이 중 사실을 반대로 정해놓고 말하는 뒤의 두 개만 가정법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가정법 공식이 기억 안 난다면 오히려 잘됐습니다. 필요 없으니까요"라고 하는데, 이 문장에서는 좀 억울했어요. 그 공식, 저는 아직 기억하거든요. 아직 기억하는 분이라면 애써 기억하려 들지 말라고, 책 읽는 데 방해만 될 뿐이라고 하는데, 머리를 비우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겠더라고요.

제일 많이 웃은 건 if와 when을 비교하는 대목이에요. if의 기본 속성은 '불확실', when은 '확실'이래요. 그래서 학교 가는 아이에게 엄마가 If you come back from school, call me라고 하면, 이 아이는 집에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가출을 밥 먹듯 하는 아이처럼 보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뭘 하냐고 물을 때 when 대신 if를 쓰면, 듣는 사람은 졸지에 죽지 않고 깨어나면 다행인 사람이 되고요. '~라면', '~할 때'라는 번역에만 기대면 왜 곤란한지 이렇게 보여주니 한 번에 들어옵니다.
유학을 떠난 여자 친구 이야기도 있어요. 남자는 반지까지 사놓고 돌아오면 청혼하겠다며 when she returns라고 하는데, 친구들은 You mean if she returns라고 받아칩니다. 뉴욕 같은 대도시엔 ifs가 많다면서요. 여기서 if가 명사로 나와 '변수'라는 뜻이 된다는데, 짧은 대화 하나에 when과 if 사이의 거리가 다 담겨 있는 거 같았어요.
그 뒤에 나오는 문장이 I don't need your ifs and buts. I need a clear answer. 만약이나 하지만 같은 소리는 그만하고 분명하게 대답하라는 뜻이래요. 부장님들이 회의실에서 제일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옮기면 딱 이 문장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if 하나에 이렇게 할 말이 많았다니요.
'책을 끝내며'에서는 저자가 오랫동안 들어왔다는 말 한마디를 붙잡고 이야기를 풀어가요. "독해는 어느 정도 하는데 문법이 약해요. 문법책 추천해주세요." 저자는 이 말이 문법을 배우는 목적을 착각한 데서 나온다고 봅니다. 해외여행 가서 쇼핑하는 데는 손짓 발짓으로도 충분하대요. 하지만 말 한마디가 협상의 성패를 좌우하고 글 한 줄이 나를 돋보이게 해야 하는 자리라면 영어를 '제대로' 하는 능력이 절대적이라고 하죠. 바로 뒤에 "('제대로'가 도대체 몇 번 나오는지 모르겠네요)"라는 괄호가 붙어 있는데, 이런 데서 저자 특유의 말투가 살아 있어서 좋았어요.
커피가 너무 써서 소금을 조금 넣었더니 놀랍게도 효과가 있었다는 문장도 나옵니다. He tried to add a pinch of salt, and surprisingly, it worked. 저도 아무렇지 않게 읽고 넘어갔는데, 맥락상 tried adding이어야 말이 된다는 설명을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였어요. 단어 뜻만 이어 붙여 짐작으로 읽는 버릇이 딱 제 얘기였던 거죠.
반가운 얼굴도 하나 나와요. The news made her cry, She found the movie boring 같은 문장을 늘어놓고 형식이 다른 하나를 고르라는 문장 5형식 문제예요. 저자는 자기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나왔던 문제라고 하면서, 그때는 '문법 지식 = 영어 실력'이었다고 해요. 제 또래라면 다들 이 대목에서 할 말이 좀 있을 거 같아요. 이야기는 형태 위주에서 의미 위주로 바뀌어야 문장 하나를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고, 그래야 재미가 생겨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영어 글을 읽게 된다는 말로 이어집니다.
솔직하게 걸렸던 건 속도예요.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고 예문이 쉬지 않고 이어져서 휙휙 넘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저자도 '들어가며'에서 이 책을 한 번에 끝내려 하지 말고 조금씩 꾸준히 책장을 넘겨달라고 부탁하고 있더군요. 급하게 덤비면 극I 친구가 마음을 닫는다는 걸 알고 나니 천천히 가는 게 맞는 길 같았습니다.
<Again! 뒤집어본 영문법>은 한 번 읽고 꽂아두기보다 곁에 두고 들춰보는 쪽이 어울리는 책 같아요. 맨 앞의 전치사 사전은 off, up, with처럼 헷갈리는 전치사가 나올 때마다 찾아보기 좋겠고요. 예전에 외운 공식만 머릿속에 남아 있는 저 같은 사람한테는 특히 반가운 책입니다. 판을 세 번 거듭하며 30만 부를 넘긴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책을 끝내며'에서 저자는 들어가며에 썼던 문장을 다시 꺼내 보여주고는, 여러분이 갖고 있던 오해가 얼마나 많이 풀렸는지 궁금하다고 묻습니다. 저는 꽤 풀렸다고 답하고 싶네요. 적어도 explode보다 go off를 먼저 떠올릴 정도는 됐으니까요.
은행잎이 하루가 다르게 노래지는 10월 한복판이에요. 주말까지 아직 이틀이나 남은 수요일인데도 마음은 한결 가볍습니다. <Again! 뒤집어본 영문법> 덕분에 오래 어색하게 지내던 친구와 다시 말을 튼 기분이라, 좋은 책 제대로 만났다 싶어요. 올가을엔 if 하나, off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반갑게 인사해볼 생각입니다.
외우기만 하던 영문법을 '왜'로 다시 만나게 해준, 극I 친구와 말을 트는 기분이 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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