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뿌미맘 가계부 - 푼돈이 목돈 되는 기적의 가계부!
상큼한 뿌미맘 차지선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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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2027 뿌미맘 가계부 서평, 커피값에 뜨끔한 아재의 내년 가계부 미리 보기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별별 책을 다 받아 봤는데, 이번에 온 책은 제가 직접 채워 넣어야 하는 책이었습니다. <2027 뿌미맘 가계부>예요. 10월 초인데 벌써 내년 가계부라니, 달력보다 2027년이 한 발 먼저 와 버린 기분이 들더군요. 그런데 프롤로그를 펼치자마자 "비록 100만 원도 안 되는 적은 월급이었지만 매달 월급의 70% 이상을 모았죠"라는 문장이 나와서, 월급쟁이 아재는 시작부터 좀 찔렸어요.


가계부를 쓰면 가게 갈 일이 줄어서 가계부라고 부르나 봐요. 실없는 소리 한번 해 봤습니다.

<2027 뿌미맘 가계부>는 쓰기 전에 지출부터 세 갈래로 나눠 보는 구성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고정비, 생활비, 특별비를 표로 정리해 뒀는데, 고정비 표에는 관리비, 전기, 수도 같은 공과금 말고도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유튜브 같은 영상 구독료 칸이 따로 있어요.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렌털, 부모님 용돈까지 들어가 있고요. 표를 보는 순간 우리 집 카드 명세서가 머릿속에 쫙 펼쳐지는 느낌이 듭니다. 매달 빠져나가는데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는 게 생각보다 많은 거 같아요.


생활비 표 옆에는 '내가 추가하고 싶은 예시'라는 빈칸이 하나 더 있어요. 자기계발 항목 예시로 헬스PT, 필라테스, 등산, 골프가 나란히 적혀 있는 걸 보고 괜히 웃음이 나더라고요. 특별비 쪽에는 생일, 명절 지원비, 결혼식 축의금, 친목 동호회 회비, 여름휴가가 있어요.


축의금, 부의금, 동창회 회비. 이것만 모아도 1년이면 꽤 되겠다 싶었어요.

작성 예시 면은 일주일이 양쪽으로 펼쳐지는 구조입니다. 월요일 칸에 "마트 30,000", 화요일 칸에 "휴지 15,900", 목요일에는 "소아과 8,000"과 "기저귀 42,900", 토요일에는 "커트 18,000", 일요일에는 "냉면 29,000". 하루에 한두 줄이면 끝이고, 맨 오른쪽 칸에서 항목별로 더하면 한 주 합계 358,930원이 딱 나와요. 옆 말풍선에는 "'항목+비용'을 적거나 '비용'만 간단히 적어요"라고 쓰여 있고요. 가계부라고 하면 영수증 붙이고 칸마다 빽빽하게 채우는 모습부터 떠올렸는데, 이 정도면 저도 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작하기 전에 꼭지 제목이 "가계부는 일주일에 한 번 정리하는 것을 추천해요!"예요. 매일 쓰면 좋지만 매일 시간 내기는 쉽지 않으니,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아침처럼 나만의 '가계부 시간'을 정해 두라고 합니다. 퇴근하면 녹초가 되는 사람한테는 이 말이 꽤 든든하게 들려요.


가계부를 써도 돈이 안 모인다는 동생의 질문에 저자가 해 준 대답도 좋았어요. "가계부를 잘 쓰는 사람은 글씨를 예쁘게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소비를 돌아보는 사람이야." 그러면서 정 어려우면 그날까지 쓴 비용을 그냥 통으로라도 적으라고까지 해요. 추천하지는 않지만 중간에 포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면서요.


"가계부는 완벽하게 쓰는 사람보다 끝까지 쓰는 사람이 결국 이깁니다."

매주 '이번 주 가장 잘한 소비 1가지'와 '다음에는 줄이고 싶은 소비 1가지'를 적어 보라는 팁도 있어요. 제 경우엔 줄이고 싶은 소비 칸이 매주 같은 걸로 채워질 거 같은 예감이 들긴 합니다.

솔직히 걸렸던 건 살림 Q&A에서 식비 줄이는 팁을 읽을 때였어요. 평일에는 카페에 안 가고 주말에만 가끔 간다는 대목이요. "커피값도 쌓이면 꽤 큰 돈되잖아요"라는 말에 반박할 거리가 하나도 없더군요. 회사 다니는 사람한테 점심 먹고 마시는 커피 한 잔은 거의 하루의 의식 같은 건데. 맞는 말이라 더 뜨끔했습니다.


신용카드를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다는 고백도 나와요. 어릴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 직접 겪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체크카드와 현금을 쓰지만 그 방식을 남한테 강요하지는 않아요. 절제가 된다면 신용카드도 괜찮고, 잘 안 된다면 줄이거나 체크카드와 섞어 쓰라는 정도로만 권합니다. 자기 경험을 정답처럼 밀어붙이지 않는 점이 좋았어요.


저자 사진 옆에는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미니멀리스트 '상큼한 뿌미맘'"이라는 소개 문구가 있어요. 가계부를 20년 넘게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썼고, 그렇게 기른 힘으로 부모님 도움 없이 3,000만 원의 결혼 자금을 모았다고 합니다. 숫자만 보면 엄청난 절약 고수인데, 말투는 옆집 사람처럼 편해서 읽는 부담이 덜하더라고요.


다른 대목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은 건 에필로그였어요. 뿌미가 네 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유 시간이 생겼는데, 1년쯤 지나자 '내가 그동안 뭘 한 거지?' 하는 불안이 찾아왔대요. 그 뒤로 1년 동안 52권을 읽고 독후감 52개를 썼고, 2018년 12월에 유튜브를 시작해 4개월 만에 구독자 1만 명, 6개월 만에 2만 명이 됐다고 합니다. 매일 새벽 2시간씩 공부해서 MKYU 수석 장학생이 된 이야기도 나와요.


1년에 52권. 서평단을 하면서 이제야 책 읽는 재미를 알아 가는 저한테는 남 얘기 같지 않은 숫자였어요.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계정이 모두 해킹당했다는 고백이 이어지거든요. 오래 쌓아 온 기록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 많이 좌절했다고 해요.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생각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 경험이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려는 걸까?'라는 질문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가계부를 쓰며 배운 가장 큰 가치는 돈을 모으는 기술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였다고 말해요. "저는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나는데, 숫자를 적는 책 맨 끝에 사람 이야기가 놓여 있으니 앞에서 본 표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2027 뿌미맘 가계부>는 판형이 보통 소설책보다 크고 제법 두툼한 편이라 책상에 펼쳐 놓고 쓰기 좋아요. 1월부터 12월까지 열두 달 구성이고, 이번 판에는 '이번 달 돌아보기'와 '다음 달 준비하기' 페이지가 새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별책부록인 월 결산 노트에 무지출 스티커, 영수증 봉투까지 딸려 있어서, 영수증을 모아 뒀다가 일주일에 한 번 정리하는 방식과 잘 맞을 거 같아요. 다 채우고 나면 제 1년이 고스란히 남는 기록장이 되는 셈이니, 보통 책을 꽂아 두는 것과는 의미가 좀 다를 거 같습니다. 가계부를 사 놓고 몇 주 만에 서랍에 넣어 버린 적이 있는 분이라면 이 가계부의 느슨한 규칙이 꽤 편하게 느껴질 거예요.


10월 초, 주말을 하루 앞둔 목요일이에요.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선선해져서 이제 가을이 왔구나 싶습니다. <2027 뿌미맘 가계부>의 1월 칸은 아직 비어 있지만, 첫 줄을 적을 날이 은근히 기다려져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데 올가을엔 제 통장도 살이 좀 올랐으면 좋겠네요. 좋은 습관 하나 들일 수 있을 거 같아서 기분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몇 줄이면 되는 가계부. 끝까지 쓰는 사람이 이긴다고 다독여 주는 1년짜리 기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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