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때지타로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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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15년 버틴 것도 재능이랍니다. 10월의 첫 책, 모범생 말고 모방생으로 살아보기 <모두가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10월 첫날이 목요일이네요. 금요일을 하루 앞둔 목요일은 직장인한테 거의 다 왔다 싶은 요일인데, 달력까지 새 장으로 넘어가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입니다. 아침 공기도 제법 서늘해져서 겉옷 하나 챙기게 되는 계절이 왔고요. 이런 날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짙은 남색 네모 안에서 촛불 하나가 휘청 흔들리는 표지, <모두가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갑니다>입니다.


표지 아래쪽의 한 문장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실패는 있어도, 추락은 없습니다."

처음엔 촛불이 딱 하나라서 생일 케이크는 아니겠구나 싶었어요. 제 나이만큼 꽂았으면 표지가 모자랐을 테니까요.


그런데 저자가 타로 상담가라니.

솔직히 처음엔 살짝 갸웃했습니다. 타로라고 하면 카드 몇 장 뒤집어 운세 봐주는 장면부터 떠오르니까, 제 또래 아재한테는 괜히 거리감이 있는 단어잖아요. 그런데 프롤로그를 펼치자마자 그 경계가 좀 풀리는 느낌이 듭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매우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해요. 명문대는 못 갔고 대기업 문턱도 못 넘어서 중견기업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요. 타로도 추가 수입이 필요해서 고른 "지극히 현실적인 부업"이었다고 하니, 신비로운 이야기보다 월급쟁이의 사정이 먼저 보여서 친근하더군요. 운명론을 설파하거나 절대적인 정답을 말하지 않겠다고 미리 선을 긋고 들어가는 점도 좋았어요.


저자는 유튜브 채널 때지타로를 8.5만 구독자와 함께 운영하고 있대요. 수천 명의 속마음을 들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좀 뜻밖이었는데, 이미 충분히 대단해 보이는 사람들도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느끼며 괴로워하더라는 거예요. 저자는 이걸 유튜브 알고리즘에 빗대요. 세상이 끊임없이 추천해 주는 정답, 그러니까 명문대, 대기업, 높은 연봉, 완벽한 스펙만 맹목적으로 시청하며 산다는 표현이 참 절묘한 거 같아요.

재미있는 건 그다음 대목입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 또한 하나의 알고리즘일지 모르니, 무조건 정답이라 여기며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더군요. 자기 책을 너무 믿지는 말라는 저자라니, 이런 솔직함은 쉽게 만나기 힘든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에서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읽게 된 건 저자가 떠올린 몇 가지 장면이었어요. 십수 년 전 아버지가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셨다가 겨우 살아나셨던 날, 전날까지 함께 식사하며 장난치던 거래처 분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자신을 참 잘 챙겨주던 지인의 사망 소식이에요. "생각보다 인생은 짧기도 하고 예고도 없었다"는 문장 앞에서는 저도 조용해지더라고요. 이 나이쯤 되면 누구나 비슷한 부고 한두 개씩은 품고 사니까요. 우리가 진짜 갖고 있는 건 오늘,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말은 흔한 문장인데도 여기서는 가볍게 넘어가지지가 않습니다.


이 책에서 몇 번이고 밑줄 긋고 싶어지는 단어는 단연 '모방생'이에요.

Part 2의 한 장 제목이 '모범생 말고 모방생이 되자'인데, 설명은 이래요. 세상에 없는 것을 창조해 내려는 '모범생'의 태도를 버리고, 이미 잘되고 있는 판에서 내 색깔만 더해보는 '모방생'의 태도를 갖자는 거예요. 말장난 같은 단어 하나에 어깨에 들어간 힘이 스르르 빠지는 느낌이 들어요.


이 장에는 대기업 회계팀 15년 차 E 씨가 나옵니다. AI를 활용해 뭔가 만들어 보는 공부도 하고 있고 나중엔 유튜브도 하고 싶다는데, 말끝이 이렇게 흐려져요. "퇴근하면 지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일단 계획 중입니다." 여기서 좀 찔렸습니다. 일단 계획 중이라는 말은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입에 올려봤을 문장 같아서요.

저자가 회계팀 경력으로 후배들의 자소서나 면접을 도와보라고 권하자 E 씨가 머뭇거리며 대답해요. "제가 차라리 인사팀 출신이면 모를까…. 전 나이도 많고요…." 이 "전 나이도 많고요"에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40대 후반쯤 되면 새로운 걸 떠올릴 때마다 이 말이 거의 자동완성처럼 따라붙거든요.


저자는 E 씨에게 이미 특출난 재능이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끈기예요. "당신이 회사를 5년, 10년 동안 버텨왔던 것 자체가 이미 특출난 끈기라는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장은 제법 위로가 되더군요. 버텨온 세월을 재능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흔치는 않잖아요.

다만 그 끈기에 '유통기한'을 두라고 해요. 한 달이나 두 달로 기한을 정해두고 하루 1시간 정도 가볍게 해보다가, 안 되면 바로 접고 다른 걸 해보라는 거예요. 1년에 10번쯤 바꿔 보다 보면 나랑 딱 맞아떨어지는 한 가지를 발견할 확률이 꽤 높다고요. 영업사원이 거래처를 공략하듯 빠르게 치고 빠지라는 표현에서는 영업사원 출신다운 말맛도 느껴지고요.


사실 저를 제일 뜨끔하게 만든 문장은 따로 있었어요. "어차피 시간은 흐른다. 남는 시간을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하듯 버린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사용해 보자." 예전의 저는 퇴근하고 유튜브 보다가 그대로 잠드는 게 일상이었거든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분이 유튜브 보듯 가볍게 써보라고 하니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요즘 퇴근하면 책부터 집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저 나름의 모방생 연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장 끝에는 타로 8번 '힘' 카드 이야기가 나와요. 한 여인이 거대한 사자의 입을 맨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길들이는 그림이고, 그 사자가 우리 안의 두려움과 욕망이래요. 두려움은 노력해서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당연히 갖는 "디폴트 값"이라는 말이 반갑더군요. 타로를 이렇게 풀어주니 처음 가졌던 거리감도 한결 줄어드는 거 같아요.


딱 걱정할 그 시간만큼만, 가볍게 행동으로.

<모두가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갑니다>의 뒤쪽 Part 4 '때지의 상담실'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또 달라집니다. 질문과 답이 오가는 형식이라 말투가 "~것 같습니다", "~어떨까 합니다"로 한결 순해져서, 상담 의자에 마주 앉은 기분이 들어요. 하고 싶은 일과 돈 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이라면 돈이 안 돼도 이미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답해요. 뼈 있는 말인데도 말투가 부드러워서 아프진 않았어요.


운이 바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의 답도 좋았습니다. 사람들은 '이건 내가 해볼 수 있겠는데?' 하다가도 "외모가 별로다", "학력이 별로다", "난 글을 못 쓴다" 같은 조건을 따지며 미룬대요. 마지막 조건은 블로그에 글 올리는 입장에서 괜히 뜨끔했습니다. 운을 바꾸는 작은 방법으로 읽어보지 않았던 책과 가보지 않았던 장소를 꼽는 대목에서는, 매번 낯선 책을 받아 드는 서평단 생활이 조금 뿌듯해지기도 하고요.


퇴사 고민에 대한 답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연료가 아예 바닥났는데 계속 운전할 수는 없으니까요." 몸도 마음도 벼랑 끝이라면 멈춰도 괜찮다는 이야기라, 이 나이 직장인에게는 은근히 필요한 허락 같은 문장이었습니다. 지금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하는 이직인지, 나 자신을 위해 나아가려는 이직인지 구분해 보라는 조언도 스스로에게 한 번쯤 물어볼 만한 질문 같더라고요.


제일 편하게 웃으며 읽은 건 돈 이야기였어요. "제가 부자도 아니지만"으로 시작해서 1,000만 원 정도에 산 중고차로 20만 km를 탔다는 고백이 나옵니다. 20만 km면 지구를 다섯 바퀴쯤 도는 거리라던데, 이쯤 되면 차가 아니라 동업자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여느 남자들이 그렇듯" 차를 바꾸고 싶을 때마다 그 차와 함께한 날들을 떠올리고, 세차를 하거나 차 안 디퓨저를 바꿔서 새 기분을 낸다는 대목은 너무 현실적이라 정이 갑니다. "그냥 스스로 그런 담백한 생활을 좋아한다고 여겨보세요"라는 말도 중년의 지갑 사정에 꼭 맞는 처방 같고요.


판형이 아담하고 두께도 보통 책보다 얇은 편이라 가방에 넣어 다니기 부담이 없어요. 앞쪽은 한 번 쭉 읽어두고, 뒤쪽 상담실은 고민이 생길 때마다 해당 질문만 찾아 펼쳐보기 좋은 구성이에요. 그래서 <모두가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갑니다>는 책장 깊숙한 곳보다는 손 닿는 책상 위에 두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흔들리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네요.

10월이 시작됐어요. 서늘해진 바람에 표지 속 촛불처럼 조금씩 흔들리더라도 꺼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깊어지는 가을을 걸어가 보려 합니다. 좋은 상담 한 번 제대로 받고 나온 기분이라 이번 책은 참 잘 만났다 싶어요. 내일이 금요일이라는 사실 하나로 버틸 힘이 나는 목요일, 다들 한 주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버텨온 세월은 끈기라는 재능이니, 완벽한 모범생 말고 가벼운 모방생으로 다시 시작해 보라고 다정하게 등을 두드려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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