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의 법칙
김주환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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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제가 그걸 왜 해야 하는데요?"

회사에서 후배한테 이 말을 들으면 속으로 한 번 욱하는 게 저희 또래일 거 같아요. 이 문장을 영업 책에서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더 뜻밖이었던 건 저자가 이 질문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납득만 하면 누구보다 잘 해내는 세대라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판매의 법칙>은 강남에서 20년 가까이 빌딩 중개를 해 온 김주환 대표의 책이에요. 제목만 보면 고객 마음을 끌어오는 화술 모음집 같은데, 펼쳐 보니 사람이 버티는 법과 사람을 키우는 법이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저자 이력은 숫자부터 셉니다. 2007년에 단돈 300만 원 들고 상경해서 입사 2년 만에 억대 연봉을 찍었고, 지금까지 중개 수수료로만 150억 원을 벌었다고 해요. 그런데 본인은 영업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대요. 거절당하고, 다시 시도하고, 실패하고, 일어서는 과정을 누구보다 빨리, 치열하게 반복했을 뿐이라고요.



결국은 반복.

표지는 흰 바탕에 금색 글자, 가운데 작은 열쇠 하나라서 단정하고 점잖은 인상이에요. 속은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법칙이 바뀔 때마다 짙은 회색 바탕에 민트색 테두리를 두른 간지가 한 장씩 들어 있는데, 카드 게임에서 카드를 한 장씩 뒤집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두께도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라, 한 손으로 오래 들고 있으면 판매의 법칙보다 '팔'매의 법칙이 먼저 느껴지는 책이에요.


유독 속도를 늦춰 읽게 된 건 3장 맷집의 법칙이었어요. 초보 영업인일수록 거절을 당하면 모든 걸 자기 탓으로 돌린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저자가 그 속마음을 그대로 옮겨 놨더군요.


'내 설명이 부족했나?'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


제안 하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인데, 자기라는 사람 전체가 부정당한 것처럼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거절당하면 그 감정이 더 커진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회의에서 기획안이 퇴짜 맞아 본 사람이라면 영업을 안 해 봤어도 이 얼굴 화끈거림은 다 알 거 같아요. 평소 10번 들던 무게를 15번 들면 당연히 힘든데 그걸 실패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는 비유가 바로 뒤에 붙어 있고요.


그렇다고 무조건 밀어붙이라는 책은 아니더라고요. 상대가 통화를 끊어 버리거나 대화를 분명히 거부하면 그 뜻도 존중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선을 긋습니다. "한 번 더 묻는 것과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 계속 압박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영업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보니 오히려 믿음이 가더군요.


저자의 신입 시절 이야기는 읽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시고 전화를 걸었는데, 막상 상대가 호의적으로 나오니 그다음에 뭘 물어야 할지 몰랐대요. 첫 문장만 준비해 뒀던 거죠. 그 뒤로는 통화가 끝날 때마다 질문과 답을 메모하고, 전화 잘하는 선배의 통화를 엿들으며 몰래 받아 적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흉내 내는 수준이었는데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자기만의 화법이 생겼대요. 작고 위축된 목소리는 자신 없는 태도로 전달된다며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냈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책 안에 구호처럼 박혀 있는 문장이 하나 있어요. "NO=NEXT OPPORTUNITY". 계약 성사율이 10%라면 한 건을 위해 아홉 번의 거절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저는 그 뒤에 나오는 작은 성공의 목록이 참 좋았어요. '전화가 30초 만에 끊기지 않았다', '매도 희망 가격을 들었다', '다음 통화를 약속했다'. 이런 것까지 성공으로 쳐 준다는 게 은근히 위로가 되더라고요.


중년 직장인으로서 제일 크게 반응한 건 5장 리더십의 법칙이었어요. 사이먼 시넥의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미 해병대에서는 가장 계급이 낮은 병사들이 먼저 식사를 마친 뒤에야 지휘관이 마지막으로 먹는다고 합니다. 저자가 리더십 교육 때 자주 한다는 말도 옆에 나와요. "리더십의 본질은 '나는 네 편이다'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신입사원은 이미 성인이지만 이 회사에서는 갓 태어난 아이와 같다는 대목에서는 조금 뜨끔했습니다. 많은 팀장이 자기도 같은 시간을 거쳤다는 걸 잊고, 이미 익숙해진 자기 기준으로 신입을 평가한다고 하더군요. 그 팀장 자리에 제 얼굴을 넣어 보니 영 자유롭지가 않았어요. 아이가 첫걸음마를 떼기까지 수천 번 넘어지듯, 신입 중개사가 첫 계약을 따내기까지는 리더의 인내심 있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비유도 오래 남을 거 같습니다.


맨 앞에 쓴 그 질문도 여기서 나와요. 저자는 권위로 사람을 움직이려 하지 말고, 일을 시킬 때도 '이렇게 말하면 기분 나쁘지 않을까', '어떻게 설명해야 기꺼이 움직일까'를 고민해 보라고 합니다. 예전 영업은 선배들이 노하우를 잘 알려 주지 않는 개인전 분위기였대요. 그런데 요즘 저자의 회사에서는 직원끼리 SNS 마케팅이나 유튜브 운영 방법을 서로 묻고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직원 성향을 분석형, 실행형, 협상형으로 나눈 코칭 전략 박스도 있어요. 분석형은 수치와 근거에, 실행형은 명확한 목표와 행동 중심의 언어에, 협상형은 신뢰와 진심 어린 관심에 반응한다는 정리입니다. 주변 동료들 얼굴을 하나씩 대입해 보게 되는 페이지였어요. 3장에 있는 지그 지글러의 '판매의 5가지 장애물' 표와 함께 두고두고 다시 펼쳐 볼 만한 자료 같더군요.


솔직히 마음에 걸린 대목도 있어요. 직원 교육이 끝나고 받은 후기에 누군가 "빠르게 계약을 쓸 방법이나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적었는데, 저자는 순간 '밥을 차려주는 것도 모자라 숟가락으로 밥까지 떠먹여 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저자 쪽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후기를 쓴 직원의 마음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지치고 막막할 때 지름길 하나만 알려 달라고 하고 싶은 건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시도를 많이 하라는 저자의 답이 맞다는 걸 알면서도, 양쪽 마음이 다 이해돼서 한쪽 편만 들기는 어렵더라고요.


에필로그에는 저자의 출발점이 나옵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무단결석이 300일에 이르렀고, 100kg이 넘는 몸 때문에 아침 구보조차 제대로 뛰지 못했다고 해요. 월세를 내고 나면 주머니에 2만 원밖에 남지 않던 시절, 늘 비슷한 옷만 입던 단벌 신사 시절 이야기도 있고요. 그 끝에 저자가 꺼내 놓는 말은 이거였어요. "사람의 가능성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이 책이 모든 독자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며칠 뒤면 대부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저자가 먼저 말하는 부분도 좋았어요. 그래도 책을 덮는 순간부터 하나라도 행동으로 옮겨 보라고 합니다. 전화를 한 통 더 걸어도 되고, 미뤄 둔 공부를 시작해도 되고, 오늘 실패한 계약을 다시 복기해도 된다고요.


저자는 이 책이 직원들 책상 한쪽에 꽂혀 있다가 막힐 때마다 펼쳐 보는 영업 교본이 되길 바란다고 했어요. 법칙이 카드 한 장씩 나뉘어 있어서 그날 막힌 부분만 골라 읽기 편하니, 그 바람이 괜한 말은 아닌 거 같습니다. 물건을 팔지 않더라도 기획안이든 의견이든 결국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파는 게 직장 생활이라, <판매의 법칙>은 영업하는 분들 책상만큼 일반 사무실 책상에도 잘 어울릴 거 같아요.


에필로그 끝에서 저자는 언젠가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자기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며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라고 말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해요. 그 문장 덕분인지 <판매의 법칙>은 먼저 걸어간 선배가 들려주는 긴 이야기처럼 읽혔습니다.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서늘해진 9월의 마지막 화요일이에요. 이번 주는 누가 "노"를 해도 '노 프라블럼' 하고 넘겨 볼 생각입니다. 마음 한쪽에 맷집 한 칸 늘려 둔 기분이라 든든하네요.


거절을 버티는 맷집과 사람을 키우는 리더십까지, 먼저 걸어간 선배가 건네는 18년 현장의 실전 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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