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구나 만드는 평생 연금 ETF 투자 혁명 - Ray Dalio’s The All Weather Portfolio
도세 도시로 지음, 김지선 옮김 / 북웨이브 / 2026년 9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주식이 고작 26%? 갸웃하던 아재를 끝까지 붙잡은 올웨더 이야기
올웨더라는 말을 처음 봤을 때는 사계절용 등산 재킷 광고인 줄 알았어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끄떡없다는 그 올웨더 말이에요.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올웨더는 사람 대신 계좌에 입히는 옷이더군요. 경기가 좋든 나쁘든, 물가가 뛰든 멈추든 버티는 계좌라니, 주식 좀 해 볼까 기웃거리던 아재 입장에서는 첫 장부터 솔깃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구나 만드는 평생 연금 ETF 투자 혁명>은 일본의 개인 투자자 도세 도시로가 쓰고 김지선 님이 옮긴 책이에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세운 레이 달리오의 올웨더 전략을 ETF 3개와 우량주 5개, 딱 8개 종목으로 풀어낸 게 핵심이라고 하더라고요. 1년에 한두 시간 리밸런싱만 해주면 된다는 말에 늘 피곤한 직장인 귀가 쫑긋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이 책만의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장마다 문을 여는 [주린이가 묻다] 코너일 거 같아요. 주인공 에미가 스마트폰에서 'ETF 투자 혁명'이라는 가상의 앱을 찾아내는데, 다운로드 5억 이상에 리뷰 2582만 건, 평점 4.9짜리 앱이에요. 앱을 켜면 저자 도세가 홀로그램으로 나타나 "숨을 크게 들이쉬고 긴장을 풉시다" 하고 말을 건넵니다. 투자책에서 이런 설정을 만날 줄은 몰랐어요.
앱 리뷰들도 소소하게 재미있어요. "그야말로 갓투!"를 외치는 20대 리뷰어도 있고, "불황에도 이익이 나다니… 버그인가?" 하는 30대 리뷰어도 있거든요. 40대 남성 taro 님 리뷰에는 괜히 눈길이 한 번 더 가더군요.
에미가 털어놓는 고민은 남 얘기 같지 않았습니다. 회사 동료들한테 안 하면 손해라는 말을 매일 듣다 보니 뒤처질까 봐 초조하대요. 유튜브에서 주식으로 100억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부럽기도 하고요. 직장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라 그런지 에미가 꽤 가깝게 느껴졌어요. 도세의 대답은 차분한 편이더군요. "확실히 성공담은 매력적이지만 성공의 이면에는 반드시 위험이 따릅니다." 조급한 마음을 나무라지 않으면서 발걸음을 한 박자 늦춰주는 말투라 좋았어요.

1장은 저자가 "먼저 양해를 구한다"며 시작합니다. 폭락과 관련된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부터 꺼내겠다는 거예요. 희망부터 건네는 재테크 책에 익숙해서 그런지 이런 솔직함에 믿음이 가더라고요. 주가 대폭락, 주식시장의 장기 침체, 높은 변동성이라는 3대 리스크가 나오고, 남들 따라 쏠리는 FOMO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적립식 투자도 결국 주식이라는 한 자산군에만 투자하는 방식이라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대목에서는 살짝 뜨끔했어요. 적립식으로 인덱스만 사면 다 되는 줄 알았거든요.
머리말에 담긴 저자의 가족사는 조금 다른 결로 읽혔어요.
1980년대 후반 초등학생이던 저자는 버블 경제 속에서 부모님이 일본 주식을 사는 걸 지켜봤다고 해요. 버블이 무너진 뒤에도 부모님은 주가가 회복될 거라 믿고 팔지 않았대요. 그사이 아버지는 밤낮없이 일했고, 어머니는 무릎 통증을 참으며 매장에서 내내 서서 일했다고 적혀 있어요. 그러다 2008년 리먼 사태로 주가가 다시 폭락하자 결국 주식을 던졌고, 그 뒤 주가가 올랐을 때는 그 이익을 누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올웨더 전략을 처음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부모님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왔다는 문장은 담담하게 쓰여 있어서 더 조심스럽게 읽혔습니다. 그 부모님 나이쯤 와 있는 입장이라 그런지, 한 가정의 계좌가 흔들린다는 게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그 뒤로 저자는 해외 자료를 찾아 읽으며 리스크 패리티 전략을 연구했다고 해요. 직접 투자하며 검증한 끝에 지금의 8개 종목 구성을 만들었고요. 일본적십자사 재무팀에서 인명과 직결된 자금을 다루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제일 반가웠던 건 "고액 연봉자가 아니었으므로 매월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했다는 고백이었어요. 월급 받아 사는 사람한테는 이런 문장이 꽤 힘이 되는 느낌이 듭니다. 앞에서 뜨끔했던 적립식 얘기와 이어 보니, 결국 핵심은 여러 자산군에 나눠 담는 쪽에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23년 45세에 경제적 자유를 이룬 뒤의 일상 이야기도 살짝 나오는데요. 발리의 아침 햇살 아래서 명상을 하고, 필리핀 팔라완 해변 풍경에 감탄하고, 시칠리아에서 지중해 요리를 즐긴다고 합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가 떠오르는 크로아티아 로비니 거리에서 석양을 보며 하루를 마친다는 대목에서는 부러움을 숨기기가 좀 어렵더군요. 지금 제 나이보다 어린 나이에 저기까지 갔다니.

기본 포트폴리오는 원형 그래프 하나로 정리돼 있어요. 미국 주식 VTI 26%, 미국 장기 국채 TLT 34%, 금 GLDM 20%이고, 원자재 20%는 엑슨모빌, 셰브론, BHP, 리오틴토, 디어 다섯 기업에 4%씩 나눠 담는 구성이에요. 솔직히 처음 볼 때는 주식이 고작 26%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저자가 이런 반응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독자의 속마음을 대신 꺼내 놓더군요. "원자재에 20%나 투자하다니 바보 아니야?" 제 머릿속 목소리랑 너무 똑같아서 웃음이 났어요. 이어서 1972년부터 2022년까지의 데이터를 가지고 차근차근 반박합니다. 미국 주식 60%, 국채 40% 포트폴리오와 비슷한 중간 정도 리스크로 미국 주식 100%를 웃도는 수익률이 나왔다는 거예요.
부동산과 비트코인, 명품 시계, 미술품, 우표, 보석, 고주화를 빼놓은 이유도 정리돼 있어요. 잘 모르는 투자 대상은 쓰지 않는다는 원칙이에요. 명품 시계는 애초에 없으니 뺄 것도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2장의 설계 과정이었어요. 경제 환경을 고성장, 저성장, 고인플레이션, 저인플레이션 네 가지로 나누고, 환경마다 강한 자산을 두 개씩 배치하는 방식이에요. 미국 주식은 고성장과 저인플레이션에, 미국 국채는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에, 금은 저성장과 고인플레이션에, 원자재는 고성장과 고인플레이션에 강하다고 해요. 이렇게 짝을 지어 놓으니 네 자산이 서로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저자는 각 자산의 특성을 깊이 파고들 필요는 없고 지금은 이 정도만 이해해도 충분하다고 말하는데, 그 말이 은근히 위로가 됐습니다.
여기서 저자는 독자를 축구 감독 자리에 앉혀요. 선수마다 포지션이 다르고, 모두 공을 쫓지만 경기 흐름에 따라 공이 있는 곳이 달라진다는 거죠. 그러고는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 나온 안 감독의 명대사를 꺼내 듭니다.
"너를 위해 팀이 있는 게 아니다. 팀을 위해 네가 있는 거다!"
그 만화를 보며 자란 세대라 이 대사를 투자책에서 만나니 반가운 마음부터 들었어요. 한 명의 에이스에게 기대지 않고 팀 전체로 이긴다는 이야기가 머리말의 선수 비유에서 축구로, 다시 농구로 이어지는데, 이게 책 전체를 꿰는 줄 같은 느낌이 듭니다.
비율을 정하는 과정도 생각보다 단순했어요. 리스크를 1부터 5까지 점수로 매기면 미국 주식이 4, 초장기 미국 국채가 3, 금과 원자재가 5예요. 이걸 모두 1:1:1:1로 담으면 가격 변동이 큰 금과 원자재가 포트폴리오 전체를 흔들어 버린대요. 그래서 금과 원자재를 1로 두고 미국 주식은 1.25배, 국채는 1.67배로 늘립니다.

1.25, 1.67, 1, 1.
이걸 백분율로 바꾸면 26, 34, 20, 20이 돼요. 앞에서 본 원형 그래프의 숫자와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걸 보는 순간 퍼즐 조각이 딸깍 끼워지는 기분이었어요. 숫자라면 고개부터 젓는 사람도 이 대목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5장의 "그럼에도 현금은 왕이 될 수 없다"라는 제목은 처음엔 좀 세게 들렸습니다. 현금을 쥐고 있으면 일시적인 안도감은 들어도 장기적으로는 리스크 자산이 가져다줄 이익을 놓쳐 기회비용이 생긴다는 설명이 이어져요. 그러다 "현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위험한 투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는 문장까지 나오거든요. 그렇다고 올웨더를 만능처럼 포장하지도 않더군요. 패닉 장세나 예상치 못한 급격한 금리 인상 같은 분산할 수 없는 리스크 앞에서는 올웨더 포트폴리오도 하락을 피할 수 없다고 먼저 인정합니다. 금이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약 20년 동안 부진했던 시기도 숨기지 않고요. 좋은 얘기만 늘어놓는 책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믿고 읽게 되는 거 같아요.
올웨더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어려운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대목도 좋았어요. 투자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너무 단순해서 싱겁다고 느낄 수 있대요. 오히려 이 책으로 투자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이 선입견이 없어서 유리할 수도 있다고 하니, 초보 아재 입장에서는 괜히 어깨가 펴지더라고요. 5장 끝자락에는 이런 비유가 나와요.
"투자는 씨앗을 뿌려 식물을 키우는 것과 같다.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매일 흙을 파헤치면 식물은 절대 제대로 자랄 수 없다. 필요한 관리(리밸런싱)를 해주면서 성장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증권 앱을 들락거리는 사람이라면 뜨끔할 만한 비유 같아요.
솔직히 걸렸던 부분도 있어요. VTI, TLT, GLDM 같은 영어 티커와 원자재 기업 이름이 한꺼번에 나오는 대목에서는 처음에 좀 버벅거렸거든요. 다행히 종목마다 어떤 상품인지 표에 짧은 설명이 붙어 있어서 한두 번 앞뒤로 오가다 보니 금방 익숙해지더군요. 저자도 더 낮은 비용의 ETF가 새로 나올 수 있으니 상품을 고를 때 최신 정보를 확인하라고 당부합니다. 실제로 계좌를 꾸리기 전에는 각자 한 번 더 따져볼 일 같아요. 레버리지를 다루는 4장은 겁 많은 제 성향상 기본형부터 충분히 익힌 뒤에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어지더라고요.
<누구나 만드는 평생 연금 ETF 투자 혁명>은 한 번 읽고 꽂아두기보다 1년에 한 번 리밸런싱할 때마다 다시 꺼내 볼 책 같아요. 자산군별로 강한 경제 환경을 정리한 표, 리스크 점수표, 비중 계산표가 한곳에 모여 있어서 참고서처럼 곁에 두기 좋겠더라고요. 두께도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라 손이 자주 갈 것 같고요.
9월 마지막 토요일,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네요. 매일 흙을 파헤치지 말고 믿고 기다리라는 <누구나 만드는 평생 연금 ETF 투자 혁명>의 말처럼, 이번 가을에는 증권 앱을 좀 덜 열어보고 제 계좌에도 사계절 우산 하나 씌워 줄 궁리를 해 보려고요. 좋은 책 만나서 마음 한쪽이 든든해진 주말입니다.
에이스 한 명에게 기대지 않고 네 자산의 팀워크로, 어떤 경제 날씨에도 버티는 계좌를 만드는 법을 친절하게 풀어낸 올웨더 입문서
#누구나만드는평생연금ETF투자혁명 #ETF투자혁명 #도세도시로 #김지선옮김 #북웨이브 #올웨더포트폴리오 #레이달리오 #리스크패리티 #자산배분 #분산투자 #ETF투자 #연금투자 #리밸런싱 #재테크책 #경제경영도서 #투자입문서 #책리뷰 #서평 #BOOKU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