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달라지는 수면 과학 - 도쿄대학교 대학원 수면생리학 교수가 최신 연구를 총정리한 잠의 모든 것
하야시 유 감수, 홍성민 옮김 / 레몬한스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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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수면 부족은 늘 있는 일이니까." "익숙해지면 별것 아니에요."


넥타이 맨 아저씨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서 이렇게 말하는 그림이 있어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었는데, 가만 보니 딱 우리 또래 직장인 얼굴이더라고요. 그 그림 위에 붙은 제목은 "'난 괜찮아'는 자기 생각일 뿐, 전혀 괜찮지 않다"입니다. 첫 장부터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어요.

추석 연휴도 오늘로 끝자락에 와 있네요. 아침저녁 바람이 선선해져서 이불 속이 부쩍 좋아지는 계절인데, 마침 이맘때 잠에 관한 책을 만났습니다. <내일이 달라지는 수면 과학>은 도쿄대학교 대학원 수면생리학연구실의 하야시 유 교수가 감수하고 홍성민 님이 옮긴 책이에요. 레몬한스푼에서 이번 9월에 나왔고요. 잠을 다루는 책이니 읽다가 졸면 그것도 실습이라고 우기면 되겠다 싶었는데, 그럴 틈을 잘 안 주는 책이더군요.


이 책의 재미는 그림에서 먼저 오는 거 같아요. 그래프와 실험 그림이 쉴 새 없이 이어져서 논문 이야기를 만화 넘기듯 따라가게 됩니다. 숨겨진 규칙을 찾는 문자열 실험이 대표적이었어요. 과제를 푼 뒤 낮 동안 깨어 있던 그룹, 밤에도 깨어 있던 그룹, 밤에 푹 잔 그룹에게 비슷한 문제를 다시 풀게 했더니 푹 잔 그룹만 통찰력이 올라갔대요. 참가자가 18~31세, 한창 체력 좋은 나이인데도 그랬다니 아재 입장에서는 더 할 말이 없어지죠.


여백마다 고양이 한 마리. 기지개를 켜기도 하고 동그랗게 말려 자기도 하고요.

선생님 캐릭터와 독자가 주고받는 말풍선도 좋았어요. "술을 마시면 졸리긴 해요. 마시면 안 되나요?"처럼 딱 제 입에서 나올 법한 질문을 먼저 꺼내주니까, 혼나는 느낌보다는 동네 병원에서 상담받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원리를 다루는 앞부분과 생활 습관을 다루는 뒷부분이 서로 맞물린다는 점도 이 책만의 맛인 것 같아요. 앞쪽에서는 아데노신이 깨어 있는 시간만큼 쌓여서 졸음을 부르는 물질이라고 설명해요. 오렉신은 각성 스위치를 누르는 쪽이 아니라, 켜진 스위치가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붙잡아 두는 쪽이라고 알려주고요. 수면과 각성을 시소 양쪽에 올려놓은 일러스트로 한 번 더 보여주기도 해요. 그러다 뒤쪽 아침 루틴에 가면 커피가 아데노신을 막아서 잠을 깨운다는 이야기와, 아침 햇빛을 쐬면 오렉신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앞에서 배운 게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괜히 머리가 좋아진 것 같은 착각도 들더라고요.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프레젠티즘 이야기 뒤에 붙은 짧은 문단이었어요. 일에 진심이라 오래 일하면서 늘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이 불면에 빠지기 쉽고, 회사에 기여하려던 마음이 결국 생산성 저하라는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잠 줄여 가며 버틴 걸 은근히 자랑처럼 여기는 분위기는 우리 또래라면 다들 아실 거예요. 40대 이상은 수면 시간이 지금도 줄어드는 추세라는 문장에도 밑줄이 쳐져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쇼트 슬리퍼 이야기도 이어서 읽게 되더군요. 적게 자고도 쌩쌩한 체질은 예전엔 모든 직장인의 꿈이었지만, 인구의 1% 미만이고 유전적인 '행운 체질'이라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래요. 그 꼭지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수면 시간으로 적절히 일하며 개인생활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훨씬 멋진 시대다." 스무 살 때 들었으면 흘려들었을 말인데, 지금은 어깨를 토닥여주는 말처럼 다가와요.


옮긴이가 챙겨 넣은 숫자 하나도 반가웠어요. 일본인 평균 수면 시간 옆에 한국인 평균은 7시간 51분이라는 주석을 달아둔 거예요.

맛보기로 제일 웃으면서 읽은 대목을 옮겨볼게요. "커피를 매일 마시고 있는데, 저는 체질상 괜찮은 것 같아요." "개인차가 큰 것은 확실합니다. 단, 수면 부채가 클 뿐일지도 몰라요." 24개 연구를 메타분석했더니 커피 한 잔 기준으로 이 시각 이후에 마시면 수면에 영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13시 12분.

본문이 "오후 1시를 조금 넘은 시간까지라니, 너무 이른 거 아냐?" 하는 독자 속마음을 먼저 꺼내놓는데, 그게 딱 제 속마음이라 웃음이 났어요. 커피를 안 마시면 머리가 개운하지 않은 것도 엄연한 금단증상이라는 말까지 나오니 빠져나갈 구멍이 없더군요.

솔직히 뜨끔했던 건 음주 대목이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술을 안 마셔"라는 말로 시작해서, 중장년 남성일수록 비즈니스 술자리와 회식을 많이 겪어왔다고 짚는데 첫 문장부터 우리 얘기예요. 술을 마시면 금방 잠들어도 얕은 비렘수면이 길어지고 렘수면은 짧게 끊긴대요. 매일 마시면 내성이 생겨서 잠드는 효과마저 사라지고요. 선생님 대답은 짧고 단호합니다. "뇌 내 물질의 리듬이 흐트러졌을 뿐이라서 깨기 쉬워요." 뜨거운 탕을 좋아하는 중장년 남성에게도 한마디 하는데, 나이 들면서 온도 감수성이 떨어지는 탓도 있으니 푹 자고 싶으면 40℃ 전후가 좋다고 하네요. 5분 간격 알람에 스누즈까지 걸어두는 게 가장 좋지 않다는 문장 앞에서도 괜히 휴대폰 알람 목록이 떠올랐어요.


소장 가치는 충분한 편이라고 봐요. 알람 없이 원하는 만큼 자본 뒤 평소 수면 시간을 빼고, 거기서 다시 1.5시간을 빼면 내 수면 부채가 나온다는 계산법이 그림으로 정리돼 있어요. 그 아래에 수면 부채와 이상적인 수면 시간을 직접 적어 넣는 빈칸까지 있어서 워크북처럼 쓸 수 있고요. 그래프마다 참고한 논문이 달려 있어서 궁금한 건 더 찾아볼 수도 있어요. 크기는 보통 교양서 정도이고 무게도 가벼운 편이라 가방에 넣고 다니기 부담 없습니다. 잠 줄여 버티는 게 당연해진 직장인이라면 <내일이 달라지는 수면 과학>에서 한 꼭지쯤은 자기 얘기를 찾게 될 거 같아요.


가을밤이 하루하루 길어지는 계절이라 잠 공부하기에는 이만한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알람 끄고 원하는 만큼 자보는 실험은 연휴 마지막 일요일에 한번 해볼 생각이에요. 오후에 커피 생각나시면 시계부터 한번 보세요. 13시 12분이 넘었으면 오늘부터 우리는 디카페인 아재입니다. 좋은 잠 이야기를 그림으로 편하게 배운 것 같아서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잠 줄여 번 시간은 이자까지 붙어 돌아온다는 걸, 넥타이 아저씨와 고양이 그림으로 알려주는 친절한 수면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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