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약초산나물 50
이상각 지음 / 아마존북스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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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오늘이 추석이네요. 금요일에 한가위가 딱 걸려 있으니 달력만 봐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거 같아요. 차례상에 나물 한 접시씩은 꼭 올라가는 날인데, 마침 산나물 책 이야기를 풀게 됐습니다.


<한국의 약초산나물 50>은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판형이에요. 두께도 보통 소설책보다 얇은 편이라 가방에 넣어도 표가 잘 안 납니다.


산나물 책이라 그런지 무게마저 나물나물해요.

표지부터가 봄이에요. 솜털을 뒤집어쓴 새순이 불쑥불쑥 올라와 있고, 아래쪽에는 노란 꽃대가 환하게 서 있고요. 가을 한복판에서 이 표지를 보고 있으니 내년 봄을 미리 당겨 받은 느낌이 들었어요.

책의 뼈대는 꽤 단단한 편입니다. 산나물 마흔두 가지와 나무나물 여덟 가지가 차례로 나오는데, 나물마다 식물별명, 생약명, 식물생태 및 나물특성, 효능, 채취 및 요리법이 같은 순서로 정리돼 있어요. 읽다 보면 도감을 넘기는 기분도 들고, 동네 어르신이 나물을 하나씩 들고 와서 "이건 이렇게 먹는 거여" 하고 알려주시는 기분도 들더라고요.


첫 장은 질문으로 시작해요. 우리는 왜 산나물을 먹어야 하는가. 그 아래로 "산나물은 몸을 건강하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같은 문장이 줄지어 있는데, 저자가 산나물을 얼마나 믿고 아끼는지가 첫 장부터 전해지는 거 같았어요.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서문 쪽입니다. 저자는 산나물이 자라는 곳은 자연의 산이고, 도시는 콘크리트와 강철로 뒤덮인 인공의 산이라고 써요. 매일 빌딩 숲으로 출근하는 입장이라 이 대목에서 좀 찔렸습니다. 저도 그 인공의 산을 날마다 오르내리는 사람이니까요.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도 좋았어요. 봄의 산나물은 향기롭고 맛깔나고 부드러운데, 봄이 지나면 식물이 살아남으려고 억세지고 쓰게 되고 독성까지 갖게 된대요. 그런데 그 쓰고 독한 성분이 바로 약성을 가진 물질이라고 하더군요.


버티느라 단단해진 것이 결국 약이 된다는 얘기.

나이 들면서 여기저기 억세진 제 모습이 겹쳐 보여서 이 문단은 몇 번 다시 읽었어요.

나물들을 등장인물처럼 읽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산마늘은 별명 부자예요. 명이나물, 맹이풀, 명이, 명부추, 망부추, 행자마늘, 서수레까지 이름이 줄줄이 나와요. 울릉도에서는 낮은 낙엽수림부터 성인봉 정상까지 자라고, 내륙에서는 가리왕산, 오대산, 점봉산처럼 해발 1000m가 넘는 산의 정상 부근에서 자란다고 합니다. 오대산 산마늘은 잎이 좁고 가늘지만 향이 강하고, 울릉도 산마늘은 잎이 크고 넓어 수확량이 많은 대신 향은 약하다는 비교가 재밌었어요. 같은 집안인데 성격이 다른 형제 같달까요.


산마늘 대목에서 마음이 간 문장이 하나 더 있어요. 한번 잎을 따면 그해에는 잎이 다시 돋아나지 않으니 비늘줄기와 잎 하나는 남기고 채취하라는 당부예요. 전부 가져가지 말고 하나는 남겨두라는 말이 나물 얘기인데도 사람 사는 얘기처럼 들리더라고요.


삽주는 이름에 사연이 붙어 있어요. 한방에서는 수염이 많아서 늙은 뿌리라는 뜻으로 창출이라고 부른대요. 새싹은 온통 하얀 솜털로 덮여 있고, 줄기를 꺾으면 하얀 유액이 나온다고 하고요. 저자는 삽주싹을 가장 값진 산나물 중 하나로 꼽는데, 어린순에 특별한 향이 없어서 여러 요리에 두루 쓸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튀지 않고 어느 자리에나 잘 어울리는 사람, 회사마다 꼭 한 명씩 있잖아요. 삽주가 딱 그런 느낌이에요.

산부추는 정구지라는 별명이 정겨웠어요. 강원도와 경기도에 많이 자생하고, 이 지역 산부추를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먹는 법 가운데 생즙을 요구르트와 같이 갈아 먹는다는 대목이 있는데, 책에서는 그 맛을 매콤하고도 향긋하다고 해요. 부추 요구르트라니, 상상은 잘 안 되는데 한번 맛보고 싶은 조합이긴 합니다.


쇠고기 맛이 난다고 울릉도에서 고기나물이라 부른다는 눈개승마, 맛 좋은 보약나물이라고 소개된 밀나물처럼 이름만 들어도 궁금해지는 나물들도 줄줄이 나와요.


산마늘 먹는 법은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줄기를 잎째 따서 생으로 쌈을 싸서 먹는다. 보드라우면서 연한 마늘 향이 난다."

글자만 봐도 고기 한 점 올려서 싸 먹고 싶어지는 문장이에요.

요리 쪽 조언도 꼼꼼해요. 부드럽거나 향이 있는 산나물에는 강한 양념을 쓰지 않는 게 좋고, 향이 된장이나 고추장과 어울리지 않는 나물에는 장 양념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들기름을 넉넉히 둘러 살짝 볶고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기본 방법도 친절하게 나와 있고요. 결국 산나물은 그 향을 지켜주는 게 핵심인가 싶더라고요.


읽으면서 조심스러워진 대목도 있었어요. 산마늘은 꽃이 피면 맛이 쓰고 독성이 생겨서 5월 말 이후에는 먹지 않는 게 좋다고 하고, 일월비비추는 너무 큰 잎에 독성이 있어 먹지 않는다고 해요. 독성 있는 나물은 데친 뒤 찬물을 갈아가며 몇 시간씩 우려내라는 설명도 있고요. 산에서 아무 잎이나 뜯어 먹을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효능 이야기도 꽤 넓게 펼쳐지는데, 저는 밥상을 좀 더 푸르게 채워보라는 응원으로 받아들였어요. 지병이 있거나 드시는 약이 있다면 의사 선생님과 먼저 상의해 보시는 게 마음 편할 거 같아요.


<한국의 약초산나물 50>은 한 번 읽고 꽂아두는 책이라기보다 봄마다 꺼내 보게 될 책에 가까운 거 같아요. 마트 산나물 코너에서 처음 보는 나물을 만났을 때, 주말 산행길에 낯익은 잎을 봤을 때 펼쳐 보기 좋은 구성이거든요. 사진도 큼직하게 들어가 있어서 눈으로 익히기도 편하고요. 산나물 좋아하시는 부모님께 명절 선물로 드려도 반가워하실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가위 보름달이 뜨는 날, <한국의 약초산나물 50> 덕분에 선선한 가을바람 속에서 봄을 한 입 미리 맛본 기분이라 좋았습니다.

명이나물 이름처럼 다들 명은 길게, 배는 송편으로 두둑하게 채우는 추석 보내세요.


빌딩 숲에서 사는 중년에게 봄 산의 향과 먹는 법을 한 권에 담아 건네는 산나물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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