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를 위한 한입 일본어 초급 1 - 배운 문법으로 내 문장을 말하게 되는 일본어 ㅣ 왕초보를 위한 한입 일본어 1
오겡끼홈스쿨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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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와타시 와 가쿠세이 데스."


우리말로는 "나는 학생입니다"예요. <왕초보를 위한 한입 일본어 초급 1>을 펼치면 가장 먼저 만나는 문장이 이거예요. 명함에 직함 새기고 산 지 한참 된 아재가 학생이라고 말하려니 조금 쑥스러운 기분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같은 강의 단어 목록에 '카이샤인'(회사원, 직장인)이 들어 있어서, "와타시 와 카이샤인 데스"가 제 입에는 더 잘 붙을 거 같습니다.


추석 연휴 한가운데 토요일이네요. 한가위 인사부터 드립니다. 제목에 있는 '한입'을 보자마자 송편 한입부터 떠오른 건 명절 탓으로 돌릴게요. 이 책은 유튜브와 온라인 강의로 일본어를 가르쳐 온 오겡끼홈스쿨이 처음 낸 종이책이에요. 부제가 '배운 문법으로 내 문장을 말하게 되는 일본어'인데, 넘겨 보니 그 부제가 빈말은 아닌 거 같더라고요.


한 강은 이해하기, 외우기, 만들어 보기, 혼자 만들어 보기 순서로 흘러가고, 끝에 깨알지식이라는 작은 코너가 붙어요. 문법 하나를 배우면 그걸로 문장을 쉰 개쯤 만들어 보게 되는데, 이게 이 책에서 제일 두드러지는 점 같아요. 설명 몇 줄 읽고 다음 과로 넘어가던 교재들하고는 손이 가는 양부터 다르더군요.


첫 강의 '형태 파헤치기'가 특히 친절했어요. '나는 학생입니다' 한 문장을 '나', '는', '학생', '입니다'에 해당하는 색깔 블록으로 하나씩 잘라 놓고, 일본어와 우리말을 짝지어 붙여 두거든요. 두 말의 어순이 같다는 게 그림처럼 한눈에 들어오니까 시작부터 겁먹을 일이 줄어드는 느낌이 듭니다. 일본어는 물음표를 잘 쓰지 않으니 문장이 '카'로 끝나면 "질문일 가능성이 높겠구나~" 하고 생각하라는 설명도 있어요. 교과서 말투라기보다 옆자리 선배가 귀띔해 주는 말투라서 편하더라고요.



머리말에는 저자 코니 선생님이 열아홉 살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던 이야기가 나와요. 일본어를 한 문장씩 이해하고 한마디씩 말하게 되면서 자기 세상이 조금씩 넓어졌다고 하시더군요. 많은 사람이 일본어는 쉽다며 시작했다가 동사 활용이나 미묘한 뉘앙스에서 고비를 만난다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이 책이 여러분을 단번에 고수로 만들어 준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는 문장도 솔직해서 믿음이 가더라고요.


틀려도 괜찮습니다. 천천히 가도 괜찮습니다.


머리말 끝자락에 놓인 이 두 문장은 마흔 넘어 뭔가를 새로 배워 보려는 사람한테 유난히 반가운 말인 거 같아요. 오겡끼홈스쿨은 늘 "진심으로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만나 왔다고 해요. 책 곳곳에서 머리에 새싹을 달고 "하이!" 하며 손을 번쩍 든 병아리도 그 응원단 한 자리를 맡은 것 같고요.


제일 천천히, 한 줄씩 따라가며 읽은 건 제15강이었어요. 주고받는 표현을 다루는데, 인물을 동그라미 안에 넣고 화살표로 방향을 보여 줍니다. '아게마스'는 내가 남에게, 혹은 남이 남에게 줄 때. '모라이마스'는 화살표가 거꾸로 돌아와 받을 때. 주는 쪽이 회사나 학교처럼 사람이 아니면 '~로부터 받는다'는 뜻의 '카라 모라이마스'만 쓸 수 있다는 설명까지 그림 옆에 차곡차곡 붙어 있어요.



재미있는 건 '쿠레마스'였습니다. 아게마스도 '줍니다', 쿠레마스도 '줍니다'인데 받는 사람이 다르다는 거예요. 그림 속 '나' 둘레에 노란 동그라미가 하나 더 그려져 있고, 그 안에 든 가족이나 친구 같은 '내 편'이 받을 때도 쿠레마스를 쓴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여기서는 잠깐 머리를 긁었어요. 설명 끝에 "나와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기준은 주관적이에요…"라는 말이 붙어 있는데, 그럼 우리 팀 사람들은 노란 동그라미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잠깐 헤아려 보게 되더군요. 설명 몇 줄로 딱 떨어지는 문법은 아닌 거 같고, 예문을 여러 번 만나면서 감을 잡아 가야 할 부분이다 싶었습니다. 다행히 이 책이 바로 그 '여러 번'을 넉넉하게 준비해 둔 책이라 걱정은 덜하더라고요.


만들어 보기도 제1강과는 모양이 달라요. 이번에는 "카페에서 친구가 저에게 커피를 줬어요" 같은 상황을 하나 주고, 그걸 '받았다' 문장과 '줬다' 문장 두 가지로 바꿔 보게 합니다. 혼자 만들어 보기로 넘어가면 동사 이름이 적혀 있던 자리가 빈칸으로 바뀌어서, 어떤 동사를 쓸지부터 스스로 골라야 하고요. 강의 내용에 맞춰 연습 틀까지 바꿔 주는 게 세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형은 회사에서 차를 받았어요"라는 문장에서는 그 차가 자동차인지 녹차인지 괜히 궁금해지더라고요. 직장인 마음으로는 자동차였으면 좋겠지만요.


외우기에 나오는 가족 호칭도 흥미로웠습니다. '하하', '치치'는 남에게 내 가족을 이야기할 때 쓰고, '오카아상', '오토우상'은 가족을 직접 부르거나 남의 가족을 말할 때 쓴다고 나눠 놨어요. 우리말에서 "저희 어머니"와 "어머님"을 가려 쓰는 감각이랑 닮은 데가 있는 거 같아요. 호칭 앞에서 한 번씩 멈칫하게 되는 건 한국어나 일본어나 비슷한가 봅니다.


제15강 깨알지식에 나오는 '아나타'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교재에는 '당신'이라는 뜻으로 많이 나오지만 현지에서는 그만큼 자주 쓰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우리도 "당신은 학생이에요?" 대신 그냥 "학생이세요?"라고 묻듯이, 일본에서도 아나타를 빼고 "가쿠세이 데스카"라고 묻는 사람이 많대요. 상대는 보통 성으로 부르고 편한 사이면 이름이나 별명으로 부른다면서, '이시키 카즈야'라는 이름을 예로 들어 '카즈야'나 '이시키상'으로 부른다고 알려 줍니다. 이시키가 실제로 있는 성이라는 작은 각주까지 달려 있고요.



회사에서 누구를 "당신"이라고 부르는 일은 없고 다들 이름이나 직함으로 부르니까, 이 대목은 직장인한테 오히려 쉽게 들어오는 거 같습니다. 제1강 깨알지식에서 공적인 자리에서는 남녀 모두 '와타시'를 쓰는 편이 좋다고 한 것도 같은 결로 읽혔어요. 그러다 "한 가지 더!" 하면서, 한국에서 부부끼리 '여보', '당신' 하듯 일본에서도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때 아나타를 쓰기도 한다고 덧붙이는데, 이게 또 드라마 한 장면처럼 그려지더군요.


제30강 전체 복습은 한국어 문장이 번호를 달고 쭉 이어지는 구성이에요. 처음엔 "선생님입니까?", "학생입니다."처럼 짧게 시작하는데, 뒤로 갈수록 "여기부터 거기까지는 내 겁니다. 친구 것은 저쪽에 있습니다."처럼 두 문장이 이어 붙기 시작합니다. 첫 강의 '데스' 한 단어에서 여기까지 왔구나 싶어서, 목록만 훑어봐도 한 칸씩 쌓아 올린 계단이 보이는 기분이었어요.


"그 의사는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쉬었습니다"라는 문장은 부러워서 한 번 더 보게 되더군요.


판형이 보통 소설책보다 시원하게 큰 편이라 펼쳐 놓고 쓰기 편해 보여요. 문장마다 아래 여백이 넉넉해서 바로 답을 써 넣으면 되고, 강의 중간중간 QR코드를 찍으면 한국어 문장을 듣고 일본어로 만들어 보면서 원어민 선생님 발음까지 들을 수 있어요. 뒤쪽에는 코니 메모 단어장과 형용사 활용표, 스티커 부록이 들어 있고, 구매자 전용 공부방과 연계 강의도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왕초보를 위한 한입 일본어 초급 1>은 한 번 풀고 꽂아 두는 책보다는 곁에 두고 여러 번 펼치는 쪽에 가까운 거 같아요.


일본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몇 번 시작했다가 중간에 손을 놓았던 사람도 처음부터 다시 걸어 들어가기 좋게 짜여 있더라고요.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 짧은 문장이 조금씩 길어지면서 '내 말'로 바뀌어 가는 흐름을 따라가는 게 즐거웠습니다.


어젯밤 보름달이 아직 눈에 선한 연휴 토요일, 선선한 가을바람 맞으며 일본어 교재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연휴 끝나고 출근하면 "와타시 와 카이샤인 데스" 한 줄부터 입에 붙여 보고 싶어집니다. <왕초보를 위한 한입 일본어 초급 1> 덕분에 좋은 선생님 한 분 새로 모신 거 같아 든든합니다. 남은 연휴도 넉넉하게 보내세요.


문법 하나로 문장 쉰 개를 만들다 보면, 외운 일본어가 어느새 '내 말'이 되는 초급 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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