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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데 왜 피곤할까 - 혈당 리듬을 되찾는 4주 실전 프로그램
양혁용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9월
평점 :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오늘은 수요일, 분리수거 날이라 플라스틱이랑 종이를 각각 다른 자루에 나눠 담고 왔습니다. 캔은 캔대로, 유리는 유리대로 꼼꼼히 갈라놓으면서 좀 웃겼어요. 밖에 내놓는 쓰레기는 이렇게 열심히 분류하면서, 정작 내 입으로 들어가는 건 순서도 시간도 없이 그냥 던져 넣고 살았구나 싶더라고요.
손 씻고 꺼내 든 책이 하필 이겁니다. <정상인데 왜 피곤할까>.
제목 앞에서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건강검진표에 '정상' 두 글자 찍혀 나오는데 오후 두세 시만 되면 눈꺼풀이 천근이고, 점심 먹고 두 시간이면 또 뭔가 단 게 당기는 그 상태. 저만 그런 줄 알았거든요.
책은 핸드북 사이즈로 얇고 가볍습니다. 가방에 넣어도 어깨에 티가 안 나는 정도예요. 요즘 벽돌 같은 책들 들고 다니느라 팔뚝만 단련되던 차에, 이런 책 만나면 반갑습니다. 근데 얇다고 만만한 건 아니고, 본문에 컬러 인포그래픽이 중간중간 들어가 있어서 눈으로 넘기는 속도가 생각보다 안 붙어요.
저자는 구독자 11만 명의 의학 유튜브 '양닥터'를 운영하는 의사이자, CGM 기반 혈당관리 서비스 글루코핏 대표인 양혁용 님입니다. 작가의집에서 올해 9월에 나왔고요.

이 책이 다른 혈당책이랑 갈라지는 지점은 1장에서 바로 나옵니다. 우리가 믿고 있는 당화혈색소라는 숫자가 사실은 '평균'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걸 가려준다는 얘기예요. 혈당이 70과 130 사이를 안정적으로 오가는 사람과, 50까지 떨어졌다가 200까지 치솟는 사람의 당화혈색소가 비슷하게 나올 수 있다는 대목.
여기서 연평균 기온이 같은 두 도시 비유가 나오는데, 이 부분을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습니다. 한 도시는 사계절 내내 온화하고, 다른 도시는 여름에 40도 겨울에 영하 20도를 오갑니다. 평균은 같은데 그 안에 사는 사람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는 거죠. 우리 몸의 세포도 똑같다는 설명입니다.

평균으로 퉁쳐서 '정상'이라 불렸을 뿐, 몸은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 그러니까 필요한 건 병명이 아니라 리듬의 회복이라는 문장이 책 초반에 박혀 있어요.
읽으면서 좀 놀랐던 건 근거를 다는 태도였습니다. 각주가 꽤 촘촘하게 붙어 있어요. 식후 혈당이 공복 혈당보다 심혈관 질환 발생을 더 강하게 예측한다는 논문, Time-in-Range를 핵심 지표로 제시한 국제 전문가 합의 같은 것들이 본문 아래에 정직하게 달려 있습니다.
그 TIR이라는 개념도 저는 이 책에서 처음 제대로 봤어요. 하루 중 혈당이 70~180mg/dL 범위 안에 머무는 시간 비율인데, 목표가 70% 이상입니다. 하루 24시간 중에 약 17시간을 건강한 범위 안에서 보낸다는 뜻이라고 풀어주는데, 이렇게 시간으로 환산해주니까 감이 확 오더군요. 점수가 아니라 출석률 같은 느낌이랄까.
실전 파트로 넘어가면 얘기가 더 현실적으로 바뀝니다.
제일 써먹을 만하다 싶었던 건 2주차 챕터였어요. 식후 15분에서 30분 사이에 가볍게 움직이면 포도당이 인슐린 도움 없이도 근육 세포로 흡수된다는 설명. 홍수 나기 직전에 댐 수문을 여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비유해놨는데, 그림까지 같이 보니까 이해가 쉽습니다. 핵심은 강도가 아니라 타이밍이라고 못을 박아요.

식후 가벼운 걷기가 혈당 피크를 약 12~22% 낮추는 경향이 보고됐고, 이게 고강도 운동을 식전에 하는 것보다 클 수도 있다는 대목에서는 솔직히 좀 반가웠습니다. 헬스장 끊어놓고 안 가는 중년에게 이만한 복음이 없거든요.
운동 종류별로 표가 정리돼 있는데, 가벼운 산책 10~15분, 계단 5층, 제자리 스쿼트, 제자리 걷기, 스트레칭. 그리고 설거지와 청소도 당당하게 한 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운동이 어려운 상황이면 집안일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는 문장 보고 살짝 웃었어요. 아내한테 이 페이지 보여주면 제 저녁 담당 구역이 늘어날 것 같아서 조용히 넘겼습니다.
회식에서 피자랑 파스타 먹었으면 식당에서 나와 한 정거장만 걸어도 차이가 난다는 말. 이게 참 우리 세대 얘기죠.
4주차 챕터는 결이 좀 다릅니다. 4주 동안 우리는 완벽할 수 없다고 대놓고 시작해요. 회식, 야식, 스트레스 폭식. 리듬이 깨지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고. 그래서 4주차의 목표는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거라고 말합니다. 혈당 관리의 고수는 한 번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무너져도 빠르게 돌아오는 사람이라는 문장.
무너진 다음의 회복 루틴이 다섯 가지로 나오는데, 즉시 움직이기, 다음 끼니는 가볍게, 물 충분히, 식초 활용, 그리고 마지막이 자책하지 않기입니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저자가 직접 꼽아뒀어요. 한 번의 실패가 전체의 실패는 아니라고, 어쩔 수 없었다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주라는 말.
건강서에서 이런 문장 만나면 마음이 좀 놓입니다. 다이어트든 운동이든 몇 번씩 시작하고 접어본 사람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하라는 말보다 이쪽이 훨씬 오래 갈 것 같거든요.
수면 파트도 제 나이대엔 남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하룻밤만 못 자도 다음 날 인슐린 민감성이 약 25%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가 인용돼 있고, 6시간 미만 잔 다음 날엔 식후 피크가 평소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회원 데이터에서도 관찰됐다고 합니다. 늦게까지 유튜브 보다 자는 습관이 그냥 피곤함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던 거예요.
외식 가이드랑 음주 표는 아주 실용적입니다. 한식 일식 중식 양식 카페별로 추천 메뉴와 피할 메뉴가 갈라져 있고, 술은 맥주가 높음, 와인이 보통, 소주가 낮음, 칵테일이 매우 높음으로 정리돼 있어요. 소주가 낮음으로 나와서 잠깐 기뻤는데 바로 옆 칸에 안주와 함께 먹는 게 문제라고 적혀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네요.
솔직하게 걸렸던 부분도 있습니다.
저자가 CGM 기반 혈당관리 서비스 대표이다 보니, 본문에 등장하는 일부 제품이나 서비스와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이건 책이 저작권 고지면에 스스로 밝혀둔 내용이긴 해요. 밝혀뒀다는 게 오히려 신뢰가 가는 쪽이긴 한데,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CGM 관련 파트를 볼 때 한 번씩 그 사실을 떠올리게 되긴 합니다.

그리고 분량이 얇다 보니, 항목별로 깊게 파고들기보다 넓게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 대목이 있어요. 표로 정리된 수치들도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려 있어서, 그대로 내 몸에 적용된다고 기대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어차피 이 책 자체가 정답을 주는 대신 각자 실험해보라고 설계된 책이라 이건 성격에 가깝긴 하지만요.
소장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두툼한 건강서는 한 번 읽고 꽂아두면 끝인데, 이건 얇고 가벼워서 사무실 서랍에 넣어두기 좋아요. 뒤쪽에 4주 루틴 기록표랑 혈당 안정 레시피가 붙어 있어서 실제로 펴놓고 쓰라고 만든 책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읽는 책보다 쓰는 책 쪽에 가깝겠다는 생각.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꽤 서늘해졌습니다. 이맘때가 식욕 올라오는 계절이라 더 위험한데, 마침 이런 책을 만났네요.
당장 오늘 저녁부터 밥 먹고 십오 분만 걸어보려고요. 분리수거하러 나가는 김에 한 바퀴 더 돌면 되겠다 싶습니다. 어차피 쓰레기도 나누는 김에 내 하루 리듬도 좀 나눠보자는 마음으로요.
읽고 나니 몸에 미안해지는 책이었습니다. 좋은 책 만난 거 같아 기분이 괜찮네요.
검진 결과는 정상인데 늘 피곤한 사람에게, 평균 수치 뒤에 숨은 하루치 혈당의 오르내림을 보여주고 4주 동안 직접 실험해보게 만드는 얇고 실용적인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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